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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술대 위에서 죽어가는 사람들
류제형, 조유빈 ㅣ 기사 승인 2020-11-01 20  |  637호 ㅣ 조회수 : 48

수술대 위에서 죽어가는 사람들



▲경기도의료원 안성병원 수술실 CCVT 화면(출처: 경기도 공식 블로그)



그 날 성형외과에선

무슨 일이 있었나



  2020년 10월 10일(토), 서울 강남 소재 성형외과의 ‘유령수술’을 폭로한 의사의 행위가 정당하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이 의사는 2018년 성형외과 의사들이 이용하는 커뮤니티에서 특정 병원을 지목하며 해당 병원 의사들이 유령수술로 사람을 죽게 했다는 글을 남겨 명예훼손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유령수술이란 환자로부터 수술 동의를 받지 않은 의사나 간호조무사가 마취 상태에 있는 환자를 수술하는 것을 말한다. 법원은 기소당한 의사에 대해 글의 내용이 거짓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는 판단을 내렸다. 판단의 근거로는 2013년 해당 병원에서 수술 도중 환자가 뇌사 상태에 빠진 사례가 있는 점, 당시 병원장이 법원에서 대리수술 혐의로 유죄를 인정받은 점이 있다. 성형외과를 운영하며 잘 살아가던 이 의사가 모든 것을 내려놓고 의료범죄에 맞서 싸우고자 나선 배경이 무엇인지 알아보자.



  2016년 9월 8일(목), 서울 신사역 인근에 위치한 한 성형외과에서 성형 수술을 받던 청년이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사망한 청년의 이름은 故 권대희 씨이며 그가 수술 받던 병원은 ‘작은얼굴성형외과’다. 권대희 씨가 사망한 사인은 과다출혈이며 성형외과에서 수술을 받은 직후 그는 대학병원으로 이송됐다. 그러나 49일만에 결국 뇌사 판정을 받았다. 권대희 씨가 사망한 이유를 알기 위해 당시 수술실 CCTV를 분석한 결과, 대표원장은 권대희 씨의 얼굴뼈만 절제한 후, 다른 환자를 수술하기 위해 다른 수술실로 사라졌고 이후 제대로 된 응급조치가 이뤄지지 않았다.



  권대희법의 핵심은 진료과목을 가리지 않고 수술실 내부 CCTV 설치를 의무화하는 것이다. 수술실 CCTV 설치가 왜 중요할까? 앞서 권대희 씨 사망 이후 법원은 CCTV 영상을 근거로 해당 병원에게 권대희 씨 유족들을 상대로 4억 3천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CCTV 영상이 없었다면 권대희 씨 유족들은 아무런 배상도 받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유령수술을 포함한 의료범죄를 당했을 때, 수술실 내부 CCTV는 피해자가 자신의 피해를 밝힐 수 있는 중요한 수단이 된다. 수술 과정을 처음부터 끝까지 CCTV로 녹화한다면, 녹화본을 통해 유령수술을 포함한 의료범죄 여부를 판단할 수 있다. 권대희 씨의 어머니인 이나금 씨는 환자단체와의 인터뷰에서 “수술실에 CCTV가 설치돼야 환자의 안전과 인권을 침해하는 불법행위나 반인권적 행위가 근절된다”라며 “CCTV 영상은 의료사고가 의료분쟁으로 이어져 수사나 재판에서 진실을 규명하는 결정적인 증거자료로 쓰인다. 수술실 CCTV 설치를 법으로 의무화 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계속되는 수술실 내

CCTV 설치 논란



  우리대학 학생들과 타대학 학생 115명을 대상으로 수술실 내 CCTV 설치 찬반 여부에 관해 설문을 진행한 결과,103명(89.6%)이 찬성했고 10명(8.7%)이 반대했으며 2명(1.7%)은 잘 모르겠다고 답했다. 찬성의 이유로는 ▲의료사고에 관한 불안이 89명(84.8%) ▲수술실 내 범죄 예방이 79명(75.2%) ▲의료진에 관한 신뢰 하락 또는 부족이 62명(59%) 순으로 답변율이 높았다.



  설문조사에서 볼 수 있듯이 수술실 내 CCTV 설치를 요구하는 주목적은 의료사고에 있다. 지난 7월 21일(화) ‘편도수술 의료사고로 6살 아들을 보낸 아빠의 마지막 바램입니다’라는 제목의 청원이 청와대 국민청원 페이지에 올라왔다. 청원글을 작성한 A 씨의 아들은 지난해 10월 4일(금), 경남 양산의 한 대학 어린이병원에서 편도 제거 수술을 받았다. 하지만 수술 후 상태가 점점 나빠지면서 퇴원 사흘 후 다른 종합병원에 입원했다. 입원 이틀 후인 같은달 9일(수), 기침을 하다 피를 토하고 심정지가 왔으며 다른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결국 뇌사 판정을 받고 지난 3월 11일(수) 세상을 떠났다. A 씨는 “(병원에서 확인하니) 아들은 수술 중 추가 재마취를 했는데 최초 발급한 수술기록지에 누락돼 있었다”라며 “아이의 경과가 나아지지 않았는데도 다른 후속 조치 없이 병원은 퇴원을 강행했다”라고 말했다. 이어 “이비인후과에서 간단하다는 편도 제거 수술을 하고 어떻게 아이가 사망에 이르렀는지 믿기지 않는다”라며 “정작 의료진들은 소송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의료업에 종사할 수 있다고 한다”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어 의사는 고의가 아니라는 이유로, 수술에는 문제가 없었다며 책임 회피에만 급급했다고 지적했다.



  이외에도 성형수술 중 마취된 환자에 대한 의료진들의 성추행 사건과 의료사고로 인한 사망 사건 등에 의해 시민들은 CCTV 설치를 요구하고 있다. 설문조사에서도 몇몇 학생들이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유령수술에 대한 의문과 의료사고의 가능성을 언급했다. 이들은 의료진의 불충분한 설명, 또는 회피에 불만을 나타냈으며, 이는 의료계 전체에 관한 신뢰 하락으로 이어졌다.



  반대의 이유로는 ▲CCTV 영상 유출에 대한 위험이 11명(73.3%) ▲의료진의 부담감 증가가 8명(8%) 순으로 답변율이 높았고 그 외에도 ▲CCTV 외의 방법으로도 의료사고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음 ▲의료진 직업에 대한 차별임 등의 답변이 있었다.



  의사들이 수술실 내 CCTV 설치에 반대하는 이유로는 ▲의사들의 집중력 저하 ▲환자와 의사간의 신뢰 관계가 무너짐 ▲인권 침해 및 정보 유출 가능성 등이 있다. 의사협회 회원 8천 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78%가 CCTV 운영에 반대했고, 그 중 60%가 수술 시 집중도 저하를 이유로 들었다고 한다. 이처럼 의사협회는 CCTV를 반대하는 가장 큰 이유 중의 하나로 수술 집중도 저하를 꼽는다. CCTV가 수술실에 설치되면 환자를 살릴 수 있는 가능성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수술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책임을 면책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게 될 수 있다고 하는 것이다.



▲CCTV 설치 시범운영에 따른 토론회 중인 이재명 경기도지사 (출처: 경기도 멀티미디어)



  2018년 10월 12일(월)에 열린 경기도 공개토론회에서 강중구 대한의사협회 부회장은 “이제껏 국민 건강을 위해 힘쓰고 있는 다수의 의사에게 감시 카메라를 들이밀며 환자들의 불신을 조장하고 불안에 떨게 만드는 것은 잘못됐다”라고 주장했다. 또 다른 의사는 “사람들이 의사를 잠재적 가해자로 보는 것 같다”라며 CCTV 설치를 반대하기도 했다.



  이처럼 수술실 내 CCTV 설치에 대한 토론은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병원에서 환자와 의사는 정보의 비대칭을 이루고 있는 관계이다. 그렇기 때문에 의료사고나 ‘대리수술’ 발생 시 환자 스스로 범죄를 입증해내는 것은 굉장히 어렵다. 따라서 수술실 내 CCTV 설치가 아니더라도 환자들의 권리를 보장해주기 위한 적절한 대책이 필요하다. 한편 지난 10월 22일(목)에 열린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종합국정감사에서 정부는 최소한 수술실 출입구에 CCTV 설치를 해야 한다는 데 동의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이제는 당당하게 싸울 때다



  권대희 씨의 사망 사건 이전부터, 의료범죄에 전면적으로 맞서 싸우는 성형외과 전문의가 있다. 바로 유튜브에서 약 15만 구독자를 보유한 ‘닥터 벤데타’라는 이름으로 활동하고 있는 김선웅 씨다. 과거 대한성형외과의사회에서 법제이사를 맡았던 김선웅 씨는 2014년 서울 신사역 인근 소재 그랜드 성형외과에서 발생한 ‘여고생 뇌사 사건 진상조사’에 참여했다. 같은 해 국회 국정감사에서 유령수술 범죄 참고인으로 출석하기도 했다. 이어서 권대희 씨 사망 사건 이후로 본격적으로 유튜브 채널에서 얼굴을 공개해 성형외과의 실태를 폭로하는 활동을 하고 있다. 김선웅 씨는 2020년 10월에 진행된 지승호 작가와의 인터뷰에서 “나는 의사이기에 수술실에서 벌어지는 일들이 눈앞에 그려져요”라고 말했다. 덧붙여 “너무 힘들어서 그만둬야지 싶을 때 누군가가 죽었다는 기사가 나서 그만둘 수가 없었습니다”라는 심정을 밝혔다. 이어 김선웅 씨는 인터뷰를 마치면서 “여러분 동의 없이 마취 시켜놓고, 여러분이 허용하지 않는 장기를 적출한다든지, 여러분이 동의하지 않는 수술 행위를 한다든지, 동의 받지 않는 사람이 들어와서 여러분들의 몸을 칼로 찢거나, 자르면 그건 명백하게 대단히 심각한 범죄 행위, 범죄 행위 중에서도 아주 악질적인 범죄 행위입니다”라고 밝혔다. 김선웅 씨가 의료범죄 피해자들을 대하는 태도가 인터뷰 내용에서 잘 드러나고 있다. 당연히 김선웅 씨 혼자서 의료계와 싸워 이기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그래서 정치계에서 김선웅 씨를 돕기 위해 나선 사람들이 있다.



  2020년 7월 18일(토) 경기도청에 따르면, 이재명 경기지사(이하 이 지사)가 국회의원 전원에게 수술실 CCTV 설치를 의무화해야 한다는 편지를 보냈다. 이 지사는 편지에서 “수술실 CCTV 설치는 환자들이 안심하고 수술받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할 수 있는 최소한의 방안”이라며 “사업의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수술실 CCTV 설치를 의무화하는 입법이 필요하다”라고 설명했다. 이 지사도 김선웅 씨와 마찬가지로 권대희법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현재 경기도에서는 민간 의료기관의 수술실 CCTV 설치 및 운영을 뒷받침하는 사업을 추진하는 중이다. 2018년 10월에는 전국 최초로 경기도 의료원 안성병원 수술실에 CCTV를 설치했다. 2019년 지난해 5월에는 수원, 의정부, 파주, 이천, 포천 등 도의료원 산하 6개 병원 전체에 수술실 CCTV를 설치해 운영하고 있다.



  국회에서는 더불어민주당의 ▲안규백 의원 ▲양향자 의원이 의료범죄 근절에 발벗고 나서고 있다. 안규백 의원은 권대희 씨 유족들과 협력해 2019년 5월 14일(목)에 권대희법을 최초로 대표발의했다. 그러나 동료의원들의 변심으로 법을 통과시키는 데는 실패했다. 양향자 의원(이하 양 의원)은 2020년 10월 12일(월) 유령수술을 막기 위한 의료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이날 양 의원은 “개정안을 통해 의료인의 윤리의식과 전문성 향상은 물론 유령수술로 인해 무너진 의료계에 대한 국민적 신뢰도 되찾을 수 있기를 기대한다”라고 밝혔다. 아직 눈에 띄는 성과는 보이지 않지만 정치권에서 구체적으로 언급되기 시작한 만큼 앞으로 의료범죄 근절이 어떻게 이루어질지 기대되고 있다.



여러분의 몸은 소중합니다



  많은 대학생들이 더 잘생겨지고 싶어서 혹은 더 예뻐지고 싶어서 성형수술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 ▲쌍커풀 수술 ▲코 수술 ▲안면윤곽 ▲양악수술 ▲가슴수술 등등 많은 종류의 성형수술이 존재한다. 젊은이들 사이에서 쌍커풀 수술은 성형수술 축에도 못 낄 정도라는 말이 돌고 있으니, 성형수술을 받는 사람들이 정말 많다는 것이 피부로 느껴진다. 2016년 정호영 경북대학교 의학전문대학원 교수팀은 대구 6개 대학 신입생 1086명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했다. 그 결과, 여학생은 723명 중 209명(28.9%)이 대학 입학 전에 성형수술을 받았고, 남학생은 363명 중 9명(2.5%)이 성형수술을 받았다. 또한 여학생 전체의 16.5%와 남학생 전체의 3.9%는 대학 재학 중에 성형수술을 받을 계획이 있다고 밝혔다. 어림잡아 대학생의 절반이 성형수술을 했거나 성형수술을 받을 계획이 있는 것이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성형수술에 관심을 갖고 실제로 수술을 받고 있다. 하지만 김선웅 씨는 유튜브 영상을 통해 가급적이면 성형외과에 갈 일 자체를 만들지 말라고 당부하고 있다. 아직 수술대에 오르는 사람들을 보호할 법적 장치가 마련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젊음을 누리던 평범한 대학생 권대희 씨의 사망은 결코 남의 일이 아니다. 이 사태를 그냥 방치한다면 우리 모두가 언제든지 유령수술의 피해자가 될 수 있다. 모든 사람들은 안전하고 정직한 수술을 받을 권리가 있고 이것은 인간의 존엄성과도 직결된다. 더 이상 억울한 죽음이 일어나는 것을 막기 위해, 우리 모두 의료범죄 근절에 적극적으로 관심을 가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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