
4차산업의 핵심기술로 꼽히는 AI, 블록체인, 클라우드, 그리고 데이터는 오늘날 IT계열을 이끌어 가는 기술이다. 4차산업의 선두에 서서 데이터 사이언티스트로 최고의 능력을 발휘하고 있는 동문이 있다. 바로 삼성SDS에서 데이터 사이언티스트로 활동하는 김은혜(산공·09) 동문이다. 본지는 그를 만나기 위해 송파구 잠실역을 찾았다.
Q.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A. 안녕하세요. 저는 산업공학과 09학번 김은혜입니다. 우리대학을 졸업하고, 카이스트 기술경영학과에 진학해 5년 동안 석박사를 끝냈습니다. 작년 2018년 9월부터 삼성SDS에서 데이터 사이언티스트로 활동 중입니다.
Q. 우리대학 산업공학과에서 공부하게 되신 계기가 궁금합니다.
A. 저는 문과였는데, 수능을 보고 나서 제가 이과와 더 잘 맞는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런데 수능은 문과로 봐서 공대를 진학할 수 있는 대학이 별로 없었습니다. 무엇보다 전통적인 공대보다는 문과적인 성향과 이과적인 성향 모두 가진 과에 가고자 했습니다. 제가 보기에 산업공학이 알맞다고 생각해 진학하게 됐습니다.
Q 선배님은 대학 시절 어떤 학생이셨는지 궁금합니다.
A. 지금 돌이켜보면 저는 노는 것과 공부, 뭐든지 열심히 했었던 학생이었습니다. 술도 많이 먹었고, 재수강과 CC도 해봤습니다. 학교 밖에서는 국토대장정과 아르바이트도 많이 했습니다. 시급이 쎈 마트 판촉 알바를 명절 연휴에 해 그 돈을 모아 여행을 다니기도 했습니다.
우리대학에서 하는 토익캠프에 참여해 두 달 만에 900점까지 올렸었습니다. 게다가 유통 쪽에 관심이 많다 보니 유통관리사 자격증도 땄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야무지게 생활했던 것 같습니다.
Q. 대학 시절에 하셨던 활동 중 지금에 있어서 가장 도움이 된 활동이 궁금합니다.
A. 단연코 교환학생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대학교 3학년 때 1년 동안 말레이시아 USM(Universiti Sains Malaysia) 경영학과에 교환학생으로 갔습니다. 경영에 관심을 두게 되는 계기가 되기도 했고, 나중에 석박사 할 때 도움이 많이 됐습니다. 게다가 많은 친구를 사귄 것도 의미가 깊습니다. 지금도 연락하는 말레이시아 친구들이 많습니다. 친구들이 한국에 올 때마다 같이 맛있는 것을 먹었습니다. 반대로 제가 말레이시아에 부모님과 놀러 갔을 때는 그 친구들이 관광 시켜주기도 했습니다.
살면서 다른 나라에 6개월 이상 체류를 해볼 기회는 교환학생과 워킹홀리데이밖에 없습니다. 회사에 다닌다면 휴가가 일 년에 15일 정도 밖에 나오지 않기 때문에 회사를 그만두고 갈 수밖에 없습니다. 워킹홀리데이는 영어 실력 때문에 할 수 있는 일이 제한적이라 의미있는 시간을 보내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교환학생은 현지에서 체류하며 영어와 전공공부는 물론, 심지어 학점이 인정됩니다. 게다가 저는 말레이시아에 있는 동남아 나라들인 인도네시아, 싱가폴, 베트남, 그리고 태국 등을 여행했습니다. 따로 여행하려면 많은 돈과 시간이 드는데, 교환학생이라는 좋은 제도를 통해서 다른 나라도 쉽게 여행할 수 있었습니다. 잘 활용하면 인생에서 잊을 수 없는 6개월 혹은 1년을 보낼 좋은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사람들은 교환학생을 유럽이나 미국으로만 가고 싶어 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저는 오히려 동남아에 갔던 것이 좋은 선택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때 당시에 만약 제가 미국에 갔었다면 서툰 영어와 인종차별때문에 주눅이 들었을 것 같습니다. 말레이시아 사람들과는 같은 아시아인이라는 동질감이 있기 때문에 틀린 영어도 막 뱉어볼 수 있었습니다.
Q. 산업공학과 재학시절 배웠던 과목 중 지금에 있어서 가장 도움이 된 과목이 있다면?
A. 경영과학과 캡스톤디자인입니다. 저는 캡스톤디자인 과목에서 했던 것을 그대로 카이스트 석사 입시지원서에 썼습니다. 주제는 제가 사용하는 프론티어관 엘레베이터의 효율성과 관련된 것이었습니다. 프론티어관의 엘리베이터는 한 대가 홀수층, 한 대가 짝수층, 그리고 한 대가 전체층을 운행하고 있습니다. 저는 매번 타면서 비효율적으로 층수를 운행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캡스톤디자인 담당 교수님께 말씀을 드렸습니다. 교수님이 좋은 주제인 것 같다고 하셔서 그걸 모델화시켰습니다.
산업공학과에서 중요하게 배우는 개념 중 하나가 최적화입니다. 어떻게 최적화된 결정을 내릴 것인가를 많이 배웁니다. 그것과 맥이 닿아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프론티어관이 20층까지 있을 때 각 층에 트래픽이 몇 명이 될지 생각해봤습니다. 이런 것을 파악하고 고려해서 운행할 때 단순히 홀수와 짝수가 아닌, 층수를 잡아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물론 경영과학과 캡스톤디자인 과목 자체가 도움이 된 것도 있지만, 캡스톤 디자인에서 소논문 하나를 써봄으로써 논문의 기본인 논리적으로 사고하는 틀을 많이 배웠습니다. 나중에 논문 쓸 때 도움이 됐습니다.
Q. 현재 일하시는 곳에서 맡으신 업무가 궁금합니다.
A. 이 질문은 박사 과정을 밟았을 때와 현재 제가 하는 일에 관해 두 가지로 나눠 말하겠습니다. 저는 실생활에서 궁금했던 점에 관한 논문을 작성했습니다. 쇼핑을 좋아하는 저는 어느 순간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가 하이마트 같은 쇼룸에 가서 물건을 보고 온라인에서 구입하거나, 온라인에서 본 것을 오프라인 가서 사는 등 복잡한 소비과정을 거친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이어 자연스레 ‘하이마트와 같은 쇼룸에서는 어떤 전략을 짜야 나와 같은 소비자들한테 구매를 끌어낼 수 있을까?’, ‘이런 유통 생태계에서 어떤 전략을 펴야 하지?’라는 궁금증이 생겼습니다. 이 궁금증을 기반으로 박사논문을 쇼루밍(show rooming)* 과 웹루밍(web rooming)*에 대해 작성했습니다. 이어 어떻게 전략을 짜야 하는가에 대한 논문도 써야 했는데 그때 옴니채널이 떠올랐습니다. 온라인에서 구매 후 픽업은 오프라인에서 하는 것입니다. 가장 대표적인 예시가 교보문고의 바로드림 서비스입니다. 이제는 유통업계가 온·오프라인이 분리되지 않은 전략을 사용한다는 것 입니다. 요약하자면 저는 웹루밍과 쇼루밍에 대한 연구와 왜 사람들이 그런 행동을 하는지를 연구했고, 온라인 구매와 오프라인 행동에 대한 비즈니스 모델을 연구했습니다. 이 두 가지 논문을 써서 카이스트에서 졸업했습니다. 제가 하고 싶은 연구를 하면서 재밌게 박사 생활을 했습니다.
지금 삼성SDS에서는 옴니채널을 하는 부서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저는 데이터 사이언티스트입니다. 온라인에는 고객 행동이 많습니다. 어디를 클릭했는지, 언제 접속했는지, 며칠 접속했는지, 그리고 어떤 것을 장바구니에 담았는지 등 고객의 행동과 정보를 얻기가 굉장히 쉽습니다. 그러나 오프라인에는 정보가 없습니다. 그래서 우리 부서는 오프라인 고객 행동을 궁금해 했고, 매장 위에 카메라를 설치하는 방법을 사용했습니다. 이를 통해 지나가는 사람 몇 명이 우리 가게에 들어왔는지, 우리 가게의 매력도가 얼마인지, 그리고 얼마나 구매하는지를 분석할 수 있습니다.
지도에 사람이 많이 지나간 곳은 빨간색으로, 지나가지 않은 곳은 파란색으로 표시하는 것을 휘트맵이라고 합니다. 이런 휘트맵 분석을 매장 운영 최적화를 위해 사용할 수 있습니다. 또 백화점이나 쇼핑몰에 가면 키오스크 같은 곳에 광고가 뜨는 것을 디지털 사이니즈라고 합니다. 그곳에 카메라를 달면 카메라가 고객의 성별과 연령대를 분석합니다. 이를 통해 해당 고객이 알맞는 정보를 추천합니다. 이를 상황인지 기반 마케팅이라고 합니다. 우리 부서에서는 이런 것도 하고 있습니다.
Q. 현재의 직업을 갖게 되신 계기가 궁금합니다.
A. 카이스트 기술경영과에서 마케팅을 전공하다 보니 현업에서는 어떤 데이터를 가지고 하는지 궁금했습니다. 전 학교에서 매일 페이퍼와 보고서를 읽는 간접경험밖에 하지 못해 아쉬웠습니다. 그때 마침 삼성SDS에 제가 연구한 옴니채널 부서가 있단 걸 알게 됐고, 운이 좋게 TO가 나서 지원하게 됐습니다.
Q. 대학원 진학의 매력이 있다면?
A. 석박사를 간다고 하면 학교에서 공부하는 것도 지긋지긋한데 석사를 가서 또 공부하냐고 말합니다. 공부와 연구는 다릅니다. 공부는 연구자들이 말한 걸 텍스트북으로 옮겨서, 그 텍스트북을 우리가 공부하고 외워서 지식을 습득하는 겁니다. 연구는 ‘왜 이렇지?’ 라는 생각이 드는 사회현상이나 궁금증에 대한 주장을 검증해나가는 일입니다. 평소에 궁금증이 많고 잘 파고드는 성격이라면 이 길을 택하는 것을 추천합니다.
대학원 진학의 첫 번째 매력은 이를 통해 온전한 자신의 성취를 이룰 수 있다는 점입니다. 사실 회사에서 열심히 일하는 것은 회사 발전에 이바지 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대학원에서는 논문 편찬, 지식 습득 등 나의 성장에 도움이 되는 일을 합니다.
두 번째는 박사 학위를 회사에서 경력으로 인정해준다는 점입니다. 학부 졸업생과 박사 졸업생이 할 수 있는 일이 다릅니다. 박사는 문제해결 능력이나 논리적으로 사고하는 방식이 있고, 실제로 회사에서도 그것을 기대하기 때문에 들어갔을 때 업무적인 리더 역할이나 중책을 맡을 확률이 높습니다. 또 박사 학위를 취득하는 과정에서 지적으로 성숙해질 수 있습니다. 항상 논문을 써야 하므로 논문 주제를 찾기 위해서 트렌드를 찾아야 합니다. 트렌드를 찾기 위해 세계적으로 유명한 연구결과를 계속 읽다 보니 트렌드를 쫓아가는 연습을 하게 됩니다. 그러다 보면 세상을 보는 시야가 넓어집니다.
Q. 4차산업이 주목받고 있는데, 현재 직업의 전망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궁금합니다.
A. 데이터 사이언티스트가 약 30년 뒤 없어질 직업일 수 있지만, 당장은 굉장히 필요한 직업이라고 생각합니다. 왜냐면 컴퓨터가 고성능화로 인해 얻을 수 있는 데이터가 무궁무진해졌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빠른 데이터 생성 속도에 맞춰 최신 트렌드를 적용하고 분석하는 데이터 사이언티스트가 중요해졌습니다. 사실 지금 직업이 10년 뒤에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따라서 후배님들은 이러한 트렌드를 파악해 직업을 선택하시길 추천합니다.
Q. IT 계열 혹은 데이터 사이언티스트로 취업을 목표로 하는 후배들에게 조언 한 말씀해주신다면?
A. 트렌드를 파악하고 있어야 합니다. IT만큼 트렌드가 빠르게 변하는 직군은 없습니다. 트렌드를 어떻게 읽는지가 궁금할 것입니다. 매년 가트너나 맥킨지와 같은 세계적인 컨설팅기업에서 올해나 내년의 트렌드에 대한 보고서를 냅니다. 특히나 가트너는 「2020년에 가장 중요하게 될 열 가지 기술 트렌드」같은 보고서를 냅니다. 그런 것을 계속해서 읽는 것이 중요합니다. IT 계열 취업을 목표로 하는 사람들은 이러한 방식으로 세계적 추이를 따라가야 합니다. 이게 가장 빛을 발하는 게 기업면접입니다. 다 같은 말을 할 때 한 발자국 더 앞서 나가는 것이 여러분만의 차별점을 만듭니다.
Q. 대학원 진학을 원하는 후배들에게 조언 한 말씀해주신다면?
A. 학점은 기본입니다. 학습능력을 증빙하는 것은 학점밖에 없기 때문에, 학점관리는 무조건 해야 합니다. 그리고 영어 논문을 쓰기 때문에 영어 능력은 필수적입니다. 이외에도 추가로 준비할 것은 이 논문과 학계에 관심이 있다는 걸 보여주는 것입니다. 이는 학회 참여여부 등을 통해 증명할 수 있습니다. 캡스톤 디자인을 교수님과 조금만 다듬으면 학회에서 발표를 할 수 있습니다. 미완성작이라도 가능합니다. 캡스톤 디자인하시는 교수님께 ‘학회에서 발표해보고 싶어요’라고 말하면 교수님께서 좋아하실 겁니다. 학회라고 하면 겁을 먹지만, 막상 학회에 가면 학부생들도 발표 많이 합니다.
교수님과 함께 작은 학술지나 학회에 졸업작품을 게재한 실적이 있으면 대학원 입시에 플러스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이만큼 노력했다는 걸 증빙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Q. 선배님에게 서울과기대란?
A. 친정입니다. 제가 아무리 카이스트를 나왔어도 과기대에 가면 아련한 느낌이 있습니다. 예를 들면 옛날에 붕어방에서 친구들과 음주했던 기억, 향학로에서 남자친구랑 걸었던 기억, 그리고 쪼매떡볶이 먹었던 기억. 저의 가장 예쁠 20대 초반의 추억이 있는 공간입니다.
Q. 앞으로의 꿈이 있으시다면?
A. 제 인생 모토가 있습니다. 선하고 좋은 영향력을 주는 사람이 되자. 그래서 저는 지금도 후배들에게 멘토를 해주거나 최대한 도와주는 것을 좋아합니다. 제가 잘난 사람은 아니지만, 저도 겪어봤기 때문에 후배들이 왜 힘들어 하는지를 이해합니다. 그래서 조금이라도 괴로움이나 고민을 덜어줄 수 있다면 행복할 것 같습니다. 후배들에게 가끔 연락이 올 때가 있습니다. 지원서 첨삭이나 좋은 말을 해줍니다. 실제로 같은 과 후배가 제가 나온 카이스트 같은 과에 진학했습니다. 제가 처음 카이스트에 들어갔을 때, 교수님들께서 제가 과기대에서 온 첫 학생이라 네 행실을 통해 앞으로 과기대 후배들을 뽑을 지 말지를 결정하겠다고 하셨습니다. 그래서 저는 더 열심히 했습니다. 이번에 교수님이 네 후배라 만장일치로 뽑았다고 하시는 말씀을 듣고 너무 기뻤습니다. 제 모토인 좋은 영향력과 일맥상통해서 좋았습니다. 앞으로도 개인적인 돈과 명예보다는 그 모토를 이루기 위해 살 것 같습니다.
Q. 마지막으로 독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A. 대학생이라는 게 다신 돌아올 수 없는 소중한 일들을 할 수 있는 기간임은 틀림없습니다. 취업하고 나면 휴가 내기도 힘들고, 삶에 찌들어갈 것입니다. 그러니 생기있고 잠재력이 함축돼있는 대학 생활을 스펙 준비를 위해 힘들게만 지낼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선배에게 먼저 연락하는 것이 힘들다는 걸 알지만, 그래도 연락해서 밥 사달라고 하면 싫다는 사람 한명도 없습니다. 만약 제게 후배가 앞으로 진로를 어떻게 할지 고민된다며 적극적으로 연락한다면, 좋은 기회가 있을 때 그 후배를 연결해줄 것 같습니다. 살다보면 많은 기회가 오기 때문입니다.
여행에서 만난 사람들이나 다양한 활동을 하면서 만난 사람들에게서 오는 새로운 기회를 나와 결합해 한 단계 성장할 기회가 많습니다. 선배들에게 연락도 잘하고, 이것저것 많은 일을 하며 빛나는 대학 생활을 만들었으면 좋겠습니다.
*쇼루밍(show rooming): 소비자들이 오프라인으로 제품을 살펴본 후 실제 구입은 온라인사이트를 통하는 쇼핑 행태
*웹루밍(web rooming): 소비자들이 온라인으로 제품을 살펴본 후 오프라인에서 구매하는 현상쇼핑 행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