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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이기심에 위협받는 동물권
남윤지 이건희 ㅣ 기사 승인 2019-02-18 17  |  612호 ㅣ 조회수 : 257



  최근 국내 동물권 단체 대표가 불법적, 비윤리적으로 유기견을 안락사해서 큰 논란이 생겼다. 시민들의 소중한 후원금으로 유기견을 안락사 시킨 후 암매장한 것이다. 인간과 친밀한 관계를 맺는 반려동물에 관한 문제는 많은 사람에게 관심을 받는다. 하지만 소, 닭, 돼지 같은 농장 동물의 경우는 어떨까? 사람들은 우리 식탁에 올라오는 농장 동물에게 상대적으로 무관심하다. 단편적인 예로 유튜브에 올라온 닭 도축 과정에 관한 영상에서 ‘ㄹㅇ 밥도둑 도축 과정’, ‘손질되는 것 보니까 흥분된다. 빨리 치킨이 만들어지길’ 같은 장난스러운 댓글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이처럼 사람들은 직접 사람과 교감하는 반려동물 이외의 동물에게는 무관심하고 심지어는 생명을 경시하는 모습도 찾아볼 수 있다.








동물권이란 무엇인가

  동물권이란 사람이 아닌 동물 역시 인권에 비견되는 생명권을 지니며 고통 받고 학대당하지 않을 권리 등을 지니고 있다는 견해다. 이는 1970년대 철학자 피터 싱어가 주장한 개념이다. 우선 동물권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배경은 크게 두 가지가 있다. 첫 번째는 동물 실험이다. 영국생체실험폐지연대(BUAV)가 수십 마리의 토끼들이 플라스틱 기계에 묶인 채 약물 실험당하는 현장을 언론에 공개한 후 큰 논란이 일었다. 성형 약품 개발을 위해 토끼들이 희생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소형 사냥개 종류에 해당하는 비글도 인간의 지시를 잘 따르고 참을성이 강한 성격으로 인해 동물 실험에 자주 이용된다. 실험을 통해 희생되는 비글의 수는 한해 약 1만 마리다. 그러나 동물과 인간이 공통으로 걸리는 질병의 비율은 약 1% 정도라 동물 실험의 효율성 문제가 제시됐다.


 



  두 번째가 바로 농장 동물의 사육과 도축 문제이다. 2018년 기준 대한민국에서 도축되는 농장 동물의 수는 소 87만 마리, 돼지 1,672만 마리, 닭 9억 3,600만 마리, 개 1백만 마리다. 많은 수의 농장 동물은 경제적 이익을 위해 빠르고 많은 양의 육류를 생산하는 방식으로 사육된다. 인간의 이기심 속에서 가축들은 각종 전염병, 비위생적인 환경, 잔인한 방식의 도축 등 동물권이 무시된 환경에서 태어나 생을 마감한다.




우리나라 동물 농장 사육환경

  국내 양계 농장의 95%는 닭을 배터리 케이지 방식으로 사육한다. 적은 비용으로 많은 양의 달걀을 생산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배터리 케이지 시스템은 좁은 면적에 여러 마리의 닭을 집어넣고 움직임과 사료 섭취량을 줄여 생산성을 높이는 공장식 사육 시스템이다. 가로세로 약 50cm 남짓의 철망 안에 4~6마리의 닭을 한 번에 넣고 기른다. 이 시스템 속에서 닭 한 마리는 A4용지 2/3 정도 크기의 협소한 세상에서 살게 된다. 닭은 좁은 공간에서 극심한 스트레스에 서로를 쪼고 짓밟으며, 밀집된 공간 탓에 전염병에 쉽게 노출된다. 농장은 살충제와 같은 약물로 전염병을 최소화하고 계속해서 달걀을 생산하게 한다. 2018년 10월 2일(화), 세계 농장 동물의 날을 맞아 열린 기자회견에서 한국동물보호연합 이원복 대표는 “살충제 달걀 파동 역시 자연 상태라면 모래 목욕을 통해 몸속의 해충을 털어냈을 닭들을 케이지에 가둬둔 채 해충을 없애겠다고 살충제를 뿌려 발생한 문제”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같은 사례로 돼지 스톨(stall)이 있다. 스톨은 돼지를 완전히 감싸는 형태의 우리이다. 폭 60cm, 길이 210cm의 철제로 이뤄졌고, 바닥은 딱딱한 시멘트나 철제다. 몸을 움직일 수 없는 철제 우리에서 어미 돼지는 임신과 출산을 반복하며 새끼를 낳는 기계로 살아간다. 돼지의 기본적인 욕구는 물론 모성애까지 무시한 채 사육하고 있는 현실이다. 국내 양돈 농장의 99%가 스톨 사육방식을 사용한다.




  최근에는 경남 사천에서 새끼 돼지를 잔인하게 살해한 사건이 도마 위에 오르면서 도축 과정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기도 했다. 관련 영상을 보면 농장직원으로 보이는 남성이 40여 마리의 돼지를 좁은 공간에 몰아놓고 고통스럽게 발버둥 치는 돼지의 머리를 망치로 내려치는 장면이 고스란히 담겼다. 해당 농장에서 발병 여부와 상관없이 임의로 상품성이 떨어지는 돼지를 ‘도태’하는 방식이었다. 현행 동물보호법에서는 동물을 잔인하게 죽이는 행위와 더불어 같은 종의 동물을 서로가 보는 앞에서 죽이는 행위 등을 동물학대로 명시해 금지하고 있다. 그러나 법이 무색하게도 드러나지 않은 곳에서 잔혹한 행위가 자행되고 있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

  앞서 이야기했던 축산방법 중 하나인 배터리 케이지 시스템은 비윤리적인 사육 방식으로 외국에선 금지하는 추세다. 유럽연합(EU)에서는 20여 년 전부터 배터리 케이지 시스템에 대한 문제를 공론화시키기 위해 노력했다. 그 결과 2012년부터 법적으로 산란계의 배터리 케이지 사용을 금지하고 있다. 미국은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배터리 케이지를 사용하지 않겠다는 ‘케이지 프리(Cag e Free)’ 선언을 하고 있다. 유럽과 달리 우리나라의 경우 케이지 사육의 적정 면적을 마리당 0.05㎡에서 0.075㎡로 상향하도록 축산법 시행령을 개정해 지난해 9월부터 시행하는 것이 전부였다. 상대적으로 축산 시스템에 대한 관심과 노력이 부족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최근 우리나라에서 여러 동물권 단체와 사람들의 노력으로 농장 동물의 동물권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변화의 물결이 일고 있다. 사례로 국내에선 풀무원이 동물자유연대와 함께 케이지 프리를 선언하기도 했다. 이 문제에 대해 한 인터뷰에서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 이형주 대표는 “동물 복지를 고려한 사육 시스템을 도입하면 가격 상승 등 소비자의 부담이 늘어나는 것은 사실”이라며 “동물복지 문제를 사람도 함께 나눠야 할 공동 부담으로 인식하는 소비자들의 의식 변화가 절실하다”고 말했다.


 



  또한 동물권행동단체인 ‘카라’는 최근 새끼 돼지를 망치로 잔혹하게 죽이고 유통한 사건 이후 ‘나는 (동물학대 축산물을) 불매합니다’ 서약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캠페인에서 카라는 전국에 존재하는 학대농장의 악순환을 끊어내기 위해 소비자의 실천이 필요하다고 호소한다. 동물학대 축산물을 팔 곳이 없다면 동물학대 농장은 문을 닫게 된다. 따라서 학대농장과 학대농장의 축산물을 유통하는 브랜드를 막기 위해서는 해당 브랜드를 불매하는 시민들의 노력이 필요하다.




육식을 줄이기

  육식을 줄이는 것도 학대를 멈추는 방법의 하나다. 통계자료에 의하면 우리나라는 2014년 기준 닭 8억 8,000만 마리, 오리 5,000만 마리, 소 100만 마리, 돼지 1,500만 마리 등 총 9억 5,000만 마리가 넘는 동물들을 소비했다. 그리고 매년 그 수는 증가하고 있다. 육류소비의 급격한 증가는 동물학대를 심화시킨다고 볼 수 있다. 우리나라는 동물을 기르기 위한 넓은 부지가 부족하다. 증가하는 육류 수요를 맞추기 위해서는 좁은 공간에서 효율적으로 기르는 방법이 필요하다. 배터리 케이지 시스템이나 돼지 스톨이 생겨난 원인이다.


 



  이처럼 공장식 축산업의 발달로 동물학대는 증가해 왔다. 공장식 축산업으로 인해 한번 전염병이 발생하면 그 피해는 걷잡을 수 없이 커진다. 2003년 조류인플루엔자가 처음 발생한 이후 같은 이유로 살처분된 가금류는 4,000만 마리 이상이다. 또한, 2010~2011년 겨울 동안 구제역의 여파로 매몰된 350만 마리의 소와 돼지 숫자를 합치면 현재 전국의 땅속은 거대한 동물 공동묘지나 다름없다. 많은 수의 동물을 살처분할 때 우리는 어떻게 하는가? 생매장이다. 살아있는 동물을 그대로 땅속에 묻는다. 농장 동물은 처음부터 끝까지 인간의 이기심에 의해 희생당한다. 


 



  이런 상황은 인간에게도 악영향을 끼친다. 먼저, 매몰지는 심각한 토지오염을 겪는다. 또한 주변 지하수에도 오염물질이 스며들어 지하수를 사용하는 인근 주민들에게 피해를 끼친다. 그리고 농장 동물들이 각종 질병에 걸리지 않도록 여러 약물과 항생제를 주입하면서 각종 약물에 오염된 고기가 그대로 우리 식탁에 오르게 된다.


 



  근본적으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육식을 줄이는 것이 큰 도움이 된다. 수요가 줄면 공급도 함께 줄어든다. 또한 동물 한 마리당 제공되는 공간이 커지게 된다. 사육환경의 질이 좋아진다면 동물 학대를 최소화할 수 있다.




갑각류에도 동물권이 있다고?

  사람마다 동물권을 보장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동물의 범위는 다양하다. 어떤 사람은 반려동물에 한해 동물권을 주장하기도 한다. 또 다른 사람은 반려동물 이외에 소, 돼지 같은 농장 동물도 동물권을 보장해야 한다. 현재 우리나라 현행 동물보호법에서는 동물을 ‘고통을 느낄 수 있는 신경 체계가 발달한 척추동물’로 규정한다. 또한 파충류, 양서류, 어류의 경우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관계 기관장과의 협의를 거쳐 대통령령으로 인정하고 있으며 문어(두족류)나 랍스타(갑각류) 등은 적용 대상에서 빠져 있다.


 



  그러나 최근 스위스에서 갑각류의 동물권을 보장하는 법률이 제정돼 네티즌들 사이에서 눈길을 끌었다. 랍스터를 산 채로 삶는 것은 학대에 해당한다고 판단해 이를 법적으로 금지한 것이다. 랍스터와 같은 갑각류는 예민한 신경계를 가지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산 채로 뜨거운 물에 들어간다면 끔찍한 고통을 느낀다고 한다. 사람들은 이러한 법률 지정에 대해 ‘많은 것을 생각하게 만드는 것 같다’, ‘실소를 금치 못했다’ 등 상반되는 반응을 보였다. 갑각류에 대한 재미있는 판결 사례도 있다. 이탈리아 대법원에서 ‘산 바닷가재를 요리 전 얼음과 함께 놔두는 것은 불법’이라고 판결한 것이다. 재판부는 “랍스터를 산 채로 삶는 조리법이 통념에 반하지는 않는다고 하더라도, 살아있는 랍스터를 얼음 위에 묶어두며 고통을 주는 것은 정당화할 수 없다”고 봤다. 이 판결로 랍스타의 집게를 끈으로 고정해 얼음 위에 보관하던 피렌체의 한 식당은 약 5000유로(약 665만원) 상당의 벌금을 물었다.


 



  이외에도 여러 유럽 국가는 동물의 지위를 법률로써 명시하고 있다. 오스트리아는 1988년 세계 최초로 동물은 물건이 아니라 법적 지위를 갖고 있다는 규정을 민법에 신설했다. 독일은 1990년, 스위스는 2002년에 동물에게 사람, 물건과 구분되는 ‘제3의 지위’를 부여했다. 또한 국제적인 기업들이 동물권 확장에 솔선수범하고 있다. 맥도날드(McDonald’s)와 네슬레(Nestle)는 공장식 양계장에서 생산된 달걀을 사용하지 않는다. 공장식 축산의 이점인 경제성이 없기에 제품의 가격이 상승하지만, 소비자들이 동물권에 관한 각자의 가치관과 신념에 따라 제품을 선택할 수 있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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