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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이냐 삶이냐 그것이 문제로다 Over-Tourism
주윤채 ㅣ 기사 승인 2018-09-03 11  |  605호 ㅣ 조회수 : 143


  혜화동 마로니에공원 뒤쪽 경사진 골목길을 따라가다 보면 이화동 벽화마을이 나온다. 서울의 마지막 달동네로 불리던 이곳에 벽화가 들어선 건 2006년이었다. 2006년 문화체육관광부가 낙후된 마을을 살리기 위해 큰돈을 들여 예술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많은 예술가가 담벼락에 16점의 벽화작품을 그리면서 조용한 동네는 관광객으로 붐비기 시작했다.



  벽화마을이 조성된 지 10년이 지난 2016년 5월, 마을의 벽화를 지운 이화동 주민 5명이 공동재물손괴혐의로 불구속 입건됐다. 이들은 벽화마을 계단에 그려진 해바라기 그림 위에 회색 페인트를 칠했고, 잉어 벽화를 지웠다. 관광객으로 인한 소음, 쓰레기, 낙서 문제에 대해 구청에 수차례 민원을 제기했지만, 문제가 해결되지 않자 벽화를 훼손한 것이다. 훼손된 벽화 두 점은 한양성곽으로 향하는 가파른 언덕에 위치한, ‘계단집’ 주변에 자리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외국인이 전체 관광객 중 70% 이상을 차지하는 북촌 한옥마을은 더 심각하다. 북촌 한옥마을은 각종 예능프로그램과 드라마 촬영지로 활용되면서 국내 관광객뿐만 아니라 외국인 관광객들도 많이 찾는 장소다. 서울시가 2016년 10월부터 2017년 6월까지 조사한 결과 북촌을 찾는 관광객은 하루 평균 1만 명으로 집계됐다.





▲ 이화벽화마을의 현 모습



  북촌 한옥마을 주민들은 지난 4월부터 매주 토요일 마을 입구에 모여 집회를 열고 있다. 북촌 한옥마을에 몰려드는 관광객들과 공존할 방법을 모색하기 위해서다. 지금도 북촌 한옥마을에는 ‘새벽부터 오는 관광객 주민은, 북촌 주민은 쉬고 싶다’, ‘서울시는 주인, 북촌 주민은 노예’와 같은 주민들의 목소리를 담은 현수막이 골목마다 설치돼 있다.



  관광산업의 성장은 관광지 과밀화라는 부작용을 낳는다. 이를 두고 오버투어리즘(Over-Tourism, 과잉관광)이라고 부른다. 오버투어리즘은 지역의 수용 능력을 뛰어넘는 관광객이 몰려들어 주민들의 삶을 침해하는 현상을 가리키는 단어다. 평범한 주거지가 인기 상권이 되면서 몰려드는 인파로 쓰레기와 소음, 사생활 침해에 몸살을 앓고 있다.



  오버투어리즘은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다. 주민과 관광객 간 갈등은 지난해 이탈리아 베네치아와 스페인 바르셀로나 등 유럽에서 시작됐다. 올해 부활절 베니스에만 12만 명의 관광객이 방문했다. 수많은 관광객이 좁은 거리와 집 주변을 활보하면서 지역 주민들의 삶의 질은 악화됐다. 도시가 놀이공원 디즈니랜드처럼 변해 가는 ‘디즈니피케이션’ 현상이 나타났다. 지난해 30만 명에 달하던 인구가 5만 명 아래로 줄어든 베네치아에선 ‘우리는 당신을 환영하지 않는다’라는 관광객을 배척하는 현수막을 들고 거리로 뛰쳐나오기도 했다.





  지난 7월 12일(목) ‘광화문 1번가’ 주최로 제6차 열린소통포럼 ‘관광지가 되어버린 삶의 공간, 상생의 길을 찾자’가 진행됐다. 이날 제주생태관광협회 고제량 협회장은 “제주도 인구가 5년 만에 9만 명이나 증가해 현재 인구 포화 상태이며 쓰레기 또한 포화 상태”라며 제주도 상황을 전했다. 그의 말에 따르면 제주도의 대평리 마을은 지역 주민의 70%가 이주민으로 골목 안에는 카페, 게스트하우스, 음식점이 가득 차 있다. 원주민들은 집값 폭등, 가겟세 폭등, 소음 등으로 마을을 떠나게 됐다. 이처럼 ▲임대료 및 물가상승 ▲환경 훼손 ▲소음, 사생활 침해 ▲교통체증 등은 오버투어리즘의 대표적인 문제점이다.



  2017년 제주도에서 나온 해양쓰레기는 약 1만 5000톤으로 2012년보다 약 30% 증가했다. 제주도에서 해양쓰레기보다 심각한 것은 생활 쓰레기다. 제주도는 2011년 때보다 2배 많은 쓰레기를 배출하고 있다. 제주환경시설관리소에 처리하지 못한 압축 쓰레기가 5만여 톤 쌓여 있다. 지난달 17일(금) 봉개동 쓰레기매립장을 내년 10월까지 연장 사용하도록 합의해 급한 불은 껐지만 장기적인 해결책이 되지는 못한다.



  관광객이 늘어 원주민의 터전이 빼앗기는 사례는 곳곳에서 볼 수 있다. 이는 투어리스티피케이션 현상이라고 불린다. 북촌 한옥마을의 인구는 2012년 9천여 명에서 2017년 7천여 명으로 감소했다. 또한, 2008년 전주 한옥마을에는 약 2,300명이 살고 있었지만 10년이 지난 현재에는 그의 절반인 1,100여 명만이 남았다. 벽화마을로 유명세를 탄 통영의 동피랑 마을 또한 상황이 다르지 않다. 마을에 활기를 불어넣기 위해 그리기 시작한 벽화였지만, 몰려드는 관광객을 견디지 못해 주민들이 떠나기 시작했고, 현재는 원래 절반 정도만 남았다.



  굴러온 관광객으로 인해 원주민들은 떠나고, 관광지는 돈을 벌기 위해 온 사람들로 가득 찼다. 가장 큰 원인은 급등한 상가 임대료 때문이다. 한때 망원동은 홍대, 상수동의 높은 임대료를 감당하기 어려운 서민들이 자리 잡고 있었다. 그러나 최근 SNS를 통해 숨은 관광지로 알려지며 많은 이들이 찾고 있다. 망원동 인근인 망리단길의 한 주택가 대문에 “쓰레기 투기와 흡연을 금지한다”는 경고문이 붙을 정도다. 망원동의 5년간 연평균 임대료가 14%, 상가임대료는 21% 증가했다. 결국 싼 임대료 때문에 망원동에 자리를 잡았던 지역구민들은 은평구 증산동 등지로 다시 옮겨가게 됐다.



  여수시는 무분별하게 관광산업을 확장한 탓에 시민들만 피해를 보고 있다. ‘낭만포차’가 조성돼 사람이 몰리는 종포해양공원 주변은 주차공간이 부족해 주민들의 주차공간마저 확보되지 않고 있다. 2015년 해상케이블카와 유람선이 운행돼 교통난이 심각해진 여수 돌산지역 주민들은 이를 해결하기 위한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현수막을 부착했다. 그럼에도 여수시는 돌산회타운을 비롯한 새로운 사업을 추진해 주민들의 분노를 샀다.





  지난 4월 BBC가 선정한 5대 오버투어리즘 관광지에 제주도가 꼽혔다. 제주도는 관광객의 증가로 환경처리 비용이 늘어나 2020년부터 ‘환경보전기여금’ 제도를 도입할 예정이다. 여름철 지역주민 수의 약 5배에 달하는 관광객이 방문하는 우도는 렌터카 출입을 금지했다.



  무료로 입장 가능했던 한라산에도 관람료가 도입된다. 연구용역에서 산정한 적정 관람료는 최소 26,000원에서 최대 35,000원으로, 이는 탐방객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의 평균금액인 3,573원에 비해 현저히 높은 금액이라 논의가 쉽지 않아 보인다. 서울시와 종로구는 평일과 토요일에는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만 관광을 허용하고 일요일은 ‘골목길 쉬는 날’로 지정했다. 하지만 주민들은 이 방안이 강제성을 띠지 않아 실효성이 없다고 지적한다. 지역 주민들이 피켓을 들고 거리로 나선 북촌 한옥마을은 제대로 된 해결방안이 마련되지 않아 더 문제가 되고 있다.



  한편 통영시는 지역주민들이 불편을 호소하는 와중 계속해서 관광사업을 확장해 그들의 원성을 사기도 했다.



  지난 2월 주민들은 통영시에서 추진 중인 ‘어드벤처 타워 설치 사업 폐기’를 요구했다. 주민들의 목소리가 커지자 지난 6월 25일(월) 통영시와 보도교로 들어오는 배를 운항하는 해운사와 주민의 만남이 성사됐지만 아직도 뚜렷한 해결방안은 마련되지 않고 있다.



  더는 우리나라에서도 지나친 관광의 피해를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 됐다. 하지만 이를 해결하기 위해 마련된 대책이 효과가 없거나, 아직 제대로 된 방안도 마련되지 않은 경우가 많다. 더 일찍부터 오버투어리즘에 직면한 외국의 경우 ▲관광지 입장객 수 제한 ▲관광세 부과 ▲신규 숙박업소 제한 등의 조치를 취하고 있다.



주윤채 기자

qeen0406@seoultech.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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