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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우울합니다
김영서, 권민주 ㅣ 기사 승인 2020-06-14 13  |  631호 ㅣ 조회수 : 231

최근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해 우울함이나 정신적 무기력감을 호소하는 국민이 많아졌다. 이와 관련해 경기연구원에서 발표한 연구조사에 따르면 설문조사에 응답한 시민의 절반에 가까운 48%가 코로나로 인해 우울감을 경험했다고 응답했다. 한 때 코로나가 급격하게 확산한 대구의 경우 65%가 우울함을 느꼈던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이 체감하는 코로나 19의 스트레스 수준(3.7점)을 다른 재난과 비교해본 결과, 메르스의 1.5배(2.5점), 경주/포항 지진의 1.4배(2.5)점, 세월호 침몰 스트레스(3.3점)보다 높았다. 이 때문에 코로나 19와 우울감(blue)을 합쳐 ‘코로나 블루’라는 신조어까지 생겨났다.



우울증과 창의성은 관계가 있을까?



  우울증에 걸린 많은 사람이 우울증 사실을 숨기거나 치료를 거부한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우울증을 정신적으로 유약하기 때문에 걸리는 것으로 오해한다. 이런 우울증에 관한 오해와 사회적 부정적인 인식이 더 치료받기 어렵게 만들고 있다. 우울증을 예방하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우울증에 관한 부정적인 선입견을 버리는 것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우울한 감정은 과연 나쁘기만 한 것일까?



  최근 라스 폰 트리에 감독의 영화 <멜랑콜리아>가 재개봉됐다. 이 영화는 제목 자체에도 우울증이라는 뜻을 담고 있고, 내용도 우울증에 빠진 주인공에 대해서 다루고 있다. 이동진 영화 평론가는 이 영화에 ‘예술가의 우울증이 창작에 가장 창의적으로 작용한 사례 중 하나’라며 만점에 가까운 별점을 부여했다. 우울과 창의성의 관련성에 관한 연구는 계속해서 진행 중이다. 시인, 소설가, 배우, 가수같이 감정적이고 개인적인 체험과 상상력을 원천으로 삼는 예술가들은 일반인보다 상대적으로 높은 정신질환 유병률을 보인다고 한다. 실제로 대중들의 관심을 많이 받는 가수와 배우는 우울증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 그뿐만 아니라 창조적인 사람들은 내향적이며, 정서적으로 민감하고 호기심이 많으며, 충동적인 성격이라는 연구 결과가 있다. 한 정신의학과 교수는 <노인과 바다>의 작가 어니스트 헤밍웨이는 우울증으로 복잡한 감정들을 겪었기 때문에 다른 사람보다 생각이 깊어져 뛰어난 소설이나 시를 창작할 수 있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한 정신의학과 교수는 우울증이 아닌 우울함 자체는 인간의 성숙을 위해서도 꼭 필요한 감정이라고 밝혔다.





우울증을 겪은 치명적인 예술가들



  우울증에 빠진 치명적인 예술가들이 있다. 여기에 그들 중 몇몇을 소개하려고 한다. 물론 우울함과 예술성의 인과관계가 밝혀진 것은 아니다. 관계성만 있을 뿐이며, 창작의 원천을 우울함이 아닌 다른 방식으로 채우는 위대한 예술가들도 많다. 우울증을 겪은 예술가들도 대부분 우울을 이겨내기 위해 작업을 했다. 이들을 통해 우울함을 나만 느끼는 것이 아님을 인식하고 부정적인 선입견을 버리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이들을 보며 우울함에서 이겨내고 창작의 원천으로 삼을 수 있기를 바란다.



피터 팬 작가의 피터 팬 증후군



  피터 팬에 관한 이야기는 영화나 동화, 만화를 통해 누구나 한 번쯤 접해봤을 것이다. 영원히 자라지 않는 아이, 어른이 되기 싫어하는 피터 팬의 이야기는 작가의 아픔이 그대로 반영된 작품이다. 피터 팬의 작가 제임스 매튜 배리는 6살의 나이에 그의 형이 사고로 세상을 떠나게 되자 충격을 받는다. 그의 어머니는 아들의 사망으로 극심한 우울증에 빠지게 된다. 배리는 이런 어머니를 위해 형의 옷을 입고 죽은 형을 연기하며 어머니를 위로한다.



  배리는 형의 죽음과 어머니의 사랑에 대한 박탈감을 느껴 어른이 돼서도 항상 우울해했다. 하지만 배리는 이런 자신의 아픔을 작품으로 승화해 영원히 어른이 되지 않는 세계인 네버랜드를 창조하게 된다. 자라지 않는 어린아이 피터 팬은 작가 자기 자신의 모습을 담고 있다. 배리는 훗날 “나는 열세 살이 되면서 일부러 성장을 멈췄다”라고 밝힌다. 물론 피터 팬을 다시보기에 유치하다면 피터 팬이 탄생하게 되는 과정을 그린 영화인 <네버랜드를 찾아서>를 보는 것을 추천한다.





프란츠 카프카, 글로 이겨낸 우울



  ‘악은 선을 알지만, 선은 악을 모른다’라는 유명한 명언을 남긴 프란츠 카프카. 그는 아버지를 ‘폭군’이라고 묘사할 정도로 불우한 어린 시절을 보냈다. 평생을 내성적이며 말수도 지극히 적었던 카프카는 유대인이었던 아버지 밑에서 자라 항상 아버지로부터 자신의 가능성을 부정당했다. 권위주의적이고 폭언을 일삼는 아버지 밑에서 자란 카프카는 <아버지에게 드리는 편지>에서 아버지와의 갈등을 밝힌다.



  작가가 꿈이었던 카프카는 결국 아버지의 뜻에 따라 법률을 전공하고 보험회사에 다니게 된다. 그는 어렸을 적 트라우마와 우울증으로 침대에 쥐가 침범하는 등 이상한 환상과 환영에 줄곧 시달렸고 이에 잠식되지 않기 위해 끊임없이 글을 썼다. 카프카는 생전에는 무명에 가까웠다. 하지만 그의 소설은 실존주의 작가인 알베르 카뮈와 사르트르에게 영향을 미친다. 노벨문학상을 받은 작가 마르케스는 <변신>을 읽고 작가가 되기로 하는 등 현존하는 많은 예술가에게 영향을 미치게 된다.



  그의 작품 중 가장 널리 알려진 소설은 <변신>이다.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는 직장인이던 주인공 ‘그레고르 잠자’는 어느 날 갑자기 벌레로 변신한다. 하지만 그레고르가 돈을 버는 존재로서의 가치가 상실되자 가족들의 태도가 변한다. 이 작품에 관해서는 현대인의 소외, 자본주의에 대한 비판, 실존주의 등 여러 가지 해석이 갈리고 있다. ‘죽음에 대한 준비는 단 하나밖에 없다. 훌륭한 인생을 사는 것이다’, 불우한 어린 시절에도 불구하고 부단히 이겨내려고 노력한 작가의 작품을 보면서 다시 한번 삶의 의미에 대해서 생각해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우울이란 암울 속, 예술치료라는 빛



  감기는 몸이 약하다는 신호이고, 우울은 마음이 약하다는 신호이다. 요즘 바쁜 사회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은 흔히 우울을 감기처럼 앓고 있다. 우울이라는 감정은 그만큼 쉽게 찾아오며 많은 사람이 겪고 있다. 이상심리학에 따르면, 감기를 방치하다간 더 큰 병이 생길 수 있듯이 우울도 더 심각한 정신장애와 부정적 사고로 이어지는 결과가 발생한다고 경고한다. 이처럼 ‘우울’은 많은 현대인이 겪고 있으며 앞으로 해결해나가야 할 문제이기 때문에 다각적 방면으로 우울을 치료하는 방법이 주목받고 있다.



  우울을 치료하는 방법 중에서도 심리적인 측면을 활용하는 ‘예술치료’가 주목을 받고 있다. 예술치료(Arts therapy)란 다양한 분야의 예술과 현대 의학, 심리치료 이론, 그리고 상담 이론이 통합된 다각적인 치료기법이다. 예술치료는 창조적인 예술 활동을 통해 내담자의 감정이나 내면세계를 자발적으로 표현하게 하고, 사고와 감정, 그리고 행동의 제한점을 개선 및 유지하는 것에 활용되고 있다. 예술치료는 크게 미술치료와 음악치료로 구분된다.



  미술치료(Art therapy)는 전문적 관계 내에서 병이나 트라우마, 혹은 삶에서의 도전들에 직면하거나 개인적 성장을 추구하는 사람들에게 미술 작업이 치료적으로 사용되는 경우를 말한다. 대표적인 예시로는 흔히 아동들에게 적용되는 미술 심리치료가 있다. 이 치료는 말로 표현하기 힘든 느낌이나 생각들을 미술 재료로 작품으로 표현해 정서적 안도감과 감정의 정화를 경험하게 만든다. 또 요즘같이 우울한 경우에 집에서도 쉽게 할 수 있는 미술 심리치료법으로 HTP(House-Tree-Person Test)치료법이 있다. HTP 치료법은 A4용지 4매, 4B연필 그리고 지우개가 있으면 어느 곳에서든지 가능하다. 준비한 A4용지에 차례대로 집, 나무, 사람을 그린다. 단, 사람을 그릴 때는 자신과 같은 성별로 그리도록 한다. 그림을 그린 후 검사 결과로 집 그림에서는 자신의 내면에서 스스로가 지각한 가정환경이 나타나며, 나무 그림을 통해서는 자신이 바라보는 무의식 속 자신의 모습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마지막으로 사람 그림의 경우 의식적인 자기개념을 바탕으로 자신의 심리상태를 쉽게 인지할 수 있다.



  음악치료(Music therapy)는 개인의 신체적, 심리적, 정서적 통합을 돕고 병과 결함을 치료할 때 음악을 사용한 경우를 말한다. 이 치료는 특히 우울증 환자 및 정신질환, 자폐증 등 구체적인 질병을 가진 사람들에게도 적용되지만, 이외의 사람에게도 흔히 적용할 수 있는 치료이다. 대표적인 음악치료 기법으로 우울증 환자들에게 신나는 음악을 틀어주고 동작을 따라 하도록 이끌거나, 불안감을 가지는 사람들에게는 음악에 맞춘 호흡 및 긴장 이완 기법 등이 있다. 더불어 치매 환자들에게는 음악 속 가사에 나이와 이름, 집 주소 등을 넣어 따라 부르게 하면서 시행되고 있다. 집에서 쉽게 따라 할 수 있는 음악치료의 경우로는, 시간을 정한 뒤 신나는 음악을 틀어놓고 동작을 따라 하거나 혹은 멜로디를 따라 부르며 몸을 지속해서 움직이도록 만드는 방법이 있다. 이처럼 최근 여러 예술 분야의 발전은 다양한 치료기법을 발달시켜 심리적 우울 증상을 극복할 수 있도록 작용하고 있다. 



우울함을 이겨내기 위한 또 하나의 방법, 공감.



  최근 ‘공감’을 키워드로 하는 에세이가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나는 나로 살기로 했다>, <어쩌다 어른>, <하마터면 열심히 살 뻔했다> 등 베스트셀러였던 이 에세이들은 전문적인 작가가 쓴 에세이가 아니라 일반인들이 자신들이 겪고 경험했던 일상을 솔직하게 보여주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누구나 주변에서 우울하다고 말했을 때 위로해본 적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최근 정신 의학사들이 밝힌 바에 따르면 우울함을 이겨내기 위해서는 말로 하는 위로보다는 공감이 더 큰 도움이 된다고 한다. 우리는 작가와 같은 특별한 일상을 가진 사람들이 아닌 직장인이나 학생 같은 평범한 사람들의 일상을 보고, ‘나만 그렇게 느끼는 게 아니었구나’와 같은 공감을 얻고 싶어 한다. 그렇기에 작가와 같은 특별한 사람이 아니라 일반인들이 쓴 에세이들이 더 주목받고 있다.



  최근 사회적 거리 두기로 인해서 사람을 만나기조차 쉽지 않아졌다. 코로나 19로 인해 우울함을 느낀다면 에세이 하나를 사서 공감을 얻어가는 것도 괜찮을 것이다. 특히나 에세이 <나는 나로 살기로 했다>의 김수현 작가는 우리대학 조형대 출신(디자인·05)으로 작년에 특강을 진행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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