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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열이 있어야 질서가 잡힌다
전은지 ㅣ 기사 승인 2019-09-01 20  |  620호 ㅣ 조회수 : 129


전은지 기자

(안전·17)



  서열이 있어야 질서가 잡힌다. 우리나라에서 흔히 들을 수 있는 말이다. 대학 내에서도 서열 문화는 만연하다. 우리는 이름도 모른 채 처음 만난 사람의 나이부터 묻곤 한다. “몇 살이세요?” 이 한마디를 시작으로 수평적인 커뮤니케이션은 종료되고 서열이 정리된다. 사회에는 두 가지의 서열이 있다. 직위와 나이, 즉 기수제와 나이제이다. 빠른년생 혹은 선배지만 나이 많은 후배가 있다면 관계 형성에 곤란한 상황이 발생하곤 한다. 최근에는 결혼 후 호칭 문제도 화두에 올랐다. 남편 측 가족은 아주버님, 형님, 도련님, 서방님과 같이 ‘님’을 붙이지만 아내 측 가족은 처남, 처형, 처제의 호칭을 가진다. 이러한 성차별적 호칭이 무의식적으로 시댁을 위로 처가를 아래로 생각하게 만든다. 호칭이 부여되고 나면 한쪽은 존댓말, 다른 쪽은 반말을 사용한다. 이는 서열을 강화한다. 일방적인 반말은 하대의 신호탄이다. 수직적 관계에서 대부분의 아랫사람이 스트레스를 받는 이유이다. 수직적 관계에서 윗사람과 반대의견을 내기는 쉽지 않다.



  기자는 대외활동으로 멘토링 활동에 참여했다. 멘토는 사회적으로 높은 지위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다. 직위와 나이 모든 부분에서 기자의 윗사람이 틀림없었다. 하지만 멘토의 모든 의견이 정답은 아니다. 그럼에도 본인과 다른 의견을 배제하는 경향이 있었다. 반대의견을 제시하면 무시당했기 때문에 멘토 외에는 의견을 제시할 수 없는 환경이 됐다. 모두에게 멘토링은 재미없고 수동적인 활동으로 전락했다. 이러한 관계에서 윗사람도 마냥 즐겁지만은 않을 것이다.



  멘토 또한 개인적으로 연락하지 않는 멘티들에게 많은 불만을 품고 있다. 멘티들이 연락하지 않는 이유는 단순하다. 연락이 편하지 않기 때문이다. 수직적 관계에서는 선배의 힘이 셀수록 모범이 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그렇지 않은 모습은 서열문화를 약화시키기 때문이다. 기자는 언제나 수평적 관계에 관한 바람이 있다. 수직적 관계에서는 후배일 때는 힘들어하지만 본인이 선배가 되면 과거는 잊어버리고 반복하곤 한다. 일명 ‘꼰대문화’가 쉽게 사라지지 않는 이유다. 무조건 반말을 지양하는 게 아니다. 서로 존댓말을 사용하며 개인의 주관을 억압하지 않는 대화가 가능할 때, 건강한 관계를 형성할 수 있다. 일명 한국식 문화라고 불리는 상명하복 문화는 사실 그렇게 오래되지 않았다. 오히려 조선 시대에는 어려도 학문이 출중하면 다 벗으로 사귀었다. 조선 후기 실학자인 연암 박지원 선생도 아래로 17살까지 차이 나는 사람들과 함께 백탑파를 만들어 친목을 다졌다는 기록이 있다.



  그렇다면 지금의 서열사회는 언제부터 시작됐을까. 이는 식민지 시대의 잔재라 할 수 있다. 일방적인 반말은 일본인이 한국인을 하대하던 언어 습관이다. 또한 일본은 일제 강점기 시절 군대 제도를 학교에 적용했다. 이는 상급생과 교사의 명령에 절대적으로 복종하는 사범형 학생을 길러냈다. 교장부터 반장까지 모두 군대 제도를 똑 닮았다. 물론 일제 강점기 탓만 할 수는 없다. 4·19 혁명 이후 없어지던 잔재들은 1968년 국민교육헌장 발표 이후 다시 시작됐다. 군대식의 국가주의적이고 전체주의적인 관행과 규율이 부활했다. 황국의 신민을 길러내기 위한 장치가 대한민국 국민을 길러내기 위한 장치로 탈바꿈한 것이다. 일본의 잔재는 우리의 좋은 벗 문화를 망치고 있다.



  최근 한국 교육은 암기와 높은 점수에 근거한 계층적인 체계 대신, 의사소통과 협업, 그리고 창의성을 강조하고 있다. 사회는 점차 도전적이고 창의적인 사람을 필요로 한다. 하지만 지금의 환경에서 한국 학생들은 본인의 의견을 제대로 말하지 못한다고 불평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환경이 먼저 바뀌어야 한다. 말은 시작이고 목표는 관계다. 수평적 관계에서 개인의 생각을 나누는 것이 당연한 사회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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