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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나은 세상을 위하여, 차별금지법
김태연, 양지은, 한혜림 ㅣ 기사 승인 2020-08-31 21  |  633호 ㅣ 조회수 : 64

차별금지법이란



  민주주의 사회에서 평등은 가장 중요한 개념이다. 모든 국민은 차별받아서는 안 된다. 차별 이란 기본적으로 특정인을 다른 사람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불리하게 대우하는 것을 의미한다. 반대로 특정인을 다른 사람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유리하게 대우하는 것도 차별에 해당한다. 결국 차별은 평등과 배치되는 개념이다. 다시 말해 차별은 본질적으로 동일한 대상인데도 특정인을 불리하게 대우하거나 유리하게 대우하는 것, 또는 본질적으로 상이한 대상인데도 특정인은 불리하게 대우하지 않거나 유리하게 대우하지 않는 것을 의미한다. 오늘날의 평등이란 무언가가 동일한 상황인 절대적 평등뿐만 아니라, 사회적으로 공평하다고 합의된 상황인 실질적 평등을 모두 아우르는 개념이다. 대한민국 헌법 제11 조에는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며, 누구든지 성별·종교 또는 사회적 신분에 의해 정치적· 경제적·사회적·문화적 생활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차별을 받지 아니한다’라고 명시돼있다.



  한경 경제용어사전에 따르면 차별금지법의 개념적 정의는 ‘합리적 이유 없이 성별, 장애, 병력, 나이, 성적 지향성, 출신 국가, 출신 민족, 인종, 피부색, 언어 등을 이유로 고용, 교육기관의 교육 및 직업훈련 등에서 차별을 받지 않도록 하는 내용의 법률’이다. 차별금지법은 크게 모든 종류의 차별을 다루는 ‘포괄적 차별금지법’과 인종, 성별, 장애 등 특정 차별만 다루는 ‘개별적 차별금지법’으로 나뉜다. 우선 포괄적 차별금지법이란 “차별금지법안”이라고도 하며, 헌법 제11조 1항에 근거하고 있다. 이의 목적은 크게 ▲평등을 추구하는 헌법 이념의 실현 ▲사회적 약자에 대한 신속하고 실질적인 구제 도모이며, 이는 성별, 장애, 나이, 언어, 출신 국가, 출신 민족, 피부색, 국적, 인종, 출신 지역, 용모 등 신체조건과 혼인 여부, 임신 또는 출산, 가족 및 가구의 형태와 상황 종교, 사상 또는 정치적 의견, 형의 효력 이 실효된 전과, 성적지향, 성별 정체성, 학력, 고용 형태, 병력 또는 건강 상태, 사회적 신분과 같은 23가지 이유로 ▲고용 ▲재화·용역·시설 ▲교육 및 훈련 ▲행정서비스의 4가지 영역에서 차별을 금지하는 것이다. 또한, 개별적 차별금지법이란 ▲인종 ▲성별 등 특정 카테고리에 속해 있는 사람들에 대한 차별이 이뤄졌을 경우를 방지하기 위한 법안이다. 우리나라의 개별적 차별금지법의 예로는 ▲장애인 차별금지법 ▲연령 차별금지법 ▲비정규직 차별금지법 ▲고용상 성차별 금지법 등이 있다.



  국가인권위원회의 ‘2020년 차별에 대한 국민 인식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82%가 우리 사회 내 차별이 심각하다고 답변했고, 응답자 88.5%가 차별 금지 법률 제정에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점점 더 많은 시민들이 차별을 심각한 사회 문제로 인식하고 이를 해소하기 위한 국가의 책임을 요구하고 있다. 단어의 개념으로만 봤을 때, 차별금지법에 따라 대한민국 국민 모두의 인권이 존중돼야 마땅하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2007년, 2010년, 2012년 세 차례에 걸친 차별금지법 입법 시도 모두 회기 종료와 함께 폐기 됐다. 차별금지법을 찬성하는 국민이 과반수 이 상임에도 불구하고 차별금지법이 입법에 매번 실패하는 이유는 무엇이며 차별금지법을 반대하는 입장의 의견은 어떠한지 알아보자.



차별금지법을 둘러싼 논란



  6월 29일(월) 정의당 장혜영 의원이 차별금지법을 대표 발의하며 차별금지법이 다시금 뜨거 운 사회 논제로 떠올랐다. 하지만 차별금지법과 관련된 이슈가 올해 처음 발생한 것은 아니다. 차별금지법은 이미 2006년 국가인권위원회가 입법 추진을 권고한 후 2007년, 2010년, 2012년 등 총 7차례에 걸쳐 국회에 발의됐다. 그러나 모두 제대로 다뤄지지 못하고 폐기됐다. 그 이유는 차별금지법 도입에 대한 양측의 의견 대립이 매우 심각하기 때문이다.



  지난 17일(월),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을 위해 다양한 단체들이 모인 연대체인 ‘차별금지법 제정연대(이하 차제연)’는 차별금지법 제정을 촉구하며 평등 버스를 타고 전국을 순회하기 시작했다. 불과 4일 뒤인 21일(금), ‘동성애·동성혼 합법화 반대 전국 교수연합’과 ‘진정한 평등을 바라며 나쁜 차별금지법을 반대하는 전국연합 교수 모임’이 합심해 전국 317개 대학 1,857명의 교수가 포괄적 차별금지법에 반대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이를 통해 차별금지법에 대한 찬성 측과 반대 측의 갈등이 사그라지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우선 차별금지법의 도입을 주장하는 측은 인간이 당연하게 누려야 할 ‘기본권’을 강조한다. 대표적인 찬성 측 단체인 차제연은 포괄적 차별금지법을 헌법의 평등 이념을 실현하기 위해 차별의 예방과 시정에 관한 내용을 담은 법이라고 설명한다. 우선 차제연은 차별금지법이 차별을 인식하는 당사자들의 역량을 기른다고 말한다. 실제로 장애인차별금지법 제정 후 장애 관련 진정사건이 증가했고, 이는 사회적으로 정당하다고 용인됐던 불평등을 당사자가 인식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또한, 기존에 존재하는 장애인 차별금지법과 남녀고용평등법 등의 법안이 일상 영역 전반의 차별을 다루지 못하기에 불충분하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복합차별’을 다룰 법안이 필요하다고 본 것이다.



  이들은 차별금지법이 ‘모든 사람이 태어날 때부터 자유롭고, 존엄하며, 평등하다’라는 세계인권선언 1항을 사회의 기반으로 삼자는 제안이라고 말한다. 아직 사회에는 ▲인종 ▲피부색 ▲성별 ▲언어 ▲종교 ▲장애 ▲연령 ▲성적지향 등 사회적으로 소수자 혹은 약자로 취급되는 조건을 갖춘 이들에 대한 편견과 차별이 만연하다. 즉 우리 사회는 본인이 선택하지 않은 선·후천적인 조건들로 인해 차별받는 사회이며, 이런 편견을 없애고 이들의 권리를 신장하고 법적으로 보전하기 위해 차별금지법이 필요하다는 것이 찬성 측의 주된 입장이다.



  반면, 차별금지법 도입 반대 측은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으로 인해 생길 ‘역차별’과 ‘표현의 자유권 침해’, ‘동성애 조장’ 등을 우려하며 제정을 반대하고 있다. 차별금지법에는 해당 법안이 보호하는 피해자에게 보복성 불이익 조치를 했을 경우 사안에 따라 처벌을 할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이를 근거로 전국 교수연합은 차별금지법이 동성애를 반대하는 이들의 의견을 억압하고 ‘동성애 전체주의적 독재’를 초래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일각에서는 개별적인 차별금지 법이 이미 존재한다는 점을 빌미로 새로운 차별금지법을 제정할 필요가 없다고 말한다. 한국에는 이미 양성평등기본법, 고용상 연령차별금지 및 고령자고용촉진에 관한 법률, 근로기준법, 교육기본법, 장애인차별금지 법률 등 차별을 제재하는 여러 법안이 존재한다. 성차별, 연령 차별, 장애 차별 등을 제재하는 것은 개별적 차별금지법만으로도 충분하다는 것이다.



  한편, 시민단체인 ‘바른사회시민회의’는 차별금지법이 기업 경영에 악영향을 끼쳐 국내 일자 리가 감소하거나 많은 국민이 일자리를 잃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차별금지법이 제정된다면 지 원자의 건강 상태, 개인의 신념, 그리고 학력 등을 고려한 기업의 채용 여부 결정이 위법행위가 돼 법적 책임을 지기 때문에 고용 시장이 수축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심지어 지난 19일 바른사회시민회의 주최 화상토론회에서는 차별금지법 제정 시 외국인 고용이 늘어나 내국인의 일자리가 부당하게 사라지는 역차별 사례가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외국인 노동자가 차별대우를 받았다고 신고하면 사업자가 처벌을 받을 수 있기에 외국인 노동자의 권리가 더 우선시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제21대 국회에서 차별금지법이 대표 발의된 것은 7년 만의 일이다. 아직 양측의 대립이 첨예 한 만큼, 발의조차 쉽지 않았던 차별금지법이 이번 국회에서는 제정될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되는 상황이다. 차별금지법에 대한 논란은 앞으로도 계속해서 뜨거울 것이다. 하지만 분명한 건, 우리는 누구나 차별의 대상과 주체가 될 가능성을 안고 살아간다는 점이다. 따라서 모두가 평등하고 동등한 권리를 누릴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은 우리 모두의 과제임을 명심해야 한다.



▲ 차별금지법 제정을 위한 시위 (출처: 차별금지법제정위원회 홈페이지)



차별금지법, 다른 나라는 어떨까?



  차별금지법은 많은 해외 각국에서 시행 중이다. 나라에 따라 평등법이나 인권법 등 다양한 명칭으로 불리지만 담고 있는 내용은 비슷하다. 바로 ‘모든 사람은 평등하고 불합리한 이유로 차별받아선 안 되며, 이를 예방하고 구제할 책임은 국가에 있다’라는 것이다.



  OECD 36개국 중 우리나라와 일본을 제외한 모든 국가가 포괄적 차별금지법을 제정했다. 게 다가 유럽 연합(EU)은 가입조건이 바로 ‘차별금지법 제정’이다. 그렇기에 EU에 속한 총 27개의 국가는 모두 차별금지법이 제정돼있다. ▲이탈리아 ▲프랑스 ▲독일 ▲덴마크 ▲네덜란드 등이다. 이 중 네덜란드는 헌법 제1조에서 모든 종류의 차별을 금지한다. 또한 각 영역에서의 차별을 금지하는 일반법으로 1994년에 시행된 평등 대우법이 있다. 이는 종교, 신념, 정치적 견해, 인종, 성별, 민족, 이성애 또는 동성애적 지향, 그리고 혼인 여부에 근거한 차별을 포괄적으로 금지한다.



  미국은 민권법 제7편(1964)과 동등임금법 (1963), 고용상 연령 차별금지법(1967), 재활법 (1973), 장애인차별금지법(1990)을 통해 인종 및 피부색, 종교, 성별, 출신 국가, 연령, 장애 등에 근거한 차별을 법으로 금지하고 있다. 올해 캘리포니아, 뉴욕, 뉴저지주에서 어떤 머리 모양으로도 자유롭게 생활할 권리, 즉 머리카락에 따른 차별을 막기 위한 차별금지법이 나오기도 했다. 곱슬머리는 특정 인종을 대표하는 하나의 상징 이자 편견도 많았기 때문에 이는 사실상 인종 차별이나 다름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영국은 2010년 포괄적 차별금지법에 해당하는 '평등법(Equality Act 2010)'을 제정했다. 금지되는 차별의 사유는 연령, 장애, 성전환, 혼인 및 동성결혼, 인종, 종교 또는 신념, 성별, 성 적 지향, 그리고 임신과 모성으로 9가지다. 사유 별로 예외가 있지만, 사회 전 분야를 적용대상으로 한다. 이후 영국은 평등법 제정 2년 후 기업과 단체들을 대상으로 평등법 시행을 평가했다. 그 결과 평등법 시행 이후 많은 조직에서 일터에서의 평등 이슈에 대해 좀 더 의식하게 됐다고 응답했다. 또한 기존의 평등정책을 갖고 있던 조직들의 50% 이상이 법 제정 이후 내용을 업데이트한 것으로 나타나, 평등법이 조직 내 정책에 미친 영향력을 확인했다.



  이처럼 나라마다 금지하는 차별 사유에 조금씩 차이는 있지만 많은 나라에서 차별금지법을 시행하고 있다. 더불어 국제사회에서도 오래전부터 우리 정부에 평등법 제정을 요구하고 있다. 2007년 유엔 인종차별철폐위원회의 권고를 비롯해 여러 조약기구의 권고가 있었고, 2017년에 는 사회권위원회가 차별금지법 제정을 긴급하게 촉구하기도 했다. 차별금지법 자체는 모두의 평등을 위한 법이다. 하지만 세부적인 차별 금지 이유나 수위 등에 대한 갑론을박이 많다. 그렇기에 더는 이를 기피 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모두를 위한 생산적인 논의가 이뤄져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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