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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시비율확대와 기회균등
기사 승인 2019-11-25 22  |  625호 ㅣ 조회수 : 116

  바야흐로 입시철이다. 우리대학도 지난 월요일에 수시 논술고사가 있어 예비 신입생들의 신선한 아우라로 캠퍼스가 술렁였다. 이날 논술고사를 치른 학생들은 며칠 전 수능시험을 봤고 또 그전엔 수시의 다양한 전형에 맞춰 몇 개 대학에 원서를 지원한 상태로 입시의 긴 여정을 꽤나 지나쳐왔지만 아직도 갈 길이 멀다. 미처 치루지 못한 논술고사 일정을 다 끝내고 나면 수시면접이 기다리고 있고 수시에서 탈락한 학생들은 또다시 정시 원서접수라는 눈치게임 한판승이 남았다.



  올해 입시는 어찌됐든 이렇게 마무리 될 것이다. 그러나 조국사태로 불거진 학생부종합전형(이하 학종)의 잠재된 불공정이 수면위로 드러났고 학부모와 학생의 들끓는 분노는 결국 대통령까지 나서서 학종의 폐해를 줄이고 입시 공정성을 강화하기 위해 정시확대가 필요함을 역설하기에 이르렀다.



  교육부는 이미 2018년에 2022년 입시에서 정시비율을 30% 선으로 정해놓은 바있지만 대통령과 그 배후의 국민의 목소리에 주요대학의 정시비율은 40%이상으로 조율되고 있는 듯하다. 작금의 상황에서 정시비율확대 찬성과 반대를 주장하는 의견들로 온 나라가 소란하고 언론들은 전문가들과 학부모 및 수험생의 실질적인 의견을 분석해서 대안의 가능성을 제시하기보다는 이편 저편의 의견들을 생체로 쏟아내고 있다.



  정시비율확대를 반대하는 한 축은 지역별 교육격차에 의해 상대적으로 불리한 지역학생들의 상위권 대학 진학의 출구였던 학종의 감소가 결국엔 그간 추구되었던 지역 균형을 훼손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다른 한 축은 대입전형의 공정성과 정시비율확대를 연결짓는 것은 적합하지 않으며 정시야말로 부모의 경제력이 진학률에 크게 영향을 미쳐 교육기회 불균형의심화를 초래한다는 주장이다. 결국 지역균형과 교육기회의 불균형에 대한 우려이다.



  한편 정시비율확대 찬성의 한 축은 대입전형의 공정성 강화를 요구한다. 숙명여고 사태와 같이 조작가능한 경우의 수가 배제된 가장 객관화되고 공정한 시험이 수능이므로 학생들이 자신의 실력에 따라 정직하게 평가받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또 다른 한 축은 학종이야말로 부모의 경제력이 진학률에 크게 영향을 미쳐 학생의 노력과 실력에 의한 평가가 아닌 부모의 노력과 재산 및 정보능력에 의해 학생의 능력이 평가되는 불공정한 전형이라는 것이다.



  부모의 경제력이 진학률에 영향을 미치는 정도가 큰 것은 정시수능보다 오히려 학종이 높다는 교육부 통계자료를 주의깊게 볼 필요가 있다. 교육부가 지난 4년간 주요 13개 대학의 전형자료를 분석한 내용을 보면 학종과 수능 두 전형 모두에서 고교 유형별 합격률이 동일하게 나타났는데 진학률은 과고·영재고, 외고·국제고, 자사고, 일반고 순으로 높았다. 흥미로운 것은 두 전형에서의 합격률 비율이다. 학종의 경우 과고·영재고의 합격률은 26.1% 외고·국제고는 13.9%, 자사고와 일반고는 각각 10.2%, 9.1%이다. 1위와 2위를 차지하는 과고영재고와 외고국제고의 합격률 차이는 2배에 이른다.



  한편 수능의 경우를 보면, 고교 유형별 합격률의 간격은 촘촘해진다. 즉, 과고·영재고의 경우, 24.3%, 외고국제고는 20.2%, 자사고와 일반고는 각각 18.4%와 16.3%이다. 수능 전형의 경우 고교유형별 합격률의 차이는 학종에 비해 크지 않음을 알 수 있다. 다시 말해 과고와 일반고의 합격률이 17%차이를 보였던 학종에 비해 수능의 경우 그 차이는 8%로 줄었다. 고교유형에 따라 학종 준비를 위해 필요한 소위 스펙의 질과 양은 천차만별이다. 학종의 경우 이러한 스펙의 차이로 인해서 이미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레이스를 시작하는 경우가 더욱 빈번하니 금수저 전형이라는 비판을 피하기란 쉽지 않아 보인다.



  수능보다 학종을 통해서 지역학생들이 인서울에 성공한 비율이 높으므로 지역균형에 학종이 효과적이고 사교육의 혜택을 상대적으로 덜 받는 학생들을 위한 기회균형에도 바람직하다는 주장에도 다른 시각을 투영해 볼 수 있다.



  먼저 정시비율을 현재의 20~ 30%대에서 다소 증가시켜 상대적으로 학종에 불리한 수도권 입시의 기회균형 역시 고려하고 정시를 통해 경쟁의 공정성을 높이는 것이 지원을 받고 학종을 준비하는 학생들을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보완책은 아닌가.



  진정 지역과 기회의 균형을 위해서라면 학종 비율의 유지가 아닌 기회균형전발전형의 정원외 선발 비율 확대가 보다 효과적일 수 있다. 거주 지역별 정시비율확대에 대한 찬반 의견을 보면 서울 경기는 확대찬성이 63.8%, 그 외 지역은 32.4%로 나타났다. 공정성과 지방의 사교육 불평등이 주된 배경이다. 그러나 여기에서 지역 균형은 있지만 정작 더욱 절실한 기회균형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정시확대를 반대하는 목소리에는 진정 소외계층을 위한 기회균형의 배려가 아닌 지역에서 학종의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고 있는 일부 지역기득권층의 고성은 아닌가.



  평소 신중한 정책행보와 달리 교육부도 놀란 갑작스런 대통령의 정시확대 발표는 교육내에서의 공정가치 실현이 가장 중요한 과제임을 인식한 결단에서 비롯한 것이라 생각된다. 이제 교육의 공정가치 실현에 대해 국민이 답할 순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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