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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가 변해도 잊지 말아야 할 것
김영서, 장수연 ㅣ 기사 승인 2020-08-31 21  |  633호 ㅣ 조회수 : 60

도래하는 인공지능 시대



  노벨 평화상 연설 중, 에밀리 그린 볼치는 말했다. “기계로 인한 산업화는 이미 우리 시대의 특징이 됐지만, 이는 기술 발전이 일으킬 혁명의 극히 일부일 뿐이다.”



  18세기 중엽, 증기기관의 발명은 가내 수공업 중심이던 기존 산업 시스템을 기계 공장제 중심으로 이끌었다. 이를 발판으로 당시 사회 구조는 대대적 변혁을 맞이했다. 이를 시작으로 2차, 3차 산업 혁명을 거쳐 현재 4차 산업 혁명의 시대까지, 인류는 200년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총 4차례의 혁명을 경험했다.



  이 가운데 4차 산업 혁명을 대표하는 기술인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은 인간의 학습능력과 추론 능력, 지각 능력, 자연언어의 이해 능력 등을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실현한 기술이다. 오늘날 가장 흔하게 접할 수 있는 애플의 시리와 삼성의 빅스비도 인공지능을 활용한 기술이다. 지난 8월 4일(화) LG와 한화의 퓨처스리그 경기에선 로봇 심판이 도입돼 스트라이크와 볼을 자동으로 판정했다. 최근 국내에서 코로나19 진단을 돕기 위한 인공지능 소프트웨어를 개발이 이뤄졌다. 인공지능의 방대한 데이터 분석을 통해 빠른 진단을 돕는 것이다. 이처럼 최근 휴대폰, 스포츠, 그리고 의료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인공지능의 사용 빈도가 증가했다. 이를 통해 우리는 인공지능의 시대가 도래했음을 체감하고 있다. 인공지능은 빠른 정보 처리 능력으로 바쁜 현대 사회에 편리함을 제공해 혁신적 기술로 여겨지지만, 급격한 발전과 함께 우려의 목소리 역시 커지고 있기도 하다.



  특히 지난 2016년 이세돌 9단과 인공지능 알파고의 바둑 대결에서 알파고의 승리 이후, ‘인류를 위협하는 인공지능’은 더이상 허구의 이야기가 아니다. 체스는 경우의 수가 적기 때문에 프로그램이 빠르게 개발돼 인간을 이긴지 오래다. 하지만 바둑은 경우의 수가 우주에 존재하는 원자 수보다 많아 사실상 거의 무한대에 가깝다. 이 때문에 사람들은 아직 컴퓨터가 인간을 이기지 못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나 알파고는 기보를 통해 스스로 학습하며 바둑계 최강자로 군림했다. 인공지능의 위협은 먼 미래의 일이 아니다. 그렇기에 앞으로 다가올 인공지능 시대에 대한 인류의 책임감이 막중한 것이다.



예술계 논쟁의 중심, AI



  인공지능은 활동 범위를 점차 넓혀, 최근에는 문화예술의 영역까지 뻗어가고 있다. 지난 7월 22일(수)부터 8월 19일(수)까지 서울 종로구 연지동 두산갤러리에서 개최된 전시회 <사적인 노래 Ⅰ>는 전시 기획 단계에서 인공지능의 알고리즘을 이용해 화제를 모았다. 인공지능이 직접 전시 참여 작가 8명 중 3명과 협력 기획자 5명 중 2명을 뽑았다. 나머지 참여 작가들의 선정 과정에서도 인공지능이 개입돼 블라인드 방식으로 선정된 협력 기획자 3명과 협업이 이뤄졌다. 전시 기획 단계에서 가장 공을 들이는 참여 작가 선정 단계에 인공지능이 개입된 것이다. 이는 기획자가 사적 친분으로 작가를 선정하는 일을 방지하기 위해 고안한 방식이다.



  이처럼 문화계에서 인공지능이 적절한 도구로써 모범이 된 사례도 있지만, 반대의 경우도 있다. 바로 직접 창작을 하는 인공지능이 등장한 것이다.



  2018년 10월 뉴욕 크리스티 경매에서 인공지능이 그린 그림 <에드먼드 데 벨라미>가 43만 2,500만 달러(한화 약 4억 9,400만 원)에 팔리기도 했다. 이는 미술 경매 역사상 최초의 인공지능 작품으로, 인공지능이 창작한 작품도 충분히 시장성과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였다. 이 외에도 인공지능 작곡가나 인공지능 소설가 등이 잇따라 등장하며 예술계에서도 인공지능은 더이상 무시할 수 없는 존재가 됐다. 이에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인간의 고유 능력으로 여겨졌던 창작의 영역조차 그 안정성을 보장할 수 없게 됐기 때문이다.



  더불어 현재의 기술로썬 의식이 없는 인공지능이 만드는 산물을 온전한 창작물로 보기 어렵다는 의견도 존재한다. 인공지능을 자율적 주체가 아닌 인간의 명령을 따르는 수단으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렘브란트의 작풍을 따라하는 인공지능 작가 ‘넥스트 렘브란트’는 창작을 위한 알고리즘 과정에서 수많은 엔지니어가 개입된다. 반면에 예술에서 중시되는 독창성과 미학의 기준에서 벗어나지 않는다면 인공지능의 창작물 또한 예술로서 인정해야 한다는 의견 역시 존재한다. 아직 명확한 기준이 존재하지 않기에 인공지능의 창작물을 예술로 인정할 수 있는지에 관한 기준 마련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저작권 문제 역시 피해 갈 수 없다. 앞으로 변화하는 시대에 대비해 새로운 저작권 개념의 도입에 대한 논의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이처럼 인공지능은 현재 예술계 논쟁의 중심에 서 있다. 이는 쉽게 판단하기 어려운 사안으로 앞으로도 갑론을박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넥스트 렘브란트 (출처: The Next Rembrandt)



인공지능, 인류를 위협할 것인가?



  인공지능이 결국에 인류를 위협할 것이라며 경고하는 사람들이 있다. 인공지능이 엄청나게 발전해 인간의 지능을 뛰어넘는 순간을 바로 ‘특이점’이 온다고 한다. 이 지점을 넘어서면 인간이 인공지능을 통제할 수 없게 된다는 것이다. 테슬라의 CEO인 엘론 머스크는 인공지능이 핵무기보다 위험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자가발전을 거듭한 인공지능이 인간을 필요 없는 존재로 판단하게 되면 사람을 죽일 수 있다는 것이다. 마이크로소프트의 빌 게이츠는 기계는 인류에 편안함을 가져다줬지만, 스스로 생각하고 행동할 줄 아는 지점이 오면 인류가 위험에 빠지게 된다고 경고했다. 세계적인 물리학자인 스티븐 호킹은 인공지능 개발이 인류 종말을 초래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완전한 인공지능은 계속해서 자신을 설계하며 위협적인 존재가 된다는 것이다.



  학자와 기업인을 중심으로 과거부터 현재까지 인공지능에 대한 경고는 계속되고 있다. 그래서 문학이나 영화 속에 나타난 인공지능은 종종 인류를 위협하는 부정적인 존재로 묘사되곤 한다. 영화 속에서 인공지능이 처음으로 인류를 위협하는 존재로 등장하는 것은 1968년 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라는 기념비적인 영화다. 스탠리 큐브릭은 이외에도 <샤이닝>, <시계태엽 오렌지>, <로리타>, 그리고 <닥터 스트레인지 러브> 등 여러 명작 영화를 만든 감독이다. <스페이스 오디세이>는 목성을 탐사하는 우주선 안에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 작품이다. 우주선 ‘디스커버리호’ 안에는 시스템을 관리하는 인공지능인 ‘HAL-9000’이 탑재돼 있다. 인공지능인 HAL-9000은 인간과 체스를 즐기거나 일반적인 기계의 수준을 넘어서서 감정을 느끼고 자기 스스로 판단할 수 있을 정도의 지능을 가진 존재이다. HAL-9000은 인간들이 자신의 존재에 의구심을 품자 그들에게 위협을 가하기 시작한다. 우주선 내에 있는 인간들이 자신을 정지시키려 하자 그들의 입 모양을 읽어내 의도를 간파한다. 그리고 그들을 우주선 밖으로 내쫓으려고 한다. HAL-9000은 영화 내에서 자기 스스로 오류를 낸 적은 없으며 모든 실수는 인간에게서 기인한 것이라고 한다. 이렇게 스스로 판단하고 행동할 수 있는 HAL-9000은 현실에서 많은 사람이 인공지능에 대해 경고하는 모습과 흡사하다.



  그뿐만 아니라 <매트릭스>에서 그려지는 인공지능은 이미 인류를 지배하고 조종하는 상황까지 이른다. 매트릭스에 등장하는 인공지능은 인간의 뇌를 통제한다. 영화 속 대다수의 인간은 인공지능에 의해 지배되고 있다는 사실조차 모른 채 살아간다. (주관적 문장 x) 또한 우리에게 익숙한 <터미네이터>는 인공지능 로봇이 이미 미래세계를 지배하고 있다는 설정이다. 이렇듯 인공지능을 부정적으로 묘사하는 경향은 최근까지도 계속 영화 속에 나타나고 있다. 2014년에 개봉한 영화 <엑스 마키나>는 인공지능이 얼마나 인간과 닮아질 수 있는지 보여주고 있다. 주인공 ‘칼렙’은 유명한 천재 개발자의 집으로 초대돼 인공지능 로봇 ‘에이바’를 테스트하는 일을 맡는다. <엑스 마키나>를 보면 고도로 발전된 인공지능이 자신의 목적을 이루기 위해 얼마만큼 똑똑해질 수 있는지 알 수 있다.



  인공지능은 정말 인류를 위협하는 파괴적인 존재로 거듭날까? 이와 같은 의구심을 갖고 우리가 주목해야 할 영화가 있다. 바로 2004년에 개봉한 <아이, 로봇>이다. 이 영화는 SF소설의 거장인 아이작 아시모프의 소설을 영화화했다. 이 영화에서는 인공지능을 가진 로봇을 만들기 이전에 적용해야 하는 아주 중요한 원칙이 나온다. 바로 로봇 공학 3원칙이다. 아이작 아시모프가 만들어낸 이 원칙은 이후 인공지능 로봇이 등장하는 다른 작품들에도 여러 번 인용되곤 한다.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제1원칙 : 로봇은 인간을 해칠 수 없으며, 행동하지 않음으로써 인간이 다치도록 방관해서도 안 된다.



  제2원칙 : 법칙 1에 위배되지 않는 한, 로봇은 인간의 명령에 복종해야만 한다.



  제3원칙 : 법칙 1,2 에 위배되지 않는 한 로봇은 자신을 보호해야만 한다.



  영화 속에서 로봇은 이미 우리 일상에 익숙한 존재다. 로봇이 청소 등 인간 세상에 필요한 각종 잡다한 업무를 모두 도맡아서 한다. 하지만 영화에서 위 원칙에 의해 인류가 위험에 빠질 위기에 처한다. 영화 <아이, 로봇>에서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하는 인공지능 ‘비키’는 인류를 위협하는 존재이다. 비키가 인간을 위협하는 이유는 오히려 인류의 미래를 생각하고 지키기 위해서다. 이 영화는 주제적인 측면보다는 재미를 위해 만든 경향이 강하긴 하지만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바로 과학기술이 발전하기 이전에 윤리 문제를 반드시 고민하고 해결하지 않는다면 인류를 위협하는 재앙이 올 수도 있다는 점이다.



▲영화 '아이로봇' (출처: IMDB)



윤리, 그래서 뭣이 중헌디?



  인공지능이 발전하며 윤리적 문제는 계속해서 논의되고 있다. 윤리는 도덕과는 다르다. 윤리는 반드시 지켜야 할 올바른 행위 규범을 뜻한다. 그래서 인공지능이 자율적으로 생각하고 행동할 수 있다면 우리가 무엇을 지켜야 할 것인지는 중요하다. 하지만 해결하기 쉽지 않은 문제이기도 하다. 특히 최근 ‘자율 주행 자동차’의 개발로 생기는 ‘윤리적 딜레마’ 문제가 가장 대표적인 사례다. 자율 주행 자동차는 이미 기술적으로 거의 완성됐지만 윤리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못해 도입하지 못하고 있다. 예를 들어, 자동차가 무단 횡단하는 사람으로 인해 사고가 날 예정이다. 그런데 보행자 중 노인과 아이 둘 중 하나를 핸들을 틀어 살릴 수 있다면 어느 쪽을 선택해야 할 것인가? 또 그 중 한 명이 자신의 가족이라면 우선순위를 누군가에게 두는 것이 타당한 것인가? 이렇게 곤란한 상황에서 선택해야 하는 문제를 ‘트롤리 문제’라고 한다. 이와 같은 딜레마에는 정답이 없다. 결국 불가피한 상황에 직면했을 때 우리는 누군가를 선택하고 우선순위를 결정해야 한다. 물론 이는 각 국가나 지역별로 문화적 특성에 따라 다를 수 있다. 앞으로 인공지능의 발전에 따라 우리는 윤리적인 문제에 계속해서 직면할 것이다. 중요한 것은 기술이 개발되기 이전에 사회적인 합의와 규제가 필요하다는 점이다. 그렇지 않다면 인공지능을 범죄나 전쟁에 악용하는 등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을 것은 자명하다. 혹시 인공지능에 대해 아직 한 번도 생각해본 적이 없다면, 이번 기회에 주변 사람이나 가족과 한 번쯤 토론해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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