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펭-하
주윤채 ㅣ 기사 승인 2019-11-25 22  |  625호 ㅣ 조회수 : 123

  최근 유튜브, SNS 등을 포함한 각종 매체에서 블루칩으로 떠오르는 존재가 있다. 방탄소년단과 같은 유명인사가 되는 것이 목표라는 EBS 연습생 ‘펭수’의 이야기다. 객관적으로 귀엽다고만은 할 수 없는 외양과 기존의 어린이용 캐릭터의 목소리와는 다른 목소리를 가졌지만 어느 캐릭터보다 많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자이언트 펭TV’라는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고 있으며 개설 8개월이 지난 현재 구독자 수 80만명을 넘겼다. 사실 처음부터 인기를 끈 것은 아니지만 최근 SNS를 통해 유튜브 영상이 퍼져 더 유명세를 타고 있다. 그 덕에 펭수 팬카페가 생기기도 하고 인스타그램에 개설된 펭수 팬 계정은 셀 수 없을 정도로 많다. 게다가 패션 잡지 화보, 의류회사와의 콜라보 등 활발한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뽀통령이라 불리는 뽀로로 또한 많은 이들에게 사랑을 받았고, 그 인기를 바탕으로 공익광고 등에도 출연했다. 하지만 펭수는 다른 캐릭터들과 사뭇 다른 사랑을 받고 있어 더 이슈되고, 사람들은 어떤 점이 대중에게 매력적으로 다가왔는지 의문을 품는다.



  어른용 뽀로로라고 불리지만 뽀로로와는 ‘펭귄’이라는 점밖에 닮은 구석이 없다. 애초에 아이들의 교육, 재미 목적으로 만들어진 뽀로로는 바른말, 예쁜 말을 사용하며 EBS스러운 모습이다. 귀엽지만 어른들의 흥미를 끌지는 못한다. 하지만 펭수의 뻔뻔스러울 정도로 당당한 태도는 어른들의 답답한 마음을 해소해주고 그의 근거 없는 자신감은 무기력한 사람들에게 자신을 사랑하는 법을 알려준다. 가장 좋아하는 과자가 빠다코코넛이라는 등 펭수의 대사나 행동에서 느껴지는 2030 감성은 심리적 거리감을 더 가깝게 한다. 또 예산과 관련 대화에서 EBS 사장의 이름인 ‘김명중’을 당당하게 외치는 모습이나, 편집자들에게 편집을 잘하라는 등의 언행은 ‘펭성논란’을 일으키며 재미를 선물한다. 그런 와중에도 “힘내라는 말보다 사랑해라는 말을 해주고 싶다”, “그냥 눈치 보지 말고 본인이 원하는 대로 살아”, “어른이고 어린이고 중요한 게 아닙니다. 이해하고 배려하고 존중하면 되는 거예요”라는 등 명언 폭격기의 모습도 보여준다. 이처럼 펭수는 다양한 모습을 통해 다양한 매력을 뽐낸다. 하지만 급작스러운 그의 인기에 의문을 표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하지만 사실 펭수의 인기는 우연이 아니다. 펭수는 이전에 대중들의 관심을 끈 특성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어른이’는 어린이들이 좋아하는 만화 영화나 대상 등을 좋아하는 어른을 일컫는 신조어로 어른과 어린이의 합쳐 만든 말이다. 이보다 더 이전에 등장한 ‘키덜트(Kidult)’의 우리말 버전이라고 할 수 있다. 이 단어에서 볼 수 있듯 최근 많은 어른이 통념적으로 어린이들이 좋아할 법한 것들에 열광하는 일이 점점 늘고 있다. 최근 개봉한 〈겨울왕국 2〉를 비롯해 디즈니사 애니메이션에 푹 빠져든 어른들이 그 대표적인 예다. 전국 곳곳에 생기는 소품샵이나 각종 캐릭터 상품이 인기를 끄는 것도 예 중 하나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귀여운 것을 찾는 어른이 전혀 이상하지 않게 됐고 그 덕에 펭수는 어린이뿐만 아니라 어른도 즐길 수 있는 캐릭터가 될 수 있었다.



  하지만 펭수가 다른 캐릭터보다 더 귀엽다고는 할 수 없다. 자세히, 오래 들여다봐야 펭수의 귀여움을 찾을 수 있다. 그렇다면 사람들은 다른 캐릭터에서 찾을 수 없던 어떤 점을 펭수에게서 찾을 것일까. 바로 무례함이다. 적당한 선을 넘을 듯 넘지 않는 말과 행동은 재미의 요소가 된다. 또 사람들이 풍자 개그를 즐기는 이유처럼 내가 하지 못하는 것을 대신해 줘 보는 이에게 후련한 마음이 들게 한다. 펭수 이전에 아나운서 장성규 씨 또한 유튜브 채널 ‘워크맨’에 출연하며 선 넘는 언행을 해 ‘선넘규’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다소 무례해 보이지만 개그맨 못지않은 언변을 선보여 해당 유튜브 채널은 구독자 300만명을 넘겼고 장성규 씨 또한 유명인사가 돼 각종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펭수의 재치 넘치는 입담은 그가 속한 곳이 교육의 중심 EBS라는 사실과 대비돼 아이러니한 재미를 더한다.



  이처럼 펭수는 이전부터 대중들이 좋아했던 요소를 한데 합쳐놓은 캐릭터다. ‘맛없없(맛없을 수 없는)’ 음식처럼 인기 있는 요소들을 모아놓았으니 주목받지 않을 수 없다. 따라서 왜 뜬금없이 인형 탈 알바에게 열광하느냐는 말은 조금 억울하다.



  하지만 펭수의 인기에서 엿볼 수 있는 2~30대의 생활 모습은 펭수의 영상처럼 유쾌하지만은 않다. 사실 성인들이 아동의 것에 관심을 두기 시작한 지가 꽤 됐고 이제는 무례함 유머가 됐다. 답답하고 우울한 현실을 사는 이들이 마냥 행복할 수 있는 어린이용 콘텐츠를 즐긴다. 또 현실에서 속 시원히 말 못 하는 이들이 남들의 무례한 언행에서 대리만족을 느낀다. 포털사이트에서 연령별 많이 본 기사 순위에서도 청년층의 관심을 볼 수 있다. 4~50대는 주로 정치, 사회문제를 다룬 기사를 많이 보며 2~30대는 주로 가벼운 사회 이슈, 연예인 소식, 범죄 관련 뉴스를 많이 본다. 그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우리나라 20대 중 한 명인 기자의 시선에서 봤을 때 정치 뉴스는 의미 없게 느껴질 뿐이다. 매번 같은 일이 반복될 뿐 뭔가 해결된다거나 좋아진다는 느낌을 받기는 어렵다. 그냥 내 기분만 나쁘게 할 뿐이니 보지 않는 것이 더 도움이 된다. 그리고 그 대신 내 기분을 전환해줄 재밌고 밝은 콘텐츠를 찾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펭수는 또 다른 피난처가 됐다. 웃음을 통해 활력을 줄뿐더러 따뜻한 위로까지 건네니 어떻게 좋아하지 않을 수 있을까.



  펭수의 인기가 언제까지 계속될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처음 어떤 의도로 기획한 것인지 알 수 없지만 사람들에게 펭수는 이제 하나의 캐릭터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앞으로도 그래 주길 바랄 뿐이다. 펭-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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