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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 운동가의 명예를 되찾기 위해 발벗고 나서다
원용찬 ㅣ 기사 승인 2019-03-11 01  |  613호 ㅣ 조회수 : 135









  본지는 노원구에 거주하는 독립유공자 후손을 만났다. 김세걸(72세·노원구) 씨는 가짜 독립유공자들을 찾아내 독립유공자의 명예를 회복하고 국민 혈세의 잘못된 사용을 바로 잡았다. 최근 그의 청와대 국민청원 글을 계기로 국가보훈처는 일제강점기 수형인명부* 전수조사를 시작했고 독립운동가의 명예회복 발판을 마련했다.



*일제강점기 수형인명부는 형을 받은 사람의 성명, 본적, 주소, 죄명, 재판일자, 형명형기, 처형도수(재범여부) 등을 적은 중요한 인적 정보이다. 독립운동 활동을 입증하는 핵심 기초자료로 독립유공자 발굴포상에 활용한다.



 



 





Q. 본인과 부친의 소개를 부탁한다.

A. 독립 운동가 김진성(金振聲) 지사의장남 김세걸이라고 한다. 아버지는 18살이었던 1932년부터 항일운동을 시작하셨고 활동지역은 만주였다. 항일독립운동단체인 국민부 소속이셨던 아버지는 중국에서 교육을 받았기 때문에 중국어가 유창했다. 그래서 왕운기(王雲起)로 이름을 바꾸고 중국인으로 가장해서 독립 운동가 활동을 이어갔다.

  아버지는 국민부의 상황을 일본 경찰에 밀고하고 교민들이 군자금을 납부하지 못하도록 방해 공작을 하던 사람을 처단하라는 임무를 받고 수행했다. 이후 아버지의 동료가 변절해서 일본 경찰에 체포됐다. 1심에서 사형, 2심에서 무기 징역형을 선고받고 1946년까지 서대문 형무소에서 옥고를 치렀다. 출옥 이후엔 고향인 만주로 돌아가 그곳에서 교사로 근무하며 행정업무를 보셨고 1961년에 병으로 돌아가셨다.


 



Q. 타인이 부친의 공적을 가로채 독립유공자 행세한 것을 어떻게 알게 됐는가?

A. 1992년 당시 나는 중국에서 군의관으로 근무 중이었다. 노래방에서 친구들과 노래를 부르던 중 노래방 기계 화면 속에 ‘애국지사 김진성의 묘’를 우연히 보게 됐다. ‘아버지의 유해는 중국에 있는데 어떻게 현충원에 아버지의 묘가 있지?’라는 생각을 했다. 곧바로 제 사무실 팩스로 국가보훈처에 “제 아버지의 묘인 것 같다. 확인을 부탁한다”고 연락을 했다. 국가보훈처로부터 “당신의 아버지와 동명이인입니다”라는 답변을 받았다. 의심스러운 마음에 자료조사를 해보니 누군가 아버지의 공적으로 독립유공자 훈장과 보훈연금까지 받았다고 했다. 그 사람이 1945년 7월20일 출생인 김진성의 딸이라고 한다. 그런데 아버지는 광복 이후에 출옥했고 만주로 돌아간 후, 결혼을 했기에 이는 사실이 아니다.





  이후 정식으로 국가보훈처에 독립유공자로 신청을 했고 1995년 광복 50주년을 맞아 김영삼 대통령 때 건국훈장 애국장을 받았다. 하지만 1968년에 가짜 김진성의 딸에게 수여된 훈장은 취소되지 않았고 가짜가 묻혀있는 묘소의 시신도 이장하지 않았다. 끈질긴 노력 끝에 겨우 1998년 아버지의 유해를 제자리에 이장할 수 있었다.


 



Q. 당시 문제해결을 위해 오랜 시간이 걸렸다. 어려운 점은 없었는가?

A. 앞서 언급한 것처럼 국가보훈처가 아버지의 출옥 날짜와 가짜 김진성 딸의 출생일만 확인했어도 빠르게 해결할 수 있었다고 본다. 가짜 훈장의 취소와 묘소 이전 문제 등으로 국가보훈처를 찾아갔는데 내게 ‘당신 가족을 독립운동가 후손으로 인정하고 한국으로 특별 귀화시켰으면 됐지 더 이상 뭘 바라느냐’고 무시하듯이 말했다. 같은 한민족인데 중국에서 온 교포라고 해서 차별하는 듯했다. 조국이라고 찾아왔는데 이런 대접을 받으니 마음이 좋지 않았다.


 



Q. 다른 애국지사도 가짜라고 밝혀냈다. 과정을 알려 달라.

A. 현충원 묘역을 관리하시는 분에게 아버지의 묘에 제사 지내는 사람이 있는지 물었다. 관리인이 “다른 묘역(181번 자리)에서 제사 지내는 가족들이 여기(김진성 지사의 묘)서도 제사를 지낸다”고 말했다. 그래서 가짜 김진성의 묘비와 181번 묘역의 묘비를 확인해보니 친척 관계였다. 그래서 181번 묘역, 김정수 지사의 공적을 바탕으로 국립 중앙도서관에서 자료를 찾아봤다. 김정수 지사의 공적은 당시 동아일보에 상세히 기록돼 있었는데 진짜 이름은 김정범이었다. 그래서 자료를 종합해 국가보훈처에 제출했다. 1998년 4월에 국가보훈처에 서류를 제출하고 직장 때문에 중국으로 출국했다. 하지만 중국에서 귀국한 2013년까지도 해결이 안 된 상태였다.







  2009년에 김정범 지사가 애국장(4급)을 받았는데 1968년에 가짜가 받은 독립장(3급)은 취소가 돼 있지 않았다. 심지어 진짜에게는 4급을 주고 가짜에게는 3급을 줬다. 아직도 가짜 독립유공자 가족들이 보훈연금을 받고 있어서 국가보훈처를 찾아가 김정범 지사가 진짜로 밝혀졌으니 가짜인 김정수라는 사람의 공적을 취소해달라고 요구했다. 결국 2015년에 가짜에게 지급되던 보훈연금이 취소됐고 2018년 광복절을 맞이해서 가짜 독립유공자의 서훈이 박탈됐다. 하지만, 가짜 독립유공자 일가족들은 진짜라고 주장하며 국가보훈처에 소송을 제기했고 아직까지도 현충원 묘역에 안장돼 있다.


 



Q. 그 과정에서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는가?

A. 가짜 독립유공자를 밝혀내려고 자료를 종합해 국가보훈처로 갔다. 직접 가져온 자료로 진짜와 가짜를 비교시켜 줬다. 그랬더니 국가보훈처 직원이 “아니, 김 선생님 이런 자료를 어디서 구하셨어요?”라고 말했다. 당시 60대였던 나는 “도서관과 인터넷을 활용해서 자료를 직접 구했다”라고 답변했다. 직원은 “제가 머리가 나빠서...”라는 소리를 했다. 기가 막히고 어이가 없었다. 정부나 공직자들을 비판하고 싶지 않지만, 자신의 직업에 책임감을 느꼈으면 좋겠다.


 



Q. 가짜 독립유공자뿐만 아니라 친일 행적이 있는 사람들도 유공자로서 훈장을 받았다. 선생님의 심정을 알고싶다.

A. 분노가 치밀어 오른다. 그 사람들은 독립 운동가를 탄압하던 사람들이다. 친일 행위가 다 밝혀졌는데도 현충원에 독립 운동가들과 함께 누워있다.

  보훈연금, 훈장도 받고 국가를 위해 충성한 애국지사로 칭찬 받는다. 마음이 답답하다.


 



Q. 3.1운동 100주년 기념행사에 참여한 소감을 부탁드린다.

A. 감격스러웠다. 독립운동가의 후손으로 자부심을 느꼈다. 3.1운동 100주년인 만큼 광화문 광장에서 행사를 진행했는데 많은 사람이 모였다. 정부에서도 행사 준비에 신경을 많이 쓴 것을 느꼈다. 많은 사람이 태극기를 흔드는 모습은 훌륭했다.


 



Q. 주변 독립유공자 후손의 환경이 어떠한가?

A. 대부분 중국에서 넘어왔다. 중국과 대한민국의 수교 이후 넘어왔기에 독립유공자 후손들의 평균연령이 높다. 후손들은 귀화 이전 중국에서 배운 것 없이 힘들게 삶을 유지하다 독립유공자 후손으로 인정받아 조국으로 돌아왔다. 하지만, 할 수 있는 일이 없어 건설 현장 등지에서 일을 하고 있다. 생활이 어려우면 다시 중국으로 돌아가는 경우도 있다.


 



Q. 독립유공자 후손을 위한 다양한 예우가 있지만, 독립유공자 후손들이 느끼기에 현실적으로 필요한 것은 어떤 것이 있는가.

A.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 가장 필요하다. 직업교육과 더불어 시민으로서 가져야 할 기본 소양을 학습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물론, 국가보훈처에서 어느 정도 시행하고 있으나 형식적이고 단발성으로 끝나 아쉽다. 구체적이고 지속적인 교육이 필요하다. 그래야 이 사회에 독립유공자의 후손들이 정착할 수 있다.


 



Q. 앞으로의 목표가 있는가.

A. 개인적인 소망은 아버지가 걸으신 길을 직접 가보고 싶다. 남과 북이 통일돼 자유롭게 왕래하고 중국까지도 쉽게 여행 다닐 수 있는 날이 온다면, 아버지의 고향부터 독립운동의 현장까지 가족들과 직접 몸으로 체험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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