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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 출석, 이게 최선인가요?
김수진, 손명박 ㅣ 기사 승인 2018-05-07 21  |  602호 ㅣ 조회수 : 3678
  우리대학 교수 A 씨는 한 달이 지난 지금도 지난 4월 초에 있었던 일만 생각하면 황당함을 감추지 못한다. A 교수는 이번 학기에 학생 90여 명이 수강하는 대단위 강좌를 진행 중이다. 수강 인원이 무척이나 많은 만큼 학생 한 명 한 명을 호명하기 힘들어 평소 e-Class를 활용한 스마트 출석을 이용하고 있었다.



A 교수는 “e-Class에는 분명 71명이 출석한 것으로 돼 있었는데, 실제 자리에 앉아 있던 학생들의 수가 너무 적어 확인해 보니 37명만이 실제로 출석을 한 상태였다”고 그 날의 일을 회상했다. 도대체 어쩌다 이런 일이 발생했을까.



스마트 출석의 명과 암



  우리대학은 2015년 2학기부터 스마트 출석을 시행하고 있다. 호명하지 않아도 출석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e-Class 기능이다.



  출결을 확인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강사가 e-Class의 스마트 출석란에 들어가서 출석시작 버튼을 누르면 무작위 숫자 3자리가 화면에 뜬다. 해당 인증 번호를 학생들에게 알려주면 학생들이 스마트폰이나 PC를 활용해 e-Class 홈페이지에 접속해 번호를 입력하는 방식이다.



  이러한 간편함 덕분에 스마트 출석 기능은 교수들의 많은 사랑을 받아왔다. 특히 대단위 강좌에서 기존 호명 출석보다 확실하게 시간을 단축할 수 있다는 점은 스마트 출석의 매력이었다.



  하지만 번호만 알면 장소가 어디든 간에 출석을 할 수 있다는 치명적인 결함이 있다. 현재 일부 학생들은 카카오톡 등 메신저를 이용, 인증 번호를 공유해 허위 출석을 일삼고 있다.



  우리대학 재학생 B 씨(경영·17)는 허위 출석으로 피해를 당한 적이 있다. 지난해 2학기 스마트 출석을 사용하는 강의를 수강했던 그는 당시 교수님이 학생들의 허위 출석 여부에 크게 신경을 쓰지 않았다고 했다.



  B 씨는 “같은 강의를 수강했던 C 학생은 중간고사와 기말고사 때 나와 같은 점수를 받았다”면서 “나와 C는 똑같이 결석을 한 번 했는데, 스마트 출석 기능을 악용한 C가 출석을 인정받아 출석에서 나보다 높은 점수를 받았다”고 전했다. 그는 “그 결과 나는 해당 강의에서 B+를, C는 A0 학점을 받았다”며 속상해 했다.



  몇몇 교수들은 학생들의 이름을 부르지 않는다는 점이 교수와 학생 간의 친밀도를 떨어뜨린다고 말한다. 경영학과 D 교수는 “학생들의 이름을 모르겠다”며 “스마트 출석이 편리한 점이 많지만, 피상적인 사제 관계를 심화시키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밝혔다.



설문으로 드러난 학내에 퍼진 스마트 출석의 단면



  본지는 스마트 출석을 사용하는 우리대학 교수와 학생들이 이 시스템을 어떻게 평가하고 있는지, 그리고 기능을 악용하여 부정행위를 저지르는 학생들의 비율은 대략 얼마 정도 되는지 확인하고자 구글 독스로 설문을 진행했다. 본 설문조사에는 e-Class를 사용한 적 있는 우리대학 교수 50명과 재학생 100명이 참가했다.





  교수를 대상으로 스마트 출석의 긍정적인 면을 묻자 출석 체크로 소요되는 시간을 단축할 수 있다는 점이 50%(42명)로 가장 많은 표를 받았다. 그 뒤를 이어 매번 출석부를 들고 다니지 않아도 된다는 점과 학기 말 인쇄물 출석을 제출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 각각 26%(22명)와 24%(20명)를 차지했다.



  학생 설문조사에서도 출석 체크로 소요되는 시간을 단축할 수 있다는 점이 55%(78명)로 1등을 차지했다. 기존 호명 출석보다 여유롭게 출석을 할 수 있다는 점이 32%(46명)로 2등을, 대리 출석을 방지할 수 있다는 점이 7%(10명)로 뒤를 이었다. 스마트 출석의 부정적인 면으로는 교수(38%)와 학생(58%) 모두 스마트 출석 기능을 악용해 허위 출석을 할 수 있다는 점을 우선으로 꼽았다.



  스마트 출석으로 부정행위를 저지르는 학생을 본 적이 있거나 저질러 본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학생의 18%(27명)가 지인으로부터 출석 번호를 받아 허위 출석을 해본 적이 있다고 밝혔다. 또 지인의 부탁으로 출석번호를 넘겨준 적이 있거나 부탁받은 적이 있다는 학생은 27%(42명)였고, 실제 출석한 학생 수와 e-Class 상 학생 수가 달랐던 강의를 수강한 경험이 있는 학생도 40%(61명)에 달했다. 스마트 출석 부정행위를 경험한 적이 없는 학생은 15%(24명)에 불과했다. 학생들의 부정행위를 직·간접적으로 듣거나 경험해본 적이 없다는 문항에 답한 교수 또한 32%(16명)에 그쳐 현재 학내에서 허위 출석이 성행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새로운 전자 출결 시스템 구축해야”



  우리대학 e-Class 담당자들은 알고 있을까. 교수학습개발센터 e-Learning 지원팀 오재열 주무관은 “우리도 교원들을 대상으로 한 e-Class 교육에서 학생들의 부정행위가 가능하다는 점을 언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그는 “출석시작 버튼을 누르고 학생에게 알려준 뒤 최대한 빨리 출석종료를 하라고 당부한다”며 “이러면 학생들이 인증 번호를 타인에게 알려주기 전에 출석이 끝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오 주무관은 스마트 출석이 끝난 뒤 ‘상세접속현황’을 클릭하면 개별 학생의 IP 주소와 접속한 기기(PC/Mobile)를 알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교내 와이파이 IP의 경우 117로 시작한다”며 “학교 와이파이 이외의 IP를 가진 학생들을 중점으로 호명하면 허위 출석을 찾아내기 용이할 것이며, 강의실에 PC가 없는데도 PC로 출석했다고 뜬다면 해당 학생은 허위 출석을 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부정행위를 막기 위한 다양한 방법들을 전했다.



  그러나 교수들은 더 근본적인 해결책을 원한다. A 교수는 “일부 사람들은 이 문제를 두고 학생들의 의식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하지만, 나는 학생들의 양심에만 이 문제를 맡기기에는 어려움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시스템적인 허위 출석 방지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학교 측은 시스템 개선을 통한 허위 출석 방지는 힘들다는 입장이다. 오 주무관은 “e-Class 스마트 출석은 소프트웨어적인 방식”이라며 “일정 범위 밖에서 인증 번호를 입력하지 못하게 하는 등의 새로운 시스템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하드웨어적인 뒷받침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결국, 이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기존 *LMS를 뛰어넘는 새로운 전자 출결 시스템을 구축해야 하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비콘(저전력 블루투스를 통한 차세대 스마트폰 근거리 통신 기술)을 이용한 전자 출결 시스템의 도입을 주장한다. 이 시스템을 도입하면 설치된 비콘의 전파 반경 내에서만 무선으로 출석을 할 수 있다. 이러한 제안에 오 주무관은 “해당 시스템을 도입하려면 강의실마다 비콘을 설치해야 하는데, 이를 위한 설치비와 유지보수비 등의 재정적인 부담이 매우 크다”며 부정적인 견해를 내비쳤다. 그는 “비콘을 설치한다 하더라도 스마트폰의 기계적인 문제가 발생할 수 있고, 비콘의 범위가 강의실 밖으로 넘어가는 경우 강의실에 들어가지 않고 출석만 하고 도망가는 등의 새로운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며 이 역시 한계가 있음을 지적했다.



  한편, 과거 우리대학은 어의관과 혜성관 등 건물의 일부 강의실에 RFID를 이용한 전자 출결 시스템을 도입한 적이 있다. 하지만 기계의 고장과 교수 및 학생들의 낮은 사용빈도로 사장됐다.



  *LMS(Learning Management System): 온라인으로 학생들의 성적과 출석 등 학사 전반에 걸친 여러 사항을 관리해주는 학습 관리 시스템. ‘e-Class’, ‘학습플랫폼’ 등 대학별로 이름은 상이하다.



손명박 기자

grampus@seoultech.ac.kr



김수진 수습기자

waterjean@seoultech.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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