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필 공포일까?
우리는 언제 공포를 느낄까. 늦은 밤,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혼자 걸어갈 때 누군가 뒤에서 쫓아오는 오싹한 느낌. 높은 곳에서 아래를 볼 때 떨어질 것 같은 아찔함. 기괴한 소리가 주는 청각적 자극 등 다양한 공포 원인이 존재하고, 개인마다 느끼는 정도는 천차만별이다. 공포는 괴로운 일에 대한 두려움과 무서움으로 정의된다. 공포를 느끼는 것은 자신의 안전을 위협하는 것으로부터 도피하려는 본능적인 현상이다. 생명을 지키기 위해 신속히 그 상황을 피하라는 신호인 셈이다. 이때 신체는 생존을 위한 준비를 한다. 동공이 커지면서 시야를 확보하고, 몸을 움츠려 방어한다. 심장이 요동치며 혈류량이 증가해 신체가 빠르게 움직일 수 있는 상태를 만든다. 또한 에피네프린이 분비되면서 스트레스에 잘 대처하도록 한다. 아이러니하게 같은 상황이라도 극복할 능력이 있다고 판단하면 공포를 느끼지 않는다. 예를 들어 어린 시절부터 뱀을 자주 봤던 사람은 뱀의 습성과 약점에 대한 정보가 있기에 큰 두려움에 떨지 않는다. 이처럼 공포는 개인의 대처 능력과 지식의 영향을 받는다.
이런 불쾌한 감정을 즐기는 애호가들이 있다. 자신의 시간, 돈, 노력을 투자해서 굳이 두려움을 느껴야 하는지 의문이 든다. 하지만 공포에 중독되는 이유가 있다. 첫 번째는 공포체험을 통한 대처능력 향상이다. 덴마크 오르후스대학 클라센 교수와 연구진이 공포물 애호가 1,000명을 조사한 결과, 그들은 지능과 감정에 문제없는 정상적인 사람이었다. 또한 언제 닥칠지 모르는 위협을 대처하기 위해 공포를 즐긴다고 주장했다. ‘나는 저 상황에서 어떻게 대처할까?’, ‘그 방법이 최선이었을까?’ 등 안전한 공간에서 가상으로 만들어진 공포를 간접 체험하며 대처능력을 기른다는 것이다. 두 번째는 카타르시스다. 사람은 가상공간의 주인공이 처한 어려운 상황과 위협을 지켜보며 공포의 감정을 생생하게 전달받는다. 주인공이 역경을 이겨내며 문제를 해결할 때, 카타르시스를 느끼고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것이다. 세 번째는 신체적 변화이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사람은 공포를 느낄 때, 위협에 대처할 수 있는 상태로 신체가 변한다. 특히 공포상황에서 싸우거나 도망갈 때 식은땀이 나며 소름이 돋는 과정에서 일시적으로 추위를 느낀다. 따라서 공포물 애호가는 공포로 인한 오싹함으로 무더운 여름을 시원하게 보내려 한다.
다양한 공포체험이 궁금해? 오싹한 공포체험!
공포를 즐기는 가장 대중적인 방법은 공포 영화다. 집중이 잘되는 영상과 음향을 통해 시원하고 편안한 공간에서 공포를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공포 영화는 다양한 장르가 있다. 대표적으로 영화 〈엑소시스트〉 같이, 악령·영혼·사후 세계를 다루는 오컬트(Occult), 영화 〈할로윈〉, 〈스크림〉 같이, 끔찍한 살인마가 등장해 영화 속 등장인물을 무차별적으로 죽이는 슬래셔(Slasher) 등이 있다. 공포 영화 외에도, 다양한 소재를 활용하고 직접 주인공이 돼 공포에 맞서는 체험이 속속 등장하기 시작했다.
공포체험 하면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귀신의 집이다. 불과 20년 전만 해도 귀신의 집 같은 공포체험은 긴 머리를 풀어 헤친 채 소복을 입고 관람객들을 깜짝 놀라게 하는 정도였다. 하지만 공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더 수준 높고 오싹한 공포 테마파크들이 등장했다. 대표적인 공포 테마파크로는 경기도 용인시에 위치한 에버랜드의 ‘호러메이즈’가 있다. 2011년 오픈한 호러메이즈는 미로 테마의 놀이 시설이다. 내부는 흉가를 연상케 할 정도로 음산하다. 어둑한 실내에서 오직 희미한 손전등에만 의지한 채 수술실, 고문실, 감옥 등을 체험하게 된다. 중간중간 귀신과 좀비가 깜짝 출몰한다. 전체 이용자의 약 30%가 중도 포기할 정도로 무섭다. 에버랜드 ‘호러메이즈’는 영화 〈곤지암〉의 한 장면처럼 적외선 셀프 캠으로 나만의 공포체험 인증 영상을 찍을 수 있다.
제주도 애월읍에 위치한 공포 테마파크 ‘고스트타운’에서는 난이도 최상의 공포 VR을 즐길 수 있다. 〈령: 저주받은 인형〉은 원탁에 둘러앉아 저주받은 인형과 귀신 놀이를 즐기는 VR 게임이다. 국내에선 유일하게 고스트 타운에서만 체험이 가능하다. 〈령: 저주 받은 인형〉은 여럿이 하는 VR로, 협동의 묘미를 느낄 수 있다. 〈고스트 영상관〉은 제주 토종 귀신 ‘그슨새’에 관련된 내용으로, 제주 현지 자체에서 제작한 VR 공포 영화이다. VR 게임을 통해 자신이 공포 영화의 주인공이 된 것 같은 기분을 느낄 수 있다.
‘썸머 호러나이트 투어’는 서울시티투어 버스에 귀신과 좀비가 출몰하는 이색 이벤트이다. ‘썸머 호러나이트 투어’는 최신 유럽형 오픈 탑 버스를 타고 ▲한강 ▲여의도 ▲세빛섬 ▲성수대교 ▲남산 등의 서울의 아름다운 야경을 만끽하면서 무더위를 날려줄 오싹한 공포체험까지 한 번에 즐길 수 있다. 투어 도중 좀비, 귀신과 인증샷을 남길 수도 있다.
다음 공포 콘텐츠는 침대 위에서도 오싹함을 한껏 느낄 수 있는 공포체험이다. 집에서 할 수 있는 공포체험이라면 흔히 공포 영화나 공포 게임 등을 떠올릴 것이다. 하지만 이번에 추천할 공포체험은 그것보다 더 생동감과 현장감이 넘친다. 바로 대한민국 최초 리얼 고스트 헌터 윤시원 씨의 유튜브 채널이다. 윤 씨의 방송은 기존 공포체험과는 달리 다양한 장비를 이용해 귀신을 추적하는 공포 미스터리 1인 방송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윤 씨는 서양의 고스트 헌터가 사용하는 첨단 장비를 이용해 방송을 진행한다. 자기장 변화의 세기에 따라 단계별로 불이 들어오는 EMF(전자기장) 측정기, 적외선 탐지기가 탑재된 모션 인식 카메라 등을 통해 기이한 형상과 영혼의 존재를 포착하기 위해 노력한다. 또 흉가체험 현장을 생방송으로 송출하기 때문에 시청자들에게 긴장감과 몰입을 선사한다.
Yes I Can... Horror Games
게임 이름: Granny
출시 일자: 2017. 11. 27
#무서운 할머니 #모바일 게임 #탈출 #18세 이상
Granny는 1인칭 공포 탈출게임으로 다운로드 건수가 1억이 넘은 대표 모바일 공포 게임이다. Granny는 할머니라는 뜻으로, 5일의 시간 안에 할머니를 피해 몰래 집을 탈출하는 게임이다. 게임의 배경은 오두막집으로 각 방에 숨겨진 열쇠와 아이템들을 찾아 1층 현관문을 통해 탈출해야 한다. 열쇠나 아이템들은 집안 곳곳에 숨겨져 있다. 이를 찾으려다 소리를 내면 할머니에게 들키게 되고 목숨을 잃게 되므로 최대한 조용히 찾아야 한다. 돌아다니는 할머니를 피해 침대 밑, 옷장 안에 숨는 것도 가능하다. 옷장 안이나 침대 밑에 숨어 나를 찾는 할머니의 뒷모습을 볼 때는 공포감이 절정에 다다른다.
Granny는 1인칭 게임인 만큼 몰입도가 높은 게임이었다. 작은 소리 하나하나에 주의를 기울일 때 느껴지는 긴장감 또한 공포 게임을 한층 더 오싹하게 만든다. 집안을 탐색하며 다양한 아이템의 위치를 추리해 차근차근 탈출 계획을 이뤄나가는 게임 방식은 게임에 대한 집중도를 높인다. 게임이 한 번 죽었다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DAY 1부터 DAY 5까지 이어지기 때문에 실수하더라도 연이어 플레이할 수 있어서 초보자도 쉽게 도전해볼 만한 공포 게임이다. Granny는 핸드폰과 컴퓨터 두 기기에서 모두 플레이가 가능하다. 모바일에서 플레이하기 복잡하다고 느낀다면, 어플리케이션 다운 프로그램을 이용해 컴퓨터에서 넓은 화면으로 즐길 수 있다.
게임 이름: Pacify
출시 일자: 2019. 02. 23 가격: 5,500원
#4인용 #친구와 함께 #mission #비명 #몰입감
#사운드필수
친구와 함께 공포를 느끼고 싶다면, Pacify를 시작해보자. Pacify는 싱글과 멀티플레이가 가능한 공포 게임이다. 임무완수를 위해 서로 협동할 수 있는 점이 기존 공포 게임과 다르다. 게임 내에서 대화는 불가능하지만, 랜턴을 깜빡거리며 신호를 줄 수 있다. Pacify는 귀신이 사는 저택에 찾아가 임무를 완수하고 악령을 쫓아내는 게임이다. 악령을 쫓기 위해서는 저택 곳곳에 숨어있는 인형을 화로 안에 넣고 태워야 한다. 이를 위해 나무와 성냥을 모아야 하는데, 악령은 괴상한 웃음과 비명이 섞인 소리를 내며 임무를 방해한다. 어두운 화면과 반복되는 괴상한 소리로 공포감을 자아낸다.
기자는 싱글 플레이로 도전했다. 랜턴만 사용하다 보니 시야 확보에 어려움이 있었다. 게임 안에 주어진 임무를 진행하면서 악령을 몇 번 마주치긴 했지만, 크게 위협을 느끼지 않았다. 악령이 멍하니 서 있거나 따라와서 당황스러웠다. 화로에 태워야 하는 인형이 처키처럼 생겨 무서웠지만, 후반부에는 뛰어다니는 모습이 귀엽게 느껴져 공포 게임이 맞나 의심스러웠다. 하지만 반복되는 괴성은 끝까지 적응하기 힘들었다. 공포감을 극대화하고 싶다면 조용한 곳에서 이어폰을 꽂고 플레이하는 것이 도움 된다.
게임 이름: Sophie’s Curse(소피의 저주)
출시 일자: 2016년 3월 17일 가격: 5,500원
#답답함 #허드렛일 #난이도쉬움 #방심은금물
중요한 상황에서 생각처럼 일이 풀리지 않을 때, 더욱 조마조마해진다. 소피의 저주는 이런 감정을 잘 느낄 수 있는 공포게임이다. 게임 속 주인공은 누군가의 부탁을 받고 이층집 할아버지 간호를 하는 중이다. 하지만 전력이 부족해 4개의 크랭크 전구를 꺼지지 않게 돌려야 한다. 6번의 체크포인트가 있고, 다음 날 아침 해가 뜰 때까지 버텨야 한다. 한곳에 오래 머물지 않도록 명심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흰옷에 긴 생머리를 한 소피를 만나게 될 것이다.
기자는 어렵지 않은 임무로 잠시 방심했다. 마우스를 사용해 1, 2층의 전구를 켜는 것을 반복했다. 처음에는 생각보다 시간이 넉넉했는데 갑자기 다음 체크포인트가 다가올 즘, 여러 전구의 전력이 동시에 줄어들었다. 빠르게 줄어드는 전구부터 크랭크를 돌리고 1층으로 내려오는 찰나, 소피를 만나 매우 놀랐다. 이 게임에서 두려움은 잠깐 방심한 사이 찾아온다. 크랭크를 반복해서 돌리다 보면, 잠시 소피의 존재를 잊게 된다. 게임 난이도가 쉽고, 필요한 사양도 높지 않다. 단순 반복형 게임이라 공포 게임을 처음 시작해도 쉽게 즐길 수 있는 게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