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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sney
고태영, 이승훈 ㅣ 기사 승인 2019-08-31 12  |  620호 ㅣ 조회수 : 1664

  디즈니 영화의 시작을 의미하는 오프닝 로고에는 항상 아름다운 성이 등장한다. 아이들은 이 성을 보며 영화의 시작을 기다리고 행복한 상상에 빠진다. 세월이 지나 어른이 돼 이 오프닝 로고를 마주하면 어린 시절 가졌던 설렘과 함께 향수에 젖는다. 디즈니 애니메이션은 어린 날의 기억을 되새겨주는 매개이자, 마음 한편에 숨겨뒀던 동심을 일깨워주는 마법이다. 1928년 〈미친 비행기〉부터 다가오는 12월 개봉을 앞둔 〈겨울왕국 2〉까지 100년 가까운 시간 동안 디즈니가 꾸준히 성공할 수 있었던 혁신의 배경을 살펴봤다.



  디즈니를 다시 일으켰다고 평가받는 마이클 아이즈너는 1995년 그의 저서에서 이런 말을 전했다. “연간 2억명 이상이 디즈니 영화나 비디오를 보고, 매주 3억 9천 5백만명이 TV에서 디즈니 쇼를 즐기며, 2억 1천 5백만명이 디즈니 음악에 맞춰 춤을 추고, 매년 5천만명 이상의 사람이 디즈니 테마 공원의 입구를 통과한다” 이 모습은 현재와 다르지 않다. 작년 디즈니의 총수입은 5,434억달러를 기록했다. 이번 해 3분기 수익은 전년 대비 33% 증가했다. 디즈니는 ▲픽사 ▲20세기 폭스 ▲마블 등 많은 회사를 계열사로 두고 거대한 문화제국을 이뤄냈다.



최초, 최초, 최초



  월트 디즈니는 생동감 넘치는 캐릭터로 가득 찬, 현실에 가까운 가상 세계를 창조하고자 했다. 그의 노력은 초창기 애니메이션인 〈증기선 윌리〉에서 드러난다. 이 영화는 미키마우스가 나오는 두 번째 애니메이션이자 최초의 유성 애니메이션 작품이다. 이때 쓰인 사운드 트랙 추출 방법은 오늘날에도 사용 중이다. 제작 당시 녹음시설이 열악했을 뿐만 아니라, 동물들이 원하는 소리를 제때 내지 않아 원하는 소리를 녹음하기 위해 며칠이고 기다렸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미키마우스가 말하는 장면을 본 사람들은 신선한 충격을 받았고, 디즈니는 대중의 주목을 받았다. 이후 흑백 단편 영화 위주의 애니메이션 시장에서 디즈니는 4년을 투자해 세계 최초의 컬러 장편 애니메이션 영화인 〈백설공주와 일곱 난장이〉를 탄생시켰다. 이 영화는 인물을 아름답게 표현하기 위해 백설공주의 모든 동작을 발레에서 착안했다. 영화에서 백설공주는 깜짝 놀랄 때, 참새와 이야기할 때, 청소할 때 등 언제나 발레 동작과 유사한 몸동작을 보인다. 이런 장면을 표현하기 위해 디즈니는 직접 발레리나를 섭외했다. 섭외한 발레리나에게 백설공주 의상을 입혀 80분 분량의 대본에 따라 춤춰 달라 요구했다. 애니메이터들은 앞에서 공연하는 발레리나의 모습을 빠르게 스케치했다.



  컬러 장편 애니메이션의 성공은 디즈니 애니메이션 스튜디오의 규모 확장을 불러왔다. 회사의 규모가 커지면서 직원들의 일도 점차 전문화됐다. 동물 캐릭터를 연구하는 부서에서는 ▲동물의 뼈를 연구하는 직원 ▲근육 구조를 연구하는 직원 ▲동물의 행동 패턴을 연구하는 직원 등으로 작업을 분리했다. 화면의 배경을 연구하는 부서에서는 ▲영화에 쓰일 소품을 디자인하는 직원 ▲실제 모형을 만드는 직원 ▲배경 장면을 시뮬레이션하는 직원 등으로 역할을 세분화했다. 이러한 작업의 반복을 통해 작품 전체의 완성도를 높였고 동물 캐릭터의 생생한 움직임을 구현했다. 세분화된 작업의 결과로 〈덤보〉와 〈밤비〉 같은 영화가 탄생했다. 〈101마리 달마시안〉 작업을 할 때는 달마시안의 특징인 많은 점을 그려야 했다. 디즈니는 비효율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점을 찍는 팀을 따로 만들었다. 이때 사용한 검정 잉크는 무려 5만 톤 이상이었다.



동화 속 나라를 현실로!



  디즈니는 애니메이션의 성공에 안주하지 않았다. 실사화 작업은 1996년 〈101마리 달마시안〉이 시작이었지만, 컴퓨터그래픽 기술이 발달한 201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가속화됐다. 기존 애니메이션을 실사화한 작품은 총 12 작품으로 개봉 예정인 〈말레피센트 2〉, 〈뮬란〉, 〈인어공주〉까지 합치면 총 15 작품이다. 이 중 세계적으로 가장 많은 사랑을 받은 영화는 엠마 왓슨 주연의 〈미녀와 야수〉이다. 월드 박스오피스에서 12억 6천만달러 이상을 벌었다. 국내에서는 최근 개봉했던 〈알라딘〉이 1,200만명 이상의 관객을 동원했다. 연이어 개봉한 〈라이온 킹〉 역시 500만명 가까운 관객을 동원해 흥행을 이어갔다.



  이렇게 기존 애니메이션 영화를 실사화하는 이유는 흥행 수입에 있다. 디즈니 애니메이션은 과거 명성에 반해 현재 유소년층에게 익숙하지 않다. 실사화 프로젝트는 캐릭터 실사화를 통해 성인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것은 물론, 유소년층을 공략한다. 실제로 이 전략은 효과적이었고 대부분의 실사영화는 유소년층뿐만 아니라 많은 성인 관람객을 동원했다. 이와 함께 부활한 캐릭터의 인기는 디즈니 캐릭터 상품의 판매로 이어지는 효과를 가져왔다.



무엇보다 현실적인 동화



  디즈니는 수많은 혁신을 통해 애니메이션을 이끌었지만 동화 속 나라는 현실에 존재할 수 없었다. 디즈니화란 사회 분야와 애니메이션 분야에서 각각 다른 의미로 사용된다. 이 단어는 디즈니가 표면적인 순수함 뒤편의 이면을 드러낸다.



  사회 분야에서 사용되는 디즈니화란 테마화한 하이브리드 소비*를 뜻한다. 테마화는 유니폼을 예로 들 수 있다. 같은 의복이나 표지는 동화 속 세계인 디즈니를 현실처럼 인지하게 한다. 이렇게 인지된 현실은 실제보다 더 현실적이기 때문에 강력한 소비 욕구를 만든다. 디즈니화를 위해서는 테마화와 고용인의 통제를 완벽하게 만들어내야 한다. 동화 속 나라라는 테마를 위해 디즈니랜드에서는 놀이와 노동의 분리를 완벽하게 이뤄냈다. 편의 시설, 전기 배선, 직원들의 숙소, 교통수단 등 놀이공원과 어울리지 않는 모든 시설은 보이지 않는 지하복도나 터널에 만들었다. 또한, 완벽한 테마화를 위해 직원을 통제한다. 단정한 옷차림뿐만 아니다. 직원은 서로 쇼를 만들어내는 ‘캐스트 멤버’라고 칭한다. 디즈니랜드에서 일어나는 모든 행동은 ‘쇼’라고 부르도록 교육받는다.



  애니메이션 분야에서 디즈니화란 전형적인 디즈니 애니메이션의 형태를 뜻한다. 디즈니는 세계적인 스튜디오답게 다양한 동화, 전설, 소설을 기반으로 작품을 만들었다. 모든 이야기는 디즈니화돼 하나로 뭉친다. 디즈니 애니메이션은 대부분 멋지고 능동적인 왕자가 못생긴 악당을 물리치고 아름답고 수동적인 금발의 공주와 결혼하는 행복한 결말을 갖는다. 이러한 줄거리가 디즈니의 남성 중심 사회와 백인 우월주의 사상을 보여준다는 의견도 있다. 디즈니는 막대한 자본을 활용하고 방대한 영역에 분포돼 있다. 더불어 수용자가 유소년층이기 때문에 디즈니의 이데올로기는 비판적 시각이 필요하다.



  디즈니 애니메이션의 인종차별적 요소를 잘 보여주는 작품은 〈알라딘〉이다. 〈알라딘〉의 노래 중 하나인 좥아라비안나이트좦 가사에는 “나는 대륙에서 왔다/ 머나먼 땅에서/ 낙타 대상들이 유랑하는 곳/ 당신의 얼굴이 마음에 안 들면/ 그들은 당신의 귀를 떼가고/ 그곳은 야만적이지만 그래도 집이라네”라는 부분이 있다. 이 가사는 걸프 전쟁 당시 미디어의 편파 보도에 따른 아랍 문화 및 지역 이미지에 관한 편견을 강화한다. 알라딘의 등장인물에 대해 남부 이슬람 연합회 대변인은 “모든 나쁜 등장인물은 턱수염을 기르고 우뚝한 코를 가지며 악의에 찬 눈매와 심한 사투리를 쓰고 항상 칼을 휘둘러 댄다”고 말했다. 이어서 주인공인 알라딘에 대해서는 “반면에 그는 큰 코를 지니지 않고 턱수염과 터빈을 쓰지도 않는다”며 “그가 멋있어 보이는 이유는 제작자들이 그를 미국 사람처럼 만들었기 때문이다”라고 전했다.



  디즈니 애니메이션에서 성적 고정관념은 수동적인 여성의 모습을 통해 드러난다. 〈백설공주와 일곱 난쟁이〉의 백설공주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라이온킹〉의 새로운 왕국은 많은 암사자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무파사의 아들 심바가 올 때까지 폐허였다.



  시간이 지나면서 성적 인식의 변화를 꾀하려는 디즈니 작품도 등장했다. 〈뮬란〉은 다양한 상황을 적극적으로 해결하는 여성 전사인 뮬란이 등장한다. 하지만 뮬란은 남성의 옷을 입고 전쟁에 참여하며, 아버지의 보호와 남편의 보호에 종속되는 삶에 불과하다.



  디즈니 애니메이션의 문제점을 비판하는 안티 디즈니 애니메이션이 있다. 안티 디즈니는 디즈니 애니메이션이 다루는 교훈적 주제를 벗어나 현실적인 주제로 전환한 애니메이션이다. 선과 악의 대비가 뚜렷하지 않아, 무엇이 진정한 선인가에 대해 고찰하게 만든다. 또한 성인을 대상으로 한 애니메이션이다. 안티 디즈니 애니메이션은 〈개미〉, 〈슈렉〉 등 다양한 영화를 통해 관객에게 다가왔다. 〈개미〉는 집단과 개인이라는 현실적 주제를 시사했고, 〈슈렉〉은 못생긴 주인공을 통해 디즈니 전통의 타파를 시도했다.



  현대 디즈니 작품은 조금 다른 모습을 보인다. 〈모아나〉에서 등장하는 미남이 아닌 남주인공과 적극적인 여주인공, 실사화 영화 〈인어공주〉에서 캐스팅된 흑인 여배우 등이 진보된 디즈니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이것이 주변을 의식한 행동인지 진정한 정치적 올바름인지는 지켜봐야 한다.



*하이브리드 소비: 다양한 종류의 소비를 하나의 공간에서 하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공연과 저녁을 함께 즐길 수 있는 레스토랑이 있다.





101마리 달마시안(1961년 1월 25일 개봉)



  일반적 디즈니 영화와는 다르게 〈101마리 달마시안〉은 영화의 배경과 제작 시기가 같다. 따라서 지금 영화를 감상한다면 1961년 영국 런던의 모습을 체험할 수 있다. 당시에 디즈니는 선남선녀의 러브스토리를 중요한 흥행요소로 생각했기 때문에 〈잠자는 숲속의 공주〉에 더 많은 예산을 투자했다. 따라서 저예산으로 제작된 이 영화는 색감이 딱 떨어지지 않고, 지저분하게 명암도 그대로 남아있다. 그러나 흥행 결과는 정반대였다. 〈잠자는 숲속의 공주〉가 흥행에 실패했지만 이 영화는 아이디어 스케치가 살아 움직인다는 평과 함께 개봉 당시 박스오피스에서 9주간 1위를 차지했다.



인어공주(1989년 11월 17일 개봉)



  〈인어공주〉는 안데르센의 동화 좬인어공주좭를 소재로 다룬 뮤지컬 영화로 디즈니에서 만든 마지막 정통 셀 애니메이션*이다. 이 영화가 유명해지게 된 계기는 바로 영화음악에 있다. 이 영화의 주제가였던 좥Under the Sea좦는 개봉한 지 30년이 지난 지금도 사람들의 기억 속에 남아있는 음악으로 1989년 아카데미 주제가상을 받았다. 영화를 제작할 당시 제작진들은 “사람들이 영화를 보고 나올 때 노래를 흥얼거렸으면 좋겠다”라는 단순한 목표를 가지고 있었다고 한다.



*셀 애니메이션 : 셀룰로이드라는 투명한 플라스틱과 필름 위에 수작업으로 채색한 그림을 카메라로 촬영해 움직임을 만드는 애니메이션의 한 형태



라이온 킹(1994년 6월 15일 개봉)



  〈라이온 킹〉은 2D 애니메이션 역사상 가장 많은 관객을 동원한 영화로 개봉 이후 8,600억원의 수익을 올린 작품이다. 이 영화 역시 〈101마리 달마시안〉처럼 제작 당시 주력 영화가 아니었다. 남녀 간의 사랑 이야기가 아닐뿐더러, 의인화가 되지 않은 동물은 메인 캐릭터가 될 수 없다는 생각 때문이다. 당시 주력으로 제작했던 영화는 〈포카혼타스〉였지만, 결과적으로 〈라이온 킹〉이 더 높은 수익을 창출했다. 영화의 하이라이트 장면 중 하나인 수천 마리의 영양 무리 장면은 최신 컴퓨터 기술을 활용했다. 2분 30초 정도 되는 이 장면의 제작에는 총 18개월이 소요됐다.



겨울왕국(2013년 11월 27일 개봉)



  〈겨울왕국〉은 안데르센의 동화 좬눈의 여왕좭을 원작으로 한 영화 주인공인 엘사가 원작에서 마녀였지만 영화에서는 여왕으로 바뀌는 등 많은 각색을 거쳤다. 주인공 엘사가 마녀에서 여왕으로 바뀌게 된 계기는 바로 영화의 주제가였던 「Let it go」 때문이었다. 영화 제작 당시 「Let it go」를 들은 감독은 이 음악을 반드시 영화에 포함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당시 제작진은 마녀 역할을 맡은 엘사와 노래가 어울리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결국 엘사는 눈의 여왕으로 결정됐다. 고태영 기자 이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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