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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계의 마스터피스
김영서, 유미환 ㅣ 기사 승인 2020-03-16 15  |  628호 ㅣ 조회수 : 119





  자막이라는 1인치의 장벽을 뛰어넘으면 여러분들은 훨씬 더 많은 영화를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지난 1월 5일(일)(이하 현지 시각) 봉준호 감독이 영화 〈기생충〉으로 제77회 골든글로브 외국어영화상을 받으며 소감으로 전한 이 말은 세계 곳곳으로 전파를 타고 환호받고 있다. 자막과 화면을 동시에 보는 게 불편하다는 이유로 외국어 영화 관람을 꺼리던 영어권 관객에게 충고가 될 수 있는 소감이었기 때문이다. 봉 감독과 〈기생충〉은 비영어권 영화로서 국제 영화계에 큰 전환점을 남겼다.



  지난달 9일(일) 한국을 넘어 전 세계 영화계가 환호했다. 〈기생충〉이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국제영화상 4관왕의 영예를 거머쥐었다. 이는 한국 영화 최초의 아카데미상 수상이다. 〈기생충〉은 외국어 영화로서 가장 많은 아카데미상 수상을 기록했다. 지난해 5월 25일(토) 제72회 칸 국제영화제에서 최고상인 황금종려상을 받은 이후 〈기생충〉은 영화 흥행뿐 아니라 국내·외에서 무려 200여 개에 달하는 상을 받으며 그 가치를 인정받았다.



  그중 〈기생충〉의 아카데미상 수상은 그 어느 때보다 영화계를 들썩이게 했다. 2년 연속 오스카상 후보에 유색 배우가 오르지 않아 지난 2016년 아카데미 시상식은 ‘백인들만의 잔치’라는 비판을 받았다. 더불어 유색인종 영화인들이 보이콧했다. SNS에서는 #OscarsSoWhite 운동이 벌어졌다. 이후 아카데미는 다양한 국적과 인종의 영화인을 회원으로 위촉하는 등 다양성을 향한 적극적인 노력을 보이기 시작했다. 지난 2017년과 2018년에는 각각 57개국 774명과 59개국 928명을, 지난해는 59개국의 842명을 회원으로 초청했다. 이러한 맥락 속에서 〈기생충〉이 아카데미에서 수상했기에 수상 자체보다 훨씬 많은 것을 시사한다. 비단 〈기생충〉 자체의 작품성뿐 아니라 아카데미 스스로가 국가·인종적 다양성을 위해 노력한 성과가 비영어권 영화 최초의 작품상으로 나타난 것이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전 아카데미 회장 Cheryl Boone Issacs은 “몇 년 전부터 세계 각국에서 온 영화인들의 뛰어남을 인정해 그들에게 관심을 두기 시작했고 그 뛰어남이 이번 시상식에서 드러났다”라며 “아카데미가 자랑스럽다”라고 전했다. 봉 감독도 국제영화상 수상 직후 “올해 이 부문이 ‘외국어영화상’에서 ‘국제영화상’으로 바뀌었다”라며 “오스카가 지향하는 방향에 지지의 박수를 보낸다”라고 소감을 전하기도 했다. 한편, 뉴욕타임스는 〈기생충〉의 아카데미 수상과 관련해 “아카데미가 다양성을 다짐했다”라면서도 여전한 남성과 백인 편중 후보 선정을 꼬집기도 했다. 4개 연기 부문의 20명 후보 중 단 1명만이 흑인이었고, 최우수 감독상 후보에는 여전히 여성이 지명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카데미의 〈기생충〉 시상은 영화의 작품성을 인정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영화제 앞에 펼쳐진 다양성의 길을 보여줬지만 뉴욕타임스가 전했듯 아직 갈 길이 멀다. 실제로 아카데미 국제영화상의 이전 명칭인 외국어영화상에서 유럽의 이탈리아와 프랑스가 각각 14회, 12회 수상한 것과 대조적으로 아시아 영화가 수상한 횟수는 단 6회다. ▲일본 4회 ▲이란 아쉬가르 파라디 감독의 〈씨민과 나데르의 별거〉 1회 ▲중화권 이안 감독의 〈와호장룡〉 1회 등이다.







  이미 많은 대표작을 보유한 봉준호 감독이지만 오늘날 그 어느 때보다 그의 인지도가 높아진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의 일대기를 담은 책도 출판될 정도다. 아동 출판계에 따르면 출판사 주니어 RHK는 최근 직업 탐구 만화 시리즈의 최신작으로 ‘아이엠 봉준호’를 출간했다. 이렇듯 한국의 대표적인 영화감독이 되기까지 그는 오래전부터 영화에 빠져들기 시작했다.



  봉 감독에게 영화감독이라는 꿈이 생긴 건 그가 12살 때 일이다. 1세대 그래픽 디자이너이자 우리대학 조형대학 교수였던 아버지 봉상균의 영향을 받아 어린 시절부터 원서로 된 외국 그림책을 보며 영화나 만화 등에 관심을 키우며 자랐다. 이후 연세대학교에 진학해 영화 동아리 ‘노란문’을 만들어 그의 단편영화 데뷔작 〈백색인〉을 제작하게 된다. 대학 졸업 후에는 한국영화아카데미 11기로 입학해 친구들의 영화에 스태프로 참여하며 영화 제작의 전반적인 것들을 배웠다. 〈2001 이매진〉과 〈모자〉에서 촬영을, 〈하늘 소리 땅 소리〉와 〈포도 씨앗의 사랑〉에서 조명 연출을 맡았다. 1994년에는 단편영화 〈프레임 속의 기억〉과 〈지리멸렬〉을 제작하기도 했는데, 아카데미 졸업작품이었던 〈지리멸렬〉은 그해 밴쿠버 국제영화제와 홍콩국제영화제에 초청돼 신인이던 봉 감독이 주목받는 계기가 됐다.



  아카데미를 졸업한 봉 감독은 첫 장편영화 〈플란다스의 개〉로 데뷔하기 전 다른 영화 현장에서 경력을 쌓았다. 1996년 작 〈맥주가 애인보다 좋은 일곱 가지 이유〉의 연출부를 맡았고 이듬해 〈모텔 선인장〉의 조연출을 맡았다. 〈모텔 선인장〉은 봉 감독이 배우 송강호와 처음 만난 계기이기도 하다. 훗날 〈살인의 추억〉으로 배우 송강호와 호흡을 맞추는 데 결정적인 요인이 됐다. 1999년에는 〈유령〉의 각본을 맡았으며, 이듬해인 2000년 그의 장편영화 데뷔작 〈플란다스의 개〉의 각본과 연출을 맡았다. 〈플란다스의 개〉는 봉 감독이 이전에 만든 세 단편영화의 연장선으로 연출한 영화다. 하지만 관객 수는 10만 명에 그쳐 흥행에 실패했다. 이후 봉 감독의 모든 영화가 성공했기에 ‘데뷔작 빼고 다 대표작’이라는 표현이 나오게 된 영화다. 개봉 당시 관객과 비평단에게 호응을 얻진 못했지만, 봉 감독에게 홍콩영화제 영화비평가상과 뮌헨영화제 신인 감독상을 안겨준 작품이다.



  실패를 딛고 봉 감독이 3년 뒤 발표한 두 번째 장편영화 〈살인의 추억〉은 당시 525만 명 관객을 동원했다. 이후 봉 감독은 충무로의 대표주자로 자리 잡았다. 〈살인의 추억〉은 봉 감독이 배우 송강호와 처음으로 함께한 영화다. 이후 〈괴물〉과 〈설국열차〉에 이어 〈기생충〉까지 그의 대표작들이 송강호와 함께해 갈 발판이 됐다. 천만 관객을 동원했던 2006년 작 〈괴물〉은 그가 처음으로 CG 작업을 선보인 작품이다. 할리우드와 뉴질랜드 CG팀과 함께 괴물을 만들었고 높은 퀄리티로 인해 호평을 받았다. 2008년 작 〈도쿄!〉는 도쿄를 주제로 한 프랑스, 일본, 독일 그리고 우리나라의 옴니버스 프로젝트 영화다. 이후 다국적 캐스팅으로 개봉 전부터 화제를 모았던 〈설국열차〉와 한국 영화 최대 규모의 제작비가 투입된 한미합작 영화 〈옥자〉 등을 제작할 때 필요한 국제 프로젝트의 감을 익히는 데 영향을 미쳤다. 이어 봉 감독은 2009년 작 〈마더〉, 2013년 작 〈설국열차〉 그리고 2017년 〈옥자〉 등 그만의 독특한 세계관이 담긴 작품을 선보여 ‘장르가 곧 봉준호’라는 말을 만들었다. 지난해 2019년, 또 다른 ‘봉준호 장르’인 〈기생충〉을 연출했다.



  ‘봉준호가 곧 장르’라는 말은 그의 독특한 세계관에서 비롯된다. 그의 영화에서는 서로 다른 계급이 충돌해 중심 스토리가 전개된다. 또한 평범하고 현실적인 이야기가 비현실적으로 담긴다. 〈기생충〉에서는 백수와 기업 오너 일가족의 이야기가 그러하다. 봉 감독은 직접 스토리보드를 제작하며 영화 제작 현장에 갈 때는 항상 스토리보드를 챙긴다. 그의 독특한 세계관과 이를 섬세하게 담아낸 스토리보드가 봉 감독을 거장의 반열에 올려놓았다.



  지난해는 한국영화사가 100주년을 맞이한 해다. 그 때문에 봉 감독과 〈기생충〉이 국내·외에서 받은 찬사는 더욱더 값지다. 봉 감독이 한국 영화에 새로운 한 획을 그은 만큼 앞으로의 봉 감독과 한국 영화의 앞날을 기대한다.









  봉준호 감독은 기생충 이전부터 사회와 관련된 주제를 영화 속에 녹여냈다. 봉 감독의 영화에는 자본주의와 계급, 정치와 사회에 대한 은유적이고 간접적인 비판의식이 영화의 기저에 깔려 있다. 봉 감독은 영화 〈설국열차〉를 기점으로 주제를 조금 더 직접적으로 표현하기 시작했다. 영화 〈옥자〉에서는 노골적으로 자본주의를 비판했으며, 설국열차에서는 열차의 열차의 공간을 나누어 다른 삶을 보여주고 계급에 관한 문제의식을 보여줬다. 〈기생충〉은 주제 의식 면에서 설국열차의 연장선에 있는 작품이다.



  〈기생충〉은 설국열차와 같은 듯 다른 주제 의식을 담아내고 있다. 설국열차의 이야기는 꼬리 칸의 사람들이 엔진 칸으로 향하며 체제를 전복시키기 위한 방식으로 진행된다. 설국열차에서 묘사한 계급 간 투쟁은 비교적 단순하며 과거 혁명 과정에서 근대로 넘어갈 때 부르주아계급이 귀족과 왕정을 물리치고 새로운 주체로 대두된 것이 연상되기도 한다. 〈기생충〉에서도 물론 반지하와 언덕 위의 부잣집, 집 내부의 지하와 지상층으로 공간을 구분하고 있다. 〈기생충〉의 계급 문제는 현대 사회에서 자본에 따라 생성된 보이지 않는 계급적 구분을 다루고 있다는 점이 흥미롭다. 〈기생충〉은 ‘기택(송강호)’의 가족들이 ‘동익(이선균)’의 집에 침투하기 시작하면서 시작되는데, 정작 갈등이 발생하는 이유는 지하 벙커에 기생하고 있는 인물들이다.



  〈기생충〉에 따르면 현대에 이르러서 보이지 않는 계급에 대한 투쟁은 못 가진 자가 투쟁을 통해서 얻어내는 것이 아니라 못 가진 자가 가진 자가 되기 위한 발악이며 가난한 자들끼리의 투쟁이다. 이는 영화 내에서 종종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지하에 거주하고 있는 ‘근세(박명훈)’는 지하에 거주하며 인간성을 상실하고 있음에도 영화 끝까지 ‘박 사장(이선균)’을 존경하고 모스부호를 통해 가진 자인 박 사장에 대한 존경심을 나타낸다. 그리고 마지막까지 가난한 자들끼리의 대결과 갈등으로 진행된다.



  과거의 귀족계급은 착취 혹은 태생적으로 가진 계급적 우월을 이용하여 부를 축적했고 노력을 통해 얻기 힘든 것이었다. 즉, 절대적인 ‘악의 축’으로서의 역할을 대변했다면 현대에서의 부의 축적은 종종 ‘노력의 결과물’, ‘재능’ 그리고 ‘운’ 등으로 치부된다. 그래서 ‘부’는 오히려 ‘절대 악’이 아니라 선과 악이 구분되지 않는 모호한 성격을 띠고 있으며 또 선망의 대상이다. 그렇기에 과거와는 다르게 서로 연대하지 않고 멸시하며 오로지 자신의 현재 상황에서 벗어나 가진 자 혹은 선망의 대상이 되기 위해 발버둥 치는 것이다. 실제로 봉 감독은 인터뷰에서 “가난한 자들끼리 서로 뭉쳐서 연대하고 돕고, 명확한 적에 맞서서 싸우면 아주 좋은 상황일 텐데 현실에선 그게 그렇게 쉽지가 않고, 가난한 자들끼리 치고받고 싸우는 상황으로 예상치 않게 전개된다. 그게 이 영화가 보여주는 독특하고 특이한 지점인 것 같다”라고 밝혔다.



  영화 〈기생충〉을 보고 난 뒤 대다수의 주변 사람들이나 관객들이 “찝찝하다” 또는 “불쾌하다”라는 반응을 밝혔다. 대다수가 이 영화를 보고 불편하고 찝찝한 감정을 느꼈던 이유는 두 가지다. 첫 번째는 기생충이 우리 자본주의 사회의 불편한 민낯을 직접 영화를 통해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모두 잘 먹고 잘살기 위해서, 영화 속 기택의 가족처럼 ‘나만 잘살면 됐지’의 이기적인 마음으로 서로 공감하고 연대하지 못한다. 바로 우리가 사는 세상을 너무 현실적으로 묘사했기에 불편한 것이다.



  두 번째는 캐릭터에 대한 이유다. 우리는 영화를 볼 때 자연스럽게 주인공에게 감정을 몰입한다. 기택의 가족들은 일반적인 상식선에서 생각했을 때 주로 악역들이 하는 비도덕적인 행동을 일삼는다. 그런데도 우리는 기택의 가족들이 유지하고 있는 상황을 들키지 않았으면 좋겠고 그들에게 몰입해 응원하게 된다. 저러면 안 되는데 하는 우리의 도덕적 의식과 비도덕적인 행동을 일삼는 주인공 가족들을 응원하게 되는 마음의 괴리감이 찝찝함과 불편함을 불러일으키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가장 재미있게 봤던 것은 기택의 가족이 계속 언급하는 계획이었다. 그들은 항상 “계획이 뭔데?”, “너는 다 계획이 있구나” 등과 같이 계획의 중요성을 언급한다. 하지만 영화에서 그들의 계획은 단 한 번도 제대로 이뤄진 적이 없으며 영화 끝까지 ‘기우(최우식)’는 집을 사서 아버지와 재회하겠다는 꿈같은 계획을 보여주면서 씁쓸하게 끝난다. 우리는 기우의 미래를 이미 얼추 짐작할 수 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가난한 사람들의 계획은 대체로 이뤄지지 않으며 하물며 태생적으로 ‘흙수저’에 가난한 기우의 허망한 계획은 이뤄지지 않을 것을. 봉 감독은 해외에서 진행한 인터뷰에서 “아들 역의 기우는 자신이 그 호화저택을 사겠다고 선언하는데, 제가 직접 계산해보니 (평균)월급을 사용하지 않고 전부 모아도 547년이 걸린다. 솔직하게 끝내고 싶었다. (중략) 누군가는 가장 어둡고 낮은 자리를 채워야 한다는 게 이 시스템이고, 가장 두렵고 슬픈 지점이다. 그게 이 영화가 말하고 있는 지점 같기도 하다”라고 말했다. 혹시 아직 〈기생충〉을 보지 않았다면, 혹은 봤더라도 그 의미를 곱씹어 보며 생각할 기회를 가진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을 것이다.







〈플란다스의 개〉



  봉준호 감독의 데뷔작으로 영화 평론가와 관계자들에게 호평을 받았다. 교수가 되고 싶어 하는 시간강사이자 가난한 인문대 대학원생 고윤주(이성재)와 아파트 경비실 경리 직원 박현남(배두나)이 영화의 주인공이다. 윤주는 교수가 되고 싶어 교수에게 뇌물을 바칠까 고민하고, 현남은 지루한 일상에서 벗어나 텔레비전에 출연하는 영웅이 되고 싶어 한다.



  〈플란다스의 개〉라는 제목만 봐서는 밝고 경쾌한 분위기의 영화 분위기가 연상되지만, 실제 영화의 분위기는 동화와 현실의 격차를 보여주고 있다는 듯이 아이러니한 상황들이 계속되며 다소 우울한 편이다. 이 영화는 봉준호 감독의 다른 영화와는 다르게 아주 소소한 사건들로 채워져 있고 인물들 간의 갈등이 더 현실적이다. 하지만 복잡하게 얽힌 관계나 인물의 감정을 섬세하고 현실적으로 묘사하는 점이 인상적이다. 영화의 주제 의식 또한 데뷔작답게 자본주의에 대해 냉소적이고 비판적인 시각으로 표현하고 있다는 점이 느껴진다.



  한편 이 영화는 평단에는 호평을 받았지만, 흥행에는 처참하게 실패했다. 이후 봉 감독은 흥행 실패 후 투자를 받지 못해 오랫동안 새 작품을 내놓지 못했다. 한 인터뷰에서 봉 감독은 이 때문에 부업을 심각하게 고려했으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 영화 연출이 아닌 비디오 가게 창업을 알아보는 등 생계형 부업을 고민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영화 자체의 재미뿐만 아니라 2000년 당시 우리나라의 모습이 어땠는지 담고 있어서 당시의 시대상도 엿볼 수 있는 매력적인 작품이기도 하다. 봉 감독의 영화를 좋아한다면 꼭 한 번쯤 챙겨볼 만하며 얼핏 기생충과 비슷한 캐릭터도 등장해 기생충을 재미있게 봤다면 분명히 재미있게 볼 수 있을 것이다.





〈마더〉



  영화 〈마더〉는 봉준호가 이야기를 구상할 때부터 김혜자라는 배우를 염두에 두고 쓴 것으로 유명하다. 봉 감독은 여러 매체 인터뷰에서 캐스팅 단계를 거치기 이전부터 오로지 김혜자라는 배우를 먼저 생각하고 떠올린 영화임을 밝힌 바 있다.



  어수룩하고 조금 모자란 아들 윤도준(원빈)과 그를 항상 아끼는 도준의 엄마(김혜자)가 주인공이다. 마을에서 한 소녀가 살해당하고 살인사건의 가해자로 아들 도준이 지목된다. 엄마인 김혜자가 도준의 누명을 풀기 위해 돌아다니며 이야기가 시작된다.



  영화를 보면 기존의 봉 감독의 영화와는 조금 다른 분위기와 주제 의식을 표현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특히나 기존 우리나라 사회적 통념상 상상하기조차 힘든 ‘엄마’라는 이미지와 ‘성’을 연결한다. 곳곳에서 기존의 억눌린 성적인 관념과 인식을 뒤틀어 버리려는 지점들을 엿볼 수 있어 흥미롭다. 영화 전체를 아우르고 있는 주제는 아니지만, 곳곳에서 공권력과 인간의 탐욕에 대해 부정적으로 묘사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또 영화의 시대적 배경이 불분명하고 제대로 드러나지 않아서 도대체 어느 시대인지 알아맞혀 보는 재미도 쏠쏠할 것이다. 김혜자의 광기와 뒤틀린 모성애가 영화 전체를 이끌어 가고 있다는 인상이 들 정도로 김혜자라는 배우 한 명에게만 집중하고 봐도 재미있다. 추천하고 싶은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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