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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당신의 감성을 깨울 편지의 힘
김주윤, 한혜림 ㅣ 기사 승인 2018-10-11 16  |  607호 ㅣ 조회수 : 12
  10월 9일 하면 무엇이 생각나는가. 우리나라 사람이라면 한글날을 떠올리기 쉽다. 하지만 전 세계로 눈을 돌려보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10월 9일은 세계 우편의 날이다. 1969년 만국우편연합(UPU, Universal Postal Union)이 전 세계 경제 발전에 기여하고 있는 우편의 역할을 널리 알리기 위해 제정한 날이다. 만국우편연합은 효과적인 우편물 교환을 통해 세계 경제, 문화 영역에서의 협력을 증진하기 위해 1874년에 설립된 UN 전문 기구이다. 우리나라는 1900년에 가입했으며 현재 총 192개국이 가입돼 있다. 매년 세계 각지에서는 우편의 날을 기념해 캠페인, 우표 전시회 등을 실시하며 기념 우표의 발행, 배지 및 티셔츠 판매를 통해 우편 관련 제품과 서비스를 홍보한다.



  우리나라에서 우체국을 이용하는 우편제도는 언제부터 시작됐을까? 근대 우편제도의 시작은 1884년 홍영식이 미국·일본 등에서 보고 고국으로 돌아와 우정총국을 창설하고 인천에 본국을 둔 것에서부터다. 그러나 같은 해 갑신정변으로 인해 우정총국이 폐지되고 우편제도도 중지됐다. 1896년 조선의 모든 제도가 개혁됨과 동시에 다시 우편제도가 부활했다. 이때 서울을 비롯해 각 지방에 우체사가 설치됐으며 중앙에는 통신원이 생겼다. 마침내 1900년, 우리나라가 만국우편연합에 정식 가입하고 국제우편이 시작됐다.



  1905년 일본의 침략으로 강압에 의한 한일통신 합동조약이 체결됨에 따라 한국의 우편 기관은 일본의 손에 넘겨졌다. 광복 후 우편제도는 미 군정에 의해 운영되다가 1948년 대한민국 정부 수립과 더불어 통신의 총괄기관으로 체신부가 설치되고, 우편법을 비롯한 관계 법령이 제정됐다. 우체국은 1면 1국(1개 면에 1개 우체국)의 원칙하에 비약적으로 증설됐으며 매일 배달제*를 실시했다. 1970년에는 기계화를 위해 우편 번호제와 규격 봉투제가 시행됐다. 1997년 시대의 흐름에 맞춰 다기능 우편과 전자우편이 개시됐고, 현재에 이르러 세계 어디와도 우편물 교환이 가능한 현대적 우편 체제를 갖추게 됐다.





  그러나 다양한 시도를 거쳐 탄생한 현재의 우편 체제는 외면받고 있다. 정보화 시대로 접어들면서 우편의 전망은 어두워졌다. 우편을 대체할 E-mail, 문자, SNS 등 다양한 수단들이 등장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우편만의 매력과 강점은 존재한다. 우편이 감성을 풍부하게 해주는 아날로그 소통수단임은 변하지 않는다.



*매일 배달제: 낙도와 산간벽지에서 이틀이나 사흘 만에 한 번씩 배달되던 우편을 매일 배달하는 방식





  편지를 보낼 때 늘 함께하는 것이 바로 우표다. 우표는 우편물에 첨부돼 요금 납부 사실을 확증하는 역할을 한다. 우표는 우편 체제와 역사를 함께하며 오랜 시간 발전해 왔다. 세계 최초의 우표는 액면 가격이 1페니인 흑색 우표와 2펜스인 청색 우표로 1840년 영국에서 발행됐다.



  이들은 각각 페니 블랙(Penny Black)과 펜스 블루(Pence Blue)라는 애칭으로 불렸다. 같은 시기 우편 요금을 미리 표시한 우편 봉투도 최초로 사용됐다. 우리나라 최초의 우표는 1984년 등장했다. 우정총국의 개설과 함께 근대식 우편제도가 확립되며 처음으로 5종 우표를 발행했다. 이는 1984년 11월 18일 한성-인천 간 우편 업무에 최초로 사용됐다.





  우표는 시대의 흐름에 따라 다른 특성을 가진다. 우리나라 우표는 4개 시대로 구분할 수 있는데 첫 번째는 정부 수립부터 1960년대까지다. 이 시기는 단조로운 색상을 재현하는 인쇄술 수준에 따라 단색 분판을 통해 도안됐다. 그 후부터 20세기 초까지는 컬러 인쇄 기계의 도입으로 핸드 드로잉을 통한 컬러 디자인이 시작됐다.



  20세기 후반에 들어서며 컴퓨터그래픽의 다양한 기법을 적용해 이미지합성, 변형, 3D 드로잉 등 특수 시각효과가 풍부해졌다. 우표 디자인에도 이를 활용한 디지털 드로잉이 활성화됐다. 21세기부터는 핸드 드로잉의 감성적인 장점과 디지털 드로잉이 가진 특수효과의 장점이 합쳐져 일명 ‘디지로그’ 시기라 불린다.



  우표는 발행 전 5단계를 거쳐야 한다. 먼저 우표 발행 심의를 통과해야 한다. 이는 역사·문화·언론·디자인 등 각계 대표 전문가로 구성된 우표 발행 심의 위원회가 다음 연도에 발행할 우표를 심의해 결정하는 과정이다. 우표 주제가 결정되면 디자이너를 선정한다. 이 과정에서 표현기법, 아이디어, 독창성 등이 검토된다.



  선정된 디자이너는 원도 디자인을 시작한다. 주제에 부합하는 내용을 작은 공간에 축소, 표현하며 개성 있는 기법으로 디자인한다. 도안이 나오면 전문가에게 자문과 검증을 받은 후, 디자인 심의를 거쳐 최종 도안이 결정된다. 이 6-7개월의 긴 여정 끝에 세상에 단 하나밖에 없는 우표가 발행된다.



  우표는 ‘축소된 예술’이라고 불리는 만큼 아름다운 모습으로 수많은 이야기를 전해준다. 우표를 수집해 자신만의 백과사전을 만드는 사람들도 있다. 러시아의 마지막 황제 니콜라스 2세와 미국 제32대 대통령 프랭클린 루스벨트가 대표적인 우표 수집가들이다.



  우표 수집에는 발행된 순서대로 수집하는 방법과 주제별로 수집하는 방법이 있다. 주제별 우표 수집은 특정한 주제로 이야기를 엮는 테마틱 우취*로 발전시킬 수 있다. 이는 해당 분야에 대한 지식을 쌓는 특별한 방법이다.



*우취: 우표로 수집, 연구하는 취미를 가리키는 단어





  기자는 세계 우편의 날을 기념해 특별한 편지를 써보기로 했다. 고민 끝에 느린 우체통을 활용해 스스로에게 편지를 쓰기로 했다. 스스로에게 편지를 쓴다는 것이 어색했지만, 1년 후의 모습을 그리며 적어나가다 보니 어느덧 집중하며 편지를 쓰는 기자를 발견할 수 있었다.



  느린 우체통은 빠름을 중요시하는 21세기에 기다림의 의미를 일깨우기 위해 지방 자치 단체가 특정 장소에 설치한 우체통이다. 전국 곳곳에 설치돼 있으며 기자는 명동에 위치한 서울 중앙 우체국 내 우표 박물관의 느린 우체통을 이용했다. 이용방법은 간단하다. 우편 창구에서 우표(편지지, 편지봉투 포함)를 구입해 편지를 작성한 후, 받는 주소와 새 우편 번호를 기재해 느린 우체통에 넣으면 된다.





  기자도 우표를 사 우체국 한쪽에서 미래의 나에게 편지를 썼다. 편지를 쓰며 힘들었던 시간과 부족한 나의 모습들, 바라는 미래의 모습을 떠올리며 진지해졌고, 시끄러운 우체국 안에서 금세 혼자만의 시간에 빠져들었다.



  한 줄씩 적어나가다 보니 편지지 한 장을 빽빽하게 채웠다. 스스로 전하고 싶은 말이 이 정도로 많았나 싶었다. 늘 속으로 생각하고 다짐하는 것이 전부였는데 글로 풀어나가다 보니 차분하게 나를 돌아볼 수 있었다. 막 성인의 길목에 들어서 어려운 것도 많고 고민도 많은 지금, 내가 주체가 되어 앞으로 나아갈 삶의 방향에 대해 고민해 보는 특별한 시간이었다.



  사람들은 스스로 편지를 쓰는 것은 물론이고, 수기 편지 자체를 자주 쓰지 않는다. 우편을 통해 전달되는 것은 각종 고지서와 홍보물뿐 정성이 담긴 수기 편지는 보기 힘든 현실이다. 빠르고 편리하게 소통할 수 있는 디지털 소통수단에 익숙해진 우리에게 수기 편지는 불편하고 어색한 구세대적 소통수단이 됐다.



  기자는 이번 기회를 통해 수기 편지만의 매력을 느꼈다. 내 손으로 한 자씩 적어나가는 정성과 고스란히 담기는 진심은 감성을 자극하기에 충분한 수기 편지만의 힘이다. 손이 많이 가고 느리다는 단점이 있지만 진정성과 기다림의 미학을 느낄 수 있다.



  스스로에게 편지를 쓴 일도 특별한 경험이 됐다. 스스로 전하는 말이다 보니 꾸밈없이 속마음을 드러낼 수 있었다. 그동안의 기자와 미래의 기자를 동시에 마주했다. 사랑하는 나 자신에게든 다른 누군가에게든 정성이 담긴 마음을 표현하는 것은 기쁜 일이다. 조금 느리고 부끄럽더라도 진심을 담은 편지로 마음을 전해보는 것은 어떨까.



김주윤 기자

yoon6047@seoultech.ac.kr



한혜림 기자

hyeeee14@seoultech.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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