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ICBM(사물인터넷, 클라우드, 빅데이터, 모바일)을 바탕으로 한 4차 산업혁명이 인류의 생활과 의식을 몰라보게 바꾸게 할 것이라는 예언을 실현이라도 해 주는 것처럼 인공 지능 기술이 날로 발전하고 있다. 특히 최고 슈퍼컴퓨터가 1만 년이 걸리는 연산을 200초 만에 끝냈다는 양자컴퓨터는 인공 지능의 성능을 1억 배나 증가시켜 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신의 주사위 놀이’에 가려 있던 미지의 베일이 벗겨지려 하는 즈음이다.
10년 전만 하더라도 컴퓨터가 아무리 뛰어도 바둑에서 컴퓨터가 인간을 이길 수는 없다고 믿었다. 당시로는 (19x19)!에 달하는 바둑의 경우의 수를 연산할 수는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양자 컴퓨터가 완벽하게 경우의 수를 연산해 내는 일은 단순한 작업에 불과하며 구구단처럼 쉽다. 과연 양자 컴퓨터를 등에 업은 인공 지능은 어느 영역까지 그 영향을 미칠 수 있을까?
거시 세계에서는 어떤 현상을 결정하는 요인이 무수히 많다 하더라도 그 변수들을 모두 연산할 수 있다면 미래까지 예측할 수 있다고 한다. 그러기에 지금까지 우리가 미래를 정확히 예측할 수 없었던 것은 어떤 현상을 결정하는 변수들을 모두 알지 못했기 때문이다. 아니 사실은 몰랐기 때문이 아니라 계산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북경에 있는 작은 나비의 날갯짓이 한 달 후에 뉴욕의 폭풍’이 되기까지 관여하고 있는 초기조건과 그 조건들의 변화를 계산해 낼 수 있다면 미래에 일어날 일을 예측하는 것이 불가능한 일만을 아닐 것이다. 재미를 위해 로또 당첨번호를 예측하는 일을 생각해보자.
로또 번호를 결정하는 요인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우선 기계의 회전수에 따른 구슬들의 상호작용을 생각할 수 있다. 기계의 회전수를 결정하는 요인과 구슬들의 상호작용을 계산할 수 있다면 번호를 예측할 수 있을 것이다. 먼저 기계의 상태, 전류의 세기 등이 기계의 속도와 회전수를 결정할 것이다. 그리고 온도와 습도 같은 실내 환경 등도 미세하게나마 영향을 끼칠 수 있다. 기계가 어떤 속도로 회전하고, 거기에 번호가 적힌 45개의 구슬이 상호작용을 한 후 어는 순간에 한 개의 구슬이 구멍으로 빠져나올 것이다. 만일 최초에 놓인 구슬의 위치와 기계가 회전함에 따라 번호가 적힌 구슬들의 위치 변화를 계산할 수 있다면 당첨번호를 예측할 수 있지 않을까?
물론 실제에서는 기계의 회전수와 구슬들의 상호작용이 매 순간 디지털 양으로 결정되지는 않으므로 훨씬 복잡할 것이다. 하지만 양자 컴퓨터는 디지털 양을 거의 아날로그 양에 가깝도록 연산해 낼 것이다. 또한 기계의 회전수에 따른 구슬들의 상호작용 이외에 당첨번호를 결정하는 요인이 더 많이 있고, 또 회전수를 결정하는 요인도 더 많이 있겠지만 이런 것들은 인공 지능의 신경 알고리즘이 해결해 줄 수 있다. 이쪽이 꿈속에 허연 수염의 할아버지가 나타나 당첨번호를 알려주기를 기대하는 쪽보다 훨씬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인공 지능뿐 아니라 현대의 과학 기술이 해내리라 예상되는 영역은 날로 확장되고 있고 우리의 관심과 흥미를 끈다. 그러나 인공 지능을 비롯한 기술로 인해 변화될 우리의 삶을 생각하는 일은 그리 즐겁지만도 않다. 과학 기술에서 일어나는 변화나 진보가 대다수 사람들의 삶의 질을 긍정적 방향으로 이끌지만은 않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4차 혁명의 시대를 주창했던 클라우스 슈밥이 염려했듯이 더 많은 사람들이 사회 속에서 자신이 해야 할 역할을 잃어버릴 것이다. 최첨단 기술이 새로운 일자리를 만든다 하더라도 그 분야가 제한적이고 속도는 더디므로 결국 일자리 소멸이 빠르게 일어날 수밖에 없다. 전산화·자동화로 인해 수십 년 동안 일어난 변화를 생각해 보면 그러한 우려가 과장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또 그러한 기술의 결실이 대다수 사람들과 공유되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도 우리를 우울하게 한다. 단언컨대 기술을 보유한 기업과 국가가 인류 전체의 이익을 위해 그 기술을 사용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대다수 사람들과 기술에 뒤진 국가들은 기술을 사용하는 대가로 비용을 치를 수밖에 없고, 그 비용은 결국 빈곤과 삶의 질 저하로 이어질 것이다. 그러기에 기술이 진보할수록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영역을 찾고 그 속에서 자신의 미래를 설계하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