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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모두 같은 사람입니다
박수영, 변인수 ㅣ 기사 승인 2017-05-21 14  |  588호 ㅣ 조회수 : 121

퀴어(Queer)는 본래 ‘이상한’, ‘색다른’ 등을 뜻하는 단어였다. 오늘날 퀴어는 성소수자를 포괄하는 단어로 쓰인다. 성소수자(레즈비언, 게이, 바이섹슈얼, 트랜스젠더)를 통칭하는 단어인 ‘LGBT’들의 인권 문제가 우리나라에서도 점차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이와 더불어 대중문화에서 퀴어 작품들도 늘어났다.



우리나라 대중문화 콘텐츠에서 처음 성소수자가 등장한 것은 1970년대다. 우리나라 최초의 동성애 영화는 김수형 감독의 〈금욕〉(1976)이다. 금욕은 화가인 ‘미애’가 남자에게 성폭행당하고 상처받은 ‘영희’와 사랑에 빠지는 레즈비언 영화다.



이후 1990년대에서 2000년대 초반에도 성소수자를 소재로 한 영화나 드라마는 꾸준히 있었다. 단막드라마 〈슬픈 유혹〉(1999)이 대표적인 예다. 이어 황정민, 정찬 주연의 영화 〈로드무비〉(2002), 〈연인들의 점심식사〉(2002) 등이 동성애를 소재로 했다. 이 세 작품은 모두 분위기가 암울하다는 공통점을 지닌다.



그러나 영화 〈금욕〉, 드라마 〈슬픈 유혹〉 등 과거 동성애를 소재로 한 작품들은 대중문화에 큰 영향을 주지 못했다. 과거 동성애를 소재로 다룬 작품은 금기된 사랑과 세상에 대한 좌절로 어둡고 무거워야 한다는 생각이 지배적이었다. 상업영화보다는 독립영화 쪽에서 주로 볼 수 있는 소재였다.





▲ 대중문화 콘텐츠에 성소수자가 처음 등장한 영화 <금욕>(좌)과 동성애를 소재로 다룬 드라마 <슬픈 유혹>(우)

 



2000년 배우 홍석천 씨는 자신이 동성애자임을 커밍아웃했다. 커밍아웃 이후 홍석천 씨는 동성애자가 아동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하면 아이들 교육에 좋지 않다는 이유로 MBC 〈뽀뽀뽀〉에서 퇴출당했다. 그는 커밍아웃 이후 반강제로 3년가량 방송계를 떠나 있어야 했다. 한 방송에서 그는 커밍아웃 후 동료 연예인들과 멀어지기도 했다고 고백하기도 했다. 그렇게 그는 점점 대중에게서 멀어졌다.



홍석천 씨는 SBS 드라마 〈완전한 사랑〉(2003)에서 커밍아웃한 게이 ‘승조’ 역으로 3년 만에 연예계로 복귀했고, 최근 활발한 방송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홍석천 씨의 커밍아웃과 그의 지속적인 방송 활동을 통해 대중은 동성애, 성소수자들에 대해 보다 관심을 갖게 됐고 성소수자에 대한 인식도 변화해갔다.





오늘날 대중매체에서 동성애는 어떻게 표현되고 있을까? 여러 대중매체에서 동성애 코드를 포함한 작품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동성애가 대중문화 콘텐츠로써 표면으로 드러난 것은 최근에서야 일어난 변화다.



2005년 영화 〈왕의 남자〉가 개봉했다. 영화는 연산군 시대의 궁을 배경으로 주인공 연산과 광대의 감정적인 교감을 표현했다. 〈왕의 남자〉 이전까지 동성애 코드를 담은 영화들은 대중들로부터 큰 호응을 이끌지 못했다. 〈왕의 남자〉의 천만 관객 돌파는 성소수자 혐오가 만연한 현실에서, 동성애를 다룬 작품으로서는 최초로 대중에게 파급력을 시사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



〈왕의 남자〉의 흥행 이후 동성애 코드를 담은 드라마가 방영되기 시작했다. 〈커피프린스 1호점〉(2007), 〈바람의 화원〉(2008), 〈미남이시네요〉(2009), 〈아름다운 그대에게〉(2012) 등이 공중파에서 방영됐다. 그러나 남자 주인공의 상대역은 어디까지나 ‘남장한 여자’로 이야기가 진행됐고 동성애자의 모습을 제대로 다루지 못했다는 평가가 따른다.



이후 앞에 언급된 드라마들과 다르게 동성애를 진지하게 표현하는 드라마가 방영된다. 2010년에 방영한 SBS 주말드라마 〈인생은 아름다워〉다. 이 드라마는 당시 대중에게 큰 충격을 줬다. 주요 주인공들 중 두 명이 게이라는 설정 때문이었다. 이 드라마에 대해 일부 단체들은 ‘내 아들 동성애자 만드는 드라마 당장 종영하라’라는 신문 지면광고까지 내며 극구 반대하기로 했다. 두 사람의 관계에서 조금이라도 육체적인 스킨십이 보이면 곧바로 많은 질타가 잇따랐다. 예를 들어 키스신은 일부 단체의 강력한 반발로 무산되고, 드라마 종영이 다가왔을 때는 두 사람의 성당 언약식 장면을 촬영까지 마쳤으나 반발로 인해 결국 ‘통편집’을 당하기도 했다.



그러나 드라마는 남자주인공들의 사랑 이야기를 끝까지 진중하면서도 밝게 그려나갔다. ‘인생은 아름다워’는 동성애자들의 고민을 진지하게 담아냈다고 평가받는다. 홍석천 씨는 방송 ‘강심장’에 출연해 “드라마 방송 이후 많이 변화된 점을 느낀다”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 2010년 방영된 드라마 <인생은 아름다워>의 한 장면(좌), 조선일보 지면에 실린 드라마 <인생을 아름다워>를 비난하는 광고(우)



현대는 대중문화를 더 이상 TV와 영화로만 한정할 수 없는 시대다. TV나 영화 외에도 인터넷을 통해 문화를 공유할 수 있다. 웹툰 〈어서오세요 305호에〉(2011)와 〈모두에게 완자가〉(2012)는 모두 동성애를 소재로 한 만화다. 물론 웹툰에는 동성애에 반대하는 사람들의 비난 댓글도 있었다.



한편, 아일랜드 가수 호지어(Hozier)의 ‘Take me to church’ 뮤직비디오는 동성애를 다룬다. 교회를 거짓된 성지라 칭하는 등의 가사로 동성애를 부정하는 기독교를 비판하고 있다. ‘나를 교회로 데려가 줘’라는 음악의 제목과는 대치되는 내용이다. 영상에서는 동성애를 향한 폭력과 억압을 담는다.





우리가 동성애를 바라보는 자세는 어떨까? 대학생을 대상으로 〈대학내일〉이 조사한 결과 대학생 약 5명 중 3명이 동성애를 긍정적으로 본다고 응답했다.



대학 내부 성소수자들의 권리향상을 위한 활동은 각 대학의 성소수자 모임을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 2014년 1월부터 서울대, 연세대 등 전국 17개 대학 20여 개 성소수자 모임들이 모여 ‘대학 성소수자 모임 연대 QUV’를 만들었다. 현재는 전국 21개 대학 내 22개 대학모임이 QUV와 연대하고 있다.



우리대학 성소수자 인권동아리 큰따옴표도 QUV에 속해 있다. 이번 학기 신규동아리로 승격한 큰따옴표는 ‘물까치’에서 이름을 바꿨다. ‘큰따옴표’는 남성 동성애자 중심적인 이름인 ‘물까치’를 탈피하고, 성소수자의 목소리와 주체성을 상징한다. 본지는 큰따옴표 회장 말캉 씨와 토마털 씨를 만나 얘기를 나눴다.







▲ 지난 17일(수)~19일(금) 열린 축제에서 성소수자 인권동아리 '큰따옴표'가 차린 부스 모습들



Q. 성소수자 인권동아리 큰따옴표에 대해 간단한 소개를 부탁한다.



2014년부터 시작해 올해로 3년째를 맞았다. 인원은 30~40명이며, 성소수자 대상으로 가입을 받고 있다. 장난으로 문의를 하는 경우가 많아 가입절차를 까다롭게 하고 있다. 본인을 잘 드러내지 못하는 성소수자들의 커뮤니티를 만들고 싶었다.

Q. 어떤 활동을 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최근 군 동성애 색출사건, 대통령 대선 후보 간의 토론 등 성소수자 관련 이슈가 많다. 우리는 성소수자 목소리를 대변해 현수막이나 대자보를 건다. 대외로도 많은 활동을 하고 있다. QUV에 2015년 가입했다. 행동하는 성소수자 인권이나 군 인권센터 무지개 행동 등 다른 단체와 연합해 시위를 가기도 하고, 함께 현수막 캠페인에 참가하는 등 여러 활동을 하고 있다. 또, 여러 대학과 함께 세미나를 열고 있다.



Q. 학교 안에서 활동하기에 힘든 점은 없는가?



아웃팅 문제가 제일 크다. 내가 이 동아리에 가입하면 성소수자라는게 알려질 지 모른다는 두려움으로, 많은 성소수자가 동아리에 가입하지 못하고 있다. 특히 교내에 얼굴을 드러내야 하는 활동에 어려움이 있다. 이외에도 동아리 회비로만 운영되고 있기에 금전적으로 어려움은 항상 있다. 성소수자 이슈는 주기적으로 나오고, 활동을 이어가려면 후원이 필요한데 어려운 점이 많다.



Q. 성소수자 운동에 쓰이는 무지개는 여섯 빛깔이다. 어떤 의미인가?



처음 무지개에서 분홍색이 더해져 8가지 색깔이었는데 남색과 분홍색이 사라졌다. 여섯 가지 색깔의 의미는 다양성이다. 무지개 색깔이 빛의 스펙트럼을 의미하며, 구분해서 말할 수 없다는 것이다. 성소수자도 마찬가지다.



Q. 앞으로의 계획이나 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중앙동아리로 승격해서 좀 더 우리의 목소리를 내고 싶다. 항상 공간이 필요하다. 아웃팅이 항상 문제라 물품을 다 자취방에 보관하기도 한다. 그리고 7월에 있을 퀴어퍼레이드에 여성학회 #Rights랑 협업해 참가한다.



Q. 끝으로 사람들에게 하고픈 말이 있다면?



당연한 말인데 성소수자도 사람임을 알아줬으면 한다. 우리도 상처를 받는다. 거짓말로 우리를 깎아내리지 않았으면 한다. 인터넷만 봐도 잘못된 정보가 많다. 그리고 성소수자들이 있다면 자신의 목소리를 더 내길 바란다.





2017년 3월 영화 ‘미녀와 야수’가 논란 속에 개봉했다. 이유는 영화에 동성애를 표현했기 때문이다. 영화의 등장인물 중 하나인 르푸가 자신의 상관인 개스톤을 사랑하는 게이로 나온다. 영화감독 빌 콘돈은 “르푸는 개스톤이 되고 싶어 하고, 개스톤에게 키스를 하고 싶어 하는 인물”이라며 “자신이 원하는 것에 혼란을 가지지만, 자신이 이런 감정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깨닫고 있는 사람”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작품에 동성애 코드가 포함돼 있다는 이유로 러시아는 ‘미녀와 야수’를 16세 이상 관람가 등급으로 판정하고 주요 관람 대상인 어린이를 관람객에서 제외했다. 또한 미국의 한 극장은 동성애 논란에 상영을 취소하고, 말레아시아도 관람가 등급을 조정했다. 영화 미녀와 야수는 아직 세계 대중문화 속에 동성애가 받아들여지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사례이다.



퀴어문화축제는 동성애자들이 포함된 성소수자들의 문화 축제이다. 1969년 미국 뉴욕에서 스톤월 항쟁*을 기념하는 행사로 시작됐다. 행사는 ▲퍼레이드 ▲영화제 ▲부스 행사 ▲전시회 등으로 구성된다. 축제의 가장 큰 행사는 사회적으로 차별받는 성소수자들이 도심을 행진하는 퍼레이드다.



지난해 서울광장에서 열린 제17회 퀴어문화축제는 한국 성소수자인권단체, 다국적 기업 구글, 여러 대학의 성소수자 동아리 등 다양한 단체들이 참석해 성소수자들의 목소리를 높였다. 올해 제18회 퀴어문화축제는 오는 6월 3일로 예정됐으나, 서울광장의 잔디 사정으로 7월 15일로 연기됐다. 축제는 크게 퀴어퍼레이드와 한국퀴어영화제로 나뉜다. 퀴어퍼레이드는 7월 15일 토요일, 한국퀴어영화제는 7월 20일부터 23일까지 진행될 예정이다.



그러나 퀴어문화축제에 반감을 보인 사람들도 있다. 그들은 ‘성소수자들이 일반인과 다르지 않다는 것을 주장하는 것과 퍼포먼스를 통해 일반인이 거부감을 느끼게 하는 것은 원래의 목적과 다르다’라고 말한다.



동성애는 제19대 대통령 후보들 사이에서도 뜨거운 이슈였다. 지난 4월 25일(화) 대통령 후보 초청 4차 토론회에서, 당시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가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에게 “(군 동성애를) 반대하느냐”고 물었고 문 후보는 ‘그렇다’고 답했다. 후에 문 후보는 “동성애를 개인적으로 좋아하지는 않지만, 그들을 차별해서는 안 된다”고 설명을 덧붙였다. 이에 심상정 정의당 후보는 “동성애는 찬성·반대할 수 있는 얘기가 아니다”라며 “성 정체성은 말 그대로 정체성”이라고 밝혔다. 이어 심 후보는 “성소수자의 인권, 자유가 존중돼야 한다, 그게 민주주의”라고 주장한 바 있다.



*스톤월 항쟁 : 미국 뉴욕 경찰이 동성애자들의 아지트였던 술집 스톤월 인을 급습한 일에 동성애자들과 인권운동가들이 반발하면서 일어난 대규모 시위



박수영 기자 sakai1967@seoultech.ac.kr

변인수 수습기자 dlstndlayoda@seoultech.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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