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족보에 대한 각성
서울과기대신문 ㅣ 기사 승인 2017-06-04 21  |  589호 ㅣ 조회수 : 616
어느덧 한 학기의 끝을 향해 시간은 쉬지 않고 달려가고 있다. 이제 모든 학생들의 관심은 곧 진행될 학기말 시험으로 집중될 것이다. 해가 갈수록 청년실업이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하고 있다. 취업을 위해서 좋은 학점을 받고자 하는 학생들의 부담도 커지고 있다. 시험의 주된 목적은 학생들의 학습성취도를 정확하게 평가하는 것이다. 학생들은 자기가 학기 중 배운 지식을 바탕으로, 정당한 방법으로 시험에 임해 자신의 학업능력에 상응하는 학점을 부여받아야 한다.

하지만 오랫동안 대학가에 내려오는 폐단이 있다. 우리대학에도 예외 없이 존재한다. 바로 ‘족보’의 존재이다. 여기서 ‘족보’란 과거에 출제한 시험문제와 정답을 모은 자료집을 말한다. 여러 대학교에서 일부 교수들이 시험문제를 매년 거의 똑같이 내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매년 같은 문제를 출제하진 않더라도 많은 문항을 유사한 문제로 채우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이런 시험인 경우, 족보를 갖고 있다면 시험문제를 미리 알고 좋은 성적을 받을 수 있으니 족보를 찾을 수밖에 없다. 타과생또는 족보를 구할 연줄이나 정보가 없는 학생들은 족보를 가진 학생들과 불공정한 경쟁을 해야 한다. 족보를 통해 해당 교과목의 핵심부분을 알고 효율적으로 공부하는 데에만 이용한다면 비난을 받을 이유는 없다. 그러나 실력이 아니라 정보력과 암기력에 의해 시험성적이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 물론 족보를 가지고 시험 준비를 하고 족보에서 출제된 문제를 통해 높은 점수를 받는 것이 부정행위는 아니다. 그러나 성실히 수업에 임하고, 과제물도 잘 제출하고 열심히 준비한 학생이 이런 학생들보다 점수를 낮게 받는다면 이는 올바른 평가 결과가 아닐 것이다. 그러나 모든 학생이 족보를 공유한다고 해도 교수가 학생들의 학업성취도를 제대로 평가할 수 있는 건 아니다.



동아리, 학생회 등 소수인원으로 조직된 그룹 안에만 내려오는 족보가 존재한다고 한다. 이런 족보 카르텔에 소속된 학생들만이 성적에 이득을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요즘엔 족보가 상업적으로 유통되는 시대로 바뀌었다. 학점 경쟁은 치열한데 개인 공부에만 매달리다 보니 돈을 주고서라도 족보를 구하려는 학생들이 많기 때문이다. 최근 많은 족보들이 온라인 커뮤니티나 인터넷강의사이트를 통해 온라인 콘텐츠 형태로 유통되고 심지어 족보 판매를 대행하는 업체도 생기고 있다. 실제 시험문제로 출제될 가능성이 높으면 가격도 치솟는다.



이렇게 갈수록 심해지는 대학가의 개인주의와 상업화를 막기 위해선 우리 교수 개개인의 각성과 의지가 필요하다. 매년 다른 문제를 출제하여 족보의 존재를 무의미하게 만드는 것이 가장 쉬운 해결책이다. 새로운 문제를 계속 출제하려면 많은 시간이 소요되겠지만 이를 통해 얻는 학습능력평가의 정상화란 열매는 꿀같이 달콤한 것이다. 물론 중요한 개념은 반드시 매년 출제해야 하나 문제를 변형해서 단순암기로는 절대 답을 쓸 수 없게 해야 한다. 학생들에게 중요한 개념이나 반드시 출제되는 문제의 유형을 미리 알려줄 필요도 있다. 내용이 너무 많아서 무엇부터 공부해야 할지 잘 모르는 학생들에게 학습 방향을 제시해 효율적으로 시험 준비를 하도록 도와주는 장점도 있다. 교과목에 따라 차이가 있겠지만 가능하면 open-ended question을 많이 출제하는 것도 족보의 존재를 무의미하게 할 수 있다. Yes, No나 정해진 답이 존재하지 않고 자기만의 대답을 창의적으로 끌어내야 하기 때문이다. 모든 교수들이 또 한 가지 유의할 점은 주입식 교육을 되풀이하는 데서 벗어나 창의적인 교육과 평가방법을 개발하기 위한 노력을 멈추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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