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민기 씨가 학교를 떠났지만 그를 향한 폭로는 계속됐다. 하루가 멀다하고 청주대학교 졸업생들의 구체적인 증언들이 쏟아졌다. 그야말로 파파괴(파도파도 괴담만 나온다)다. 강의 도중 제자의 가슴을 만지고, 커플인 제자에게 성적인 말을 던지고, 자신을 거역하는 학생에게 망신을 주는 등 학생의 진술로 드러난 그의 악행은 책으로 엮어도 될 정도다. 그럼에도 조민기 씨는 도리어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7년간 근무했는데 남는 것이 이거라면 무슨 의미가 있겠느냐”는 조민기 씨의 말은 박근혜 前 대통령의 “내가 이러려고 대통령 했나 자괴감 들고 괴로워”를 생각나게 한다.
일련의 조민기 씨의 사태를 보며 느낀 점은 두 가지다. 첫째는, 대학교수의 성추문은 생각 이상으로 비일비재하다는 것이다. 기자가 신입생이었을 때다. 중간고사를 일주일 앞두고 교수가 시험문제를 알려주면 좋겠냐고 물었다. 수강생은 여학생보다 남학생이 많았고, 남학생의 목소리가 크게 들렸다. 그러자 교수는 ‘대답은 여학생이 해야 하는데’라고 웃으며 말했다. 당시에는 많은 학생이 웃고 넘겼지만 이는 성희롱 발언이다.
우리대학에서 성희롱으로 징계를 받은 교수가 있다. 문예창작학과 C 교수는 성희롱이 담긴 시를 학생에게 보내는 등 성희롱을 일삼았다. 그러나 C 교수에게 내려진 징계는 ‘고작’ 3개월 정직이었다. 그리고 지금 그는 별 탈 없이 교단에 서 있다. 지난해 3월에 열린 간담회에서 C 교수는 세대 차이를 들먹이며 자신의 행위를 정당화했다. 당시 C 교수는 “솔직히 학생에게 축하해주기 위해 다가간 행동이 성적 수치심으로 느껴지는지 이해를 못 하겠다”고 말했다.
기자가 두 번째로 느낀 점은, 대학교수의 성폭력을 공론화하기가 산 넘어 산이라는 것이다. 교수와 학생 사이의 성폭력은 권력의 불균형 관계에서 발생한다. 피해자는 교수의 성추문 행위에 발생한 문제를 제기하기가 어렵다. 자신의 개인신상 정보가 공개돼 부당한 일을 당하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 때문이다. 특히 자신이 학내·외 관련 기관에 피해 사실을 제보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 가해자로부터 사적인 보복을 당하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도 있다. 또, 학내·외 관련 기관에 공론화하더라도 가해자가 피해자를 오히려 명예훼손으로 고소하지는 않을지 걱정하기도 한다. 이런 불균형한 권력관계에서 학교의 방관적인 태도는 피해자에게 또 다른 상처를 준다.
대학에서 벌어진 성폭력 사건에서 피해자들에 대한 보호가 이뤄지기는커녕, 오히려 피해자에게 심리적인 불안감을 가중시킨 사례는 쉽사리 찾아볼 수 있다. 학교의 방관적인 태도는 학교가 피해자보다 가해자 측, 우월한 지위에 있는 편에 서서 사건을 축소·은폐 한다는 인상으로 이어진다. 이미 벌어진 일은 차치하더라도, 피해 학생이 다시 피해를 입지 않도록 막는 것은 전적으로 학교가 책임져야 할 일이다. 학내 성폭력을 예방하고 피해 구제가 제대로 이뤄지기 위해서는 피해 학생이 직접 신고하고, 대처해야 하는 틀에서 벗어나, 학교 차원의 대처가 필수적이다.
학교는 학생들이 들어야 하는 과목에서 해당 교수를 배제하든지, 혹은 피해 학생이 졸업하기 전까지 휴직하도록 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총장이 성폭력을 저지른 교수를 직접 고발하는 등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도 한 방법이 될 수 있다. 그동안 학생의 꿈을 인질로 자행된 성폭력이 학생을 지켜주고 지도해줄 교수로부터 비롯돼 왔다. 학생의 권익을 지켜야 할 학교는 마치 제3자인 양 적절한 조치를 하지 않았다. 스승이라는 탈을 쓴 채 학생에게 상처를 주고 기회와 도약할 힘을 빼앗은 이들에게 응당한 처벌이 내려지길 바란다.
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