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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물이 된 소년들, 법을 삼키다
박수영, 윤성민 ㅣ 기사 승인 2017-10-29 12  |  593호 ㅣ 조회수 : 349
우리나라의 소년법은 1958년에 처음 시행된 이후 지금까지 총 4회 개정됐다. 1963년, 1977년, 1988년 세 차례의 개정을 거쳐, 2008년 6월 22일 개정돼 현재까지 이어진다. 마지막 제4차 개정안은 법에 조금이나마 엄정함을 더했다. 소년법의 소년연령이 만 20세에서 만 19세 미만으로, 소년원 송치 하한 연령이 만 12세에서 만 10세로 하향된 것이다.

소년법은 반사회성이 있는 소년의 환경 조정과 품행 교정을 위한 보호처분 등의 필요한 조치를 함으로써 소년이 건전하게 성장하도록 돕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이는 형법의 본질 중 예방형, 그 중에서도 특별예방을 위한 법이다.



소년법에서는 만 10세 이상부터 만 14세 미만의 소년을 촉법소년, 만 14세 이상부터 만 19세 미만을 범죄소년으로 구분한다. 이 분류에는 해당하지 않는 우범소년도 있다. 다른 사람에게 직접적인 피해를 주진 않지만 여럿이 몰려다니며 주위 사람들에게 불안감을 조성하거나, 정당한 이유 없이 가출하거나, 술을 마시고 소란을 피우는 등의 행동을 한 10세 이상 19세 미만의 소년이 이에 해당한다.



만 10세 미만의 범법소년은 아무런 법적 규제를 받지 않으므로 일체의 법적 처벌이 불가능하다. 2015년 경기도 용인의 한 아파트에서 발생한 ‘벽돌 살인사건’은 길고양이들을 위한 집을 지어주고 있던 여성이 아파트에서 날아온 벽돌에 맞아 사망한 사건이다. 수사 결과 당시 초등학생이던 A 군이 범인으로 밝혀졌다. 자신이 던진 벽돌에 맞아 사람이 죽었음에도 A 군은 만 10세 미만이라는 이유로 처벌을 받지 않았다.

 



촉법소년은 소년법 제33조에 따라 형사처벌을 받지 않는다. 이들은 범법행위를 했지만, 형사미성년자로 분류돼 형사처벌을 받지 않고 보호처분만을 받는다. 보호처분은 1호부터 10호까지 나눠진다. ▲감호 위탁 ▲수강명령 ▲봉사명령 ▲소년원 송치 등이 있다. 1호 처분은 감호 위탁으로 제일 약한 처분이다. 쉽게 말하면 집에서 부모와 함께 지내며 반성하는 귀가조치에 해당한다. 2호 처분은 수강명령으로 성폭력 방지 프로그램 등을 수강해야 한다. 이는 12세 이상의 소년범에게만 적용된다. 만 12세 미만의 소년범은 6개월 소년원 송치가 가장 높은 처분이다. 만 12세 이상의 소년범에게 주어지는 처벌은 2년 미만의 장기 소년원 송치가 최대치다.



반면, 14세에서 19세의 범죄자는 형사처벌을 받는다. 그러나 아무리 중범죄라도 사형이나 무기징역을 선고받지 못한다. 소년법 제59조는 죄를 범할 당시 만 18세 미만인 소년의 경우 사형이나 무기징역을 처할 수밖에 없다면 15년의 유기징역을 내린다고 명시한다. 살인 등 특정 강력범죄의 경우라도 징역 20년형까지만 가능하다. 만 18세 미만은 아무리 잔혹한 범죄를 저질러도 20년만 감옥에서 지내면 출소할 수 있다는 뜻이다.



흔히 소년법과 청소년보호법을 혼동하곤 한다. 소년법과 청소년보호법은 전혀 다른 법률이다. 미성년자의 범죄 행위를 처벌하는 법은 ‘소년법’이다. 청소년보호법은 말 그대로 청소년을 유해 환경으로부터 보호하는 법이다. 즉 일반 사회의 청소년을 보호하기 위한 사회 환경 정비를 목표로 한다. 청소년보호법의 가장 대표적인 예로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술·담배 판매 금지가 있다.



제4차 소년법 개정안은 갈수록 잔혹해지는 청소년범죄의 양상을 반영했다. 하지만 개정 이후에도 범죄율과 범죄 양상은 크게 달라진 것이 없었다. 최근 잔혹한 청소년범죄가 증가함에 따라, 청소년범죄에 ‘엄벌’을 내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올해 3월 8세 여아를 잔혹하게 살인해 충격을 준 ‘인천 초등생 살인사건’은 전 국민을 충격에 빠뜨렸다. 또, 지난달에는 고철, 소주병 등으로 후배를 1시간 30분가량 폭행한 ‘부산 여중생 폭행사건’을 시작으로 전국 곳곳에서 곪았던 학교 폭력이 수면 위로 올라왔다.



인천 초등생 살인사건의 주범은 (1심에서) 징역 20년을, 공범은 무기징역을 각각 선고받았다. 형벌의 차이는 소년법 때문이다. 사건 당시 주범은 만 16세로 소년법 적용 대상이지만, 공범은 만 18세였기 때문에 소년법 적용대상이 아니다. 즉 주범에게 구형한 20년은 우리나라 법이 16살에게 내릴 수 있는 가장 무거운 형벌인 셈이다.



부산 여중생 폭행사건 가해자들은 살인미수로 최대 무기징역까지 선고받을 수 있다. 하지만 소년법의 보호를 받아 최대 형량은 징역 20년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이 두 사건은 가해자가 소년법 적용 대상임을 알고 의도적인 폭력범죄를 일으켰다는 점에서 충격을 더했다. 소년법의 약한 처벌이 범죄의 촉매제가 된 것이다. 잔혹한 청소년범죄가 증가하는 요즘, 소년법이 솜방망이 처벌이라고 불리는 이유다.



소년법의 형량을 강화하고, 소년법이 적용되는 마지노선을 만 19세에서 만 18세로 낮춰야 한다는 여론이 들끓고 있다. 일각에서는, 소년법 자체를 폐지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부산 여중생 폭행사건이 발생한 이후, 청와대 국민청원 및 제안 게시판에 26만 명이 소년법 폐지를 요구하기도 했다.



하지만 소년법 개정 및 폐지는 현실적으로 많은 어려움이 따른다. 먼저, 소년법이 적용되는 연령을 만 19세 미만에서 만 18세 미만으로 낮추는 것은 18세 이상인 사람을 성인으로 인정한다는 의미다. 소년법은 미성년자에게만 해당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문제는 선거권과 청소년보호법 등 다른 사항과도 연관된다. 만약 처벌연령기준을 18세 미만으로 낮춘다면, 선거권 행사 연령 또한 만 19세에서 만 18세로 내려야 한다. 큰 변화가 동반되는 것이다.



또한, 소년법 폐지나 형벌 강화는 ‘낙인효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만만치 않다. 낙인효과는 범죄자가 처벌로 사회적 박탈감을 느낀 후, 이 박탈감 때문에 다시 범죄를 저지른다는 이론이다. 아울러, 형벌의 무거움이 범죄율 감소를 담보하지 않는다는 연구결과도 속속 나오고 있다.



해외의 소년법은 어떨까? 먼저 국가별 형사책임 최저연령을 알아보자. 형사책임 최저연령 이하의 아이들은 범죄를 저질러도 처벌받지 않는다. 다만 소년원에서 교정 교육을 받을 수 있다. 형사책임 최저연령은 그 나라의 관습과 범죄 환경, 결혼연령 등이 영향을 미친다. 대부분 국가는 7세와 14세를 기준으로 최저연령을 정하고 있다.



우리나라를 비롯한 독일, 일본, 중국 등 40개 국가가 형사책임 최저연령을 14세 미만으로 설정했다. 반면, 호주, 영국, 뉴질랜드 등 대부분의 영연방(과거 영국의 식민지였던 국가들) 국가들은 대체로 10세 미만을 최저연령으로 둔다. 10살 아이도 법정에 세워 처벌할 수 있는 것이다. 미국은 소년범죄를 가장 엄격하게 처벌하는 나라다. 미국 대부분의 주는 형사책임 최저연령을 두지 않고 있다. 이밖에 태국, 이집트, 인도 등은 7세 미만으로, 룩셈부르크, 벨기에 등은 18세 미만으로 최저연령을 두고 있다.



우리나라의 소년법은 일본 소년법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일본 소년법도 소년범죄에 대한 ‘엄벌’보다는 ‘교화’에 초점을 맞췄다. 하지만, 1997년 사카키바라 사건(중3 남학생이 벌인 연쇄살인사건)과 1998년 중1 교사 살해사건 등 잔혹한 소년범죄가 증가하면서 국민들은 분노했다. 이에 따라 2001년 개정된 소년법은 ▲형사책임 최저연령을 16세에서 14세로 하향 조정 ▲사형에 처하면 무기징역으로 감면 ▲무기형의 처분은 15년 형으로 감면 ▲그 밖의 장기형은 최대 15년으로 정함 등 처벌이 대폭 강화됐다. 그 밖에 소년원 송치 연령을 14세에서 12세로 낮추고, 최대 15년 복역에서 20년으로 상향 조정하는 등 소년범죄에 대한 엄벌을 추진하고 있다.



영국과 미국도 소년범죄에 강경한 태도를 보인다. 먼저 영국은 ‘중범죄를 저지른 청소년’은 성인과 같게 처벌받을 수 있다. 이는 1957년 ‘메리 벨 사건’의 영향이 크다. 10세 소녀 메리 벨은 두 명의 또래를 죽인 최연소 연쇄살인범이다. 메리 벨 사건은 단순히 쾌락을 목적으로 한 살인으로 밝혀져 영국 사회에 큰 충격을 줬다.



미국은 청소년에게 가석방 없는 종신형, 즉 평생 감옥에서 나올 수 없는 형벌을 내릴 수 있다. 소년범죄에 가장 엄격한 곳은 플로리다 주다. 이곳에서 현재 약 600명의 청소년이 가석방 없는 종신형을 선고받고 교도소에서 복역한다. 이 때문에 “한 번의 실수로 평생을 감옥 속에 보내야 하느냐”는 인권단체의 불만이 높다.



이런 엄격한 처벌과 동시에, 미국의 일부 주에는 소년범죄만 담당하는 소년법원이 있다. 이 소년법원은 재판관이 소년범에게 상담과 조언을 해 주는 등, 소년범의 인성 회복에 주력하고 있다. 이 소년법원은 미국뿐만 아니라, 영국, 독일 등 선진국에서 청소년의 교정을 돕는 기관으로 활동한다.



소년법을 둘러싼 개정안이 국회에서도 활발하게 발의되고 있다. 개정안 대부분은 보호 대상인 소년의 연령을 낮추거나 처벌을 강화하자는 내용이다. 소년법 소관 부처인 법무부는 이미 소년법 개정을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는 “국민 법 감정에 맞도록 관련법 개정을 신중히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바른정당과 국민의당도 소년법 개정에 긍정적이다. 바른정당 하태경 의원이 발의한 소년법 개정안은 현행법상 보호대상인 소년의 연령을 만 19세에서 만 18세로 낮추고 사형이나 무기형의 죄를 범하는 경우 형의 완화를 15년에서 20년으로 강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러나 소년법 폐지는 어려울 것으로 관측된다. 박상기 법무부 장관은 “소년법 폐지 청원이 있다고 해서 소년법을 폐지할 수 없다”면서 최근 10대 청소년들의 잔혹한 범죄가 사회문제로 떠오른 것과 관련해 “명예보호관찰관 제도를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명예보호관찰관 제도란 선도가 가능한 범죄자를 보호관찰관에게 위탁해 행동을 관찰, 사회복귀를 추진하고 재범을 방지하는 일종의 보안처분이다.



우리나라의 소년법이 다른 나라에 비해 처벌 수준이 낮다고 볼 수 없다. 2008년에 소년법이 강화되는 방향으로 개정된 전례를 봤을 때, 법을 강화하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다.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보호관찰관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는 점이다. 법무부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보호관찰처분을 받은 소년범은 2만 5,000여 명에 이른다. 그러나 이들을 관찰하고 지도하는 보호관찰관의 수는 약 190명이다. 보호관찰관 1명이 무려 130명 이상의 소년범을 맡아야 하는 현 구조에서 업무가 제대로 이뤄질 수 없다.



학교 폭력이나 미성년자 범죄의 잘못된 수사와 불공정한 재판도 개선해야 한다. 수사 과정에서 범죄 사실을 은폐·축소하고 제대로 된 수사가 이루어지지 않아 보복 범죄가 발생하기도 한다. 일선 수사기관이 미성년자 범죄 수사 매뉴얼을 제대로 만들어 수사하고, 재판 역시 공정하게 진행하는 것이 급선무다.



소년법 개정은 가해자를 사회에서 추방하는 것이 아닌 다시 복귀시키는 것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단순히 형벌을 강화할 게 아니라 사회적 안전망과 여러 교정 시스템이 필요하다. 앞에서 소개한 것처럼, 선진국의 소년법원이나, 사회적 상담 시스템 등이 이에 해당한다. 이에 더해 일률적 법 개편이 아닌 인천 초등생 살인사건이나 부산 여중생 폭행사건처럼 잔혹한 범죄에만 강하게 처벌하는 ‘유연한 법 적용’이 필요한 시점이다.



박수영 기자 sakai1967@seoultech.ac.kr



윤성민 기자 dbstjdals0409@seoultech.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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