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사소개 l 공지사항 l PDF서비스 l 호별기사 l 로그인
친절한 사회부 - 셧다운제 편
박수영 ㅣ 기사 승인 2018-03-18 23  |  599호 ㅣ 조회수 : 256
  지난 1월 미국이 셧다운에 돌입했습니다. 미국은 연방정부의 핵심 서비스를 제외한 모든 공공 프로그램을 중단했습니다. 미국의 셧다운은 미국 경제뿐 아니라 전 세계 경제에도 악영향이 생길 수 있다는 점에서 이슈가 됐는데요.

  그러나 셧다운은 우리나라에서 다른 뜻으로 더 유명합니다. 신데렐라법이라고도 불리는 셧다운제를 들어보셨을 겁니다. 우리나라는 만 16세 미만 청소년은 자정부터 오전 6시까지 인터넷 게임을 할 수 없도록 하는 강제적 셧다운제와, 친권자가 요청할 때 만 18세 미만 청소년을 대상으로 특정 게임이나 시간대 접속을 제한하는 선택적 셧다운제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셧다운제는 2011년 11월 처음 도입돼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선택적 셧다운제, 여성가족부가 강제적 셧다운제를 책임지고 있습니다. 청소년의 온라인게임 중독을 예방하고 건강한 성장을 도모한다는 긍정적인 효과를 위해 도입됐지만, 도입 전부터 지금까지 실효성 논란이 끊이지 않습니다.

  청소년의 게임 이용시간을 제한하는 셧다운제지만 부모님 명의로 접속하거나 혹은 셧다운에 해당하지 않은 계정으로 바꿔서 다시 게임에 접속하면 그만입니다. 실제 법의 사각지대에서 게임을 하는 청소년이 많습니다.

  여러 나라에서 셧다운제를 시행했지만, 실패의 쓴맛을 맛봤습니다. 베트남은 오후 10시부터 다음날 오전 8시까지 셧다운제를 시행했습니다. 그러나 게임 이용자들이 셧다운제가 적용되지 않는 PC 패키지 게임이나 해외 온라인 게임을 이용하면서 법이 유명무실해졌습니다. 중국은 게임 접속 5시간 이후 접속이 차단되는 ‘온라인게임중독 방지 시스템’을 도입했지만, 청소년들은 신분증을 도용하거나 해외 서버 접속으로 법망을 빠져나갔습니다. 셧다운제는 게임업계의 판도를 바꿨습니다. 국내에서 18세 미만 이용자를 대상으로 게임을 판매하려면 셧다운제 기능을 추가해야 합니다. 이에 게임계는 청소년층을 포기하고 아예 청소년 이용불가 등급으로 방향을 틀었습니다. 15세 등급을 받는 게임을 18세 등급으로 바꾸려고 재신청을 하는 경우도 발생했죠. 이마저도 실패한 게임계는 모바일 게임이라는 새로운 시장에 뛰어들었고, 모바일 게임 산업이 크게 성장하는 결과를 초래했습니다.

  셧다운제가 시대를 역행하는 제도라는 말도 나옵니다. 전 세계적으로 e스포츠(컴퓨터게임 대회 또는 리그)는 하나의 문화, 스포츠로 자리매김했습니다. 파리올림픽 유치위원회가 2024년 파리올림픽을 앞두고 e스포츠의 정식 종목 채택을 위해 국제올림픽위원회와 논의 중일 정도입니다. 지난해 문화체육관광부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e스포츠 시장이 글로벌 e스포츠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4.9%로 그 영향력은 상당합니다.

  외국 사람이 한국인에 가지는 편견 중 하나가 한국인은 게임을 잘한다는 것입니다. 실제 e스포츠 발전에 기여하는 우리나라 선수가 많습니다. 리그 오브 레전드(LOL)는 세계에서 가장 많은 수익을 올리는 게임입니다. LOL은 매년 세계 최고의 팀을 가리는 ‘리그 오브 레전드 월드 챔피언십(롤드컵)’을 개최하는데요. 우리나라는 지난해까지 5년 연속 우승, 3년속 결승 내전이라는 대기록을 달성하는 등 명실상부 세계 최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선수의 나이가 어릴수록 가치가 높은 e스포츠의 특성상 셧다운제가 우리나라의 e스포츠 발전에 부정적 영향을 주는 것은 자명한 사실입니다. 한 예로 2012년 미성년인 우리나라 선수가 해외에서 열리는 대회에 참석했습니다. 그러나 시차 때문에 자정을 넘겨 강제 접속 종료가 됐고 어쩔 수 없이 기권할 수밖에 없었죠.

  셧다운제는 사실상 유명무실한 법이 된 상태입니다. 이미 청소년 인터넷 게임 이용 시간 감소와 셧다운제의 상관관계는 유의미하지 않다고 밝혀졌습니다. 그럼에도 여성가족부는 셧다운제 폐지에 완강한 태도를 취하고 있습니다. 청소년 게임 중독은 셧다운제가 아니라 부모, 학교가 근본적으로 해결해야 하는 문제입니다. 실효성 없는 정책으로 인해 청소년의 자유가 침해되는 일은 없어야 하지 않을까요?

박수영 기자

sakai1967@seoultech.ac.kr


기사 댓글 0개
  •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댓글쓰기 I 통합정보시스템, 구글, 네이버, 페이스북으로 로그인 하여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확인
욕설,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합니다.
[01811] 서울시 노원구 공릉로 232 서울과학기술대학교 I 최초발행일 1963.11.25 I 발행인: 김종호 I 편집장: 김선웅
Copyright (c) 2016 SEOUL NATIONAL UNIVERSITY OF SCIENCE AND TECHNOLOGY.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