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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우리가 헤어져야 할시간?
유미환, 전은지 ㅣ 기사 승인 2019-08-31 12  |  620호 ㅣ 조회수 : 1381


 

가지 않습니다. 사지 않습니다.



  휴가철 성수기의 공항은 설렘으로 가득 찬 다양한 언어로 시끌벅적하다. 한편 일본행 비행기 탑승을 기다리는 승객들이 여느 때와 달리 눈에 잘 띄지 않는다. 지난 7월부터 시작된 ‘보이콧 재팬’의 움직임이 두 달여간의 시간 동안 열기를 잃지 않고 있는 탓이다. 일본의 수출 규제에 반발해 일어난 이번 불매운동은 이전과는 다른 양상을 보인다. 그 전말은 무엇일까.



  일본이 우리나라에 수출을 규제한 핵심 원인은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승소 판결이다. 지난 1997년 강제징용 피해자들은 일본제철을 상대로 손해 배상을 요구했다. 일본 법원은 전쟁 전 일본제철과 이후의 일본제철이 다른 점, 1965년의 한일청구권협정을 이유로 피해자들의 손을 들어주지 않았다. 이후 2005년 피해자들은 서울중앙지법에 다시 소송을 냈고 지난해 10월 30일(화) 한국 대법원은 “일본제철은 피해자들을 강제 동원해 가혹 행위를 했으며 청구권 협정엔 피해자들 개개인의 배상청구권이 포함돼 있지 않다”라며 피해자들의 손을 들었다. 이후 일본의 수출 규제가 시작됐다. 일본 정부는 대법원판결에 대해 “국제법에 어긋난다”라며 반발했고 지난 7월 1일(월) ‘경제 전쟁’을 선포했다. 우리나라의 대표 수출품인 반도체에 필요한 원료 3가지의 한국 수출을 규제하겠다는 내용이다. 정치 갈등이 경제 문제로 번지자 이에 맞서 일본 여행을 가지 않고 일본 제품을 사지 않겠다는 불매운동이 국내에서 움트기 시작했다. 이어 지난 2일(금) 일본이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한 이후 불매운동은 더 심화되고 있다.



  현재 불매운동의 가장 큰 특징은 주로 시민 단체나 정부 주도로 이뤄진 지난 불매운동과 달리 성숙하고 자발적인 시민 참여로 시작했다는 점이다. 일본 제품 불매 리스트가 다양한 SNS 플랫폼을 통해 공유됐고 전반적인 연령층에서 활발하게 이를 실천 중이다. 또 다른 특징은 목표가 분명하다는 점이다. 일본의 수출 규제가 우리나라의 경제에 타격을 입힐 것이라는 우려에서 시작된 불매운동인 만큼, 일본 경제에 확실한 영향을 미칠 일본 관광이 불매운동의 핵심 목표로 정해졌다. 지난 19일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에 따르면 ‘올해 일본 여행 의향’에 관한 질문에 전체의 81.8%가 ‘없다’라고 응답했으며 일본행 항공편도 운항을 중단하거나 감편하는 등 불매(不買)와 불매(不賣) 모두 이뤄지고 있다. 저가 항공사인 티웨이항공은 일본행 노선 14개를 운항 중단했고 이스타항공은 8개 노선을 운항 중단 및 감편했으며, 에어서울은 5개 노선을 감편했다. 실제로 지난달 19일(금) 일본 규슈 지방 사가현의 지사는 “한국 항공편 감소로 현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발표했다. 또한, 지난 23일(금) 도쿄 출입국관리국 나리타 지소에 따르면 여름철 성수기인 8월 9일(금)~18일(일) 입국한 한국인 단기체류자(주로 관광객)는 총 1만 2,300명으로 전년도 같은 기간에 비해 35%감소했다. 불매운동으로 인한 일본 관광 감소는 앞으로도 지속될 전망이다. 여행사 하나투어에 따르면 9월 예약된 일본 여행 수요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0%가량 줄었다. 모두투어도 “8월 이후 신규 예약이 없고 그나마 있던 예약이 모두 취소됐다”라고 전하며 일본 여행객이 앞으로 더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일본 관광 불매 이외에도 유니클로, 아사히 맥주 등 일본의 대표적인 브랜드 제품들도 불매 리스트에 올라 대대적인 매출 하락을 보인다. 지난 22일(목) 관세청에 따르면 7월 일본 맥주 수입액이 6월보다 45.1%감소했다. 지난해 7월과 비교하면 34.6%감소한 수치다. 지난 7일(수) 여론조사 기관 리얼미터는 “일본 제품 불매운동에 참여 중인 응답자가 71.2%로 집계됐으며 향후 참여 의향을 밝힌 응답자도 68%에 달하는 등 불매운동은 꾸준할 전망”이라고 발표했다. 성신여대 서경덕 교수는 “이번 일제 불매운동은 가장 화력이 세고 오래도록 지속될 것 같다”라며 불매운동의 지속성에 기대를 표했다.



*화이트리스트: 일본 정부가 안보상 문제가 없다고 판단한 ‘안보 우방 국가’로, 일본의 제품 수출 시 허가 절차 등에서 우대를 해주는 국가



한일관계 어디까지 왔나?



  불매운동 초기였던 지난 7월 11일(목), 일본 도쿄 본사에서 열린 3분기 실적 발표회 중 유니클로 본사 CFO가 한국의 불매운동에 대해 “장기간 이어지지 않을 것”이며 “실적 전체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발언해 불붙은 불매운동에 기름을 부었다. 이 발언 이후 유니클로 매장 앞에서 1인 시위가 벌어졌으며 매출의 70%가 급락했다.



  일본 불매운동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일본 불매 역사의 시작은 1920년 물산장려운동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후 역사 교과서, 독도, ‘위안부’ 등의 문제로 여러 번의 운동이 있었으나 장기적으로 지속되지 못했다. 그 때문에 일본 언론에서는 “한국에서는 이미 지난 25년간 4번의 불매운동을 진행했지만, 영향이 없었고 이번 운동도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라고 보도했다. 하지만 이번 불매운동은 과거 추이와 달리 훨씬 거세다. 불매운동이 한 달 넘게 진행된 지금 일본 맥주의 판매율은 90%가량 감소했고 문구류 판매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었던 일본 필기구의 순위도 뒤로 밀려났다. 홋카이도의 신치토세 공항에서는 한글로 환영 문구가 쓰인 부채와 특산품을 선물하며 이러한 상황에서도 방문해준 한국 관광객에게 고마움을 전하고 계속 한국 관광객을 환영한다는 뜻을 전달했다. 한때 한국인 출입금지를 내걸었던 대마도 북쪽에 위치한 히타카쓰항의 이용객 중 한국인의 비율은 99%, 남쪽에 위치한 이즈하라항의 한국인 비율은 무려 100%를 차지했었다. 한국인 관광객 덕분에 먹고 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으나 현지 숙박업소를 조사한 결과 숙박자 수가 지난해보다 50%가량 감소한 업소도 많았으며, 8월에는 80~90%가량 감소할 것으로 전망하는 업소도 있었다. 이대로 계속되면 그들의 생계의 사활(死活)이 걸린 문제라고 우려를 표하고 있다. 대마도 관계자들은 “하루빨리 한일 관계가 개선돼 교류가 활발했던 과거처럼 한일 관계가 개선됐으면 한다”라고 희망했다.



  지난 8월 2일(금) 일본이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한다고 밝혔다. 그리고 8월 28일(수) ‘화이트리스트’ 제외 조치를 전격 시행했다.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되면 한국에 ‘전략물자’로 분류된 1,120개 품목을 수출하는 일본 기업들은 기존 3년 단위의 ‘일반포괄허가’ 대신 품목 별로 ‘개별허가’를 받아야 한다. 이에 따라 국내 기업들이 83개 핵심 품목을 조달하는 데 큰 차질을 빚을 것으로 나타났다. 연간 대일(對日) 수입액이 1,000만 달러 이상이고 일본 수입 비중이 50% 이상인 품목들이다. 특히 한국 경제의 대들보 역할을 하는 반도체·디스플레이 분야의 소재·부품 장비가 절반 가까이 됐다. G20 정상회의에서 자유 무역을 선언한 지 사흘이 채 되지 않아 한국경제에 제재를 가한 것이다. 이로 인해 타격을 받은 한국회사들은 ‘탈일본’을 준비 중이다. 일본 의존도가 높았던 소재 공급 중단은 우리 기업에 큰 위기다. 하지만 대체품을 찾는다면 이는 일본기업의 위기로 이어질 것이다. 또한, 화이트리스트와 비슷하게 한국에서도 전략물자 수출지역을 ‘가’와 ‘나’ 지역으로 나누어 ‘가’ 지역 국가에는 수출 심사 우대편의를 제공하고 있다. 우리 정부도 ‘가의 2’ 지역을 신설해 일본을 특별 관리할 예정이다. 8월 22일(목) 한국이 화이트리스트 배제에 대항해 협정을 지속하는 것이 우리의 국익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판단하에 한일군사정보호협정(이하 지소미아) 연장 종료를 결정했다. 일본 언론은 충격적이라는 반응이다. 지소미아는 지난 2016년 한국이 일본에 대북정보를 제공하고 일본 측에서는 핵과 미사일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고자 체결됐다. 과연 지소미아가 한국의 안보에 중대한 영향을 끼치고 있었을까. 지소미아 체결 이후에도 일본은 정보를 제대로 주지 않았다. 지소미아 체결 이후 3년간 한일 군사정보 공유 건수는 29건이다. 2017년 3월 북한 미사일 발사 직후 일본에 정보를 요청했으나 거절당하기도 했다. 하지만 지소미아가 아니더라도 2014년 12월에 맺은 한미일 정보공유약정(TISA)을 통해 한국, 미국, 일본 3국 간의 군사정보를 공유할 수 있다. 이러한 결정은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5일(목) 광복절 경축사 등 여러 계기를 통해 일본에 대화의 손길을 내밀었음에도 일본 측이 끝내 응하지 않자 더는 배려할 이유가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일본이 언제까지 사과 없이 당당할 수 있을지 궁금할 따름이다.



불매(不買)를 넘어서 불매(不賣)로



  소비자뿐 아니라 판매자도 일본 상품을 판매 중단하고 있다.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와 한국슈퍼마켓협동조합은 “일본 제품을 판매하지 않겠다”라고 발표했고 최근 혐한 논란을 일으킨 일본 화장품 브랜드 DHC의 국내 홈페이지는 DHC온라인샵을 제외한 모든 기존 판매처의 자취를 감췄다. 올리브영, 랄라블라 등 H&B스토어와 롯데닷컴, SSG닷컴 등 온라인몰이 공식 판매처 리스트에서 삭제됐다. 화장품 성분 분석 애플리케이션 ‘화해’도 애플리케이션 내 DHC 상품 쇼핑 서비스를 중단했다. 극우 성향의 인사가 회장인 APA 호텔도 불매 대상이 됐다. 인터파크, 야놀자, 고코투어는 APA호텔을 숙박상품 리스트에서 퇴출했다.



  실제로 불매운동은 우리 주변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공릉역 근처에 위치한 ACE 마트는 ‘일본산 맥주를 판매하지 않는다’라는 문구를 맥주 판매대에 부착했고, 돈가스 음식점 ‘아이엠 돈가스’는 매장에 불매운동에 동참하는 인쇄물을 붙였다. 우리대학 정문 앞에 위치한 안경원 ‘내 마음에 든 안경’의 보이콧 재팬 포스터는 SNS를 통해 공유되면서 우리대학 학생들 사이에서 소소한 화젯거리가 되기도 했다. 본지는 보이콧 재팬에 열성적인 ‘내 마음에 든 안경’을 운영 중인 이종범 씨를 만났다.



  불매(不買) 운동의 효과보다 불매(不賣) 운동의 효과가 더 크리라 생각했다는 이 씨는 보이콧 재팬 포스터를 제작해 가게 전면부에 부착했다. 그는 “일반 소비자의 불매운동과 소상공인들이 맥주, 담배 등의 품목을 판매하지 않는 모습을 보고 내가 처한 위치에서 불매운동에 참여하고자 했다”라고 불매운동에 참여하게 된 계기를 설명했다. 현재 이 씨는 일본산 제품뿐 아니라 국내 공장에서 생산하는 일본 기업 제품도 전면 판매 중단한 상태다. 매장이 보유한 4종의 일본산 안경렌즈의 재고는 1,250만원가량의 가치를 지녔지만, 판매하지 않는다. 이 씨는 주변인들에게도 불매운동을 독려하고 있다. SNS 모임과 동업종 친목 모임 등에 매장 사진을 올렸다는 그는 “한두 군데 함께 불매운동에 동참하고 있지만, 아무래도 영업적 손실이 큰 면이 있어 많은 사람이 함께 참여하진 않는 것 같다”라고 전했다.



  보이콧 재팬을 언제까지 할 예정이냐는 물음에 이 씨는 “안경업을 하는 동안 일본산 제품 판매를 그만두는 것은 물론, 죽기 전까지 일본산 제품 구매와 여행을 하지 않을 것”이라며 불매운동에 강한 의지를 비쳤다. 덧붙여 “매장에 부착한 현수막을 핸드폰 카메라로 촬영하시는 행인들을 많이 봤다”라며 “사진만 찍지 마시고 모두 함께 불매운동에 동참하시면 좋겠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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