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사소개 l 공지사항 l PDF서비스 l 호별기사 l 로그인
결국, 문제는 공정함이다
기사 승인 2019-12-08 03  |  626호 ㅣ 조회수 : 70



신윤석

(행정·19)



  타 스포츠에 비해 많은 20대, 30대 젊은 팬층을 보유한 e스포츠에서 최근에 업계를 뒤흔드는 논란이 일고 있다. 많은 팬층을 보유한 리그오브레전드라는 게임 리그에서, 그리핀이라는 팀이 미성년자 선수를 중국 팀으로 임대 이적을 보내는 과정에서 흡사 노예와도 다를 바 없는 계약서를 작성한 것이다. 이 사실은 팀 대표와 불화를 겪다 경질됐던 김대호 전 팀 감독이 인터넷 방송을 통해 선수와 구단의 불공정 계약을 내부고발하며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졌다. 이에 해당 팀 ‘그리핀’을 소유한 주식회사 스틸에잇은 성명문을 통해 반박하며 양측의 공방이 시작됐다.



  많은 팬의 관심이 집중되자 리그를 주관하는 라이엇 게임즈는 사건에 대한 조사를 시작했다. 스틸에잇은 현재 소속 선수들을 통해 오히려 김대호 전 감독의 감독 시절 폭언, 폭행 사실을 인터뷰 기사를 통해 전달했다. 여기에 바른미래당의 하태경 의원이 선수와의 계약이 불공정 계약임을 주장하며 사태에 개입하면서 사건이 커지기 시작했다. 최종적으로 라이엇코리아의 운영위원회는 불공정 계약을 주도적으로 진행한 스틸에잇의 조규남 대표와 선수들에게 폭언, 폭력을 행사한 전 팀 감독인 김대호 감독에게 영구정지 처분을 내렸고 관련 구단인 그리핀에게 벌금 1억 원을 부과했다. 하지만 김대호 전 감독은 선수들에게 폭언, 폭력을 행사한 적이 없다고 반박하며 억울함을 호소했고, 바른미래당 하태경 의원은 이것이 내부고발자에 대한 보복 조치 행위임을 주장하면서 선수와 팀의 계약서를 공개했다.



  공개된 계약서의 내용은 언뜻 일반인이 보기에도 이상한 조항들이 가득했다. 유튜브를 통해 변호사들은 법률상의 문제에 더해 이 계약이 선수에게 족쇄를 채우는 노예계약과 다를 바 없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사실을 알게 된 많은 e스포츠 팬들은 당시 미성년자였던 선수를 이용해 부당 이득을 취한 사실에 분노하며 청와대 국민청원을 시작했다. 그리고 일주일도 되지 않아 20만 명을 채우면서 국민청원의 청와대 답변 기준인 20만 명을 넘어섰다. 여기서 끝이 아니라 네티즌들은 리그를 후원하는 스폰서 우리은행에 민원을 넣으며 ‘스무 살 우리’라는 슬로건에 ‘스무 살 노예’ 스폰이냐며 민원을 넣는 등 재조사를 위한 활동을 계속했다.



  결국, 사건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자 스틸에잇은 사과문을 내걸고 기존 선수들과의 계약을 전부 파기하고 재계약을 원하는 선수와 불공정 항목을 삭제한 새 계약서를 작성하겠다고 발표했다. 리그를 후원하는 우리은행은 내부적으로 사건을 계속 모니터링 중임을 언론을 통해 알렸으며 처벌을 주관한 라이엇코리아의 운영위원회도 김대호 전 감독에 대한 징계를 유보하고 공정한 수사를 위해 외부 기관에 수사를 의뢰했다. 또 운영위원회는 구단인 그리핀에게는 경영진 전면 교체를 요구하고 이를 이행하지 않을 시 리그 시드권 박탈이라는 중징계를 내렸다.



  사실 그동안 기성세대나 정치인들에게서 청년들의 정치참여에 대한 요구가 많았으며, 청년 세대들을 비판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 부당함에 맞서 청년 세대들이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필자는 이 흐름이 박근혜 전 대통령을 탄핵하는 촛불집회부터 시작됐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 흐름은 올해 조국 전 법무부 장관까지 이어졌다. 실제로 고려대와 서울대 학생 각각 500명은 조국 전 법무부장관의 딸이 입시에서 혜택을 받았던 사실에 분노하며 진상규명을 요구하며 집회를 열기도 했다.



  필자는 청년 세대들이 기성세대가 만들어 놓은 질서와 부당함에 순응하는 것이 아니라 직접적인 참여를 통해 목소리를 내고 있다는 점에서 뜻하는 바가 크다고 생각한다. 최근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청년들을 초대한 간담회 자리가 열렸다. 하지만 조국 사퇴를 요구해왔던 대학생 단체 위원장과 자신이 보수를 지지한다는 청년이 자유한국당을 신랄하게 비판하며 기존의 청년들을 초대했었던 보여주기식 간담회와는 다른 모습을 보였다. 지금의 청년들은 좌와 우, 혹은 진보와 보수라는 낡은 이념을 통해서만 움직이는 존재가 아니다. 인터넷, 스마트폰과 함께 자란 청년 세대들은 기존과는 다르다. 더 이상 활자 신문을 통해서 일방적으로 정보를 수용하는 입장이 아니라 SNS를 통해 쌍방향으로 자신들이 얻은 정보를 공유하고 인터넷을 통해 커뮤니티 사이트에서 자신의 정치적 입장을 공개한다. 이를 통해 청년들은 자신이 알고 있는 사실이 무엇이며 자신과 다른 입장은 무엇인지 들어보고 팩트를 체크해보며 합리적으로 판단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필자는 e스포츠에서 비롯된 사태가 진전되는 모습을 보면서 일말의 희열을 느꼈다. 지금, 시대의 화두는 공정함이다. 현 정부와 정치인들이 우리가 더 이상 정치적 프레임에 휘둘리는 존재가 아님을 인식하고 공정함을 토대로 쇄신할 수 있기를 바란다.


기사 댓글 0개
  •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댓글쓰기 I 통합정보시스템, 구글, 네이버, 페이스북으로 로그인 하여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확인
욕설,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합니다.
[01811] 서울시 노원구 공릉로 232 서울과학기술대학교 I 최초발행일 1963.11.25 I 발행인: 김종호 I 편집장: 김선웅
Copyright (c) 2016 SEOUL NATIONAL UNIVERSITY OF SCIENCE AND TECHNOLOGY.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