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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갑 속 박물관
고태영, 이승훈, 유미환 ㅣ 기사 승인 2020-02-23 21  |  627호 ㅣ 조회수 : 100





  현재 대한민국의 종이 화폐에는 신사임당, 세종대왕, 율곡 이이 그리고 퇴계 이황의 초상화가 그려져 있다. 1950년 한국은행의 출범 이후, 화폐에 가장 먼저 등장한 인물은 이승만 전 대통령이다. 당시 이 대통령은 현재 화폐의 인물들처럼 이미 세상을 떠난 역사적 인물이 아니었다. 1950년 8월 발행한 천원권에 처음 모습을 보인 이후, 1950년대 말까지 대부분 지폐에서 그의 인물 초상이 등장했다. 1956년 당시 한국은행이 이 대통령의 얼굴을 디자인해 넣은 오백환권을 발행했을 때, 대통령의 위엄을 살리기 위해 지폐 한가운데에 얼굴을 배치했다. 그러나 지폐가 반으로 접혀 보관 및 사용되다 보니 쉽게 대통령의 초상이 훼손됐다. 이를 부적절하다고 여겨 한국은행은 지폐에 그려진 초상 위치를 지폐 오른편으로 수정했다. 그 이후로 우리나라 화폐의 모든 인물은 지폐의 오른편에 배치한다.



  우리 화폐 디자인에 있어 역사적 위인이 처음 등장한 것은 1960년이다. 오백환권, 1천 환권에 세종대왕이 가장 먼저 등장했다. 이어 1970년대에 ▲충무공 이순신(백원짜리 주화와 오백원권) ▲율곡 이이(오천원권) ▲퇴계 이황(천원권)이 화폐 도안의 인물로 선정됐다. 당시 도안은 1983년 오백원권이 사라지고 천원, 오천원 그리고 만원권이 새로운 모습으로 바꾼 이래 20여 년간 유지됐다. 이후 2007년 전후로 수정한 도안을 현재까지 사용하고 있다. 천원권에는 조선 시대 성리학자 퇴계 이황의 초상과 매화 무늬, 성균관 명륜당 그리고 조선 후기의 화가 겸재 정선의 계상정거도가 그려져 있다. 계상정거도를 자세히 살펴보면 암자 위에서 책을 읽는 이황 선생을 찾아볼 수 있다. 오천원권은 율곡 이이의 초상, 전통 조각보 그리고 신사임당 작품으로 알려진 초충도를 담고 있다. 만원권에는 세종대왕 초상, 용비어천가 그리고 일월오봉도가 표현돼 있다. 일월오봉도는 화폐에 새겨진 그림 중 유일하게 인물과 같이 그려진다. 이는 일월오봉도가 조선 시대 임금 뒤에 항상 존재하는 병풍의 그림이기 때문이다. 오만원권은 신사임당의 초상, 포도도 그리고 월매도가 새겨졌다. 월매도는 신사임당이 그린 것이 아닌 어몽룡이 그린 그림이다. 때문에 동시대 화가인 어몽룡의 그림을 넣었다.



  화폐에 새겨진 우리나라 문화재는 만원권의 혼천의, 천상열차분야지도 그리고 천체 망원경이 대표적이다. 만원권 뒷면에 새겨진 국보 제230호 혼천의는 조선 현종 시기의 과학자 송이영이 만든 조선 시대 천문관측기구이다. 도안을 디자인하던 당시 혼천의는 중국의 발명품이라는 이유로 도안에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있었다. 그러나 조선 중기 이후부터 우리만의 기술로 개량을 거듭했기 때문에 우리 선조의 과학적 성과를 인정해 도안으로 선정됐다. 다음으로 도안의 배경에 깔린 국보 제228호 천상열차분야지도는 전통 별자리를 그린 그림으로 조선 태조 시기에 만들어졌다. 우측에 작게 그려진 천체 망원경은 경북 영천시에 있는 보현산 천문대의 구경 1.8 미터 광학망원경이다.



▲ 지폐 가운데에 이승만 대통령의 초상이 그려진 오백환권



▲ 아치형 문이 그려진 5유로 지폐



  대부분 국가의 화폐와 달리 유럽 연합국이 사용하는 유로화 화폐 도안에는 초상화가 없다. 유로화는 유럽 연합에 가입된 여러 국가에서 함께 사용하는 공통 화폐이기 때문에 유럽연합 소속국 중 특정 국가의 인물은 화폐 도안에 넣기에 부적절하다. 대표적인 예가 나폴레옹이다. 나폴레옹은 한때 유럽 전체를 지배했기에 프랑스에서는 국가적 영웅으로 추앙받았지만 주변국에서는 정복을 당하는 입장에서 침략자로 인식한다. 따라서 유럽연합은 유럽 공동체를 대표할 만한 소재로 건축사를 선택했다. 유럽 전역이 동일한 건축 역사를 겪은 만큼 유럽 곳곳의 건축물에서 시대별로 공통 양식을 발견할 수 있다.



  종이 지폐 중 가장 낮은 가치를 지닌 5유로는 고대 로마 시대의 건축을 기원으로 한다. 지폐 앞면에는 아치형 문과 *이오니아식 기둥이, 뒷면에는 로마 시대에 물을 공급하기 위해 세워진 교량이었던 수도교가 그려져 있다. 수도교 역시 아치형으로 건설됐다. 5유로 지폐에 로마 시대 건축을 사용한 이유는 로마 시대의 영토가 전 유럽으로 확장됐고, 유럽 모든 나라에서 옛 로마건축의 대표적으로 수도교가 있다. 이탈리아뿐만 아니라 프랑스에 있는 가르교와 스페인에 있는 세고비아 수로도 매우 유명하다. 10유로도 5유로와 마찬가지로 아치형 문과 다리가 그려져 있다. 하지만 아치가 여러 층으로 쌓여있어 5유로에 새겨진 그림보다 더욱 육중하고 입체적인 느낌을 준다. 이는 기원전 1100년부터 900년까지 유럽 전역에서 유행한 로마네스크 양식으로 둥근 아치, 두꺼운 벽 그리고 높은 기둥을 특징으로 한다. 로마네스크 양식의 대표적인 건축물은 순례길로 유명한 ▲스페인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 대성당 ▲이탈리아 피사 대성당 ▲영국 캔터베리 성당이 있다.



  20유로에는 고딕 양식의 유리창과 다리가 새겨져 있다. 고딕 양식은 중세 시대 말 유럽에서 번성한 양식이다. 대표적으로 지금은 소실된 ▲프랑스 노트르담 대성당 ▲독일 쾰른 성당 ▲이탈리아 밀라노 대성당이 있다. 프랑스에서 출발한 고딕 양식은 14세기 이후, 유럽의 각 국가에서 고딕 양식을 사용한 성당을 만들면서 유럽 전역으로 확산했다. 50유로에는 르네상스 양식의 문과 다리가 새겨져 있다. 르네상스란 고대 그리스·로마의 양식을 되돌리기 위한 운동으로 5유로에 새겨진 아치 양식과 유사한 모습을 보인다. 하지만 아치 양식 사이에 큰 유리창이 새겨져 있는 모습에서 큰 차이가 있다. 이는 그리스·로마 시대보다 기술이 발전함을 의미한다. ▲이탈리아 피렌체 대성당 ▲이탈리아 피렌체 산타 마리아 노벨라 성당이 대표적이다.



  100유로에 그려진 문과 다리는 바로크, 로코코 양식이다. 바로크, 로코코 양식은 르네상스 양식이 더욱더 화려하게 발전한 양식으로 17세기 오스트리아 빈을 중심으로 유행했다. 이때부터는 기술이 발전해 건축물에 역동적이고 현란한 장식을 표현했으며 이를 위해 불규칙한 곡선과 곡면을 많이 이용했다. 대표적으로 ▲이탈리아 로마의 트레비 분수 ▲프랑스 베르사유 궁전이 있다. 200유로에는 그리스 로마 시대의 창틀에도 사용하는 얇고 투명한 유리창을 새겨 넣었다. 이는 19세기 유럽이 전 세계를 제패하던 산업혁명 시대를 의미한다. 대표적으로 ▲영국 크리스털 팰리스가 있다.



  *이오니아 양식 : 고대 그리스의 기둥 양식 중 하나로 기둥 끝에 베이스가 있고 상단부에 소용돌이 모양의 장식이 있다.





  현재 공식적으로 발행·유통되는 종이 화폐 중 명시된 가격이 가장 높은 화폐는 싱가포르의 만 달러이다. 1973년부터 발행된 싱가포르의 만 달러는 그 가치가 우리나라 돈으로 약 700만 원 정도이다. 다만 이 화폐는 싱가포르 당국이 정책적으로 발행하고 있어 일반거래에서는 잘 사용되지 않는다. 이처럼 유통량이 적다는 점에서 화폐로 인정하기에는 어려워 스위스의 천 프랑(한화 약 77만 천 원)을 단일 종이 화폐 중 최고 가격으로 본다.



  때때로 화폐 액면가의 금액과 화폐 그 자체의 가치가 다를 때가 있다. 고대 주화뿐 아니라 지갑 속에 있는 오늘날의 동전과 지폐도 액면가의 수천 배에 달하는 가치를 지닐지도 모른다. 화폐의 가치는 주로 화폐의 사용 여부와 희소성에 따라 결정된다. 우리가 사용하는 화폐는 대부분 사용 여부에 따라 그 상태에 등급이 매겨진다. 주로 NGC, PMG 그리고 PCGS 등 3기관에서 검증된 화폐 등급이 가장 많이 쓰인다. 전혀 유통되지 않은 MS(Mint State)등급이 가장 높은 등급이며 숫자로는 60~70으로 표기된다. 각 연도의 동전을 묶어 판매하는 민트 세트라는 의미에서 비롯됐다. 같은 의미로 유통되지 않았다는 UC(Uncirculated)로도 표기된다. 바로 밑 단계는 AU(About Uncirculated)로 아주 약한 마모가 있는 정도를 뜻하며 숫자로는 50, 53, 55, 58 등으로 표기된다. MS와 AU 등급은 거의 같은 등급이며, 최상급으로 여겨진다. 그 밑에 단계부터는 모두 사용된 주화를 의미한다. XF(Extremely Fine), F(Fine), VG(Very Good) 등 7개의 단계로 나뉜다. 하지만 동전에 구멍 등이 난 심각한 파손을 의미하는 낮은 단계들을 제외하고 대부분 비슷한 가격으로 책정된다. 화폐 사용으로 인한 마모나 손상 이외에 동전을 약품 등으로 세척한 경우에는 동전 전체가 손상된 것이기 때문에 겉보기에는 깨끗해 보이지만 매우 낮은 등급인 PR(Poor)등급을 받기 쉽다. 현재 사용되는 대부분의 통화는 아주 희귀한 주화이더라도 MS나 AU 등급의 매우 좋은 화폐가 아니라면 그 가치가 높지 않은 경우가 많다.



  화폐의 상태 외에도 발행 매수와 특별한 일련번호가 가치를 판단하는 기준이 되기도 한다. 지폐의 일련번호가 특별하다면 그 지폐의 상태나 사용 여부와 관계없이 매우 높은 가격에 거래되기도 한다. 우리나라 지폐 일련번호는 2개 프리픽스(Prefix), 7자리 숫자, 1자리 서픽스(Suffix)로 이뤄졌다. 일련번호가 모두 동일한 한 숫자로 이뤄지면 ▲솔리드 노트(Solid Note)다. Solid는 ‘고체’라는 의미 외에도 ‘(다른 물질이 섞이지 않은) 순수한’이란 의미가 있다. 특히 행운을 의미하는 7로 이뤄진 일련번호나 AA1111111A 등 프리픽스와 서픽스까지 모두 동일한 경우 더욱더 비싼 가격에 거래된다. 숫자가 데칼코마니처럼 앞에서 읽으나 뒤에서 읽으나 동일한 일련번호는 ▲레이더 노트(Radar Note)라고 불린다. EK0124210E 같은 형식이다. 가운데 숫자가 동일한 경우 더 높은 가치를 지닌다. 예를 들어 5봉 레이더는 양 끝자리를 제외하고 가운데 5자리 숫자가 모두 같은 경우를 말한다. 이외에도 오름차순 또는 내림차순으로 진행되는 ▲어센딩 노트(Ascending Note)와 ▲디센딩 노트(Descending Note), 일련번호 4번째 자리를 기준으로 양쪽의 숫자가 똑같이 반복 진행되는 ▲리피트 노트(Repeat Note), ▲1000번 이하의 빠른 번호(Low Serial Note) 등이 높은 가치를 지닌다.



  이처럼 한눈에 보이는 특별한 번호가 아니어도 조금 더 높은 가치를 지니는 일련번호가 있다. 바로 스타 노트(Star Note)라고 불리는 보충권이다. 보충권은 국가에서 화폐를 발행할 때 훼손된 지폐를 회수하고 회수된 그 지폐의 수만큼 재발행하는 지폐를 말한다. 미국에서 보충권을 발행할 때 서픽스에 알파벳 대신 *기호를 표시한 것에서 스타 노트라 불리게 됐다. 우리나라는 신권의 프리픽스가 ‘LA’라면 보충권이다. 이 보충권이 특별한 일련번호로 이뤄졌다면 그 가치는 액면가와 수십 배의 차이가 난다.



  동전은 연도에 따라 가치가 달라진다. 연도에 따라 발행된 동전의 개수가 다르기 때문이다. 최초로 발행되기 시작한 연도의 동전 가격이 높다. 십원의 경우 1966년, 오십원은 1972년 그리고 백원은 1970년에 처음 발행됐으며 높은 가치를 지닌다. 하지만 오백원이 처음 발행된 연도는 높은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고 오히려 1998년 동전이 매우 높은 가치를 지닌다. 1988년에는 외환위기로 인해 유통이 목적이 아닌 민트 세트로만 겨우 8천 개가 발행돼 매우 희귀하기 때문이다. 그 가치를 모르고 사용된 경우도 매우 많아 동전 상태와 관계없이 수십만 원의 가치를 지닌다. 과거에 발행된 십원은 황동으로 이뤄졌다. 하지만 구리의 가격이 오르면서 십원 주화 제작에 필요한 구리 비율을 낮췄고 1970년대가 그 분기점이다. 따라서 1970년도의 주화 역시 높은 가치를 지니고 구리 비율이 높은 십 원이 더 높은 가격으로 책정된다.





▲일본의 2018 민트세트





▲1 솔리드 노트 5만원권





▲ 미국의 보충권 스타노트





  마크로네시아에 있는 야프(Yap)라는 섬 주민들은 주변 섬에 있는 돌을 가공해 돌 바퀴로 만들어 돈으로 사용한다. 이 돈은 ‘라이(Rai)’라고 불린다. 이 돌로 된 돈의 가치는 돌의 크기와 운반하다 사망한 사람 수 등이 고려된다. 작은 돌 바퀴는 직접 거래를 하지만, 커다란 바퀴는 거래할 때마다 주고받기 어려우므로 거래를 하고 나서 소유가 이전됐다는 상호 동의를 한다. 심지어 돌 바퀴를 배로 옮기다가 떨어져 바다에 가라앉은 경우에도 그것을 운반한 사람의 증언 등을 통해 화폐로 인정받는다. 19세기 말 독일 정부가 이 섬을 지배했을 때 길을 보수하려 했으나 원주민이 명령에 불응하자 벌금 부과라며 원주민이 가진 돌 화폐에 검은 십자가 표시를 했다. 이로 인해 가난해졌다고 생각한 원주민들은 열심히 도로 공사에 참여했고, 다시 독일 정부가 십자가 표시를 지우자 돈을 돌려받았다고 생각했다.



  조개껍데기는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고대의 화폐이다. 하지만 현재까지도 태평양에 있는 파푸아 뉴기니에서는 화폐로 사용되고 있다. ‘키나’라고 불리는 진주조개는 현재 파푸아 뉴기니에서 새로 발행된 화폐 단위의 이름이다. 1942년 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은 태평양에 위치한 이 섬에 침공했을 때 현지의 화폐가치를 폭락시키기 위해 조개껍데기를 하늘에서 뿌리기도 했다. 이후 이 섬은 상당 기간 금융 불안정을 겪었다.



  비슷한 사례로 1942년 독일에서 영국에 인플레이션을 일으키기 위해 화폐 위조를 한 사건이 있었다. 총책임자 베른하르트 크루거의 이름을 따 베른하르트 작전이라고 불린다. 나치가 직접 위조지폐를 발행해 영국 경제를 망가트리려 한 사건이다. 약 12조 정도의 위조지폐가 생산됐으며 당시 영국 국고에 저장된 돈의 4배에 달하는 금액이었다. 하지만 당시 내부 권력자의 다툼으로 작전이 미뤄지다가 독일이 전쟁에 패배함으로써 수행되지 못했다. 이중 약 2조 정도는 다양한 경로로 유통돼 영국 파운드화의 가치는 하락했다. 결국 영국은행은 영국의 통화를 전부 수거해 재디자인했다.





▲ 야프 섬의 돌 화폐 '라이'





▲ 파푸아뉴기니의 조개 화폐 '키나'





▲ 파푸아뉴기니의 현재 화폐 '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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