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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독립영화, 나만의 길을 가다
기사 승인 2020-08-31 22  |  633호 ㅣ 조회수 : 99

이정곤

단편영화 <조문>으로 서울독립영화제 본선에 진출한 후, 한국영화아카데미에 들어가 영화를 공부했다. 이후 아카데미에 찍은 단편영화 <윤리거리규칙>이라는 영화로 부산국제영화제 본선에 진출했다. 장편영화 <어느날>의 연출부를 했으며, 장편영화 <보희와 녹양> 조감독을 맡았다. 독립 장편영화 <낫아웃>을 연출했다.



Q. 원래 산업디자인을 전공한 것으로 알고 있다. 영화를 하게 된 계기가 있다면?

  A.
딱히 특별한 계기가 있었던 것은 아니다. 산업디자인과를 다니다가 고등학교 때 친구의 소개로 연극 무대 미술을 맡았다. 그 이후 자연스럽게 연극과 영화 쪽에 관심을 두게 됐다. 이후 군대에서 처음으로 수필과 같은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 내가 쓴 글로 영화를 찍고 싶었다.



Q. 자퇴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전공이 맞지 않았던 것인지?

  A.
그렇지는 않았다. 다만 영화가 더 좋았다. 자퇴한 것은 영화가 좋아서 같이 영화 얘기를 할 수 있는 사람들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을 했다. 자퇴 후 본격적으로 영화 쪽 일을 하기 시작했다.



Q. 미술을 전공한 것이 영화를 찍을 때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는 편인가?

  A.
많은 도움이 됐다. 특히 작업방식에 있어서 영화 쪽과 유사한 점이 많다. 미대를 다니다 보면 과제를 마감해야 하는데, 이 과정이 영화 작업과 비슷하다. 결국 자신의 결과물을 타인에게 보여주기 위해서는 완성도를 신경 쓰게 된다. 그러다 보니 영화에서도 제한된 시간 안에 완성도 있는 영화를 ‘마감’하기 위해서 노력하는 것 같다. 하지만 디자인은 리얼리티를 추구하기보다는 남들이 보기에 좋아 보이는 것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서 다른 지점이 있기도 하다. 영화는 관객들이 보고 인물들의 감정의 진정성이 느껴져야 한다. 그래야 몰입할 수 있다.



Q.이번에 촬영한 <낫아웃>이라는 장편독립 영화는 어떻게 해서 찍게 됐는가?

  A.
해마다 공공기관인 영화진흥위원회에서 10 작품 정도 시나리오를 선정해 제작비를 지원한다. 2019년에 내가 쓴 시나리오가 당선됐고, 그 후 영화를 찍게 됐다.



Q.국가에서 지원해주는 제작비가 충분하다고 느끼는지?

  A.
영화진흥위원회에서 1억 5천 정도의 투자금을 받았다. 물론 부족했다. 제작비가 초과돼 2억 4천 정도 들었다. 스텝이나 배우의 노고에 비해서는 터무니없이 적은 금액이다. 예전에는 영화계에 표준근로계약서가 없었다. 지금은 모두 지켜지는 추세고 이 적은 금액에서 기본적인 표준 근로계약을 맞추려고 하다 보니 제작비가 부족하다. 표준 근로계약이 생기기 이전과 이후의 정부 제작지원금이 계속 똑같은 것은 말이 안 된다. 지원금을 조금 더 확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Q. 독립영화 <호흡>의 주연 배우 윤지혜 씨가 독립영화의 열악한 환경에 대해서 폭로했다. 어떻게 생각하는지?

  A.
열악한 처우에 대해서 할 말은 없다. 애초에 대부분의 독립영화 자체가 자본금이 없다 보니 열악한 환경에서 촬영할 수밖에 없다. 대규모 자본이 아니다 보니 모두를 만족시킬 수 없다. 적은 금액으로 영화를 완성하기 위해서 어쩔 수 없이 서로 이해해야 하는 부분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국가의 지원이 조금은 더 확대됐으면 좋겠다. 물론 안전상의 문제나 기본적으로 지켜야 할 정도를 넘어선 부분이 있다면 그건 분명 잘못된 것이다.



Q. 이번에 촬영한 영화 <낫아웃>을 소개한다면? 그리고 본인이 생각하는 영화의 장, 단점을 소개해 달라.

  A.
<낫아웃>은 야구밖에 모르는 ‘광호’라는 고등학생이 어떻게든 자기의 꿈을 이어나가려는 성장 드라마다. 이 영화의 장점은 관객이 일반 영화처럼 재미있게 볼 수 있다는 점이다. 일반 관객은 독립영화와 친하지 않다. 독립영화에 나오는 주인공은 대부분 수동적인 경향이 있어 몰입하기 힘든 점이 있다. 이 영화는 그 어떤 독립영화보다 주인공이 능동적으로 움직인다. 그래서 몰입감이 높고 관객과의 친밀도도 높으리라 예상한다. 아쉬운 점은 관객들은 주인공의 다양한 면을 봤을 때 감수성이 풍부해진다고 생각한다. 영화에서 주인공의 욕망이 강하고 능동적인 캐릭터를 표현하려다 보니 감정적으로 디테일한 부분이 부족한 부분이 아쉽다.



Q. 야구 영화를 찍게 된 계기는 무엇인지?

  A.
스포츠 중에서 야구를 정말 좋아한다. 그래서 시나리오를 쓰기 전부터 야구 소재로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내가 좋아하는 야구 이야기와 영화를 같이 하면 행복할 것 같았다.



Q. 촬영 중 기억 남는 에피소드나 어려웠던 촬영이 있었다면?

  A.
이번에 촬영한 <낫아웃>에서 주인공이 계속해서 배달 오토바이를 타는 장면이 있다. 오토바이를 타는 장면을 촬영하면서 안전상의 문제를 신경 써야 해서 힘들었다. 또한 촬영하는 시기와 코로나 바이러스 시기가 완벽하게 겹쳤다. 극 중 카센터에서 촬영하는 장면을 전부 다 대구에서 찍을 예정이었다. 그런데 대구를 중심으로 코로나가 확산하면서 원래 계획됐던 로케이션과 촬영 콘티 등 계획이 무너져서 힘들었다.



Q. 단편영화를 비롯해 사회적인 얘기를 담은 드라마를 주로 찍어왔다. 사회 드라마를 선호하는 이유가 있는지?

  A.
내가 무엇을 할지, 하고 싶은지에 대한 고민은 이미 정해져 있었다. 하지만 이 직업을 통해서 무엇을 이뤄야 하는지에 대해 고민을 했다. 많은 사람이 내 영화를 봐줬으면 좋겠다는 것은 영화하는 사람으로서 당연한 일이다. 그래서 영화를 통해 무언가를 바꿀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그것 말고도 내가 살아오면서 느꼈던 것들이 자연스럽게 영화나 시나리오에 드러나는 것 같다.



Q. 영화라는 매체가 사회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고 보고 있는지?

  A.
영화는 지금도 크든 작든 사회에 많은 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생각한다. 영화뿐만 아니라 책이나 신문 TV 등 모든 대중매체가 가진 특성이다. 영화는 단돈 몇천 원에 즐길 수 있는 가장 대중적인 오락이다. 계속 접하게 되면 많은 사람이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영향을 받게 된다.



Q. 상업 영화와 독립영화의 가장 큰 차이점은 무엇인가?

  A. 
자유도가 다르다. 내가 이 컷을, 이 신을 자를 것이냐 말 것이냐에 대한 자유도가 독립영화 감독에게 있다. 상업 영화는 이해관계가 얽혀있어서 여러 사람과 상의를 해야 할 수도 있다. 반면 독립영화는 모든 것을 스스로 선택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Q. 촬영 현장에서 감독님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시는 것은?

  A
. 나랑 같이 작업하고 있는 사람들이 재미있을 것.



Q. 그게 영화적 완성도에도 영향이 있다고 생각하는가?

  A.
아니다. 현장이 재미있는 것과 좋은 영화가 나오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영화 현장은 육체적으로 힘들 수밖에 없다. 이건 모든 영화 현장의 숙명이다. 하지만 몸이 힘든 것과는 별개로 재미있을 수는 있다. 스텝들이나 배우들이 즐겁게 촬영하고 좋은 기억만 갖고 갔으면 좋겠다.



Q. 영화계 일이 상당히 힘들다고 들었는데 그런데도 계속 영화를 만드는 이유는?

  A.
영화 일이 다른 일에 비해 노동 강도가 굉장히 높다. 하지만 영화관 혹은 집에서 어두운 곳에서 스크린을 보고 있는 나를 잊지 못해서 계속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든다. 단순히 만들어진 영상이 제작돼서 그걸 화면에서 보는 기쁨이 아니다.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것 같다. 스크린에 투사되는 영상화면을 볼 때만 느껴지는 카타르시스가 있다.



Q. 가끔 어떨 때 영화하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드는지? 또 반대로 영화하기를 후회한다는 생각이 들 때는?

  A.
영화를 촬영할 때 내가 쓴 대사를 배우가 카메라에서 연기할 때 ‘영화를 하기 잘했다’라는 생각이 든다. 반대로 무엇인가의 당락을 기다릴 때 후회한다. 영화 일을 하면서 투자의 당락을 기다릴 때, 누군가의 평가를 기다릴 때가 많다. 잦은 타인의 평가가 정신적으로 스트레스가 되는 경우가 꽤 있다.



Q. 존경하는 감독이 있다면?

  A.
<낫아웃> 준비하면서 가장 많이 영향을 많이 받은 두 감독이 있다. <머니볼>과 <폭스캐쳐>를 찍은 베넷 밀러 감독과 <예언자> 자크 오디아르 감독이다. 두 감독의 영화는 시대상과 우리가 사는 사회를 담고 있으면서도 재미도 놓치지 않는다. 그런 점을 본받고 싶다.



Q. 앞으로 도전하고 싶으신 분야나 장르가 있다면?

  A.
액션 영화에 도전해보고 싶다. 학창 시절에 <300> 이나 <아이언맨> 등을 친구들과 보면서 엄청난 전율이 있었다. 언젠가는 꼭 찍어봤으면 좋겠다.



Q. 같은 감독님과 결혼을 했는데, 시나리오 작업을 할 때나 창작에 도움이 되는 편인지?

  A.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다. 나의 시나리오를 가장 성심성의껏 리뷰하고 봐줄 수 있다. 나를 가장 잘 알기 때문에 애정 있고 사려 깊게 피드백을 해준다. 그러면서 또 객관적으로 봐줘서 큰 힘이 된다.



Q. 가장 좋아하는 영화가 있다면?

  A.
너무 많아서 꼽기 힘들다. 최근에 가장 좋다고 생각하는 영화는 마이클 만 감독의 <히트>라는 영화다. 아까도 말했지만 추후 도전하고 싶어 하는 액션 장르의 걸작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영화를 볼 때 재미를 느끼는 지점이 인물 간의 관계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히트>는 액션 장르이면서도 인물 간 관계와 감정이 부족한 점이 없이 훌륭하다.



Q. 훗날 어떤 감독으로 남고 싶은지 궁금하다. 작가주의를 지향하는 편인지?

  A.
물론 결국에 호불호는 갈리겠지만, 한편 정도는 누가 봐도 좋은 영화를 찍은 감독이 되고 싶다. 나의 개성을 드러내겠다고 마음먹고 영화를 만들지 않는다. 자기가 좋아하는 것을 하면 된다.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그대로 만들면 된다고 생각한다. *작가주의란 작품을 만들 때 작품을 만드는 작가의 특성이나 개성이 뚜렷하게 드러나는 데에 중점을 두는 창작 태도를 말한다.



Q. 배우에게 자유도를 주는 편인지? 아니면 원래 감독 의도대로 연기하는 걸 선호하는 편인지?

  A.
아무래도 내 의도대로 연기하는 걸 선호하는 것 같다. 배우에게 자유도를 주지 못했던 것이 이번 영화를 찍으면서 가장 아쉬웠던 점이다. 시나리오를 2016년 정도에 썼다. 그러다 보니 내가 생각하고 있는 캐릭터의 모습이 너무 확고했다. 그래서 배우가 캐릭터에 대해 어떻게 고민해왔는지 의견을 들어보기 이전에 내가 이 주인공은 이럴 것이라고 단정 지은 부분이 있다.



Q. 앞으로의 계획은 무엇인지? 차기 시나리오 계획이나 생각해두고 있는 소재가 있는지?

  A.
지금은 아직 정해진 게 없다. 업계 사람, 혹은 관객들한테 <낫아웃>을 평가 받는 게 바로 앞의 계획이다. 반응이 좋으면 다른 일들이 들어올 것이고 아니면 다른 일이 들어오지 않을 것이다.



Q. 인생의 모토가 있다면?

  A.
‘그럼에도 불구하고’. <낙아웃> 시나리오를 쓸 때 기획 의도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를 한다. 일종의 응원 메시지 같은 것이다. 인생에서 어떤 힘겨운 일이 있더라도 이겨내고 나만의 길을 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



Q. 영화 쪽 일을 꿈꾸는 사람들에게 한마디 해준다면

  A
. 영화를 시작한 지 이제 딱 10년이 됐는데, 아직은 이 일을 하는 것이 재밌다. 내가 누군가에게 뭐라고 조언할 처지는 아니다. 후회한 적 없다고 하려고 했는데 생각해보니 그건 아닌 것 같다(웃음). 사람마다 느끼는 게 다를 수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재미있다.



Q. 영화적인 재미와 메시지 둘 중 어떤 것을 더 중요시하는지?

  A.
메시지보다는 재미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우선 관객들이 재미를 먼저 느껴야 메시지를 보지 않을까?



Q.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A.
지금 컷 편집을 마치고 색 보정 등의 후반 작업을 하고 있다. 2021년 <낫아웃> 개봉할 예정인데 가까운 극장에 찾아 꼭 봐주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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