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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과 문학
손명박, 변인수, 박하나 ㅣ 기사 승인 2017-10-15 10  |  592호 ㅣ 조회수 : 1093
세간이 한반도 전쟁 가능성을 들고 떠들썩하다. 전쟁이란 어떤 형태로든 인간의 삶에 흔적을 남긴다. 전쟁의 참화 속에서 극적으로 살아남더라도, 전쟁 통에 발생한 상처는 좀처럼 쉽게 아물지 않는다. 전쟁을 겪은 사람들의 마음 한편에는 참혹한 기억이 평생의 트라우마로 남아 그들을 계속 괴롭힌다. 전쟁 속 상처와 아픔을 표현한 문학 작품들을 접해보고자 한다. 비록 우리가 전쟁을 경험하지는 않았지만, 전쟁문학을 통해 전쟁을 겪은 사람들의 아픔을 조금이나마 느껴볼 수 있을 것이다.

1. 전쟁문학이란?



‘인류의 역사는 전쟁의 역사’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전쟁은 인류와 함께왔다. 전쟁이 모든 사회 구성원들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매우 큰 사건인 만큼, 문학에서도 전쟁은 단골 소재였다.



하지만 보통 전쟁문학이라고 하면 범위를 좀 더 좁게 잡아, 근·현대에 발발한 전쟁을 주제로 삼은 작품만을 의미하는 게 원칙이다. 물론 트로이 전쟁을 배경으로 하는 〈오디세이아〉와 〈일리아스〉와 같이 전·근대에 쓰인 고전 작품의 경우 전쟁문학에 포함할 수 있느냐를 두고 학자들 간의 이견이 존재한다.



서양에서 전쟁문학은 보통 제1차 세계대전 이후 전쟁을 다룬 문학작품을 의미한다. 전쟁문학의 대표 작가는 직접 전쟁에 참여한 경험을 기반으로 활동한 어니스트 헤밍웨이가 있다. 헤밍웨이의 대표작은 스페인 내란을 소재로 한 〈누구를 위하여 종을 울리나〉와 제1차 세계대전을 주제로 한 〈무기여 잘 있거라〉 등으로 오늘날에도 명작으로 꼽힌다.



그 말고도 많은 작가들이 제1차 세계대전을 배경으로 다양한 작품들을 선보였다. ▲〈서부전선 이상 없다〉 ▲〈루마니아 일기〉 ▲〈포화〉 등을 그 예로 들 수 있다. 이후 제2차 세계대전이 발발하자 이를 주제로 삼은 〈나자와 사자〉와 〈젊은 친위대〉 등의 작품도 등장했다. 1·2차 세계대전은 여러 나라가 참여한 전쟁인 만큼 다양한 나라에서 전쟁문학 작품이 쏟아졌다.



우리나라의 경우 고전 작품을 전쟁문학의 범주에 포함한다면 임진왜란을 다룬 〈임진록〉과 병자호란을 배경으로 한 〈임경업전〉 등이 그 예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이들 작품은 역사적 사실이 부분적으로 반영됐지만, 허구적 사실을 통해 전쟁의 아픔을 보듬고자 했던 민족 정서가 돋보인다.



한국문학계에서 전쟁문학은 보통 6·25전쟁을 소재로 삼은 작품을 의미한다. 6·25전쟁 후 전쟁의 실상을 고스란히 반영한 작품들이 나왔고, 남과 북의 대립이라는 요소는 민족 전쟁의 참상을 더 극대화시켰다.



전쟁문학은 전쟁 속 인류의 인간상과 진실을 부각한다. 그리고 전쟁문학은 전쟁이 끝난 뒤 인류가 어떠한 변화를 맞이하고 어떻게 일상으로 돌아오는지를 다룬다. 세력 간 이념 차이에서 오는 고뇌와, 종전 후에도 이어지는 힘겨운 삶을 표현하기도 한다. 전쟁에 반대하는 내용이 담긴 반전문학 또한 전쟁문학의 한 갈래에 속한다.



2. 6·25전쟁과 전쟁문학



한국 전쟁문학은 종군작가의 손에서 시작됐다. 종군작가는 실제 체험·목격했던 전투 상황을 살려 문학 작품을 만드는 작가를 말한다. 1951년 대한민국 국방부 산하 문인들로 구성된 육군 종군작가단이 조직돼 여기서 〈젊은이〉와 〈국방〉 등의 작품이 만들어졌고 이는 장병들의 사기를 북돋아 주는 역할을 했다.



전쟁이 끝나고 6·25전쟁을 소재로 하는 작품들이 본격적으로 발표됐다. 전쟁이라는 극한 상황 속 인간애에 주목한 황순원의 〈너와 나만의 시간〉, 전후 힘든 상황에도 묵묵히 살아가는 인물들에 방점을 찍은 하근찬의 〈수난이대〉 등이 이 무렵 발표된 작품들이다. 이후에도 6·25전쟁을 소재로 한 다양한 작품들이 발표됐다. 오늘날에도 전쟁문학은 여러 사람에게 즐겨 읽힌다. 꾸준히 사랑받는 한국의 전쟁문학 주요 작품 몇 편을, 지금부터 소개한다.



박완서 - 〈엄마의 말뚝2〉



작중 주인공 ‘나’는 팔순을 넘긴 어머니가 있다. 어머니는 6·25전쟁 도중 아들(‘나’의 오빠)을 잃었다. ‘나’의 오빠는 탈영병이었다. 오빠는 해방 후 한때 좌익 운동에 몸을 담았다가 전향했었고, 서울이 북한에 함락되자 압박감에 못 이겨 북한 의용군에 지원한다. 하지만 얼마 후 심신이 피폐해진 채 탈영했고, 결국 인민군 군관에게 발각돼 총에 맞고 숨진다.



아들의 죽음에도 나름대로 버텨오며, 팔순이 된 지금 평온한 노년을 보내는 듯했던 ‘나’의 어머니였다. 하지만 겉으로만 드러내지 않았을 뿐, 어머니 마음 한편에는 여전히 지울 수 없는 상처가 존재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건 하나가 터진다. 어느 날 어머니는 눈길에 미끄러져 다리를 심하게 다친다. 수술은 잘 끝난 듯했지만, 수술 후유증으로 아들을 죽인 인민군 군관의 환영을 보며 허공에 소리를 지르는 등 이상 증세를 보인다. 평온해 보였던 어머니는 사실 모든 고통을 마음속에 담고 살아왔다. 감추고 있었던 그 원한과 분노가, 아들이 죽는 순간의 환각을 보고 절규하는 형태의 이상 증세로 폭발한 것이었다. (후략)



〈엄마의 말뚝2〉는 1981년 발표된 박완서의 연작소설로 6·25전쟁으로 인한 개인의 슬픔을 형상화한 작품이다. 이 작품은 박완서 작가의 다른 작품과 마찬가지로 작가의 실제 체험이 글 속에 녹아 들어가 현실감을 담보하고 있다. ‘말뚝’은 작중 어머니의 마음속 깊숙이 박혀 뽑히지 않는 상처, 즉 아들의 죽음을 뜻한다. 소설에서 제일 핵심을 이루는 바로 그 장면의 본문을 여기서 소개한다.



〈주요 장면〉



“그놈이 또 왔다. 뭘 하고 있냐? 네 오라비를 숨겨야지, 어서.”/ “엄마, 제발 이러시지 좀 마세요. 오빠가 어디 있다고 숨겨요?”/ “그럼 네 오라비를 벌써 잡아갔냐?”/ “엄마, 제발.”



어머니의 손이 사방을 더듬었다. 그러다가 붕대 감긴 자기의 다리에 손이 닿자 날카롭게 속삭였다.



“가엾은 내 새끼, 여기 있었구나, 꼼짝 마라. 다 내가 당할 테니” 어머니의 떨리는 손이 다리를 감싸는 시늉을 했다. 그때부터 어머니의 다리는 어머니의 아들이었다. 어머니는 온몸으로 그 다리를 지키면서 어머니의 적을 노려보았다. 어머니의 적은 저승의 사자가 아니었다.



“군관 동무, 군관 선생님, 우리 집엔 여자들만 산다니까요.”



어머니의 눈의 푸른 기가 애처롭게 흔들리면서 입가에 비굴한 웃음이 감돌았다. 나는 어머니가 환각으로 보고 있는 게 무엇인지 알아차렸다.



가엾은 어머니, 차라리 저승사자를 보시는 게 나았을 것을…….



이청준 - 〈병신과 머저리〉



‘나’의 형은 6·25전쟁 때 의무병으로 참전했다. 하루는 형이 술고래가 된 채 돌아와 자신이 전쟁 중 패잔병으로 낙오됐었고, 같이 낙오됐던 동료를 죽이고 약 천 리의 길을 걸어 탈출한 적이 있었다고 말한다. 이 말을 들은 ‘나’는 형의 정확한 과거가 궁금했지만, 이후 형은 자기가 한 말마저 모른 체했기에 과거를 알 방법이 없었다. 그러던 중 ‘나’는 형이 6·25전쟁 때의 아픈 기억에 관해 쓴 소설을 읽게 된다. 소설은 아직 완성되지 않았고, 뒷이야기가 궁금해진 ‘나’는 본업인 그림 그리기에 집중하지 못하고 방황하게 된다.



소설에서 형은 부대에서 낙오됐을 당시 자신의 상관인 오관모와 김일병과 같이 있었다. 소설 속 오관모는 잔인했고 부상으로 지친 김일병을 남색의 대상으로 삼았다. 형은 그런 비인간적인 상황을 겁쟁이처럼 방관하기만 했다. 마침내 오관모는 먹을 것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첫눈이 내리는 날 김일병을 죽이겠다고 말한다. 이후 첫눈이 내렸고, 소설은 이 대목에서 멈춰있었다. ‘나’는 형이 김일병을 죽이는 것으로 소설을 끝낸다.



형은 동생이 쓴 결말을 읽고 동생을 ‘병신과 머저리’라고 욕한다. 그리고 자신이 김일병 대신 오관모를 향해 총을 쏘는 것으로 결말을 바꾼다. 하지만 형은 외출했다 생생하게 살아있는 오관모와 마주치게 되고, 소설을 불태워 버린다. 자신이 저지른 일에 극도의 환멸을 느낀 형은 탈출구로서 소설 쓰기를 택했지만, 오관모를 만난 그에게 이제 소설의 결말을 바꾸는 건 아무런 의미가 없어져 버린 까닭이었다. 하지만 형은 이제 과거를 직시할 것이며, 자신의 삶을 다시 일으키려 노력할 것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소설 〈병신과 머저리〉는 6·25전쟁으로 대표되는 사회적 문제와 개인의 실존 간의 갈등을 보여준다. 나아가 이 소설은 전쟁 이후 한국 사회에서 개인이 지향해야 할 가치에 관해 이야기한다.



〈주요 장면〉



“내가 이제 놈을 아주 죽여 없앴으니 내일부턴……. 일을 하리라고 생각하고 자리를 일어서서 홀을 나오려는데……. 그렇지 바로 문에서 두 걸음쯤 남았을 때였어. 여어, 너 살아있었구나 하고 누가 등을 탁 치지 않나 말야.”



형은 나를 의식하고 이야기하는 것 같기도 하고 혼자 중얼거리는 것 같기도 했다. “놀라 돌아보니 아 그게 관모 놈이 아니냔 말야. 한데 놈이 그래 놓고는 또 영 시치밀 떼지 않아. 이거 미안하게 됐다구....... 두려워서 비실비실 물러나면서……. 내가 그 사이 무서워진 걸까……. 하긴 놈은 내가 무섭기도 하겠지. 어쨌든 나는 유유히 문까지는 걸어 나왔어. 그러나..... 문을 나서서는 도망을 쳤지……. 놈이 살아 있는데 이런 게 이제 무슨 소용이냔 말야.”



형은 나머지 원고 뭉치를 마저 불집에 집어넣고 나서 힐끗 나를 보았다.



“이 참새가슴 같은 것, 뭘 듣고 있어. 썩 네 굴로 꺼져!”



이범선 - 〈오발탄〉



소설 〈오발탄〉은 주인공 철호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진행된다. 철호의 가족은 월남민들이 모여 사는 ‘해방촌’에 거주한다. 그의 가족은 ▲철호 ▲철호의 아내 ▲철호의 딸 ▲철호의 어머니 ▲영호와 명숙(철호의 동생)으로 이뤄져 있다. 가장인 철호의 돈벌이는 변변치 못하고, 때문에 그들의 삶은 매우 어렵고 고달프다.



철호의 어머니는 전쟁 전 북에서의 유복했던 과거를 그리워하다, 미쳐서 계속 ‘가자!’를 외친다. 철호가 일을 마치고 집에 돌아오면 어머니의 공허한 외침이 그를 더 고통스럽게 한다. 돈을 벌기 위해 미군에게 웃음을 파는 양공주인 명숙의 상황 또한 그들의 힘든 삶을 보여준다.



철호는 힘든 생활 속에서도 양심을 지키려고 노력한다. 그와 달리 철호의 동생 영호는 잘 살기 위해선 양심 따위는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결국 철호는 자신의 힘으론 아무것도 못 하고 그와 다르게 행동했던 영호와 명숙의 도움을 받는다. 가난한 삶에서도 양심과 윤리, 법률을 지킨 철호가 할 수 있는 것은 없었다. 소설 마지막에 이르러 의식을 잃어가는 철호는 택시에 탄다. 택시기사는 갈 곳 없이 헤매는 철호의 모습을 오발탄에 비유한다. 그는 비참한 현실 속에서 갈 곳을 잃게 된다.



철호 가족의 삶은 6·25전쟁 이후 남으로 넘어온 실향민 가족의 비극을 보여준다. 어머니의 ‘가자!’는 행복했던 과거로 되돌아가고자 하는 월남인들의 소망을 담고 있다. 또한, 소설은 양심과 원칙을 중요시하는 주인공을 통해, 올곧으려는 사람들이 절망할 수밖에 없는 전쟁 이후의 고통스러운 현실을 보여준다.



3. 마치며



문학은 당대 사회 모습을 반영한다. 많은 문학이 인간의 삶을 다루고 있고, 덕분에 우리는 소설 등장인물의 일생을 통해 당대 사람들의 생각을 엿볼 수 있다.



우리는 전쟁문학으로 당대 사람들의 전쟁에 대한 인식과 그로 말미암은 고통을 느낄 수 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인간애와 평화의 소중함을 발견하기도 한다. 지금 이 순간, 전쟁문학을 통해 잊고 지냈던 가치를 상기해보는 건 어떨까.



손명박 기자 grampus@seoultech.ac.kr



변인수 기자 dlstndlayoda@seoultech.ac.kr



박하나 디자인기자 izzi_419@seoultech.ac.kr



 


기사 댓글 1개
  • 147**** l 17.10 21:01
    시대상황에 맞는 좋은뉴기사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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