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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학교는 비상이다
기사 승인 2020-10-11 21  |  636호 ㅣ 조회수 : 61

지금 학교는 비상이다



  지금 학교는 비상이다. 누구도 생각하지 못했던 뜻밖의 상황 속에서 모두의 생활이 정상에서 벗어났으니 이런 비정상의 나날을 대하는 우리의 삶은 비상 사태에 직면해 있다. COVID-19가 시작된 이래 언론매체에 자주 등장한 이가 교육부 장관이었다. 주로 초중고의 등교와 학사 일정에 대한 중대 발표를 위한 것이어서 대학과 직접 관련성은 없었지만 모두들 그의 발표에 귀기울였다. 어떤 단계에 속한 학생이건 그들과 완벽히 무관한 국민이 몇 명이나 될까?



  전쟁의 포화 속에서도 멈추지 않았던 교육을 전염병으로 멈출 수는 없는 일, 집에 머무는 학생들의 교육을 어찌할지 장기화된 COVID-19 국면에서 온라인 교육 방식은 소리 없이 우리 곁에 와 있다. 다수의 학생을 관리해야 하는 교육부와 학교 당국의 입장에서 아무리 충분한 방역수칙을 적용한다 해도 도대체 마음이 놓이지 않으니 방역의 차원에서 학생들을 집에 머물게 할 수 밖에 없었다. 하루 세 번의 끼니와 틈틈이 공부를 봐 줘야 하는 푸념이 무색하게 어린 아이를 남겨두고 일터로 떠나야 하는 부모의 쓰린 마음은 현실의 공포 앞에 산산이 부서져 내린다. 돌봄의 사각지대에 놓인 이웃의 아픔을 보면서 교육의 방식과 질을 논하려니 그 사치스러움에 밀려드는 죄책감을 떨쳐내기 어렵다.



  ‘9월 학기제’ 시행에 대해 고민할 때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2020년 1학기는 혼란스러웠다. EBS가 학교의 빈자리를 채울 수 있을지 시험해 보았지만 학부모들의 불만은 커져갔고 팬데믹 시대 교육 불평등은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이라는 분석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지난 학기 성적 처리를 마친 교수들의 생각도 다르지 않았다. 중간이 없는 상위자와 하위자 분포, 성적 분포가 극단적이었다. 이것은 디지털 학습기기나 초고속 인터넷 연결망에 접근 가능한가의 문제만은 아니다. 원격 수업은 도대체 무엇이 문제일까? 초중고는 물론 대학생에서도 보이는 학습 성취도의 저하에 대해 충분한 분석이 있어야 하는 이유이다. 어쩌면 원격 수업으로 아예 학습이 불가능한 영역도 없지 않음을 감안한다면 원격 수업은 분명 비상 체제이다.



  지난 1학기 원격수업 초기의 혼란을 잠시 뒤로 하고 그간 우리 교육계가 경험해 온 온라인 원격 교육에 대해 돌이켜보자. 그간 상업적인 온라인 디지털 학습 시장은 커졌지만 학교 교육에 적용할 수 있는 콘텐츠를 개발하여 실험해 온 경험은 많지 않다. 반면 미국의 경우 상대적으로 방대한 양의 온라인 교육콘텐츠를 확보하고 있어 교사들이 콘텐츠 제작에 시간과 노력을 소모하기보다는 양질의 콘텐츠를 선별하여 자신의 수업에 활용하는 데 역량을 집중할 수 있다고 한다. 이번 COVID-19 국면에서 우리 교수자들이 신규 동영상을 제작하느라 여념이 없었던 점과는 대비된다. 그러나 이러한 지적에는 오해의 소지도 있다. 위에서 지적한 미국의 학습 콘텐츠는 학습 본래의 역할을 대체한다기보다는 주로 면대면 출석 수업이 불가능한 상황 또는 귀가 후 학생들의 과제 수행을 보조하기 위해 사용된다. 결코 면대면 수업을 완전히 대신하려고 개발된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대학의 경우는 좀 다르다. 다양한 학문분야의 콘텐츠를 동영상 형식으로 개발하여 이를 수업 대신 사용하고 학생들은 이것을 통해 학점을 이수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 가고 있다. 각 대학이 마련한 이러닝 시스템, 여기에 더해진 K-MOOC 사업은 원격 교육을 대학 교육의 한 부분으로 인정한 결과이다. 물론 이 사업들도 초기에는 대학과 국가가 담당하고 있는 평생교육 업무를 위해 시작되었다. 1996년 교수의 일방적 강의 모델을 비판하고 개인의 학습 요구에 맞는 개별화된 교육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는 목적 아래 온라인 가상대학이 시범운영에 들어갔다. 이를 통해 설립된 사이버대학은 현재 20여 개에 이르며 이러한 교육 모델을 일반대학이 수용한 것이 바로 블렌디드 러닝(blended learning)이다.



  지난 9월 교육부는 ‘디지털 기반 고등교육 혁신 지원방안’을 발표하고 지역공유대학의 확산을 천명했다. 현재 창원대, 경남대, 경상대 등 17개 경남지역 대학이 ‘경남공유형대학(USG)’ 설립에 참여한 상태이다. 교육부는 이를 지역혁신 플랫폼 사업으로 규정하고 1710억 원에 달하는 사업비를 책정했다. 대학·기업·공공기관·지자체가 연결된 인재육성, 취업, 정주 3단계 선순환 체제를 구축하며 2024년까지 비수도권 전역으로 확대하겠다는 계획이다. 여기에 수도권이 제외된 것은 2018년 서울총장포럼(당시 회장 세종사이버대 신구 총장)이 제시했던 서울권 공유대학 플랫폼이 사실상 실패한 것을 의식한 탓이다.



  평생교육은 국가와 대학이 함께 수행해야 할 중요한 교육 프로그램이다. 그러나 평생교육 프로그램이 대학 본래의 학부 교육과 혼재된 현재의 상황은 어색하기 이를 데 없다. 학령인구의 감소로 대학은 구조조정 중이고 지방 대학의 위기는 심화되고 있다. 이것을 타개하기 위해 경제적 효율성을 강조한 결과가 공유대학이다. 2011년 이후 우리나라 대학 진학률은 70% 전후를 유지하고 있다. 2008년의 83.8%보다는 낮아졌지만 OECD 대학진학률 1위의 자리를 내주지는 않았다. 우리는 현재 고등교육의 대중화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누구나 시공간의 제약을 뛰어넘어 원하는 것을 배우는 사회가 왜 문제이겠는가? 다만 COVID-19의 국면에 편승하여 온라인 교육 확대를 당연시 하는 분위기가 교육의 하향평준화를 불러오지 않을지 걱정이 앞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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