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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것들
주윤채 ㅣ 기사 승인 2020-02-23 21  |  627호 ㅣ 조회수 : 161





  ‘별이삼샵(*23#)’. 누군가에게는 익숙하지만, 누군가에게는 그렇지 않은 단어이다. *23#과 번호를 누른 뒤 전화를 걸거나 문자를 보내면 수신자는 발신자가 누군지 알 수 없다. 조금 께름칙하지만 약 15년 전 자신의 마음을 당당히 고백할 수 없는 이들이 상대에게 할 말을 전하는 데 큰 공헌을 했다. 하지만 스마트폰 등장 이후 2G폰은 이전 시대의 유물이 됐고, 문자메시지 대신 카카오톡 등 다른 SNS를 통해 소통하는 탓에 *23#은 특정 세대만의 추억으로 남았다.



  그러던 중 이를 제목으로 한 웹툰이 등장했다. 혀노 작가의 ‘별이삼샵’의 얘기다. 이 웹툰은 몇몇 이들에게 떠올리기만 해도 즐거운 추억을 담고 있다. 또한 그렇지 않은 이들에게는 과거 드라마 ‘응답하다’ 시리즈와 같이 재미있는 신선함을 준다. 웹툰은 2006년을 배경으로 하며 곳곳에서 당시의 모습을 엿볼 수 있다. 당시 유행하던 패션, 싸이월드 그리고 카페 등 세세한 디테일을 통해 작가가 웹툰에 당시의 모습을 녹이기 위해 얼마나 큰 노력을 기울였는지 알 수 있다. 그 덕에 현재에 살고 있는 이들은 웹툰을 통해 ‘Z세대’를 만날 수 있다.



  Z세대란 1990년대 중반에서 2000년대 초반에 태어난 세대를 이르는 말이다. 현재는 10대 후반이거나 20대 초중반이다. 이들은 앞으로 사회에서 큰 영향력을 행사할 세대인 탓에 주목을 받고 있다. 이들은 어릴 때부터 디지털 환경에서 자라 ‘디지털 네이티브(digital native)’라고 불리기도 한다. 몇몇 전문가들은 ‘i(internet) generation’나 ‘포노 사피엔스(phono sapiens)’ 등의 새로운 이름을 명명하기도 했다. 형태는 다르지만 모두 디지털에 친숙한 세대라는 공통의 의미를 갖는다.



  특정 세대를 한 이름으로 묶어 통칭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한국전쟁 세대나 베이비붐 세대 등 현재의 노년과 중장년층을 태어난 세대별로 나누기도 하고 ▲X세대(1965년~1970년대 후반) ▲Y세대(1980년대~1990년 중반) ▲Z세대(1990년대 중후반~2000년대 초반)로 청년층을 나누기도 한다. 이외에도 밀레니얼 세대, N세대 그리고 포스트 386세대 등 전체 인구를 탄생 시기라는 공통점으로 엮어 나누는 용어는 숱하게 많다.



  같은 세대로 묶인 이들은 비슷한 사회 속에서 자랐기 때문에 공통적인 성향과 특징을 갖는다. 그 예 중 하나로, SH수협에서 조사한 바로는 Z세대는 다른 세대보다 음성통화 선호도가 현저히 떨어진다. 또 X세대는 당시 풍요로운 경제를 바탕으로 자란 덕에 개인의 개성을 중시하는 경향을 보인다. 이외에도 세대별로 익숙한 의사소통 매체, 문화 그리고 생활양식이 모두 다르다. 따라서 세대별로 자라온 시기를 바탕으로 특징과 성향 등의 정보를 수집하고 분석한 것은 기업체의 마케팅 전략과 신제품 기획 등에서 도움이 된다. 또한 선거 유세와 인구 동향 분석 등에서도 세대별 정보가 유용하게 이용되고 있다. 실제로 미국의 공화당과 민주당의 정치 전문가들은 동영상 공유 앱 ‘틱톡(Tictoc)’이 젊은 층의 유권자를 공략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했다. Z세대는 다른 세대들보다 동영상을 통한 정보 습득을 선호하며 해당 앱은 큰 인기를 끌고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O세대라는 용어는 단순히 특정 인구를 지칭하며 같은 추억을 공유하는 데에서 그치지 않고 사회 전반적인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다.





  현재 대부분의 대학생이 이에 속하며, 앞으로 우리 사회를 이끌어 갈 주역이기에 더욱 집중해야 할 Z세대의 특징으로는 무엇이 있을까? Z세대를 이해하고 그들에 대해 알기 위해서는 우선 성장 시기와 배경을 주목해야 한다. 앞서 언급했듯이 Z세대는 1990년대 중후반부터 2000년대 초반 출생자를 말한다. 구체적인 연도가 정해진 것은 아니지만 대개 1995년부터 2004년까지를 기준으로 한다. 이들은 2018년 기준 우리나라 인구 중 15.9%를 차지했으며 당시 절반가량이 성인이었다.





  Z세대는 일찍부터 스마트폰을 사용했다. 스마트폰과 함께 등장한 SNS는 사람들에게 편리하고 빠른 텍스트 의사소통을 제공했다. 이전에는 문자메시지 1통을 보낼 때마다 요금이 부과됐고, 심지어 길이가 길거나 사진 및 동영상을 보내기 위해서는 추가 요금을 지불해야 했다. 그러다 스마트폰의 보급과 함께 무료 전화 및 메시지 앱이 출시됐다. 더는 메시지를 보내기 위해 요금을 지불하지 않아도 됐으며 편리한 기능을 탑재했다. 이와 같은 이유로 Z세대는 텍스트 기반의 소통이 익숙해졌고 그 부작용으로 음성통화를 꺼리기 시작했다. 최근 SNS상에서 유머로 인기를 끈 세대별 전화기 표현법에서 이를 엿볼 수 있다. 과거에는 전화기를 손으로 표현하기 위해 엄지와 검지만 펼친 주먹 형태를 취해 폴더형 핸드폰, 전화기 수화기 모습을 형상화했다. 하지만 어린 시절부터 스마트폰을 사용한 Z세대는 손을 완전히 펼쳐 스마트폰 모습을 형상화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Z세대가 소비자가 되면서 사회는 이들의 특성을 반영해 변화하기 시작했다. 전화로 하는 고객상담 대신 실시간 채팅을 이용한 상담에 집중하고, 더 나아가 ‘챗봇’이라는 시스템을 도입했다. 올해 챗봇 사용자 수가 전년 대비 31.3% 증가했다. 이는 민원 및 고객 응대 서비스에서의 변화가 소비자들에게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한편 채팅에 익숙한 이들은 온라인으로 만난 이들과 쉽게 소통한다. 1인 미디어의 성장과 함께 미디어는 이제 받아들여지는 것이 아니라 함께 만들어가는 것이다. 영상에 찍히는 사람과 그 영상을 보는 사람이 실시간으로 소통하며 피드백을 나눈 것 또한 이러한 그들의 특성이 반영된 결과다.







  Z세대가 태어날 무렵인 1997년, 우리나라는 IMF(국제통화기금)에 구제금융을 요청했다. 이후 몇 년 지나지 않은 2008년에는 세계 금융위기가 닥쳤다. Z세대가 당시 경제 활동을 주도하던 것은 아니지만 그들은 부모 세대에서 이러한 어려움을 겪는 것을 보며 자랐다. 게다가 큰 위기를 겪고도 경제 호황은 오지 않아 아직도 Z세대는 ‘잘’ 사는 것을 누린 적이 없다. 이러한 배경은 이들이 다른 세대보다 안정적이고 실용적인 것을 추구하도록 했다.



  특정 제품군만 판매하는 전문 쇼핑몰이 만물상과 같은 소셜커머스의 뒤를 바짝 추격하고 있는 데에서 이를 알 수 있다. 전문적이라는 것은 곧 믿을 수 있고 안정적이라는 의미를 내포한다. 최저가가 제품 선택의 기준이 되던 이전과 달리 조금 값이 비싸더라도 ‘실패하지 않는’ 아이템이 Z세대를 이끈다는 것이다.



  또 중고거래 시장도 큰 성장세를 보인다. 주요 중고거래 모바일 앱 사용자 수는 2015년 160만 명, 2018년 292만 명으로 집계됐다. 하지만 지난 2019년 사용자 수가 531만 명으로 급등하며 새로 경제활동을 시작하는 이들에게 중고거래는 매력적인 소비 방법으로 자리 잡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부모 세대의 경제 위기는 Z세대가 미래보다 현재를 중요시하게 했다. 그들에게 미래는 보이지 않는 것이며 현재는 당장 앞에 있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최근 몇 년부터 등장한 ‘YOLO’, ‘소확행’ 그리고 ‘가심비’ 등의 신조어가 이를 대변한다. 또한 Z세대 2명 중 1명은 20세 이전에 해외여행을 경험했다는 매경이코노미의 조사가 이러한 성향을 뚜렷이 보여준다.





  Z세대 이전부터 개인주의적 성향이 점차 짙어졌고 따라서 이들은 이전 세대보다 더 자유로운 부모 아래서 성장했다. 그로 인해 다른 세대보다 다양성, 개성을 더 중요시한다. 마니아적 취향을 즐기는 이들이 많고 ‘같지 않음’이 멋있는 것으로 여겨진다. 이들의 개인주의적 성향은 그들의 인생관에도 영향을 끼쳤다. 『2020 트렌드 모니터』에서는 스마트폰을 벗어나 타인과 소통을 어려워하는 Z세대는 상황에 대해 이해하기 어려워하기에 기존 사회나 주변의 영향을 받아 변화하기 힘들다고 전했다. 따라서 자신이 통제할 수 있는 자기 자신에 집중하고, ‘노력에 의한 성공관’을 받아들인다는 것이다.



  Z세대의 개인적인 특성은 통일관에서도 묻어났다. 조사 결과 바로 앞세대인 X세대 중 46%가 남북통일에 찬성한다고 응답한 반면 Z세대의 36%만 찬성한다고 응답했다. 이제 더는 젊은 세대에게 공동체나 한민족이라는 개념이 의미 있게 다가오지 않는다는 것이다.



  Z세대가 결혼에 대해 갖는 인식은 이들이 사회를 어떻게 받아들이는지를 알려준다. 한국일보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Z세대 응답자 중 65%가 결혼을 안 해도 된다고 답했고 74%가 자녀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고 응답했다. 한림대 신경아 교수는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현실을 암울하게 보는 Z세대의 인식과 본인의 주체적 삶을 더 우선하는 태도가 이러한 결과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혼자 살기도 벅찬 세상에 결혼과 출산은 버거운 일이며 그 대신 자신을 위한 삶을 살겠다는 것이다. 이어 그는 응답자 중 70%가 동거에 동의한다는 점을 들어 사실혼 관계의 동거 커플을 위한 제도를 마련하는 등의 사회적·제도적 변화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고 한다. 하지만 이제 10년은 너무 길다. 고작 1년 만에도 많은 것이 변한다. 새로운 세상에서 살아남기 위해선 그 세상을 이해하고 그에 발맞춰야 한다. ‘요즘 것들’이 이끄는 사회는 앞으로 어떻게 변화할지, 어떻게 해야 이전 세대와 조화로울 수 있을지 양측의 노력이 모두 요구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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