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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살아야한다
장수연 ㅣ 기사 승인 2020-10-11 20  |  636호 ㅣ 조회수 : 48

그래도 살아야한다



<밀양(2007)>, 이창동



  주인공 이신애(전도연)는 감당하기 힘든 아픔을 홀로 견뎌내고 있는 인물이다. 그녀는 남편을 사고로 잃고, 남편의 고향이었던 밀양으로 이사 오게 된다. ‘비밀의 볕’이라는 뜻을 가진 밀양. 그녀는 그런 이름이 마음에 든다며 밀양에서의 새 출발을 다짐한다. 남편을 잃은 그녀를 다시 살아가게 만드는 원동력은 5살짜리 어린 아들 준이다. 그러나 상처를 치유하고자 갔던 밀양은 그녀에게 너무나도 큰 상처를 준다. 아들 준이 유괴돼 살해당했다. 정말로 신은 없는 것일까. 낯선 타지에서 가족까지 모두 잃은 그녀의 마음을 누가 헤아릴 수 있을까. 심지어 이곳의 사람들에게 신애의 아픔은 그저 가십거리일 뿐이다.



  가끔 삶이 지치고 힘들 때면 우리는 과거 일은 다 잊고 다시 시작하고 싶어진다. 극 중 신애도 새 출발을 누구보다 갈망하고 있다. 그러나 그런 그녀를 비웃기라도 하는 듯 매번 그녀의 새 출발은 실패했다. 더 이상 견디기 힘든 신애가 숨을 헐떡이며 찾아갔던 곳은 다름 아닌 동네 교회의 기도회였다. ‘상처받은 영혼을 위한 기도회’에서 그녀는 진정으로 위로받고, 하나님 덕분에 다시 태어났다고 말한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종교를 통해 이뤘다고 생각한 구원은 완전히 좌절된다. 그렇다면 우리는 누구에게 의존해야 하는가? 절대자조차도 거짓이라면 우리는 어떻게 구원받을 수 있는가?



  영화 속 신애의 절망적인 상황 속에서도, 신애의 곁에는 언제나 햇빛이 은은하게 내리쬐고 있다. 그리고 극 중 신애를 짝사랑하는 남자 종찬(송강호). 언제나 그는 신애를 그 햇빛처럼 맴돌며 그녀의 일거수일투족에 관심을 갖는다. 신애는 그런 그를 항상 밀어내지만, 다시 신애 곁으로 돌아온다. 그러나 신애의 안중에는 종찬은 존재하지 않는다. 종찬은 항상 그녀의 뒤에서 몰래 도와줄 뿐이다.



  신애는 급기야 스스로 손목을 긋는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그 상황에서 사람들에게 살려달라고 요청한 것은 그녀 자신이었다. 더 이상의 삶이 무의미하다고 느껴졌지만, 막상 죽음 앞에 서니 살고 싶어졌다. 영화는 퇴원한 신애가 거울 속 자신을 바라보며 스스로 머리카락을 자르고 끝이 난다. 결국 머리카락을 자르는 것도 자신이고, 살고자 했던 것도 자신이다. 하지만 거울까지 신애 혼자만의 몫은 아니다. 그녀가 들여다보는 거울은 종찬이 들어준다. 해피엔딩도, 그렇다고 새드엔딩도 아닌 결말이다. 그러나 어쩐지 마음 한편이 아리다.



▲영화<밀양>의포스터(출처:네이버영화)



  우리가 살고자 하는 이유는 눈에 보이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의 삶이 이렇게 고단한지도 모르겠다. 영화 내내 언급되는 하나님의 존재처럼, 있다고는 하지만 그저 모호하게 와닿을 뿐이다. 이 영화도 그 이유를 명확하게 말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영화는 그럼에도 살아가라고 분명하게 말하고 있다. 삶의 이유, 구원 같은 건 햇살 같은 존재라고, 눈앞에 보이지 않을지라도 마냥 허상만은 아니라고. 마지막까지 그녀의 곁을 내리쬐는 햇볕처럼, 그녀의 거울을 들어주느라 눈앞에 가려진 종찬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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