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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는 어떻게 강팀이 됐나
박수영 ㅣ 기사 승인 2018-11-19 23  |  610호 ㅣ 조회수 : 1143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 정규시즌 14.5게임의 격차, 어우두(어차피 우승은 두산)라 평가되던 ‘2018 한국시리즈(이하 코시)’가 지난 12일(월) 막을 내렸다. 하지만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린 팀은 두산이 아닌 ‘언더독’ SK였다. SK는 압도적 우승이 점쳐지던 두산을 또, 또, 또 꺾으면서 창단 후 4번째 우승을 차지했다. 6차전까지 치열하게 펼쳐진 코시는 최초 외국인 감독 우승, 최대 경기차 업셋 우승, 10년만의 리벤지 매치 승리 등 다양한 스토리를 안겼다. SK 우승은 소설로 쓰면 너무 비현실적이라 욕먹을 만큼 극적이었다.



  “일 년 중 가장 슬픈 날은, 야구가 끝나는 날이다” 토미 라소다 前 LA다저스 감독이 한 말이다. 하지만 기자에게는 가장 기쁜 날이었던 지난 12일을 추억하며 SK는 어떻게 우승팀이 될 수 있었는지 분석해보자.



예상한 선발, 예상치 못한 불펜



  정규시즌 SK의 투수진은 리그 최강의 선발진, 리그 하위권의 불펜진으로 요약할 수 있다. 실제로 SK 선발진의 WAR(대체 선수 대비 승리 기여도)는 17.56로 10개 구단 중 압도적인 1위였다. 두산(12.73)보다도 훨씬 높았다. 반면, 불펜진의 WAR는 4.39로 7위에 그쳤다.



  SK 불펜에 가을 DNA라도 장착된 것일까. 세간의 평가를 비웃듯 코시에서 SK 불펜은 선발만큼이나, 아니 그 이상으로 대활약했다. 6경기 동안 SK 불펜진은 24와 1/3이닝 동안 7점만을 허용하는 등 3승을 거뒀다.



  SK 불펜의 핵심은 ‘퍼펙트고딩’ 김태훈이다. 김태훈은 코시 6경기 중 4경기에 등판해 7과 2/3이닝 동안 단 1점을 내줬다. 피로가 쌓일 대로 쌓인 마지막 경기 전까지 그는 미스터 제로였다. 김태훈과 함께 불펜을 책임진 선수는 정영일이었다. 그는 촉망받던 고교 유망주로 미국까지 진출했지만, 혹사 여파로 별다른 활약을 보여주지 못한 채 고국으로 돌아왔다. 정규시즌에서도 큰 활약을 하지 못한 그는 코시에서 백조로 거듭났다. 무려 5경기에 등판해 6이닝 동안 단 1점도 내주지 않았다. (한편 고교시절 정영일을 혹사한 박철우 감독은 현재 두산 1군 벤치코치로 있다. 정영일로서는 자신을 혹사한 감독에게 보란 듯이 복수한 셈이다)



  SK 선발진의 위력도 여전했다. 박종훈, 문승원, 켈리, 김광현이 이어 던진 선발진은 32와 2/3이닝을 책임지면서 10점을 내줬다. 이외에도 후반기부터 부진의 늪에 빠져있던 산체스의 부활과 신예 김택형 등 단비 같은 선수들이 두산의 타선을 꽁꽁 틀어막았다.



SK의 승리공식=홈런 그리고 홈런



  야구의 꽃은 홈런이다. 가장 화려한 꽃을 핀 팀은 SK다. 올 시즌 SK 타선을 상징하는 것은 홈런이다. 2018 SK의 팀 홈런은 233개로 10개 구단 중 단연 1위다. 코시 MVP ‘동미니칸’ 한동민, ‘로맥아더’ 제이미 로맥, ‘야구천재’ 최정. 이 세 선수는 정규시즌에 도합 119홈런을 때려내며 홈런군단의 위용을 보여줬다. 이들은 코시에서도 고비 때마다 한 방씩 홈런을 터뜨렸다.



  세 선수 외에도 시즌 중 트레이드돼 맹활약을 펼친 강승호, 안방마님 이재원, 베테랑 김강민과 박정권 등 적재적소에서 터진 SK 타자들은 두산 마운드를 쉴 새 없이 두들겼다. SK는 코시 6경기 동안 홈런 8개를 때려내며 두산 투수진에게 공포를 심어줬다. 특히 마지막 경기였던 6차전에는 동점과 결승 점수를 포함해 총 4점을 홈런으로만 뽑아냈다.



  하지만 엄청난 홈런 수를 감안해도 정규시즌 SK 타선은 리그 평균 보다 약간 높은 수준에 불과하다. 올 시즌 최고의 타선은 두산이다. 정규시즌 두산의 wRC+(조정득점생산력)는 119.8이었다. SK의 wRC+는 103.8이었다. wRC+는 리그와 구장의 성향, 연도별 변수까지 고려한 타자의 득점 생산력을 말한다. 리그 평균 수치를 100으로 가정한다. 예를 들어 125 wRC+를 기록한 선수는 리그 평균보다 25% 득점에 더 기여했다는 의미다. 즉 두산의 득점 창출 수준은 리그 평균보다 19.8% 높고, SK는 3.8%가 높다고 해석할 수 있다. 올해 두산 타자들이 기록한 119.8 wRC+는 37년 프로야구 리그 역사상 역대 8번째로 높다. 가히 정규시즌 두산 타선은 ‘역대급’이라 할 수 있었다.



  그러나 시즌 내내 끈끈함을 자랑하던 두산 타선은 경기 내내 변비 그 자체였다. 김재환*의 부상과 오재일의 부진은 장거리 타자가 SK보다 부족한 두산에게 치명적이었다. 특히 3번 타자로 나선 박건우는 2008년 김현수를 떠올리게 했다. 그는 6경기 동안 단 1안타를 때려내며 0.048의 타율을 기록하는 등 극심한 부진에 빠졌다.



흔들린 SK 수비, 더 흔들린 두산 수비



  전문가들은 SK와 두산의 가장 큰 차이로 수비를 꼽았다. 두산은 최고의 수비수들을 보유한 팀으로, 정규시즌 두산은 최소 실책 팀이었다. 반면, SK는 최악의 수비를 지닌 팀으로 평가받았다. 정규시즌 SK는 최다 실책 2위 팀이었다. 그러나 두산의 수비는 추위 앞에 장사 없었다. 특히 코시 1차전 3:5로 뒤지던 9회초 오재일의 송구 실책과 5차전 8회말 평범한 내야 뜬공을 놓친 김재호의 아쉬운 수비는 경기만이 아니라 시리즈를 내주게 된 치명적인 실책이 됐다.



  예상대로 코시 내내 SK의 수비는 불안했다. 하지만 6경기 동안 두산의 실책은 7개로 5개를 기록한 SK보다도 많았다. 물론 실책 개수로 수비를 판단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그렇다면 포지션 조정을 포함한 평균 대비 수비 승리 기여도(WAAwithADJ)는 어떠했을까. 결과는 다르지 않았다. SK가 0.039로 양수를 기록한 반면, 두산은 -0.029를 기록했다. 쉽게 말해 두산의 수비진은 수비로 오히려 팀에 해를 끼친 것이다.



마지막까지 빛난 힐만의 용병술



  맛있는 음식은 재료만 뛰어나서는 완성되지 않는다. 재료를 적절하게 버무리는 훌륭한 요리사가 필요하다. SK의 우승도 훌륭한 요리사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바로 2년 만에 팀을 왕좌에 올린 트레이 힐만 감독이다. 2006년 힐만은 감독으로서 일본 프로야구 리그(NPB) 우승을 차지했다. 또, 2008년부터 2010년까지 캔자스시티 로얄즈에서 팀을 이끌었다. 이후 7년 만에 다시 감독 자리에 선 힐만은 정규시즌 내내 관리야구를 하며 선수들의 체력을 점검했다. 특히 에이스이자 팔꿈치 수술 후 복귀한 김광현을 특별 관리하며 그가 우승 순간 마운드에 오를 수 있게 도왔다.



  투수교체는 빠르거나 늦거나 둘 중에 하나다. 팬들은 감독의 용병술을 두고 결과론적으로 얘기할 수 밖에 없다. 힐만도 항상 완벽한 투수교체를 보이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는 팀이 어떠한 위기에 놓여도 항상 포커페이스를 유지했다. 넥센과의 플레이오프 5차전에서 충격적인 동점 홈런을 맞고, 역전을 당했을 때 그는 누구보다도 침착했다. 결국, SK는 힐만의 침착함에 힘입어 극적인 끝내기 홈런을 때려내 넥센을 집으로 돌려보내고 코시에 진출했다.



 



  야구에 만약은 없다. 어떠한 IF를 갖다붙여도 2018 KBO리그 우승팀은 SK다. 두산은 4번 타자 김재환*과 불펜 넘버3 김강률이 빠졌지만, 이들이 있었다고 해도 우승은 SK였을 가능성이 높다. (SK도 정규시즌 내내 꾸준한 활약을 펼친 노수광이 빠진 것은 물론, 코시에서 중요한 승부처마다 심판의 아쉬운 판정을 받았다)



  8년 만에 SK에 4번째 우승컵을 선물한 힐만은 내년 SK를 떠나 가족 품으로 돌아간다. 힐만이 떠난 자리는 염경엽 단장이 대신해 SK를 이끈다. 2007년부터 2012년까지 6년 연속으로 코시에 진출하며 왕조를 세웠던 SK는 이후 무능력한 감독과 주축 선수의 부상·노쇠화, 선수 이탈 등으로 한동안 암흑기를 보냈다.



  과연 염경엽 감독이 이끄는 비룡군단의 내년 모습은 어떠할까. 염경엽 호는 SK 왕조의 부활을 위해 인천 앞바다에서 뱃고동을 울리고 있다. 김광현으로 시작해 김광현으로 끝난 2018 KBO 리그를 추억하며 2019 KBO 리그를 기다려본다.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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