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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남들이 가지 않는 새로운 길을 걷다. 김경묵 동문
권민주, 양지은 ㅣ 기사 승인 2020-09-14 01  |  634호 ㅣ 조회수 : 56



경영을 공부해서 스스로의 미래를 개척하고, 자신의 선한 영향력을 Youtube를 통해 다른 사람에게 전달하고, 디자이너로써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일까지. 이처럼 사람들이 선망하는 직업을 다양하게 체험해본 사람을 만나본 적 있는가? 경영연구원이자 디자이너면서, 이제는 유튜버까지 섭렵해 자신의 발전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는 사람이 여기 있다. 지속해서 ‘새로움’에 도전하고 미래를 만들어가는 우리대학 공업디자인학과(현 디자인학과) 출신 김경묵 동문을 만나봤다.



  Q.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A. 삼성전자에서 수석디자이너로 20여 년 일했습니다. 15년은 제품디자이너로 일했고, 5년은 디자인경영철학을 연구하고 확산하는 일을 했습니다. 재직 중에 ‘자랑스런 삼성인상’을 수상하기도 했으며, 20여 년이 지난 후에 HBR(하버드비즈니스리뷰)에 논문을 게재한 유일한 한국 디자이너가 됐습니다.



  Q. 서울과학기술대학교에 진학하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요?



  A. 미술고등학교를 다녔습니다. 당시 대학 진학에 별 생각이 없었습니다. 만화영화 배경을 그리는 회사에 취직했습니다. 그런데 그림 수준이 높은 자보다 대학 졸업자가 대우와 급여가 더 좋았습니다. 차이가 컸습니다. 충격이었습니다. 회사를 그만두고 서울과학기술대학교에 진학했습니다.



  Q. 공업디자인학과 재학시절 배웠던 과목들 중 지금 가장 도움이 된 과목이 궁금합니다.



  A. 재학시절 훌륭한 수업들이 많았습니다. 그 중에서 하나를 꼽는다면, ‘AutoCAD’라는 설계 소프트웨어를 처음 접했던 수업입니다. 당시에는 제도판 위에서 디자인 도면을 그리는 AutoCAD를 접하고 신세계가 열린 것 같았습니다. 이후에 컴퓨터그래픽까지 공부해서 졸업할 즈음에는 익숙하게 됐고, 이는 취업에도 유리하게 작용했습니다. 그 수업의 영향이 지금의 나를 있게 한 것 같습니다.



  Q. 대학시절 전공했던 과가 현재 직업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시나요?



  A. 저는 디자이너로 살다가 디자이너로 죽을 것이기 때문에 큰 도움이 됐다고 생각합니다. 한 가지 아쉬운 것이 있다면 학문은 사람을 이롭게 하기 위해서 학습하는 것인데, 커리큘럼에 사람을 가르치고 배우는 과목이 거의 없었다는 것입니다.



  Q. 삼성전자 퇴직 후 제일 먼저 만든 것이 무엇인가요?



  A. 퇴직 후 1년이 지난 시점에 ‘듣고 보다’라는 영상을 제작했습니다. 봄, 여름, 가을, 겨울 4편을 제작하기로 했고, 먼저 소백산 천문대 옆 연화봉에서 겨울편을 찍었습니다. 한겨울의 산은 엄청 추웠습니다.



  기업은 본래 예술과 철학에 바탕한 자신만의 개념세계에서 출발해야 좋은 브랜드로 성장할 수 있습니다. 좋은 브랜드는 자신만의 예술과 철학이 담긴 스토리가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한국은 근대화 시대를 지나오며 예술이 사라지고 철학이 희미해져서, 새 개념과 새 상품을 타인과 타기업에서 빌려 쓰는데 익숙해 졌습니다. 눈밭에서 캘리그라퍼가 맨발로 글씨를 쓰고 소리꾼이 소리를 하는 장면을 통해 유니콘이 되는 스타트업의 탄생과정을 표현하며 그 한계를 회복하고 싶었습니다.



  Q. 퇴직하고 달라진 것은 무엇인가요? 에피소드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A. 벚꽃이 활짝 핀 4월 어느 날, 약속 장소에 가려고 차를 운전하고 있었습니다. 눈 앞에 흩날리는 벚꽃 잎이 너무 아름다워 차를 벚꽃이 만개한 강가로 방향을 바꿨습니다. 차를 세우고 벚꽃이 바람에 부려지는 장면을 바라보며, 약속을 다음으로 바꾸자고 연락했고 하루 종일 그 장면을 볼 수 있는 곳에서 노닐다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사무실에 콕 박혀 있어야 했던 시간에 세상의 즐거움을 가슴에 담은 날이었습니다.



  Q. 현재 유튜브 ‘인문학공장’을 운영 중이라 들었습니다. 유튜브를 운영하게 된 계기가 있나요?



  A. 아주 우연히 시작했습니다. 본래는 2년여 동안 기업교육 프로그램을 만들려는 계획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이를 위해 철학자들과 시범운영까지 마치고 프로그램은 거의 완성상태가 돼가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올해 3월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모든 것을 접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후 서울 소재 2개의 대학원에서 강의를 했으나 이 또한 온라인 강의로 전환됐습니다. 그때 저의 강의 영상을 요청하는 분이 있었고, 유튜브에 올리고 공유를 하며 유튜브의 첫발을 내딛게 됐습니다.



  Q. 운영 중인 유튜브 채널에 대해 간략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A. 제가 운영 중인 채널의 이름은 ‘인문학 공장’입니다. 채널을 통해 새로움을 만드는 이야기를 나눕니다. 이 대화의 시간이 사회에 선한 영향력을 확산하는데 조금의 보탬이 되는 것을 목적으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현재 새로움을 만드는 사람을 만나서 인터뷰하는 ‘알랑말랑’이라는 코너와 인문디자인 강의 2개를 공개했습니다. 올해 안에 세종실록에 담긴 세종의 디자인경영이야기 코너 등을 추가할 예정이니 관심이 있으신 분들은 구독을 부탁드립니다.



  Q. 유튜브 촬영 시 선배님께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시는 것은 무엇인가요?



  A. ‘선한 영향력’입니다. 인터뷰하는 코너를 예로 들면, 아무리 좋은 방법이라도 그 안에 선함이 없으면 편집 과정에서 잘라내곤 합니다. 나에게 좋은 것을 남에게 주는 것이 선함을 전하는 한 가지 방법이라 생각합니다.



  Q. 유튜브 촬영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A. 간호사 한 분과 인터뷰하는 영상을 찍을 때였습니다. 6월 중 식물원 야외에서 촬영했는데 그늘이기는 했지만, 땀이 생겨서 얼굴이 반짝였습니다. 더 예쁘게 촬영해야 하는데 인터뷰 하는 내내 괜스레 미안한 마음이 들었던 것 같습니다.



  Q. 본인이 느끼는 인문학의 매력이란 무엇인가요?



  A. 사실 저는 인문학이 매력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인문디자인 강의를 하면, 사람들이 제일 많이 하는 질문이 “인문학을 어떻게 사용하지요”입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질문을 인문(人文)으로 바꿔야 합니다. 인문은 내가 만든 것인데 반해, 인문학(學)은 남이 만든 것을 잘 정리한 것입니다. 그래서 인문학은 참조자료일 뿐이고, 인문이 진짜라고 생각합니다.



  Q. 현재의 직업을 갖게 되신 계기가 궁금합니다.



  A. 디자인의 꿈이 생겨 잘 다니던 삼성전자를 퇴직했습니다. 영어 철자 ‘Design’이 ‘디자인’이라고 발음되는 것을 보며, 본래는 ‘디자인’이라고 읽히기 위해서 ‘Dejign’이라고 써야 맞지 않은가 하는 작은 질문에서 저의 꿈이 시작됐습니다. 직무를 바꾸고 5년 동안 ▲디자인 ▲경영 ▲역사 ▲리더십 ▲철학 등 여러 분야의 전문가들과 연구를 진행했습니다. 그 결과 ‘Design’은 De+Sign이라는 두 개의 단어가 합성된 단어고, De는 언어의 과정이고 Sign은 표현의 과정이라는 것을 명확히 알게 됐습니다. 대기업 수석 디자이너였던 저조차도 명확히 인지하지 못하고 있던 것이 충격이었습니다. 그 후 디자이너로서 가지 않은 길을 가는 삶을 살기로 다짐했으며 이를 ‘인문 디자인’이라고 이름 지었습니다.



Q. 현재 맡은 업무가 궁금합니다.



A. 인문학 공장의 공장장입니다. 즉, 공장이 잘 돌아가게 하는 일을 합니다. 인문학은 주로 한 사람이 작업하지만, 공장은 여러 사람이 협력하며 일합니다. 그 사이에서 공장장은 이렇게 한 사람과 여러 사람을 연결하는 일을 합니다. 그것이 인문을 디자인하는 일이며 유튜브는 그 수단이 되는 것입니다.



  Q. 현재의 직업을 갖기까지 준비하신 일이 있다면 무엇이 있을까요?



  A. 삼성에 재직하는 3년여 동안 퇴근 후에 성균관대 철학과 석사과정을 청강하고, 세종실록 강독모임을 가졌습니다. 또한 리더십을 공부하기 위해서 이화여대에서 한 학기 동안 청강했습니다. 경영 분야는 HBR 논문을 쓰며 공동저자님과 수많은 토론을 거쳤습니다. 이 기간 동안 저에게 저녁시간은 너무 짧았습니다. 그만큼 저는 스스로에게 정직한 시간을 쌓고 싶었습니다.



  Q. 일하시면서 가장 힘들다고 느꼈던 때는 언제인지 궁금합니다.



  A. 퇴직하고 참 많은 장소에서 인문디자인을 강의하고 설명했습니다. 새 개념을 전파하는 일은 어렵다는 것을 절감했습니다.



  Q. 일하시면서 가장 뿌듯했던 일이 궁금합니다.



  A. 어느 순간이라기보다는 계속 발전하는 모습에서 기쁨을 찾는 것 같습니다. 3년여가 지나고 알아주는 고마운 사람들이 생기고 있어 항상 감사할 뿐입니다.



  Q. 업무에 있어서의 선배님의 버킷리스트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A. 퇴직할 때 결심한 것이 있습니다. 디자인의 ‘디’는 Designare(가리키다)라는 인문의 뜻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문을 중복으로 사용한 ‘인문 디자인’이라는 단어를 만들었습니다. 왜냐하면 제가 디자인이라 쓰면 인문 디자인이라 이해하는 사람을 죽기 전까지 한 사람이라도 더 만들고 싶기 때문입니다. 그것을 통해 이 땅에 건강한 브랜드가 탄생할 수 있도록 보탬이 되고 싶습니다.



  Q. 선배님의 인생의 모토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A. 믿음입니다. 나에게서 시작하는 힘은 가끔 내 능력을 뛰어넘는 결과를 만듭니다. 같은 것을 알고 있을지라도 그것을 믿고 덤비는 사람은 시간이 걸리거나 힘든 경험을 할 수도 있겠지만, 결국 승리하는 이유입니다. 이는 지난 20여 년의 직장생활을 통해 익힐 수 있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나만의 일하는 방법을 쌓을 수 있었습니다.



  Q. 앞으로 도전해보고 싶은 일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A. 회사를 퇴직할 때 동료들에게 썼던 편지를 줄인 짧은 글로 대신하고자 합니다.





  Q. 마지막으로 독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A. 새로움을 가까이에서 접하며 살아가십시오. 새로움과 경계가 생기고 그 시간이 길어지면, 사람들이 제일 싫어하는 사람으로 변합니다. 그 사람의 이름은 ‘꼰대’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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