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리우데자네이루 대성당(좌). 샤르트르 대성당(우)
KBS 다큐공감 ‘빛의 오케스트라’에서 성당의 스테인드글라스 제작과정을 다뤘다. 종교적인 측면보다는 예술로서 스테인드글라스를 소개했다. 스테인드글라스를 만들기 위해 작가는 건물 유리창의 크기를 실측하고, 그 공간에 최대한 오래 머무르면서 시간에 따라 바뀌는 햇빛을 활용할 방법을 고민한다. 또한 작은 유리 조각일지라도 두께와 깨진 모양에 따라 빛이 변하기 때문에 심혈을 기울인다. 스테인드글라스가 빛과 함께해야 비로소 예술로서 진가를 발휘하기 때문에 ‘빛의 오케스트라’라고 표현한 것이다.
스테인드글라스는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지만, 중동지방에서 처음 시작됐다고 전해진다. 10세기 무렵 유럽과 중동 지방의 교류가 활발해지면서 스테인드글라스가 유럽으로 전해졌다. 10세기에 유행하던 로마네스크 양식과 결합하며, 성당과 수도원에서 스테인드글라스가 제작되기 시작했다. 이후 성당 건축이 활발해진 12세기에 스테인드글라스가 황금기를 맞았다. 뾰족하고 하늘로 높게 치솟은 고딕 양식의 성당 건축이 유행했다. 당시엔 전기가 없었기 때문에 많은 창문을 설치해서 어두운 성당 내부로 많은 햇빛이 들어올 수 있게 했다. 이 당시 제작된 스테인드글라스는 샤르트르 대성당, 쾰른 대성당, 캔터베리 대성당에 있다.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훼손이 없어 많은 관광객이 찾는 스테인드글라스 명소가 됐다. 르네상스 시기와 근대를 지나면서 스테인드글라스 기술은 더욱 정교해졌고, 더 큰 크기도 제작할 수 있게 됐다. 저택, 공공 및 상업용 건물의 대형 유리창에 스테인드글라스를 활용해 빛이 주는 아름다움을 표현한다.
또한 스테인드글라스는 ‘가난한 사람의 성경’이라 불리기도 했다. 과거 글을 모르는 사람들에게 종교적 주제를 묘사하기 위해서 스테인드글라스를 활용했기 때문이다. 이처럼 성당에 주로 활용되다 보니 점차 스테인드글라스는 성당의 상징처럼 자리 잡았다.
중림동 약현 성당
-중구 중림동, 사적 제252호-
약현 성당은 1892년 성당이 세워질 당시, 유교 국가인 조선에 최초의 고딕식, 서양식 벽돌조 건물로 역사적 가치가 있다. 이후 1998년 화재로 소실됐다가 현재의 모습으로 복원됐다.
약현 성당의 스테인드글라스는 천주교 박해로 순교한 이들을 추모하는 의미를 담았다. 약현 성당은 붉은 벽돌의 따뜻함과 아담한 크기 때문에 많은 부부의 결혼식 장소로써 이용되고 있다.
혜화동 성당
-종로구 혜화동, 등록문화재 제230호-
혜화동 성당은 약현 성당과 명동 성당에 이어 우리나라에 세 번째로 만들어진 성당이다. 이 성당은 고딕 양식이 아닌 직육면체의 단순한 건물이다. 근대 성당 건축의 효시라 평가받고 있다. 혜화동 성당 곳곳에서 스테인드글라스를 찾아볼 수 있다. 성당 출입문도 다양한 색의 작은 스테인드글라스로 꾸몄고, 양 측면의 스테인드글라스가 대성당의 내부를 비춘다. 독특하게도 유리창의 크기와 배치가 불규칙하다. 또한, 스테인드글라스에 종교적인 요소를 직접 표현하지 않고, 추상적인 이미지로 표현했다는 특징이 있다.
성북동 성당
-성북구 성북동-
성북구 성당은 혜화동 성당과는 다르게 조용한 주택가에 위치한다. 건물의 크기도 아담하다. 이곳에서는 한국적인 스테인드글라스를 볼 수 있다. 흔히 성당의 건축물과 예술은 천주교의 교리를 담기 때문에 이국적인 분위기를 풍기기 쉽다.
하지만 성북동 성당의 스테인드글라스는 한복에 삿갓을 쓴 사람, 한글로 적힌 책의 제목, 단청 문양, 한옥의 창호 등 우리나라의 전통적인 소재가 포함돼 있다. 한국적인 스테인드글라스와 밝은색 벽돌 때문에 다른 곳에 비해 따뜻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 ‘빛에서 빛으로’ 전시 전경
프랑스 샤르트르 대성당은 대표적인 고딕 양식의 건축물이다. 높은 건물과 첨탑, 좁고 긴 창문의 스테인드글라스가 특징이다. 12~13세기에 제작된 스테인드글라스 창이 보존돼있고, 총 172점의 스테인드글라스가 있다. 지난해 샤르트르 대성당에서 전통을 지키고 현대 미술의 접목을 위해 스테인드글라스 창작품 공모전을 진행했다.
6개월의 심사 끝에 우리나라 방혜자 화백이 최종 선정됐다. 방 화백의 작품은 ‘빛과 생명, 사랑, 평화’의 메시지를 담고 있으며, 샤르트르 대성당 종교 참사 회의실에 설치될 예정이다.
경기도 광주시에 위치한 영은미술관에서 샤르트르 대성당에 설치될 4개의 스테인드글라스 모형과 방 화백의 다양한 작품이 전시 중이다. 전시 ‘빛에서 빛으로’에서 지난 60여 년간 작품 활동을 통해 형성된 독특한 조형 언어를 체험할 수 있다. 프랑스 파리의 세르누치 박물관과 연계한 이번 전시는 내년 1월 12일(일)까지 진행된다.
스테인드글라스가 성당에만 있거나 예술가만 다룰 수 있는 작품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최근 스테인드글라스를 활용한 다양한 공방이 생겨났다.
기자는 직접 스테인드글라스 공예에 도전해 봤다. 기자가 체험한 공방은 서울시 성북구 성북동에 위치한 ‘여니 공방’으로, 우리대학에서 40분 정도 거리에 있다. 선캐쳐는 아메리카 원주민들이 밝은 태양 빛의 기운을 집안으로 불러오기 위해서는 사용하던 풍수 도구이다. 선캐쳐를 만들기 위해서는 먼저 도안을 선택한다. 도안을 선택한 후에는 유리 연마 연습을 한다. 먼저 유리에 펜으로 자신이 자르고 싶은 모양을 그린다. 유리 칼로 도안에 맞게 자른 후 유리를 고정하는 도구인 러닝플라이어를 이용해 유리를 분리한다. 후에 글라스펀치를 이용해 분리된 조각을 둥글게 다듬으면 된다. 언뜻 보기에는 간단해 보였지만 유리 자르기는 쉽지 않았다. 유리 칼이 유리 위에서 의도대로 움직이지 않을 뿐 아니라, 힘 조절을 잘못해도 유리가 잘리지 않거나 깨지기 일쑤였다. 특히 곡선처럼 굴곡이 있는 모양들은 유리를 돌려가며 잘라야 했기 때문에 더 어려웠다.
연마 연습이 끝난 후에는 유리를 선택한다. 기자는 선캐쳐가 햇빛에 비쳤을 때를 고려해 무늬 있는 유리를 위주로 골랐다. 유리를 고른 후부터가 실전이다. 먼저 도안을 오려준다. 그다음 오린 조각을 유리 위에 대고 펜으로 따라 그린 후, 연습 경험을 되살려 유리를 자른다. 도안들은 앞서 연습했던 간단한 모양들보다 복잡해서 자르기 어려웠다. 기자는 열심히 유리를 잘랐지만, 그 모양이 좋지 못했다. 그래서 선생님의 도움을 받아 유리 자르기를 마쳤다.
유리를 다 자른 후 유리 조각의 날카로운 부분이나 울퉁불퉁한 부분을 그라인더(연마)를 사용해 다듬는다. 그라인더를 사용하기에 앞서 유리 조각에 바셀린을 바른다. 이는 유리에 그려둔 선이 지워지지 않게 하기 위함이다. 바셀린을 바른 후 그라인더에 유리 조각을 올려두고 양손으로 방향을 잡아가며 유리를 다듬는다. 기자는 이 과정에서 한 조각을 너무 과하게 다듬어 조각과 조각 사이에 공백이 발생했다.
모든 조각을 다듬고 조각 표면에 동테이프를 감는다. 동테이프를 감는 이유는 유리는 유리끼리 붙을 수 없기 때문이다. 조각 표면에 동테이프를 감을 때는 꼼꼼하게 붙여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나중에 조각이 떨어질 수도 있다. 기자는 이 부분이 가장 힘들었다. 동테이프의 가운데 부분에 딱 알맞게 조각들을 붙여나가야 했는데, 조각의 굴곡진 면이 많아서 가운데에 맞춰 조각을 붙이는 게 쉽지 않았다. 이후에는 납땜 및 부식 작업을 한다. 인두기를 이용해 납땜한다. 위험하기 때문에 꼭 장갑과 마스크를 착용해야 한다. 먼저 전체적인 모양을 생각해서 조각을 맞추고, 조각이 움직이지 않게 가접한다. 그 후에는 동테이프가 보이지 않을 때까지 납땜해주면 된다. 앞서 그라인더를 사용할 때 생긴 공백 부분도 납땜하면서 채워준다. 꼼꼼히 납땜했다면, 완성된 선캐쳐를 세척한 후 벽면에 걸 수 있도록 체인을 단다. 체인을 달 때 크리스털 장식 등을 함께 달면 후에 빛의 그림자가 더 풍성하게 비친다.
선캐쳐를 완성하기까지는 총 3시간 30분 정도의 시간이 소요됐다. 기자는 스테인드글라스 공예가 쉽고 간단하리라 생각했는데, 직접 해보고 나니 생각보다 많은 과정을 거쳐야 하고 세세한 부분까지 신경 써야 했다. 하지만 그만큼 완성품에 대한 애정을 느낄 수 있었다.
중간고사가 끝나고, 가을 햇빛도 예쁜 지금. 반짝반짝 아름답게 빛나는 스테인드글라스 공예에 도전해 보는 건 어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