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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답하라 2018
박수영 ㅣ 기사 승인 2018-03-18 22  |  599호 ㅣ 조회수 : 1994
 

  국민의 시대, 국민이 중심, 국민과 소통하는 정부. 지난해 출범한 문재인 정부가 내건 슬로건이다. 새 정부는 ‘국민이 물으면 정부가 답한다’는 취지로 국민청원 게시판을 신설했다. 청원이란 국민이 국가기관에 대해 일정한 사항을 문서로써 진정하는 것을 의미한다. 국민청원은 말 그대로 사회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국민이 진정하는 것이다.

  국민청원을 이용하는 법은 간단하다. 네이버·페이스북·트위터 계정으로 로그인하면 누구나 청원할 수 있다. 현재는 일부 이용자의 부적절한 로그인 정황이 발견돼, 카카오톡 로그인을 잠정 중단하고 있다. ▲정치개혁 ▲외교/통일/국방 ▲일자리 ▲미래 ▲성장동력 ▲농산어촌 ▲보건복지 ▲육아/교육 ▲안전/환경 ▲저출산/고령화 대책 ▲행정 ▲반려동물 ▲교통/건축/국토 ▲경제민주화 ▲인권/성 평등 ▲문화/예술/체육/언론 ▲기타 등 총 17가지 카테고리 중 하나를 선택하고 청원내용을 서술하면 된다. 청원이 접수되면 각 청와대 수석실로 할당돼 검토가 이뤄진다.



  국민청원은 미국 백악관 내 청원 게시판인 위 더 피플(We The People)을 벤치마킹했다. 위 더 피플은 오바마 정부 시절인 2011년에 만들어졌다. 위 더 피플은 국민청원과 기본적인 이용 방법은 비슷하지만 몇 가지 차이점이 있다. 위 더 피플은 익명인 국민청원과 달리 자신의 이메일을 입력해 계정을 만든 후에야 글을 올릴 수 있다. 또, 연령 제한을 두고 있어 13세 이상만이 청원할 수 있다. 위 더 피플의 청원 게시글은 작성 후 150명의 성원을 받아야 검색되며, 10만명 이상이 동의해야 해당 정책과 관련된 전문가가 대답한다.

  국민청원은 30일간 20만명 이상의 국민이 동의한 청원만 정부 및 청와대 관계자가 해당 청원에 답하도록 기준을 정했다. 백악관보다 빡빡한 조건으로 처음에는 제대로 작동할지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도 있었다.

  청와대는 답변 기준을 백악관보다 높게 설정했지만, 청원의 문턱은 낮췄고, 답변의 신속성을 높였다. 청원 기간이 끝난 뒤 60일 이내 답변을 내놓는 백악관과 달리 청와대는 청원 마감 후 30일 이내 공식 답변을 내놓도록 하고 있다. 글로 답하는 백악관과 달리 청와대에서는 직접 제작한 동영상으로 청원에 답하고 있다.

  국민청원을 게시할 때는 몇 가지 주의사항이 있다. 첫째, 욕설 및 비속어를 사용한 청원은 관리자에 의해 삭제될 수 있다. 둘째, 폭력적이고 선정적인 내용을 담은 청원은 관리자에 의해 삭제될 수 있다. 셋째, 청소년에게 유해한 내용을 담은 청원은 관리자에 의해 삭제될 수 있으며, 한 이용자에 의해 같은 내용으로 중복 게시된 청원은 최초 1개 청원만 남기고 숨김처리 또는 삭제될 수 있다. 끝으로 한 번 작성된 청원은 관리자 외에 수정 및 삭제가 불가능하다. 최초 청원 취지와 다른 내용으로 변경되는 것을 방지해 청원 참여자 의견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다.

 

   지난해 8월 국민청원 게시판 개설 후 지금까지 서명 20만 건을 넘긴 청원은 총 19건이다. 청원 답변 1호는 지난해 9월 부산 여중생 폭행 사건으로 촉발된, 소년법을 폐지해야 한다는 청원이었다. 총 29만 6,330명이 참여했고 조국 민정수석을 포함한 3명의 수석이 응답했다. 청와대는 “미성년자 기준을 낮추는 등 당장 법안개정으로 청소년 범죄가 해결될 수 없고, 지속적이고 장기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답변했다.

  소년법 폐지를 시작으로 지금까지 청와대는 ‘낙태죄 폐지’, ‘주취 감경 폐지’, ‘조두순 출소반대’, ‘가상화폐 규제 반대’, ‘정형식 판사 파면 및 특별감사’ 등 총 15건의 청원에 답변했다. 현재(3월 16일 기준) 140,571건의 청원이 진행 중이다.

  현재 가장 폭발적인 반응을 보이는 청원은 ‘조두순 사건의 피해자 가족을 우롱하는 윤서인을 처벌해주십시오’라는 게시물로 2월 23일 시작해 보름 만에 20만명의 추천을 받아 청와대의 응답을 기다리고 있다. 이와 함께 현재 ▲연극인 이윤택 씨의 상습 성폭행 진상규명 ▲경제 민주화 ▲일간베스트 저장소(일베) 사이트 폐쇄 ▲도로교통법 개정 등 5개의 청원이 청와대의 답을 기다리고 있다. 국민청원 게시판은 매일 터지는 갖가지 이슈의 집합소가 되고 있다. 매일 약 700건에서 1,700건 정도 접수되고 있다. 자유한국당, 바른미래당 등 야당은 국민청원을 두고 청와대가 모든 일을 하려 든다고 비판한다. 그러나 국민청원이 국민소통광장 및 직접민주주의의 발전 역할을 하고 있음은 분명한 사실이다. 국민청원이 정부가 지향하는 국민과의 소통에 훌륭한 창구 역할을 해내며, 직접민주주의 장을 열었다.



  청와대도 국민청원 게시판이 소통에 목말라하는 국민의 요청을 충족시키는 창구가 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박근혜 前 정부에서 기자들의 질의에 제대로 답변하지 못하거나 답변할 의지가 없는 정부의 폐쇄성에 분노한 국민의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다. 그러나 국민청원의 부작용이 조금씩 드러나고 있다. 청원의 무게가 지나치게 가벼워지고, 장난 섞인 청원이 무분별하게 올라오고 있다. 사익과 관련해 개인적인 하소연을 하는 내용의 청원도 늘고 있다. 지난해 지진으로 수능이 연기됐을 때 ‘수능연기로 혼란을 겪었을 전국의 고3들에게 힘내라는 의미로 각자 치킨 한 마리씩 쏴주세요’라는 청원이 올라오기도 했으며, ‘故 노무현 前 대통령을 부활시켜주세요’라는 등 장난식의 글이 단적인 예다. 국민의 소리를 듣기 위해 마련된 창구이지만 어울리지 않는 내용의 청원 때문에 정작 중요한 이슈가 제대로 다뤄지지 않을 수 있다. 임종석 비서실장은 국민청원과 관련해 “답변하기 부적절한 청원도 적지 않게 올라온다”며 고충을 토로하기도 했다.

  가장 큰 문제는 국민청원이 인민재판의 장이 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달 여자 스피드스케이팅 팀 추월 선수들의 국가대표 박탈 청원이 있었다. 김보름, 박지우 선수는 팀 추월 경기에서 노선영 선수를 신경 쓰지 않은 채 먼저 들어와 팀워크를 이루지 못했다는 비난을 받았다. 인터뷰에서 웃음을 보인 것이 냉소적으로 비치면서 네티즌은 분노했고, 급기야 ‘선수 자격 박탈’을 논하는 청원까지 올라왔다. 인민재판이자 집단적 광기였다. 나흘 새 57만명이 몰렸고, 총 60만명 이상이 추천해 응답 기준인 20만명을 훌쩍 넘었다. 이에 지난 6일(화) 평창 동계올림픽을 담당하는 김홍수 청와대 교육문화비서관이 “성적이나 결과보다 그 과정의 공정성과 투명성도 중요하게 생각하는 높아진 국민 눈높이에 맞춰 운영 등을 개선할 수 있도록 정부가 함께할 수 있는 일을 모색하겠다”고 답변했다.

 







▲ 3월 14일(수) 하루만에 올라온 무분별한 청원들



  청와대 국민청원은 청원 게시에 대한 주의사항만 있을 뿐 확고한 기준이 없다. 이 때문에 일부 이용자들의 비상식적인 청원이 쏟아지는 것이다. 소년법 개정, 낙태죄 폐지, 조두순 출소 반대, 윤서인 처벌 등 행정부 능력 밖의 일을 요구하는 청원들이 쏟아져 국민청원의 취지가 옅어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국민청원이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서 변화가 필요하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그들은 부분 실명제 도입을 도입하자고 주장한다. 실명인증 및 회원가입 후 이용을 하되 게시물은 익명 처리하고 청와대 답변 시 작성자 아이디 일부를 공개하는 방식으로 바꾸자는 것이다. 무분별한 청원이나 중복추천 문제는 상당 부분 해소될 것이다.

  위 더 피플은 무분별한 청원을 막기 위해 법정 사안 또는 주 정부 담당 사항에 대해 예외 조항을 이유로 답변을 거절한다. 청와대 또한 20만명이 찬성한 사안이라 해도 예외 조항을 둬 행정부가 할 수 있는 업무만 답변해야 한다.

  또, 한 사람이 여러 번 서명하지 못하도록 막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현재 국민청원은 네이버·페이스북·트위터 등 3개의 계정으로 한 사람당 최소 3번 서명할 수 있는 건 물론, 같은 계정으로도 PC와 모바일을 오가며 거듭 참여할 수 있다. 이런 구조 때문에 한 사람이 다수의 계정을 동원해 추천 조작을 하는 일이 가능하다.

  국민청원은 국민들의 하소연을 받아주는 공간이 아니다. 국민들의 개인적인 불만을 들어주는 게시판이 따로 마련돼 있다. 바로 국민신문고다. 국민청원 홈페이지에는 일반 민원 혹은 제안, 정책 참여 등은 국가권익위원회의 국민신문고를 이용해 달라는 알림이 있다. 국민신문고는 국민들의 사연을 듣기 위해 만들어진 온라인 공공민원창구다.

  국민 신문고는 국민청원과 달리 공공 아이핀, 공인인증서, 휴대폰 중 하나를 택해 본인인증을 거쳐야 한다. 개인적인 민원제기, 사익 관련 요청 등은 온라인 민원창구인 국민신문고를 활용해면 된다.

  일각에서는 삼권분립 개념에 대한 무지로 인해 국민청원이 더럽혀지고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청원 내용이 삼권분립에 어긋나고, 행정부가 처리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는 사실을 국민들이 몰라서 하는 것만은 아니다. 국민들은 국민청원이라는 창구를 통해 국민의 뜻을 모으고 표현하기 위해 국민청원을 이용할 뿐이다.

  대의민주주의는 인류가 선택할 수 있는 현대정치의 유일한 대안으로 자리해왔다. 인구도 많고, 땅도 넓은 현대에 직접민주주의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러나 우리나라 국민들은 촛불을 통해 끊임없이 직접민주주의를 확대해 왔고, 광장의 힘으로 대통령을 탄핵하는 위업을 이루기도 했다. 직접민주주의에 대한 열망이 지속되고 있고, 인터넷 발달로 직접민주주의의 가능성이 커지는 것도 사실이다.

  국민들은 직접민주주의를 원한다. 국정 현안에 관련된 내용을 제기하는 다양한 공론장으로써, 국민청원이 긍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국민 스스로 성숙한 국민의식을 가진다면 직접민주주의는 먼 꿈 얘기가 아니다. 박수영 기자



sakai1967@seoultech.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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