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의료진을 격려하기 위한 ‘덕분에 챌린지’라는 수어를 활용한 캠페인이 성행했다. 또한 보건복지부의 코로나-19 발표에 항상 수어 통역사가 함께하면서 청각장애인과 수어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여러분은 수어에 관해 얼마나 알고 있는가? 또 수어의 중요성을 어느 정도로 느끼고 있는가? 2018년에 보건복지부에서 도출한 통계자료를 기준으로, 청각장애인 255,399명은 주로 수어를 사용해 의사표현한다. 이들을 포함한 우리는 모두 같은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사회를 살아가며 서로가 전달하고자 하는 이야기에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
수화? 수어?
어느 표현을 사용해야 할까?
수어와 수화는 모두 ‘청각장애인과 언어 장애인들 사이에서 쓰이는 몸짓과 손짓에 의한 의사전달 방법’이다. 하지만 ‘수화’라는 어휘보다는 ‘수어’라는 어휘를 쓰는 것을 권장한다. 본래 ‘수화’라는 것은 수화 언어 전반을 가리키는 데에 사용됐으나, 한국수화언어법 제정 이후로는 수화라는 방식을 통해 표현되는 ‘언어’를 가리키는 말로서 ‘수어’가 공식 용어로 쓰이게 됐다. 즉, 수화를 수어라고 부름으로써 청각장애인의 언어인 수어를 하나의 언어로 인정받고자 ‘수어’라는 표현이 대중화되기 시작했다.
수어가 우리나라에 전래된 것은 미국 감리교 여성 의료 선교사인 로제타 셔우드 홀(R.S Hall) 여사에 의해 시작됐다. 로제타 셔우드 홀 여사는 1909년 평양 맹아학교를 설립하기 위해 이익민과 그녀의 조카를 중국 최초의 농학교인 체후 농학교에 연수하게 한 후 조선의 농교육을 시작했다. 그리고 1909년 평양에 최초로 농학교를 개교해 수어를 시작할 수 있게 도우면서 수어 교육과 보급이 활발히 전개됐다. 그 후 일제강점기 때인 1913년에는 조선총독부가 설립한 제생원에서 일본 수어가 사용됐다. 1935년에는 이창호 목사가 평양에 개교한 평양 광명 맹아학교에서 한국수어로 지도가 시작됐고, 1943년부터 구화법으로 수어 지도가 이뤄졌다. 이어서 1962년에 한국 특수교육 연구협의회는 수화법을 지양하고 구화법을 사용하도록 결정했으며 1982년 서울농학교를 중심으로 여러 대학과 특수교육연구소 등이 참여해 국내 최초의 『표준 수화 사전』이 편찬됐다. 그리고 1991년에 교육부에서는 『한글식 표준 수화』를 발행해 수어를 한글식으로 표준화해 제시했다. 2013년 국립국어원은 수어 연구에 획기적이라 할 수 있는 『한국수어 코퍼스 구축을 위한 기초 연구』를 진행해 한국 수어의 국제적 전사 방법을 구축함으로써 해외 수어 연구자들이 쉽게 접근하도록 계획하는 연구가 진행 중이다.
몸으로 말해요, 수어의 특징!
수어에는 가장 중요한 세 가지 특징이 있다. 수어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신호가 이루어지는 위치’, ‘손의 모양’, ‘신호를 만드는 과정의 움직임’이 포인트가 된다는 점이다. 수어는 흔히 손으로 하는 대화라고만 알려졌지만, 실은 손짓과 더불어 몸짓, 표정 등이 중요한 전달 요소가 된다. 그래서 의사소통할 때 감정이 중요하듯, 수어에서도 감정과 상태를 나타내기 위해 몸짓과 표정이 중심이 되는 것이다. 또 수어는 높임말을 나타낼 수 있는 표현이 없기때문에, 어른에게 수어를 표현할 때, 몸의 자세와 표정을 공손하게 나타내어 존대어가 되도록 표현한다는 점이 특징적이다.
수어에서 피어나는 ‘예술’
수어가 발전하면서 수어를 이용한 예술 장르가 등장했다. 수어를 사용해 나타낼 수 있는 예술 장르로는 ‘수어 퍼포먼스’와 ‘수어 랩’이 대표적인 예이다. 수어를 통해 표현되는 춤, 뮤지컬 등다양한 예술 활동을 수어 퍼포먼스라고 한다. 현재 한국에서는 수어 아티스트 김지연이 있다. 그녀는 왼쪽 귀는 들리지 않고 오른쪽 귀로만 청력을 유지한다. 하지만 그녀는 “청각 장애인이면 왜 할 수 없어?”라는 생각으로부터 시작해, 수어를 활용한 핸디 랩과 춤, 뮤지컬 연출 등 각종 예술 퍼포먼스와 풍부한 표정 연기로 강한 에너지를 전달하는 수어 퍼포먼스의 대표 주자이다.
수어 랩은 손과 표정, 몸짓을 빠르게 해 랩으로 전달하는 형식이다. 이 수어 랩은 미국의 래퍼 ‘에미넴(Eminem)’의 콘서트 당시, 무대 아래에서 청각장애인들을 위해 수어 랩을 선보이면서 크게 화제가 됐었다. 또한 영국의 싱어송라이터 ‘에드 시런(Ed Sheeran)’이 수어 랩을 선보이며, 수어 랩이 대중적으로 알려지는 계기가 됐다. 그는 ‘You Need Me, I Don't Need You’의 뮤직비디오에서 가사의 내용을 통역한 수화를 흑백 화면에 연출해 수어를 퍼포먼스화 했다.
모두 알아둬요, 간단 수어!
간단한 수어를 익혀두는 것은 그들을 위한 배려의 시작이 될 수 있다. 예를 들어, 일상생활에서 마주치면 흔히 하는 “안녕하세요”와 같은 인사말을 수어로 표현할 때는 손짓만을 사용해 나타낼 수 있다. 인사를 표현하기 위해 가장 먼저, 오른손으로 왼팔 등을 쓸어내린다. 그 뒤에 양손에 주먹을 쥐고, 두 주먹이 바닥을 향하게 한 후 아래로 살짝 내리는 동작이다. 다음으로는 만났을 때 반가움을 표시할 수 있는 “반갑습니다”의 의미가 담긴 인사이다. 두 손을 살짝 동그랗게 구부린다. 그 이후 손끝을 양쪽 가슴에 대고 상하로 엇갈리게 두 번을 움직인다. 마지막으로는 감사를 표현할 때 쓰는 “감사합니다”라는 의미가 담긴 동작이다. 먼저 왼손을 펴고 손등이 위를 향하게 한다. 그리고 오른손을 편 뒤, 손날을 왼손등 위에 올려 두 번에서 세 번 정도 가볍게 왼손 등을 친다.
서로 이해하는 세상을 위해,
도움의 손길을!
최근 청각장애인을 위한 복지혜택들이 늘어나고 있다. 대표적인 예시가 공공요금 감면 및 세제 혜택이다. 차량 구매 시 도시철도채권 구매 면제, 공공 체육시설 이용 시 요금 감면, 공영 주차장 주차 요금 감면, 유선통신 요금 감면, 시청각 장애인 TV 수신료 면제, 항공 요금 할인, 고속도로 통행료 50% 할인 등 이외에도 많은 혜택을 지정해 조금이라도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혜택들이 마련됐다.
▲ 커피 매장에서 수어를 하고 있다(출처:교도 통신)
해외에서는 청각장애인들을 위해 설정된 수어 매장이 존재한다. 스타벅스는 2016년도에 말레이시아에서 처음으로 수어 매장을 열어 운영을 시작했다. 수어 매장은 기존 스타벅스와 사뭇 다르게 차분하고 조용한 것이 특징이다. 매장 내 수어 사용은 물론, 스크린에 이름을 띄워서 자신이 주문한 메뉴가 나온 것을 알리고, 청각장애인 직원의 비중을 늘여 청각장애인을 배려하고 있다. 이처럼 우리 사회 구성원에 관한 관심을 가지고 조그만 배려부터 시작한다면 함께 어울리는 사회를 만들어 갈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