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엔 여전히 우리가 밝혀내지 못한 비밀들이 많다. 사람들은 그것을 ‘불가사의’라 부른다. 이런 불가사의는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함과 동시에, 우리의 역사 지식을 한 차원 끌어올린다. ‘오파츠’도 그중 하나다. 오파츠란 ‘Out-of-place artifact’의 약자로 그 당시의 기술력을 아득히 뛰어넘는 유물을 말한다. 이 오파츠는 대부분 조작됐거나, 잘못 해석돼 부풀려진 경우가 많다. 하지만 몇 가지는 과학적으로, 그리고 역사적으로 입증됐다. 우리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오파츠의 비밀을 파헤쳐 보자.
기원전 1세기에 컴퓨터가? 안티키테라 기계
학계에서 기원전 1세기 오파츠로 여겨지는 가장 확실한 유물은 바로 ‘안티키테라 기계’다. 그리스의 난파선 안에서 발견된 안티키테라 기계는 현재 아테네 국립 고고학 박물관에 전시돼 있다. 이 유물은 그냥 녹슨 금속 덩어리 같은 모습이다. 하지만 X-레이 촬영을 통해 유물 내부 안에 수많은 톱니바퀴가 맞물려 있는 것을 발견했다. 조사 결과 이런 기술은 2000년 후인 19세기에 와서야 다시 등장한다.
안티키테라 기계를 본떠 모형을 만든 결과, 이 유물은 해와 달의 움직임을 계산하는 ‘아날로그 컴퓨터’임이 밝혀졌다. 기계장치를 통해 계산을 하는 아날로그 컴퓨터가 기원전 1세기에 등장한 것이다. 안티키테라 기계는 화성이나 금성 등 태양계 6개 행성의 주기도 계산할 수 있었다. 이런 천체의 움직임은 고대인들에게 시간과 계절을 알려 주는 중요한 지표였다. 그 뿐만 아니라, 4년에 한 번씩 찾아오는 올림픽을 공지하는 기능도 있다는 것이 최근에 밝혀졌다. 안티키테라 기계는 천체의 움직임을 계산하고 시간과 계절을 알려주는 그 시대의 ‘컴퓨터’였다.
2000년 전에도 전기를 썼을까? 바그다드 전지
대부분의 오파츠라 추정되는 유물은 학자들 사이에서 의견이 분분하다. ‘바그다드 전지’도 그 중 하나다. 바그다드에서 발견된 이 유물은 14cm 정도의 토기에 가운데 철심이 박혀있는 구조다. 단순해 보이지만 이 바그다드 전지는 말 그대로 최초의 전지로 추정된다. 실제로 바그다드 전지의 모형에 포도주를 담았더니 전기가 통했다. 지금껏 최초의 전지는 19세기에 볼타가 만든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 만약 바그다드 전지가 전지로 이용됐다면 무려 2000년 전에 전기를 이용했다는 뜻이 된다. 과학자들은 이 바그다드 전지를 이용해서 전기 도금을 했을 것으로 추정한다.
하지만 반론도 만만치 않다. 단순히 포도주를 담는 용기일 뿐 그런 용도로 사용했다는 것은 과잉 해석이라는 것이다. 어찌됐든, 바그다드 전지의 용도는 수수깨끼로 남아있다.
그 밖에 이처럼 인정된 오파츠는 매우 드문 편이다. 대부분은 학자들의 오해로 인해 오파츠로 알려진 것이다. ‘킴바야 유물’은 이런 대표적인 예시다. 이 유물은 비행기와 닮은 생김새 때문에 ‘고래의 비행기’로 오해받았지만, 알고 보니 민물 메기를 본따 만든어진 것이었다. 이처럼, 여러 오파츠는 단순한 ‘해프닝’으로 끝난 것이 많다.
하지만 오파츠는 단순히 흥미 거리로 끝날 것이 아니다. 우리가 알지 못했던 잃어버린 역사의 조각이다. 아직 미지의 영역으로 남아있는 고대사의 퍼즐이 한둘씩 완성되기를 기대해 본다.
윤성민 기자 dbstjdals0409@seoultech.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