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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실 속 예술이 피어나다
유미환, 전은지 ㅣ 기사 승인 2019-10-20 14  |  623호 ㅣ 조회수 : 357





  오늘날 젊은이들은 본인을 나타내는 고유한 아이덴티티를 갖고자 한다. 남들과 다른 본인의 상징, 본인만의 고유한 스타일, 본인만의 고유한 향기. 한눈에 나임을 알아볼 수 있는 무언가에 열광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타투는 최근 몇 년 사이 젊은이들 사이에서 유행이 돼 인식이 개선됐다.



  신체발부 수지부모(身體髮膚 受之父母) 우리의 몸은 물론 터럭 하나, 피부까지 부모로부터 물려받았다는 유명한 구절이다. 옛날 학동들은 孝(효)의 첫걸음이라며 줄줄 외웠다던 ‘孝經(효경)’에 실려 있는 구절이다. 부모에게 물려받은 몸을 소중하게 여기는 것이 효도의 시작인데 몸에 영구적인 그림을 그리다니. 유교 정신이 깊게 자리 잡은 우리나라에서 타투는 부정적인 인식을 줄 수밖에 없다.



  예전의 타투는 주로 문신이라고 불렸다. 무서운 호랑이, 용, 뱀 등 남에게 세 보이는 인상을 주기 위한 것이 대부분이었다. 조폭들이 유대감을 쌓고 소속감을 쌓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했다. 몇몇 대중목욕탕과 온천에서는 타인에 불쾌감을 줄 수 있다는 이유로 ‘문신자 출입금지’를 써 붙이기도 했다. 이렇듯 과거에는 타투가 ‘조폭들이나 하는 음지 문화’로 인식되며 조폭이나 범죄의 상징으로 여겨져 왔다.



  하지만 오늘날 타투에서 폭력적 이미지는 거의 사라지고 자신의 개성을 드러내는 패션으로 변하고 있다. 옷과 액세서리로 개성과 패션을 나타내듯 타투도 마찬가지다. 미용 목적의 반영구, 영구 문신은 이미 대중화된 지 오래다.



  2018년 시장조사 전문기업 엠브레인의 만 19세~59세의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의 68.8%는 ‘타투에 대한 인식이 과거보다 많이 관대해졌다’고 응답했으며 54%는 ‘타투는 자신을 표현하는 한 방법이다’라는 항목에 동의했다. 실제로 여름철 짧은 옷을 입기 시작하면 타투 한 사람을 주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한국타투협회에 따르면 국내에서 타투 시술을 한 사람은 약 100만명에 달한다. 가벼운 눈썹 문신까지 포함하면 한 번이라도 시술을 받은 사람의 수가 1천 3백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국민 4명 중 1명은 한 번 이상 타투 경험이 있는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타투를 향한 부정적인 시각이 있다. 타투를 한 연예인은 일일이 손에 꼽기가 어려울 정도로 많지만, 지상파 TV에서는 여전히 흉측한 상처라도 되는 양 타투를 모자이크 처리한다. ‘먼저’ 타투를 하고 ‘나중에’ 부모님께 뚜들겨 맞는다’는 뜻인 ‘선타투 후뚜맞’이라는 신조어에서도 타투에 긍정적인 젊은 세대와 대조적으로 타투를 부정적으로 보는 어른들의 시각이 담겨있다.





  타투를 새기고자 하는 이들과 타투이스트들은 점점 증가하고 있다. 웹 포털에 타투를 검색하면 타투 디자인, 홍보, 후기 등의 정보를 쉽게 얻을 수 있다. 하지만 많은 사람이 타투에 관한 의외의 사실에 놀라곤 한다. 바로 대부분의 타투가 ‘불법적’으로 행해진다는 것이다. 타투 자체가 불법적인 것은 아니다. 다만, 타투를 시술하는 타투이스트가 의료면허를 소지하지 않고 시술을 한다면 불법이 된다. 우리나라는 타투를 의료행위로 규정하며, 의료면허가 없는 비의료인이 의료행위를 하는 것이 불법이기 때문이다. 국내에서 활동하는 약 2만명의 타투이스트 중 의료면허를 소지한 자는 손가락에 꼽을 정도라고 하니, 대부분의 타투가 불법적으로 행해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타투를 의료행위로 간주하는 국가는 전 세계에서 우리나라뿐이다. 우리나라를 제외한 미국, 호주 등 해외에서는 타투를 예술 행위로 여긴다. 타투를 불법으로 규정하는 국가도 우리나라뿐이다. 위생을 검증받은 타투 시술이어도 비의료인이 시술한다면 의료법을 위반하는 문제로 여긴다. 반면 해외에서는 안정성이 보장된 예술 행위로 본다. 미국에서는 뉴욕시가 1997년 최초로 유효기간 2년의 타투 면허증을 발급했다. 이후 면허제도를 운영하고 있으며, 타투이스트를 대상으로 위생 교육을 필수적으로 실시한다. 유럽과 호주 등 다른 국가에서도 타투 시술에 관한 자격증과 면허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일본도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타투를 불법으로 규정했으나, 지난해 11월 일본 헌법재판소는 “타투 시술이 의료 목적이 아닐 경우 불법으로 보지 않는다”라며 타투를 하나의 예술 행위로 결론 내림과 동시에 합법화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만 타투를 의료행위로 바라보는 이유는 무엇일까.



  1992년 5월 타투를 의료행위로 본 대법원의 판례 때문이다. 대법원은 “바늘로 피부를 뚫는 행위는 의료행위”라고 밝혔다. 원심 재판은 “피부에 자동문신용 기계로 색소를 주입해 문신한 행위가 신체에 위험성이 없어 의료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라고 판결했으나, 이는 최종 심판에서 법리 오해 등의 이유로 파기됐다. 이후 27년이 흐른 현재까지도 의료면허 없는 타투는 불법이다.



  그러나 법의 규제에도 불구하고 국내 타투의 입지는 크게 변화했다. 국내 타투 산업은 연 1조원 규모로 성장한 것으로 추정되고, 한국 타투이스트들의 실력이 우수하다며 타투를 받기 위해 우리나라를 방문하는 외국인도 증가했다. 의료면허를 소지하지 않고 타투 시술을 하는 것은 불법이지만, 시술을 가르치거나 배우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따라서 타투 관련 수업을 진행하는 미용학원도 적지 않다. 심지어 2015년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신직업 추진 현황 및 육성계획’에 오른 17개 신직업에 타투이스트가 포함되기도 했다. 법적으로는 금지돼 있지만, 규제와 단속은커녕, ‘신직업’으로 분류되는 등 타투 시술은 말 그대로 ‘규제 사각지대’에 놓여있다. 타투가 대중화된 지 오래지만 이러한 상황은 여전히 타투를 양지로 끌어올리지 못하는 치명적인 이유다. 현행 의료법 27조와 87조에 따르면 비의료인이 의료행위를 한 경우 5년 이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 벌금형을 받을 수 있다. 또한 보건 범죄 단속에 의한 특별조치법 52조는 비의료인이 영리 목적으로 의료행위를 할 경우 무기 또는 2년 이상 징역과 백만원 이상 천만원 이하 벌금을 병과한다. 이렇게 타투에 붙은 ‘불법’이라는 무시무시한 꼬리표에 발목이 묶여있는 사람은 당연히 타투이스트다. 우선, 정상적인 영업 신고가 불가하다. 타투이스트로 사업자등록이 되지 않아 화실, 디자인 회사 등 다른 업종으로 바꿔 신고하고 상호도 숨긴다. 작업실을 주기적으로 옮기는 사례도 빈번하다. 영업 신고를 하지 않았을 때는 소득신고를 하지 못해, 금융 업무 시 불편함도 뒤따른다. 신용카드, 대출 등을 신청할 때 신원 조회에서 무직으로 조회되기 때문이다. 작업 도구를 구하는 데도 어려움이 있다. 우리나라에서 비의료인의 타투 용품 생산과 직수입은 단속대상이다. 타투이스트들은 다른 국가를 통해, 또는 용품 업자에게서 도구를 구매한다. 때문에 국내 타투 작업 도구의 다양성이 떨어지고 품질 높은 잉크나 바늘을 구하기가 쉽지 않다. 타투 시술을 마친 고객이 협박범으로 돌변하는 사례도 결코 드문 일이 아니다. “불법 시술을 한 일을 신고하겠다”라고 협박을 받으면 그의 입을 막고자 고객에게 돈을 줄 수밖에 없다.





  이렇게 적발위험에 노출된 채 영업하던 타투이스트들이 타투 합법화를 위해 스스로 발 벗고 나서고 있다. 지난 2월, 타투이스트들은 소셜 미디어 계정에 작업물을 게시하며 타투 합법화 챌린지를 진행했다. 그들은 게시글에 ‘Does it look illegal?’이라는 문구와 #대한민국타투합법화운동 #koreantattoolegalization 해시태그를 붙이며 합법화를 요구했다. 2017년 12월에는 한국패션타투협회, 코리아아트메이크업협회 등이 헌법재판소에 문신 합법화 집단 헌법소원 청구서를 제출했다. 그들은 “이미 타투가 대중화됐는데 음지에서 이뤄져 더 위험하다”, “의료행위에 대한 명확한 규정 없이 일률적으로 의료행위를 금지하는 건 직업선택의 자유와 평등권을 침해하는 행위다” 등의 근거를 들어 타투 합법화를 향한 강한 소망을 내비쳤다.



  국회에서도 타투 합법화를 위한 움직임이 있었다. 지난 17대 국회는 공중위생관리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이는 타투 및 타투이스트 면허 신설 등을 다뤘으나 임기 만료로 폐기됐다. 18, 19대 국회 새정치민주연합(현 더불어민주당) 김춘진 의원은 문신사 면허와 교육, 위생관리 의무 등을 담은 문신사법을 발의했으나 이도 무산됐다.



  “타투는 이미 공개적으로 진행되고 있는데 처벌도 제대로 안 할 거면서 굳이 왜 불법으로 규정하고 있는지 모르겠어요” 타투를 의료행위로 생각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사람들은 타투를 의료행위라기보다는 예술 행위로 인식한다. 만족스러운 타투를 위해서는 위생도 중요하지만, 도안의 완성도나 미적 감각이 더 중요하다는 게 보편적인 시각이다. 또한 타투와 비슷한 이유로 눈썹 문신 같은 흔한 반영구 화장도 모두 의료법에 따라 처벌받을 수 있다. 의사만 할 수 있다지만 타투 시술을 하는 의사는 열 명이 채 안 된다.



  마침내 정부가 법과 현실의 괴리를 인식했다. 모든 문신 시술을 불법화하고 있는 현재 기조에서 탈피를 꿈꾸며 관련 정책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지난 10월 10일(목) 정부가 발표한 ‘중소기업·소상공인규제혁신방안’에는 눈썹, 아이라인 문신 등의 반영구 화장 시술을 미용업소에서 가능하게 한다는 내용을 포함했다. 내년 연말까지 공중위생관리법 등을 개정해 시행할 생각이다. 국무조정실은 구체적인 범위와 기준은 관련 법령 개정을 통해 간단한 반영구 화장 시술을 시작으로 다른 타투까지 범위를 확장할 계획이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의료계에서는 여전히 우려와 경계의 시각을 내비치고 있다. 의사협회는 바늘로 피부를 찔러 문신을 새길 때 세균에 감염될 수 있고, 시술하는 사람이 의료적 지식이 없어서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는 이유로 타투 합법화를 반대한다. 혈액을 매개로 후천성면역결핍증(HIV)이나 C형 간염의 위험이 있어서 일반인에게 시술을 허용하는 것은 안 된다는 것이다. 또한, 합법화가 되면 광고가 늘어날 것이고 그로 인해 충동적으로 타투를 받는 사람도 늘어날 것인데 부작용과 후회의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위생 문제로 인한 타투 합법화 반대는 현실을 경시하는 태도다. 타투이스트들은 이미 위생을 위해 일회용 바늘을 사용하고 소독에 신경 쓰고 있다. 현재 널리 퍼져 있는 타투나 반영구 문신의 수는 단속할 수 없을 만큼 많다. 몰래 시술하는 타투이스트를 단속하는 데에도 한계가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모든 타투를 단속해 감염을 예방하고 위생을 지키는 것보다는 타투이스트를 교육해 안전한 시술을 보장하는 것이 더 바람직한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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