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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핍이 있어도 괜찮은 사랑
박수영 ㅣ 기사 승인 2018-10-11 15  |  607호 ㅣ 조회수 : 55


영화: 문영(2015)

감독: 김소연

출연: 김태리, 정현

 



결핍과 결핍이 만나 동질감으로



  영화 문영은 제목 그대로 문영의 이야기다. 등장인물이 10명도 되지 않는 영화는 64분 동안 문영의 시각으로 채워진다. 그렇기에 문영이라는 인물에 대해서 얘기하지 않을 수 없다. 문영은 청각장애를 가진 10대 사춘기 소녀다. 그녀가 하는 일은 매일 지하철을 타고, 그 속의 사람들을 자신의 카메라에 담는 것뿐이다. 영화는 문영의 모습을 비춰주며 시작한다.



  문영의 특이한 행동에는 이유가 있다. 어린 시절 어디론가 사라진 어머니를 찾아 매일 지하철역이나 거리에서 캠코더를 찍고 자신의 어머니인지도 모를 중년 여성의 영상을 담아 일본에 있는 이모에게 동영상을 보내 어머니를 찾는 과정을 반복한다. 집에는 알코올 중독자 아버지만이 기다리고 있다.



  문영은 한 소녀가 자신의 벽을 허물고 세상으로 나아가는 과정을 그리는 데 초점을 맞춘다. 문영에게 카메라 속 세상은 유일한 그녀의 세상이다. 그러던 중 문영이 자신의 세상 속에 희수를 몰래 담는다. 문영의 그런 모습은 얼마 지나지 않아 희수에게 발각된다. 타인의 영역에 몰래 발을 딛으려다가 들킨 소녀는 자신의 영역에 타인을 들이게 된다.



  자신의 생활에 보호막을 치고 그 안에 숨어서 캠코더로 세상을 바라보던 문영은 희수를 만난 이후 보호막 밖으로 나오기 시작한다. 희수를 자신의 집으로 초대하기도 하며, 희수의 대사대로 사회적 편견을 깨며 맥주 한 캔을 들이키기도 한다.



  문영 앞에서는 밝아만 보이는 희수에게도 말 못할 아픔이 있다. 술에 빠져 살고 욕설을 퍼붓는 아버지를 둔 문영처럼 희수의 남자친구는 욕설과 폭력을 일삼는다. 자신에 대해 솔직하고 수다스러운 희수지만, 커다란 상처 덩이가 들어 있는 것처럼 보인다. 혼란스러운 문영의 사춘기처럼 그녀도 문영을 통해 자신을 찾고 있다. 이는 문영의 조용한 세상과 딱 들어맞는다.



  두 여자는 함께 시간을 보내며 서로 상처의 핵에 가까워진다. 외로운 시간이 채워지고 서로가 필요했던 감정을 주고받는다. 때로는 자매 같으면서도 엄마와 딸 같은 모습을 보여주기도 하며, 연인의 모습을 하기도 한다. 문영은 두 여자가 끌어가는 상처와 연대의 이야기다.



사실은 정말 하고 싶은 말이 있었어



  영화 속 문영은 시종일관 세상에 방어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다. 희수는 문영의 세상을 관객들에게 끄집어 내는 역할을 한다. 모두가 문영의 장애를 알고 물러설 때 희수는 “너 그거 면죄부 아니다?”라며 문영의 삶 속에 깊숙이 파고든다. 우리는 희수를 통해 몰랐던 문영의 행동과 그녀가 세상과 자신을 단절한 연유에 대해 알게 된다.



  사실 문영은 실어증에 걸리지 않았다(이 사실을 가장 먼저 알아차린 사람은 희수다). 이 또한 세상에 대한 단절과 자신 나름의 방어기제였다. 캠코더가 네모난 프레임 크기에만 화면을 담을 수 있는 것처럼 문영은 스스로 프레임 밖을 차단하며 혼자만의 세상을 살고 있었다. 실어증이 자신을 가두기 좋은 수단이 된 셈이다.



  문영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변하고 있었다. 어느 순간부터 하지 않았던 일들을 한다. 구경만 하던 체육 활동에 참여하고, 지하철에서 엄마를 닮은 여자를 발견하고는 숨이 차게 쫓아가 엄마라고 불러본다.



  모든 관계는 말을 주고받음으로 시작되고 상처는 관계로부터 생겨난다. 영화 포스터에 쓰여 있는 한 문장이 눈에 띈다. ‘사실은 정말 하고 싶은 말이 있었어’ 과연 문영이 못다 한 말이 무엇이었을까. “엄마, 나 문영이야” 아마 이 말 아니었을까.



  영화는 주인공 문영의 대사로 끝이 난다. 그녀는 징검다리 끝에서 희수를 바라보며 엄마를 찾았다고 말하고 웃는다. 실제로 그녀가 엄마를 찾았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그녀는 상처를 털어낼 수 있을 만큼 성장했다. 엄마의 사랑에 평생 목말라 있던 문영은 처음으로 희수에게서 사랑이라는 감정을 느낀 것이다. 산산조각난 마음을 희수에게서 치유한 것이다. 그녀가 희수에게 건넨 한 마디는 그녀가 한 발자국 세상에 내딛게 됐음을 상징하는 것이 아니었을까.



박수영 기자

sakai1967@seoultech.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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