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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을 지켜주세요!
남윤지, 이건희, 박선우 ㅣ 기사 승인 2019-05-26 19  |  618호 ㅣ 조회수 : 522



 요즘은 어때요?



  TV를 보면 다양한 보험광고가 나온다. 각종 질병, 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보험, 연예인의 신체 보험, 휴대폰 보험, 심지어 반려동물 보험도 등장했다. 사람들은 불확실한 미래에 닥칠지 모르는 위험을 예방하기 위해 보험에 가입한다. 최근 조금 특별한 보험이 생겼다.



  교권침해 보험을 들어본 적이 있는가? 쉽게 말해 학생에게 욕설을 들으면, 300만원의 보험금을 받는 것이다. 이 보험금은 소송, 정신과 치료, 변호사 선임 비용으로 이용한다. 언제 학생, 학부모에게 교권침해를 받을지 모르니 보험을 통해 스승의 권리를 보장받는 시대가 등장한 것이다. 2018년에 등장한 이 보험은 가입자가 계속 증가해 지난 1월 기준, 1,579명의 교사가 가입돼 있다. 소위 말하는 ‘웃픈’ 상황이다. 학생들에게 배움을 전해야 하는 교사가 학생, 학부모의 등쌀에 밀려 오히려 고통받고 있으니 말이다.



  올해 초,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이하 한국교총)는 명예퇴직을 신청한 교사가 급증했다고 밝혔다. 전년도 대비 30% 증가한 6,039명이 명예퇴직을 신청했다. 갑작스러운 명예퇴직 인원 증가로 인해 교직의 공석이 생기게 됐고 학교 측은 기간제 교사 구직, 성급한 배치의 문제로 골치가 아프다. 2015년에 한국교총에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명예퇴직 신청 교원이 증가하게 된 이유’를 교사들에게 물었다. 그 결과 응답자의 55.8%가 ‘교권 하락 및 생활지도의 어려움에 대한 대응 미흡’을 꼽았다. 과반수의 교사들이 교권 하락에 대해 고민했고 결국 학교를 떠나기 시작한 것이다. 자유분방한 학생들을 통제하기는 어렵고 교사의 권리마저 침해받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학생인권 침해에서 교권 침해까지



 빛과 그림자



  ‘스승의 그림자도 밟지 마라’라는 옛말이 있다. 이 글귀는 스승에 대한 공경과 존중을 표현한 말이다. 그러나 교사라는 ‘힘을 가진 존재’를 두려워하고 무력하게 순응할 수밖에 없던 학생들의 입장을 대변하기도 한다. 아직 학생들의 인권이 보장받지 못한 시절 학생들은 교사에게 폭언, 폭력 등을 당해도 호소할 방법이 없었으며 오히려 피해를 본 학생에게 ‘네가 잘못을 해서 그런 것 아니냐’라며 책임을 돌리는 일도 비일비재했다. 이에 학생의 존엄과 가치가 학교 교육 과정에서 보장될 수 있도록 각 교육청에서 ▲경기학생인권조례(2010년 10월) ▲광주학생인권조례(2011년 10월) ▲서울학생인권조례(2012년 1월) ▲전북학생인권조례(2013년 7월)를 제정했다. 각 학생인권조례를 살펴보면 공통적으로 물리적, 언어적 폭력으로부터 자유로울 권리, 차별받지 않을 권리가 포함된 것으로 봐 당대 학생들이 폭력적인 교사에게 얼마나 억압받았는지 알 수 있다. 이후에도 학생들의 인권을 신장하는 움직임은 끊임없이 이어졌다. 그러나 반대로 학생 인권 신장에 힘을 쓸수록 교사들의 인권은 외면받았다.



 사라져가는 교권



  학교가 제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배움을 받는 학생들의 존재만큼이나 배움을 전하는 교사도 중요하다. 교권이란 교사들의 교육 활동을 위한 권리로써 수업, 생활지도, 평가 등 제반 교육 활동에서 행사되는 교육자의 권리를 의미한다. 그러나 최근 교사들의 교권은 발 디딜 곳 없는 낭떠러지 끝까지 내몰려 있다. ‘교권의 존중과 신분보장’ 교육공무원법 제43조에서는 교권이 존중받아야 한다는 것과 더불어 부당한 간섭으로부터 교원이 보호돼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최근에는 법이 무색하게도 학생들과 학부모로 인한 다양한 유형의 교권침해가 자행되고 있다. 교사들이 받는 교권침해는 대표적으로 ▲욕설 또는 폭언 ▲폭행 ▲성희롱 ▲수업 진행 방해 ▲업무시간 이후 문자나 메신저를 통한 간섭 및 사생활 침해가 있다. 유치원이나 초등학교의 경우 학부모에 의해 교권침해가 발생하는 경우가 많고 중·고등학교, 즉 학년이 올라갈수록 학생들에 의한 교권침해 비중이 높아진다.



  최근 5년간 교권보호위원회에 접수된 교권 침해 건수는 약 5,500건에서 약 2,400건으로 줄었다. 그러나 성희롱 피해는 2013년 62건에서 지난해 164건으로 3배 늘었고, 폭행사례도 71건에서 165건으로 증가했다. 실질적으로 교사가 위협받는 악성 사례가 증가한 것이다. 더 심각한 문제는 교권침해에 대해 적절한 조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교권침해가 발생해도 ‘참아라’는 식의 안일한 대처로 문제가 심화되고 교권침해에 대해서는 솜방망이 처벌만이 이뤄진다. 실제로 가해 학생의 처벌은 출석정지가 34%, 특별교육 이수 또는 봉사가 각각 20%를 차지하는 반면 퇴학은 단 5%에 불과했다. 하지만 이러한 일을 겪은 교사들은 심한 스트레스와 우울증을 호소하기도 하며, 심지어 자살 충동을 겪는 사례도 종종 발생한다. 교권침해 보험까지 생겨나는 상황에서 이는 더 이상 웃어넘길 일이 아니다.



사생활 침해인가 소통인가



  ‘교사 업무용 휴대전화’라고 들어봤는가. 스마트폰 사용이 일상이 된 지금 교사들은 업무 시간 이외에도 계속되는 민원 전화, SNS상 개인정보 공개로 인한 사생활 침해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어디서나 학생, 학부모에게 감시당하는 느낌을 받으며 개인 번호로 연락을 해 사생활에 간섭하는 경우도 있다. 일례로 인터넷에서 본인을 교사라고 밝힌 사연의 주인공은 업무시간이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술집에 들어가는 것을 목격했다는 이유로 개인 휴대폰을 통해 학부모로부터 “행실을 바르게 해라”라는 어처구니없는 연락을 받았다고 하소연하기도 했다. 이러한 이유로 교사 업무용 휴대전화 또는 전화번호를 통해 교사의 사생활을 보호하자는 대안이 나온 것이다. 그러나 이 대안을 두고 “소통도 교사의 업무”라며 반대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비슷한 사례로 최근 유치원생 학부모 사이에서 다양한 모양의 소형 녹음기가 유행이다. 녹음기를 아이의 옷이나 가방에 넣어 놓으면 유치원 내에서의 모든 일이 녹음된다. 이에 대해서도 ‘유치원 교사의 교권침해’라는 입장과 ‘내 아이가 어떻게 생활하는지 알 권리’라는 입장이 대립하는 것이다.



▲ 출처 : 새전북신문



교권침해, 어떻게 해결할까



 교권위를 강력하게



  이렇게 침해당한 교권을 구제하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한국교권보호위원회(이하 교권위)가 존재한다. 교권위는 교사의 교육 활동을 보호하는 기초적인 기구이다. 모든 초중고교에 학교 단위로 교권위가 설치돼 있고, 교권 침해 분쟁이 해결되지 않으면 시도교육청 교권위로 넘어가게 된다. 학교 교권위는 ▲교육 활동 침해기준을 마련하고 예방대책을 수립 ▲교육 활동 침해 학생에 대한 선도 조치 ▲교원의 교육 활동과 관련된 분쟁 조정 등의 일을 한다. 교권위는 ▲재적 위원 4분의 1 이상의 요청 ▲교원의 교육 활동 침해 사실의 신고 ▲그 밖의 위원장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에 소집된다.



  하지만 실제로 교육 현장 내에서 교권위가 소집되는 경우는 드물다. 교권위를 적극적으로 이용해야 할 교원들마저도 교권위가 뭔지, 언제 열리는지에 대해 무지한 경우가 많고 위원을 구하기도 어려워 학교운영위원회, 학교폭력위원회 위원이 겸임하는 경우가 많다. 위원장도 보통 자의 반 타의 반으로 교감이 맡는다. 이러니 교권위가 필요한 상황이어도 어떻게 여는지, 권한과 책임은 어디까지인지 제대로 아는 사람은 찾아보기 힘들다. 또한, 학교 내에서 학교장이 학부모와의 갈등을 피하기 위해 조용히 넘어가자는 압박을 넣으면 상급자의 뜻을 거스르기 어렵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고 교권위를 정상적으로 운영하기 위해선 학교 교권위의 책임감을 강화하고 독립성을 보장해야 한다. 교원위원을 학교 내 교무회의 등을 통해 직접 선출하고, 교권위 업무를 학교의 공식적인 업무의 일환으로 보는 방법 등을 통해 교권위의 책임감을 강화할 수 있다. 교권위의 독립성을 보장하기 위해선 교권위원장을 교내 상급자가 담당하기보다는 변호사 등 법률전문가에게 맡기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래야 교권위가 법을 준수하며 학교장이나 학부모의 부당한 압력으로부터 벗어나 독립적으로 운영되는 것이 가능하다. 또, 학교관리자나 동료에 의한 교육 활동 침해 행위가 일어났을 때도 학교 내 상황에 휘둘리지 않고 공정하게 중재하고 판결할 수 있다.



 개정되는 교권 3법



  추락한 교권을 회복하고 교원의 지위를 보장하기 위한 다른 움직임도 있다. 한국교총의 교권 3법 개정이 그것이다. 기존 교원지위법은 교권침해 대응에 있어 강력하고 실효성 있는 규정이 미흡해 피해 교원 보호와 교권침해 예방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교총에 접수된 교권침해 상담 건수는 2007년 204건에서 2017년 508건으로 250%나 증가했고 이 중 학부모에 의한 교권침해가 절반을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2016년 국감자료인 ‘2013년~2016년 1학기 교권침해 피해교원 조치 현황’을 보면 총 2388건의 조치 중, 피해 교원이 전보 조치된 건수가 1842건, 병가 조치된 교원이 501건이나 됐다.



  이에 하윤수 한국교총 회장을 비롯한 제36대 회장단은 취임 직후부터 ▲아동보호법 ▲교원지위법 ▲학교폭력예방법을 교권침해 방지 ‘교권 3법’으로 천명하고, 개정을 위한 입법 활동에 총력을 기울였다. 그 결과, 작년 11월 아동보호법이 개정된 데에 이어 올해 3월 교원지위법 개정안이 통과됐다. 이번 개정안은 한국교총이 2년 이상 개정을 요구했던 법안으로 교권침해 예방과 강력한 대응이 가능해졌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개정된 교원지위법은 학부모 등의 폭언, 폭력 등 교권침해에 대해 교육감의 고발 조치 의무화와 관할청의 법률지원단 구성, 운영을 의무화한 것이 핵심이다. 또한 교권침해 학부모가 특별교육, 심리치료를 미이수할 경우 3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하는 내용도 담았다. 아울러 교권침해 학생에 대한 징계에 학급교체, 전학을 추가했다. 현재는 정학과 퇴학 사이에 마땅한 조치가 없어 이를 보완하는 차원에서 포함됐다. 이밖에도 피해 교원 특별휴가 실시, 교권보호위원회 설치 등이 신설됐다.



  이번 법 개정으로 앞으로는 교권침해에 대해 교육감이 직접 형사고발 등 강력한 조치를 취해 법률지원단을 구성하고 적극적인 지원에 나설 의무가 생긴다. 이에 따라 피해 교원이 학부모 선처만 바라보거나 직접 소송에 휘말려 정신적·육체적으로 황폐화되는 일을 예방하고, 피해 교원을 교육청이 대신해 법률적으로 강력히 대응함으로써 교권침해 예방 및 피해 교원 보호에 획기적인 전환점이 마련된다. 아울러 그동안 폭행, 성추행 등 중대한 교권침해를 한 학생에 대한 전학 조치가 불가능해 피해자인 교원이 오히려 전근을 가는 등 불합리한 상황도 학생의 처벌이 우선되도록 개선된다.



  세계 여러 국가에서는 비록 학부모라고 하더라도 학교에 마음대로 드나들 수 없다. 그만큼 교원의 지위를 인정해주는 것이다. 미국, 독일의 경우 교사에 대한 폭행은 가중처벌을 받는다. 영국에서는 16세 이하의 자녀가 학교에서 반사회적 행동을 하면 그 보호자가 3개월간 상담 및 생활지도 교육을 이수해야 한다. 이제 우리나라도 변화해야만 한다. 제도적 장치를 만들고, 교원들이 스스로 대처법을 강구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그 전에 가정과 사회가 먼저 교원의 권위와 존엄성을 존중하고 실천하는 마음을 가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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