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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비붙은 기자들
윤성민, 박수영 ㅣ 기사 승인 2017-10-15 10  |  592호 ㅣ 조회수 : 84
찬성 - 시장은 만능이 아니므로 지원해야 한다

시장은 변덕스럽다. 천재지변, 집단 간의 이해관계, 한 사람의 욕심 때문에도 요동치는 곳이 시장이다. 시장이 알아서 자원을 잘 분배하고 사회를 발전시킬 거란 기대는 망상에 불과하다. 적어도 사람답게 살 수 있는 환경을 시장의 논리로 재단해서는 안 된다는 뜻이다. 사람답게 살 수 있는 환경에는 식량도 포함돼 있다.



식량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국가가 각종 비상사태에 대비해서 식량을 비축하는 일은 필수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이런 당연한 상식과 동떨어져 있다. 작년 기준으로 우리나라의 식량자급률은 50.8%에 불과하다. 더구나 우리의 주식인 곡물은 자급률이 23.8%다. 80%에 육박하는 나머지는 다 수입에 의존한다. 결국, 우리나라의 ‘식량 주권’은 국외 시장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셈이다. 전세계 곡물시장은 ▲카길 ▲ADM ▲LDC 등 다국적 기업이 주무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곡물 가격은 이 다국적 기업의 의도에 따라 요동칠 수 밖에 없다. 따라서 우리의 주식인 쌀 만은 보조금을 통해 보호해야 한다.



필리핀의 사례는 반면교사 할 만하다. 필리핀은 한 해에 두 번 쌀을 거둘 수 있음에도 최대의 쌀 수입국으로 전락했다. 그 결과는 참혹했다. 2008년 쌀 폭동이 일어났으며, 작년에는 쌀 부족에 분노한 시민과 경찰의 충돌로 시민 3명이 희생되는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신자유주의의 확대로 발생한 2008년 식량위기로 30개 국가가 소요 사태에 빠졌다. 우리나라가 이런 식량 부족의 광풍을 비켜갈 수 있었던 이유는, 쌀 만큼은 우리가 자급자족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쌀 자급률은 100%를 약간 웃도는 정도다. 다른 곡물에 비해 쌀은 쌀 농가 보조금 덕분에 자급자족할 수 있었다. 농촌의 노후화와 기술 부족, 그리고 국외 시장 개방 등 농촌이 해결해야 할 문제는 산더미다.



이런 환경에서 정부가 보조금마저 중단한다면 농촌에 더는 희망이 없다. 우리나라의 보조금 정책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비판이 따른다. 따라서 쌀 농가의 경쟁력을 근본적으로 높이는 방안도 병행돼야 한다. 하지만 농가가 계속 쌀농사를 짓기 위해서라도 보조금은 필수다.



쌀 농가의 수익성은 계속 떨어지고 있다. 시장 논리에 따르면, 수익성이 나지 않는 사업을 정부가 떠받들 이유가 없다. 하지만 쌀은 우리 식량 주권의 마지노선이다. 쌀 수요가 줄어든다 해도 쌀이 가지고 있는 주식의 자리가 사라진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2008년 식량위기가 보여주듯, 식량을 시장의 변덕에 맡기기에는 너무나 우리의 생명과 직결돼 있다. 이제는 우리나라가 고질적인 ‘시장만능주의’에서 벗어날 시점이다.



윤성민 기자 dbstjdals0409@seoultech.ac.kr



반대 - 정책에 있어 답은 하나가 아님을 명심하라



부도 직전인 꿈도 희망도 없는 기업이 있다고 가정하자. 당신이 주주라면 이 기업에 계속 투자를 할 것인가? 아니면 주식을 팔고 다른 유망한 기업에 투자할 것인가? 바보가 아닌 이상 전자를 선택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망해가는 기업을 쌀 재배 농가에 대입해보자. 실제로 쌀 소비량은 해마다 급감하고 있다(1인당 쌀 소비량 1980년 132kg→2015년 63kg). 쌀 재배 농가에 투자하는 것보다 다른 작물 재배 농가에 투자하는 편이 이득인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현실은 다르다. 쌀 소비량은 줄어드는데 쌀 재배면적과 생산량은 좀처럼 줄어들지 않고 있다. 2000년 이후부터는 쌀 공급량이 계속 초과된 상태이며, 쌀 소비량은 점점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공급 과잉에도 농가가 쌀농사를 포기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가장 큰 이유는 쌀에 치우친 정부의 보조금 정책 때문이다. 현재 정부는 쌀 가격 하락에 따른 손실분 대부분을 세금으로 보전해주고 있다.



쌀 수요가 줄어듦에 따라 국내 쌀 농가 보조금은 점점 증가하고 있다. 매년 정부가 국제 시세보다 훨씬 비싼 값으로 쌀을 사들이고 있다. 재고량이 더는 보관하기조차 어려울 정도로 넘쳐난다. 쌀 소비 감소는 쌀 공급 과잉이라는 결과를 야기했다. 이는 쌀 재배 농가의 소득 감소를 불러왔고, 정부는 보조금 등의 지원을 할 수밖에 없는 것이 현 상황이다. 그야말로 악순환의 연속이다.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에도 우리나라의 쌀 재배 농가는 점점 몰락하고 있다. 역설적이게도 가장 큰 책임은 정부에게 있다. 쌀값 폭락은 정부가 정확한 수요 예측과 효과적인 재고 관리 등을 제대로 하지 못해서 생긴 일이다. 만약 정부가 효과적으로 쌀 생산량과 재배면적을 줄였다면 결과는 달랐을 것이다.



우리나라와 비교해 일본의 사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일본은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식생활 서구화에 따른 쌀 소비 감소와 공급 과잉 사태에 직면했다. 결국, 일본의 아베 총리는 2013년 쌀 정책 개혁을 추진했다. 일본은 정부 보조금에 의존해왔던 쌀 산업의 경쟁력을 높이고, 다른 작물로의 전환을 유도하기 위해 쌀 농가 보조금을 줄이는 대신 콩·밀·보리 등 다른 작물에 주는 보조금을 확대하는 쪽으로 보조금 정책을 개편했다.



지금까지의 정책 기조와 다른 길을 찾아야만 한다. 향후 한미자유무역협정(FTA) 등 경제 교류 확대에 따라 더는 쌀 시장을 보호하기 어려워진다면, 쌀 재배 농가는 진정한 위기를 겪을 것이다. 쌀값 폭락 사태를 막기 위해서, 아니 쌀 재배 농가를 살리기 위해서는 쌀에 치우친 보조금 정책이 아닌 다른 수단이 필요할 때다.



박수영 기자 sakai1967@seoultech.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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