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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의 역할은 무엇인가?
기사 승인 2020-05-12 14  |  629호 ㅣ 조회수 : 2202

  요즘 시대에 우리는 훌륭한 교사들이 많이 사라졌다고 한다. 그리고 존경할만한 교사가 적다고도 이야기 한다. 이는 현재의 교사들이 교사로서 다해야 할 의무와 책임, 그리고 역할을 다하지 않고 있다는 이야기이기도 하겠다. 무언가의 훌륭함은 그 역할과 기능의 충실함과 다함을 전제로 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교사의 기능과 역할이란 무엇인가? 당나라 한유는 사설(師說)에서 스승의 역할이란 ‘구두(혹은 구독), 해혹, 전도(句讀, 解惑, 傳道)’라고 밝혔다. 이 중 가장 기본이 되는 역할은 ‘구두’로 기본적인 읽고 쓰고 이해함을 가르치는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 교육에서 교사를 선발할 때에 가장 기본적으로 지식적인 충분함을 기준으로 하는 것과 비슷한 맥락이다. 더불어 교육이라는 것이 체계 속에 처음 들어오게 된 것도 지식을 전달하여 사회가 요구하는 지식을 가진 사람을 만들어내기 위함이었다는 점에서 훌륭한 교사가 되기 위한 첫 번째 조건은 ‘지식’이라고 할 수 있다.



  ‘지식’이 제일의 조건이라면 그렇다면 왜 현재의 교사들은 이전의 교육자들보다도 훨씬 많은 지식을 축적하고 있음에도 그 각 개인이 훌륭하다고 보기 어려운 것인가? 첫째로 지식적 측면의 훌륭함을 평가하는 기준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이전에는 지식인, 혹은 학자들에게 지식에 대한 독점력이 있었다. 그렇기에 지식의 유무(有無)와 다과(多寡)가 지식적 측면의 훌륭함을 평가하는 기준이 되었다. 하지만 현재에는 지식은 더 이상 독점성을 잃었다. 지식은 어디에서든 얻을 수 있다. 유튜브, 사전, SNS 등 너무 다양한 경로로 지식을 얻을 수 있다. 그렇기에 그 많고 정제화된 지식을 얼마나 잘 전달하느냐가 지식적 측면의 훌륭함을 평가하는 기준이 되어 버렸다. 유튜브로 지식을 얻는 사람들이 많아진 이유 또한 다른 매체보다 시청각적 요소를 활용하여 쉽고 재미있게 지식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며, 아이들이 지식 습득을 위해 학교 교사보다 학원 강사를 찾는 이유도 자신에게 더 잘 설명하여 전달해주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왜 ‘지식’이 제일의 조건이 되었던 것일까? 인간은 기본적으로 더 나은 인간에 대한 욕구를 갖는다. 타인뿐만 아니라 이전의 자신보다도 더 나은 인간이 되고자 하는 욕구를 갖는 것이 인간의 본질이다. 이때 인간에게 ‘더 나은’이란 다양한 측면에서 지향될 수 있다. 그런데 사회가 합리적 이성론과 객관론을 바탕으로 한 지식 체계를 확립하면서 진리에 대한 욕구가 강해졌다. 정확히는 진리를 파악할 수 있으며 우리는 진리만을 추구해야한다는 의식이 팽배하게 되었다. 그리고 지식은 힘이 되었다. 인간 개인의 지향성은 경시되고 자기 주관과 인식이 배재된 절대적 진리와 지식이 사회에서 힘을 얻게 되었다. 더 나은 인간이란 지식을 더 많이 얻은, 진리를 더 많이 아는 사람이 된 것이다. 이에 더 나은 인간이 되고자 하는 욕구를 가진 인간이 자신에게 진리와 지식을 전해주는 사람을 자신에게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게 되었고, 그를 훌륭하다고 하게 된 것임을 추론해 볼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사회의 요구와 수요로 인해서 교사의 가르침 행위가 일종의 ‘technē’가 되어 버렸다. 직업기술화 되어 버린 것이다.



  만약 지식만이 인간의 유일한 욕구이자, 지식이 훌륭한 교사의 척도라면 현재의 경우 학원 강사가 제일 훌륭한 ‘교사’로 추앙받아야 마땅할 것이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그것은 그렇다면 왜 그런 것인가? 우리는 이것의 답을 진정한 ‘선생(先生)’이라고 불리는 사람들에게서 찾아볼 수 있을 것이다. 우리가 수천 년 동안 훌륭한 교사로 인정해 온 소크라테스와 공자님을 생각해보자. 이들은 지식을 전달하는 것도 있었지만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에 대한 답을 제시했다. 이성이 아니라 마음으로 따를 수 있는 진정한 교사인 것이다. 인간의 욕구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생각해 보면 지식 습득이 인간의 기본적 욕구일 수 있지만 더 상위에는 자아실현과 진로의 확신, 삶의 지향성의 확립 등에 대한 근본적 욕구가 자리한다. 지식뿐만 아니라 삶의 방향을 제시해줄 수 있는 교사가 인간의 아주 근본적인 욕구인 ‘더 나은 인간이 되고자 하는 욕구’의 근원적 충족을 꾀하는 것이다. 앞서 언급한 師說에서 스승의 역할 ‘句讀, 解惑, 傳道’에서 마지막 역할인 전도(傳道)가 이에 해당한다.



  현대에 와서 지식의 습득 욕구 충족은 지식의 독점력 상실로 다른 곳에서 충분히 가능하기에 더욱 상위적 욕구에 대한 충족 요구가 강해졌다고 할 수 있겠다. 하지만 앞서 말했듯 사회의 요구에 따라 교사의 가르침 행위가 기술화 되어버렸고, 직업화 되어 1차적 욕구 충족에만 능력 개발 및 평가가 집중되게 되었다. 또한 교사 스스로가 자신의 역할을 지식전달에만 한정하여 버리는 교사들도 많이 생겨나게 되었다. 이러한 문제는 결국 파생적으로 학교 공교육의 저발전과 교사 권위의 추락, 교사-학생 관계의 단절을 낳았다.



  지식을 전달하는 교사가 존경받고 훌륭하다고 불리었던 아주 근원적인 이유는 ‘더 나은 인간이 되고자 하는 욕구’를 충족시켜준다는 것에 있었다. 하지만 현재의 교육이 집중하는 것은 그 근원적 이유가 아닌, 피상적으로 보여 지는 현상들이다. 교사의 역할은 지식 전달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더 나은 인간이 되고자 하는 욕구’의 충족에 있으며 그를 위해서는 ‘어떻게 살아갈 것이냐’에 대한 답과 실마리를 제공해줄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그를 위해서는 교사 자신의 내면적 수양과 더불어 가르침의 행위를 기술로써 여기는 사회 풍조가 바뀌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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