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교양 강의를 사야하는 불편한 현실
수강신청 기간이 되면 페이스북과 에브리타임 등 학내 커뮤니티에서는 강의 교환·양도와 관련된 글이 게시된다. 심지어 강의를 양도해주면 소정의 사례를 하겠다는 이들도 적지 않다. 수강신청 때 원하는 강의를 신청하지 못해 필수과목을 수강할 수 없게 됐거나, 학점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2018학년도 1학기 기준, 개설된 교양 과목은 약 200개이다. 이중 약 120개 과목이 교양선택 과목이며, 나머지가 교양필수 과목이다.
교양필수 과목중 일부는 실용영어회화(1)와 고급실용영어회화(2)처럼 둘 중 한 과목만 수강해도 되거나 영역별 한 과목만 수강해도 된다. 따라서 실질적으로 수강할 수 있는 과목 수는 더 적다. 게다가, 약 80개의 교양필수 과목에는 단과대학과 각 학과에서 개설한 과목이 포함돼있어, 타과제한 때문에 수강할 수 없는 과목이 있다.
교양선택 과목 수는 약 120개이지만 개설된 강의 수는 약 200개 정도이다. 평균적으로 한 과목당 1.6개의 강의가 개설되는 셈이다. 한 강의를 수강할 수 있는 인원이 약 40명이라고 가정한다면 한 학기에 교양선택 과목을 들을 수 있는 학생은 8,000명이다. 이는 우리대학 재학생 수가 약 1만명인 것을 감안하면 매우 적은 수치다.
우리대학 재학생 70%,
교양 과목 만족 못해
본지가 2·3·4학년을 대상으로 시행한 설문조사 결과 총 응답자 수 121명 중 52명(43%)이 우리대학의 교양 강의에 대해 불만이라고 답했다. 매우 불만이라고 답한 학생도 33명(27.3%)으로, 교양 강의에 대해 만족한다고 답한 학생이 6명(5%)인 것과 비교해 압도적이었다.
우리대학의 교양강의의 질에 대한 물음에는 60명(49.6%)이 보통이라고 답했지만, 다양성에 대한 물음에는 불만이 43명(35.5%), 매우 불만이 64명(52.9%)인 것으로 나타났다. 대체로 우리대학 학생들이 교양 강의의 다양성 부족 문제가 심각하다고 여기고 있다.
또한, 어떤 분야의 교양과목이 신설됐으면 좋겠냐는 물음에서 인문학 분야(28.1%)를 선택한 학생들이 가장 많았다. 이어 예술 분야(24%), 자연과학 분야(16.5%) 등이 뒤를 이었다. 기타 의견으로는 ▲실습 위주의 과목 ▲심리학, 금융 투자 등과 관련된 실용적인 과목 ▲융합적 성격의 과목 등이 있었다.
더 나은 교양과목을 위해 개선됐으면 하는 점으로는 65명(53.7%)이 강의 주제의 다양화를 꼽았다. 위의 설문조사 결과와 일맥상통하는 결과다. 이어 42명(34.7%)이 수강인원 확충을 꼽았다. 많은 학생은 강의 주제 다양화와 수강인원 확충이 동시에 이뤄지길 바라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외에도 강의력과 인품이 훌륭한 교수 초빙 등 다양한 의견이 있었다.
우리대학 교양과목에 대해 바라는 점에 관해 묻는 항목에서는 교과목 종류와, 개설되는 강의 수가 확충돼 정말 듣고 싶은 강의를 듣고 싶다는 학생이 많았다.
공학인증 과목을 필수로 들어야 하는 학과의 학생들은 이를 맞추다 보면 듣고 싶은 강의를 못들을 때도 있고, 공학인증 강의가 적어 맞춰 듣기가 어렵다는 의견도 있었다. 고학년의 경우 이미 대부분의 교양을 수강해 더 들을 과목이 없다는 의견도 있었다.
강의 평가가 좋지 않은 강의는 폐강될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답한 학생이 있었다. 편입생은 3·4학년으로 개설된 강의만 들을 수 있어 불편하다는 학생의 불만도 있었다.
강의 수뿐만 아니라,
다양성도 부족
본지에서 시행한 설문조사 결과 많은 학생이 강의 수 확충과 더불어 다양한 교양과목이 개설돼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 이는 타 대학과 비교해보면 그 문제가 두드러지게 드러난다.
우리대학에는 숙명여대의 ‘승마’, 인하대의 ‘행복한 남과여’, 이화여대의 ‘합창’, 서울대의 ‘흔들리는 20대’, 건국대의 ‘알프스 지역 전설과 요들송’ 등과 같이 제목부터 큰 흥미를 끌어당기는 강의가 많지 않다.
심리학, 미술치료, 여러 어학 강좌와 같이 ‘재밌는’ 강의는 수강하고자 하는 학생 수보다 수강 정원이 턱없이 부족해 수강신청 날 운이 따라주지 않는다면 수업을 들을 수 없다. 최근 신설된 별과 우주, 성과 사랑의 역사 또한 마찬가지이다.
꾸준히 인기있는 강의의 수가 늘어나거나, 수강정원이 증원된다면 더 많은 학생이 강의를 들을 수 있지만, 이러한 조치도 취해지지 않고 있다. 심리학, 미술치료, 별과 우주는 모두 딱 한 개 강좌만 개설돼 있고, 심지어 성과 사랑의 역사는 이번 학기에 개설되지 않았다.
이러한 상황이 계속되자 결국 학생들은 강의 주제와 상관없이 과제가 적거나 시험 부담이 적은 강의를 찾는다. 어느새 좋은 강의란 다양한 지식을 얻을 수 있는 강의가 아닌, 편하게 들을 수 있는 강의를 뜻하는 말이 돼버렸다.
대형강의 신설, 사이버 강의 등으로 문제 해결하는 타 대학
부실한 교양 과목의 문제는 비단 우리대학만의 문제는 아니다. 2010년 한국과학기술원(이하 KAIST)는 교양과목을 증설해달라는 학생들의 의견을 수용해 매번 수강 정원을 초과하는 강의의 정원을 늘리고, 약 100명~150명 정도의 학생이 수강할 수 있는 대형 강의를 신설했다.
KAIST 관계자는 예산 문제 등으로 당장 강의를 신설하는 것은 무리가 있어 다음과 같은 방식으로 학생들의 불편을 최소화하게 됐다고 밝혔다. KAIST는 ▲교양과목을 수강하지 못해 졸업을 못 하게 된 졸업예정자 구제 ▲교양과목 정책에 대한 전반적인 논의 자리 마련 등으로 교양과목 부족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
충북대, 서울여대, 인하대, 충남대, 중앙대 등 여러 대학은 사이버 강의를 통해 교양과목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도 한다. 주로 OCU(Open Cyber University Of Korea)에서 개설한 강좌로, 수업은 온라인으로 진행된다. 시험은 컴퓨터로 진행한다. 사이버 강의는 강의실이 필요하지 않아 정원이 평균 100명 정도로 넉넉한 편이고, 강의 종류도 매우 다양하다.
주윤채 기자
qeen0406@seoultech.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