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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별의 닫힌 결말
김수진 ㅣ 기사 승인 2018-11-06 15  |  609호 ㅣ 조회수 : 854


김수진 기자

(영문·18)


  교양 수업을 들으면서 반드시 읽어야 할 책 목록이 있었다. 그중 기자의 눈길을 끈 책은 『앵무새 죽이기』였다. 자극적인 제목만큼이나 스펙터클한 내용이 담겨있을 것 같았다. 제목대로 앵무새를 죽이는 내용인지 아니면 앵무새 죽이기에 다른 깊은 의미가 담겨있는지 궁금증을 자아냈다. 작가가 독자들에게 도대체 무엇을 전달하려고 했는지 고민하는 1분 1초가 아까워 평소 책 읽기에 소홀했던 기자는 책상 앞에 앉아 책을 읽기 시작했다. 20세기 미국 여류작가 ‘하퍼 리’가 쓴 이 책은 소외된 이웃 부 래들리와 두보스 할머니 그리고 억울하게 강간범으로 몰린 톰을 변호하는 애티커스의 이야기가 주를 이룬다. 이야기는 ‘스카웃’이라는 어린 소녀의 시점으로 전개된다. 스카웃은 7살부터 10살까지 자신의 어린 시절을 회상하며 그녀의 오빠인 젬과 함께 어린아이의 시각으로 어른들의 세계에 대한 이해를 넓혀간다.



  이 책을 통해 기자는 2가지의 교훈을 얻었다. 첫째 부 래들리와 두보스 할머니와의 이야기를 통해 ‘소외된 이웃을 향한 관심과 포용’의 중요성을 느꼈다. 부 래들리와 두보스는 고독한 삶을 살아가는 소외된 이웃이다. 부 래들리는 속세와 단절하고 종교적 틀 안에 갇혀 살아간다. 부 래들리는 책 후반부에 가서야 비로소 정체를 드러낸다.



  부 래들리의 정체를 알기 위한 스카웃과 젬의 여러 작전은 소외된 이웃인 부에 대한 작은 관심으로 해석된다. 책에는 “스카웃, 난 왜 부 래들리가 집 안에만 틀어박힌 채 살아가는지 알 수 있을 것 같아…(중략) 그건 단지 그 안에 머물고 싶기 때문일거야”라는 젬의 대사가 나온다. 젬이 소외된 이웃인 부의 마음에 관심을 가지고 이해하려 노력하는 한층 성장한 모습을 보여준다. 만약 기자가 스카웃과 젬이었다면, 부를 멀리하고 편견 있는 시선으로 바라봤을 텐데 어린 스카웃과 젬의 용기가 대단하다고 느꼈다. 스카웃과 젬의 용기가 부를 세상 밖으로 끌어올려 준 한줄기의 썩지 않은 동아줄인 셈이다.



  두보스 할머니는 병이 든 고독한 노인으로 그녀 역시 스카웃과 젬의 이웃이다. 그녀는 성질이 사납고, 애티커스를 검둥이 변호사라고 불러 스카웃과 젬의 심기를 건든다. 병세가 악화돼 오래지 않아 죽음을 맞는다. 이때 할머니를 대하는 스카웃과 젬의 아버지 애티커스의 포용적인 태도가 인상 깊다. “나는 모든 사람을 사랑하려고 최선을 다하고 있다…(중략) 때론 곤란을 받기도 하지만, 스카웃 그것이 나쁜 별명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절대 모욕이 되는 건 아니야”라는 애티커스의 말 한마디. 기자가 흑인을 변호한다고 해서 검둥이 변호사라 불린다면 큰 모욕감을 느꼈을 것이다. 누군가의 누명을 벗겨주려 노력함에도 돌아오는 것이 그런 모욕적인 말뿐이라면 대부분 허망함을 느낄 것이다.



  또한 강간범으로 몰린 흑인 톰을 변호하는 애티커스의 이야기를 통해 ‘인종차별의 참담함’에 대해서 생각하게 됐다. 로버트 이웰은 자신의 딸 마옐라 이웰이 톰에게 강간을 당했다며 톰을 고소한다. 하지만 실상은 이와 반대로 자신의 딸이 톰을 유혹했다. 재판장에서 애티커스가 톰을 변론하고 이 변론은 톰이 죄가 없다는 것을 증명하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배심원들은 흑인이라는 이유로 톰의 손을 들어주지 않았다. 결국 톰은 재판에서 지게 된다. 애티커스는 톰을 위해 다시 재판을 받게 하려고 했지만 톰은 이를 기다리지 못하고 탈출을 감행하여 결국 총살당하고 만다.



  “유죄, 유죄, 유죄” 이는 재판장에서 배심원들의 판결을 읽은 판사의 말이다. 이 장면에서는 인종차별의 참담함을 최고조로 느낄 수 있다. 법정 드라마를 보는 듯한 느낌이 드는 한편으로, 인종차별로 인한 한 사람의 파멸을 직접 볼 수 있는 장면이다. 과연 기자가 배심원이라면 저런 부당한 판결을 아무렇지 않게 내릴 수 있었을까, 톰이 배심원의 가족이어도 판결의 내용이 같았겠느냐는 생각이 들었다.



  톰의 안타까운 죽음을 통해 인종차별이 가져오는 잔인한 비극을 깊이 느낄 수 있었다. 평소에 관심이 없던 인종차별에 대해 깊게 생각해보는 계기가 됐다. 인종차별을 겪어보지 않아 그 당시의 시대 상황도 사람들의 이념도 이해가 되지 않지만, 인종차별은 ‘사라져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차별’에 초점을 두고 이 책에서의 차별과 현대에서의 차별을 관련지어 이야기 해보려 한다. 차별의 결말은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기자에게 차별이란 ‘닫힌 결말’이다. 닫힌 결말의 사전적 정의는 스토리의 끝을 한 치의 의문 없이 완결하는 것이다. 스토리의 결말이 완전히 정해져 있듯이 차별의 결말도 참담함, 비극 등으로 완전히 정해져 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앵무새 죽이기』에서도 차별의 결말은 톰의 죽음이 남긴 인종차별의 참담함, 비극이다. 차별은 언제나 참담한 결과를 낳는다. ‘차별의 결과가 좋았다’라는 말은 어디에서도 들어본 적이 없다. 우리나라에는 장애인 차별, 남녀 성차별, 빈부격차, 사회적 지위로 인한 차별 등 수많은 차별이 존재한다. 가까운 친구들 사이에서 나타나는 ‘왕따’라는 차별을 예로 들어보자. 왕따로 인한 자살, 살인 등의 소식을 뉴스나 신문에서 종종 살펴볼 수 있다. 왕따도 결국 톰이 겪은 인종차별과 다를 바 없이 비극적인 결말을 맺었다.



  이처럼 이 책은 인종차별에 대한 이야기를 통해 기자를 포함한 현대인들에게, 현대 사회에서 나타나는 또 다른 차별에 각성하게 하는 기회를 제공한다. 더는 차별로 인해 톰과 같이 상처를 받는 사람이 생겨나지 않기를 간절히 바란다. 기자는 차별의 결말이 아름다운 결말로 변모하기까지 아니, 차별의 결말이 사라지는 그날까지 노력할 것이다. 차별에 대해 깊게 생각해보는 소중한 기회와 여러 교훈을 준 이 책에 감사의 말을 전하며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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