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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끌 모아 학점
이건희. 이승훈 ㅣ 기사 승인 2019-05-26 13  |  618호 ㅣ 조회수 : 318

  티끌 모아 태산이라는 속담이 있다. 작은 부스러기를 모으다 보면 어느새 큰 산만큼 거대해진다는 말이다. 수강 신청을 하고 나면 1~2학점이 남는 경험을 한 적이 있다. 이를 가볍게 여길 수도 있지만 남은 학점을 모아 다음 학기에 원하는 수업을 듣는 데 활용할 수 있다. 또 취업과 졸업을 위한 학점관리, 학기 중 시간 관리에도 큰 도움이 된다. 이 제도가 바로 학점 이월제다. 학점 이월제란 한 학기 최대 이수학점에서 수강 신청하고 남은 학점을 다음 학기로 이월하는 제도이다. 예를 들면, 최대 이수학점이 19학점이고 이번 학기에 17학점을 신청했다면, 남은 2학점을 다음 학기로 이월해 21학점을 이수할 수 있다. 현재 우리대학은 학점 이월제를 실시하지 않고 있다. 다만 직전 학기 성적 3.75가 넘는 학생은 다음 학기에 3~4학점을 추가로 신청할 수 있다. 대략 상위 30%의 학생이 추가신청 학점의 혜택을 누릴 수 있다. 하지만 추가신청 학점제는 수강신청 최대학점에서 학점을 추가하는 것이지, 직전 학기에 남은 학점을 활용한 것은 아니다.



학점 이월제 필요성은?



  이번 학기 초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에 유독 수강신청 실패와 관련된 글이 많이 올라왔다. 우리대학 학생인권위원회(이하 학인위) 자료에 따르면, 이번 학기에는 지난 2018학년도 1학기에 개설된 강의 수보다 108개 감소한 1,860개 강의만이 개설됐다. 학생들은 ▲교양·전공 필수과목을 수강하지 못했다 ▲수강신청에 실패해 한 개의 수업을 들으려 왕복 2시간 반에 걸쳐 통학한다 등 불만을 표출했다. 이보다 앞서 제34대 WE로 총학생회는 학생들의 빈번한 수강신청 실패를 지적했었다. 이에 맞춰 학점 이월제를 공약으로 내세워 수강신청 실패로 인한 학생들의 불편을 최소화하고자 했다. 하지만 학교 측은 현 학사제도에 적용하기 힘들다는 입장을 밝혔고 끝내 공약은 이행되지 못했다. 수강신청 실패로 남는 학점을 최대한 활용해 학생들의 시간적, 경제적 편의를 보장할 대책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자유로운 시간표 관리는 대학생의 특권이다. 그렇다고 해서 시간을 허투루 쓴다는 의미는 아니다. 자신만의 미래를 위해 다양한 노력을 하기 때문이다. 이는 올해 ‘잡코리아’의 상반기 공채 취업준비생 취업 스펙에 대한 자료를 보면 알 수 있다. 설문조사 응답자 974명의 평균 졸업 학점은 3.51이었다. 그 중 31.4%이 인턴 경험이 있었고, 43.4%가 대외활동 경험, 60.9%가 전공관련 자격증을 보유하고 있었다. 게다가 어학점수는 기본 사항이었다.



  구인구직 사이트 ‘알바몬’ 자료에 따르면 대학생 10명 중 6명은 학기 중과 방학 상관없이 항상 아르바이트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용돈, 학비, 취업을 위한 자기계발과 같은 이유로 아르바이트를 하며 평균 근무 시간은 4~6시간이다. 이처럼 바쁜 삶을 살아가는 학생들에게 효율적인 시간 관리는 필수적이다.



학생 복지에서 뒤처진 우리대학



  학점 이월제는 실제 많은 대학에서 보편적으로 시행되고 있다. 학점 이월제를 시행하는 학교는 ▲한양대 ▲중앙대 ▲이화여대 ▲건국대 ▲경북대 등이 있다. 구체적인 운영 방식에서는 약간씩 차이가 있다.



  한양대의 경우, 한 학기에 최대 20학점까지 수강할 수 있으며 직전 학기 기준 18학점 미만으로 들었을 경우 최대 2학점까지 다음 학기로 이월할 수 있다. 학점 이월제를 이용하기 위한 성적의 제한은 없으며 평균 학점이 4.0 이상일 경우 다음 학기에 3학점을 추가로 더 수강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직전학기에 18학점 미만을 듣고 평점이 4.0을 넘었다면, 다음 학기에는 최대 수강가능 학점인 20학점에 이월 학점 2학점과 추가 학점인 3학점을 더해 최대 25학점까지 수강할 수 있다.



  건국대 역시 학점 이월제를 시행 중이다. 건국대의 경우 학과마다 최대 수강 가능 학점이 다르다. 공과대학의 경우, 한 학기에 18학점까지 수강할 수 있다. 그리고 직전 학기에 15학점 이상을 이수하며 평점 평균이 3.7 이상인 사람은 3학점을 추가로 수강할 수 있다. 건국대의 학점 이월제는 직전 학기에 18학점 기준으로 더 적은 학점을 수강한 경우, 다음 학기에 3학점 범위에서 추가로 수강할 수 있다. 초과학점과 이월한 학점을 중복으로 적용해 신청할 수 없고 최대 21학점까지 수강할 수 있다. 단, 직전 학기를 기준으로 학사 경고를 받은 자, 교환학생을 통해 학점을 인정받은 자, 국제인턴쉽으로 학점을 인정받은 자, 수의과대학 재학생은 학점 이월제를 이용할 수 없다.



  강원대는 학생만족도 향상을 위한 학생회의 요청으로 학점 이월제를 시범 운영했다. 강원대 학사지원과는 8학기인 정규 수업만으로도 졸업이 가능하고, 부족한 경우 계절 학기를 이용하면 된다는 결과를 발표했다. 하지만 대부분 과목이 3학점으로 운영된다는 점, 저학년 필수 교양과목은 2학점으로 운영된다는 측면에서 수강 신청을 마무리해도 1학점이 남을 수 있는 상황을 고려해 18학번 1학년 신입생 대상으로 시범 적용하게 된 것이다.





학점 이월제의 활용 사례



  학점 이월제를 이용한 한양대 14학번 김수민 씨는 3학년 2학기에 직전학기의 1학점을 이월해서 21학점을 수강했다. 김 씨는 “수강신청 기간 당시에 듣고 싶은 수업이 많았으나 모두 신청할 경우 수강 가능한 학점인 20학점을 초과하는 상황이었다”라며 “그러나 직전 학기의 잉여 학점 덕분에 원하는 수업을 모두 신청할 수 있었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또한 “내 경우와 같이 수강신청 시기에 1학점 혹은 2학점이 모자랄 경우 학점 이월제를 상당히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라 생각한다”라며 제도의 도입을 적극적으로 추천했다. 제도의 개선 방안을 묻는 질문에는 “현행과 거의 비슷하게 유지하되 직전학기의 잉여 학점을 다음 학기까지만 이월가능하게 도입하면 좋겠고 이월 가능한 학점을 조금 더 늘려 4학점까지로 설정하면 좋겠다”고 답했다.



  또한 건국대에 재학 중인 15학번 A 씨는 “졸업 전에 공모전을 준비해야 했는데 학점 이월제 덕분에 시간을 탄력적으로 운용할 수 있었다”라며 “잔여학점을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어 졸업 설계를 쉽게 할 수 있게 됐다”라고 말했다. 반면 “교환학생을 통해 학점을 인정받은 경우에도 잉여학점이 충분히 생길 수 있다”라면서 “학점 이월제를 사용할 수 있는 기준이 완화되면 좋겠다”라고 개선점을 제시했다.



  이처럼 다양한 장점을 가진 학점 이월제에 전제돼야 할 사항이 있다. 바로 충분한 교양 강의의 확보다. 학점 이월제가 수강신청 실패의 대안이 될 수 있다. 하지만 교양 강의의 수가 학생 수만큼 충분하지 않다면, 오히려 이월한 학점을 가진 학생들이 강의를 두고 경쟁을 하는 일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다가오는 6월 4일(화), 기초교육학부와 총학생회 비상대책위원회에서 주최하는 교양강좌 공청회가 진행될 예정이다. 학생들의 유연한 수업권 보장과 자유로운 선택을 위한 해결 방안이 제시될지, 학생들의 많은 참여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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