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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부대, 진짜보다 가짜가 더 판치는 사이버 세상
유병준, 한혜림 ㅣ 기사 승인 2018-06-19 18  |  604호 ㅣ 조회수 : 1554


  인터넷 창을 열면 나오는 기사, 칼럼, 웹툰, 심지어 사진에도 댓글이 달린다. 우리는 댓글을 통해 생각을 표현하고 댓글을 읽으면서 타인의 생각을 알게 된다. 최근 ‘드루킹 댓글조작’이 큰 화제가 됐다. 이 사건은 인터넷에서 댓글을 이용해 여론을 조작한 사건이다. 드루킹 댓글조작의 주범은 필명 ‘드루킹’을 사용하는 블로거 김동원 씨다.



  김 씨의 블로그 활동은 2005년부터 시작됐다. 김 씨는 느릅나무라는 출판사를 세웠다. 하지만 8년 동안 출판된 책은 한 권도 없었다. 이후 2014년 김 씨는 ‘경제적 공진화 모임’(이하 경공모) 카페를 만들어 회원을 모집했다. 김 씨는 2017년 제19대 대선 더불어민주당 김경수 경남도지사 후보에게 접근한 후 댓글부대를 통해 민주당 측이 선거에 유리하도록 여론몰이를 했다. 대선이 끝난 후 김 씨는 인재 청탁이 거절당하자 민주당을 비방하는 댓글을 조작했다.



  2018년 김 씨는 자신의 카페 경공모를 이용해서 ‘남북이 평창 올림픽에 한반도기를 앞세워 공동 단일팀을 구성한다’는 내용의 기사에 비판적인 댓글의 추천 수를 조작했다. 댓글조작의 흔적들이 보이자 민주당은 이를 고발했고 검찰의 수사로 사건이 밝혀졌다.



  이 사건으로 시민들은 정치계에서 댓글을 통해 여론을 조작한다는 것에 충격을 받았다. 하지만 댓글조작 사건이 이번에 처음으로 일어난 것은 아니다.





  온라인상에서 댓글이나 순위를 조작하는 일은 비일비재하게 일어난다. 한 예로 음원사이트의 음원 순위가 있다. 유명 그룹의 신곡이 나오면 발표와 동시에 음원사이트를 점령한다. 물론 신곡이 모든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았을 수 있겠지만 팬덤의 작업 흔적이 보이는 경우가 있다. 사람들이 이런 행동을 하는 것은 인터넷에 나오는 순위나 댓글이 여론에 큰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사실 위와 같은 자발적 참여는 개인의 의견 표현으로 볼 수 있다. 문제는 중대한 사회 문제를 다루는 공론장이나 공동체에 피해를 줄 수 있는 사안에서도 하나의 사업인 마냥 여론을 조장하는 사건이 일어났다는 점이다.



  대표적인 사건으로 제18대 대선 때 일어난 ‘국정원 댓글조작’이 있다. 이명박 정부시절 2009년부터 2012년까지 원세훈 국정원장이 국정원 내에 ‘사이버 외곽 팀’, ‘알파 팀’으로 불리는 댓글 조직을 비밀리에 운영했다. 댓글 부대는 2011년 대북심리전단이란 이름으로 출발해 심리정보국으로 확대 개편됐다. 국정원은 다수의 민간인을 보조 요원으로 고용해 여론을 조작했다. 매달 300만원을 지급하며 VPN과 차명 IP를 지원해 댓글을 달 수 있게 했다. 각 팀들은 제18대 대선에서 우호적인 여론을 조성하기 위해 약 15개의 포털사이트에서 댓글을 달았다. 당시 국정원 직원의 오피스텔 댓글 작업이 꼬리가 잡혀 댓글조작 사실이 알려지게 됐다. 이는 정치계에서 여론 조작이 일어나고 있다는 유력한 소문을 사실로 확인한 첫 사건이었다.



  댓글조작은 정치계뿐만 아니라 다양한 분야에서 나타났다. 2017년 대형 인터넷 강의 업체인 ‘이투스 교육’에서 댓글 알바를 조직적으로 운영해 왔다는 정황이 드러났다. 이투스 교육은 2014년부터 2016년까지 한 마케팅 업체와 9억원대의 계약을 맺고, 자사 강사를 홍보하는 마케팅을 펼쳤다. 이투스 교육은 댓글부대를 풀어 이메일을 통해 홍보성 글과 댓글을 올리게 했다. 이들은 수험생이 많이 사용하는 사이트에서 주로 활동했다. 또한, IP 추적을 따돌리기 위해 PC방, 공용 Wi-Fi 등을 이용해 작업하라는 지침을 내렸다. 꼬리가 잡힌 이투스 대표는 2017년 1월 댓글 알바에 대한 사과문을 홈페이지에 게재했다.



  네이버 댓글조작 사건은 현재 조사 중이다. 2018년 1월 댓글의 좋아요 수와 싫어요 수, 기사에 달린 댓글 중 상당수가 조작으로 강력히 의심돼 청와대 홈페이지에 국민청원이 올라갈 정도다. 새벽 시간대 매크로 사용으로 의심되는 댓글 순위가 발생했고, 네이버 아이디 구매 사이트, 댓글조작 사이트 발견에 따라 누리꾼들의 의심이 빗발쳐 현재 20만명이 넘는 청원 수를 기록했다. 또한, 검색 정도와 상관없이 실시간 검색 순위가 바뀌는 등 네이버의 내부 도움 없이는 일어날 수 없는 일이 확인됐다. 네이버는 수사요청에 응했으나 댓글조작에 대한 누리꾼들의 실망은 피할 수 없었다.



  위와 같은 사건들이 있었지만 댓글부대는 사라지지 않고 있다. 포털 사이트에 댓글조작, 자택 근무를 검색하면 쉽게 일자리에 관한 정보를 찾을 수 있다.





  댓글조작이 문제가 되는 이유는 여러 아이디를 동원해 같은 내용의 댓글을 쓰는 등 정당하지 않은 방법으로 여론을 몰아가기 때문이다. 일종의 사이버 심리전과 같다. 한 사람이 여러 아이디를 이용해 마치 각자 다른 사람들이 올린 마냥 의견이 통일된 댓글을 계속 단다. 댓글을 보게 된 사람들은 다수의 의견, 즉 여론이 그렇다고 받아들이게 된다.



  드루킹 사건 이후 댓글조작의 심각성이 대두되고 있다. 왜 댓글조작은 끊이지 않는 것일까? 용인대학교 교양학부 최창렬 교수는 “댓글이 여론에 상당한 정도의 영향을 미치는 현실 때문이다”라고 답했다. 일반 시민들은 특정 정향의 의견이 몰리면 이에 경도되는 경향이 있다. 심리적인 *밴드왜건효과다. 댓글이 여론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여론을 움직이기 위해 댓글조작을 하게 된다.





  댓글조작 규제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여러 규제방안이 논의되는 가운데, 아예 댓글 자체를 없애자는 의견이 눈에 띈다. 하지만 최 교수는 “특정 현안에 대해 시민들의 의사를 표현하는 기제 자체를 없앤다는 발상은 본질적으로 비민주적이기에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얘기했다. 게다가 댓글을 없앤다고 해서 여론 조작이 해결될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일각에서는 댓글을 없애는 것이 어렵다면 아웃링크 방식을 도입하자고 주장한다. 아웃링크 방식이란 검색한 정보를 클릭하면 정보를 제공한 원래의 사이트로 직접 이동하여 검색된 결과를 보여주는 방식이다. 이에 대해 최 교수는 아웃링크 자체로는 의미가 없다는 입장이다. 그는 “인터넷 포털이 신문과 방송 등의 기사를 자의적으로 편집, 배열하는 것이 문제이자 포털이 권력이 된 이유”라며 “이에 대한 적절한 개선과 규제가 없으면 아웃링크 방식만으로 해결되기 어렵다”고 전했다.



  인터넷 실명제가 댓글조작의 해결책이 될 수 있을까? 인터넷 실명제는 실명을 걸고 쓰는 댓글이기에 무책임한 의사 표현이 익명보다 덜하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개개인의 익명 표현의 자유를 침범한다는 단점도 있다. 최 교수는 “댓글을 달 때 무책임하고, 의사 표현보다는 자신의 의사를 배설하는 식의 댓글표현은 사회통념에 근거해 볼 때 정상적인 수준을 넘을 때가 많다”며 “인터넷 실명제는 인터넷이 익명성을 본질로 한다는 점에서 표현의 자유를 제한할 수 있지만 여러 보완 장치를 마련한다면 긍정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인터넷 실명제는 이미 헌법재판소가 2012년 8월 표현의 자유와 기본권 제한의 우려로 위헌 결정한 바가 있어 실질적인 방안으로 채택되기는 어려움이 뒤따른다.



*밴드왜건효과: 유행에 따라 상품을 구입하는 소비현상



유병준 수습기자

32qudwns@seoultech.ac.kr



한혜림 수습기자

hyeeee14@seoultech.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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