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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책방들을 지켜주세요
장수연 ㅣ 기사 승인 2020-10-11 20  |  636호 ㅣ 조회수 : 33

동네 책방들을 지켜주세요



도서정가제의 퇴보,

누구를 위한 법인가?



  지난 9월 22일(화), 종로구 대학가에 위치한 독립서점 책방이음이 개인 SNS와 서점 홈페이지를 통해 폐점 소식을 알렸다. 책방이음의 폐점은 역시 코로나-19의 탓이 컸다. 매달 300만 원씩 꼬박 빠져나가는 임대료를 견딜 수 없었기 때문이다. 비영리 공익 서점을 표방했던 책방이음은 그동안 작은 도서관부터 독립영화관, 대학생 장학금 지원까지 다양한 후원을 해왔던 곳이다. 그렇기에 책방이음은 누구보다 자본에 구애받지 않을 것 같던 곳이었다. 그러나 결국 올해 팬데믹을 견디지 못하고 책방이음은 폐점 수순을 밟았다. 나름대로 이름 있던 동네 책방의 이와 같은 소식은 도서 출판계, 그리고 같은 서점을 운영하는 책방 주인들에게는 꽤나 충격적인 소식이었다. 이는 현재 동네 책방들의 현실이 얼마나 절망적 상황에 처해있는지를 시사했다.



  사람들이 온라인 서점과 대형서점만을 찾는 오늘날, 독립 책방들의 현실은 암담하기만 하다. 온라인 서점이나 대형서점은 도매상을 거치지 않고 바로 출판사에서 책을 받아온다. 그렇기에 책을 더 싼값에 받아오고 수익도 남는다. 하지만 독립 책방들은 도매상을 거치면서 책값의 평균 70%의 비용을 내고 책을 사 온다. 그러면 30%의 수익만이 남는데, 이 적은 비용마저 임대료, 인건비, 세금 등으로 빠져나가면 남는 것이 없는 실정이다. 예를 들어, 책의 판매가가 10,000원이면 독립서점은 7,000원의 돈을 주고 그 책을 가져오고, 결국 남는 이익은 3,000원이다.



  이런 암담한 현실 속 책방 주인들에게 실낱같은 희망이 바로 ‘도서정가제’이다. 도서정가제란 말 그대로 어디서든 출판사가 내놓은 정가대로 책을 팔게 하는 제도이다. 우리나라는 2014년에 도서정가제가 개정된 이후 도서 정가의 10% 할인, 5% 적립, 무료배송까지 가능하다. 그 이전까지는 ‘구간 할인 제도’가 있었다. 발간된 지 18개월 이상이 지난 책들은 할인이 가능했다. 당시 구간들은 50~70%까지 할인되기도 했다. 이후 개정된 현 도서정가제는 구간 할인 제도를 없앴다. 그러나 현재 시행되고 있는 도서정가제도 사실상 완전 도서정가제가 아니라 부분 도서정가제이다. 2014년 개정 이전보다는 출판업계 생태계가 훨씬 나아진 것은 사실이지만, 여전히 본질적인 문제점은 고쳐지지 않았다. 현행 도서정가제가 철저히 온라인 서점과 대형 서점을 위주로 돌아가는 법안이기 때문이다. 만약 현행 도서정가제대로 10% 할인, 5% 적립, 무료배송을 모두 적용한다면, 10,000원의 책을 팔 때 1,000원 할인, 500원 적립, 2,500원 배송비, 총 합해서 4,000원의 비용을 서점이 직접 납부해야한다. 이로써 책값으로 7,000원을 내고 3,000원의 수익을 남겼던 서점은 결국 1,000원의 적자를 내게 된다. 결국에 더 싼값에 책을 살 수 있는 온라인 서점과 대형서점들만이 이익을 볼 수 있는 구조인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행 도서정가제는 동네 책방들이 대기업들 사이에서 살아남을 수 있도록 돕는 방파제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 실제로 2014년 개정 도서정가제(현행 도서정가제)가 실시된 이후, 전국 서점 수는 여전히 감소세이긴 하지만 그 감소폭이 크게 완화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최근 그 도서정가제가 ‘개악’된다는 소식이 들려오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는 출판문화산업진흥 법에 따라 3년마다 도서 개정안 법률을 재검토해야 한다. 지난 2017년 11월 첫 재검토에서 도서정가제는 현행 유지가 선택됐으며, 현재 11월 두 번째 재검토를 앞두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지난 7월 문체부가 내놓은 개정안은 출판업계에 큰 반발을 일으켰다. 개정안의 내용에 따르면 발행 후 12개월이 지난 도서는 정가를 조정할 수 있게 된다. 이는 18개월이 기준인 현행 법률보다 6개월이나 단축된 기준이다. 또 전자책의 경우 20~30%까지 할인율을 확대하고, 도서전 및 재고도서는 도서정가제를 적용하지 않거나 할인율을 20%~30%까지 확대한다. 만약 이 개정안이 통과되면 다시 2014년 이전 상황으로 돌아가는 셈이다. 이 개정안은 이미 코로나-19로 지칠 대로 지친 책방 주인들에게는 그야말로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다.



  현재 서점 주인들이 요구하는 도서정가제는 완전 도서정가제를 말한다. 하지만 이에 대한 국민의 시선은 마냥 곱지는 않다. 책을 사는 소비자 입장에서는 할인을 하지 않겠다는 것이 좋게 보일 리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책은 소비하는 소비물이기에 앞서, 저자의 창작 저작물이자 문화 공공재로서 수요와 공급 곡선 같은 자본주의 논리에 의해 가격이 정해지지 않는다. 대개 사람들은 도서정가제가 폐지되면, 할인율이 올라서 책의 구매가가 저렴해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할인율이 오른 만큼 출판사들은 그에 비례해 책의 원가를 더 올리게 될 것이다. 이는 결국 출판계의 생태계를 위협하는 결과로 이어진다. 현재 도서정가제가 누구를 위한 제도인지에 관한 논쟁은 여전히 치열하게 이뤄지고 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도서정가제가 없어진다면 독립서점들의 미래 생존 여부 가능성은 불투명해진다는 것이다.



오랫동안 보존될 책방의 가치



▲서점'가가77페이지'(출처:서울형책방)



  위와 같은 상황 속에서 동네 책방들을 지키고자 하는 노력은 끊이지 않고 있다. 그중 ‘바이 북+바이 로컬(BUY BOOK+BUY LOCAL)’ 캠페인은 전국동네책방네트워크(이하 책방넷)에서 진행하는 동네책방 살리기 프로젝트이다. 책방넷은 동네 책방을 지키기 위해 자발적으로 결성한 책방 주인들의 모임이다. 본 캠페인은 동네 책방을 통한 책 읽기 문화 확산과 지역 경제의 활성화를 목적으로 하며, ‘월간 동네 책방’과 ‘텀블벅 후원 행사’ 등 책과 함께하는 여러 문화 행사들을 진행한다. 또한 책방넷의 사무국장이자 책방이음의 대표 조진석 씨는 청와대 앞에서 도서정가제 실시를 요구하는 1인 시위를 하기도 했다. 그뿐만 아니라 올해 초부터 꾸준히 SNS를 통해 국내 동네 책방들을 지킬 수 있는 도서정가제를 알리고, 도서정가제를 지지하는 성명과 릴레이를 지금도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



  최근 동네 책방은 단지 책만 구매하는 공간이 아니다. 요즘의 동네 책방들은 사람과 사람을 잇는 커뮤니티 공간이자 복합문화공간으로 거듭나고 있다. 동네 작은 서점이라고 하면 허름한 옛날 서점들을 생각하는 이들도 많을 것이다. 그러나 최근 독립서점들은 트렌디한 인테리어와 감성으로 젊은 층을 타깃으로 한다. 이와 함께 개성 있는 책방들도 늘어나는 추세이다. 최근 동네 책방은 미술 전시부터 영화 상영, 독서 모임, 시 낭독회, 음악회까지 진행되는 것은 물론, 심리 상담, 북스테이 등 독특한 콘셉트를 가진 책방들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책방들만의 나름대로의 생존전략인 것이다. 서울시가 운영하는 온라인 플랫폼 ‘서울형 책방’을 통해 이러한 동네 책방들의 매력을 느낄 수 있다. ‘서울형 책방’은 서울시가 문화공간 역할을 하는 책방을 150여 곳 선정해 동네 서점들의 활성화를 꾀하기 위해 만든 플랫폼이다. ‘서울형 책방’에 들어가면 지역별 서점 찾기, 서점별로 진행하는 문화 프로그램, 서점 굿즈 판매 등을 쉽게 확인 가능하다.



  이들이 이렇게 안간힘을 쓰면서 지키고자 하는 책방의 가치는 무엇일까. 이들이 말하는 동네 책방의 가장 큰 매력은 ‘사람 냄새’나는 공간이라는 점이다. 어느 정도 사람들의 손때가 묻은 동네 책방의 책들은 인터넷에서 파는 빳빳한 종이들과는 냄새도, 질감도, 느낌도 다르다고 한다. 심지어 이 책들은 책방의 주인이 직접 다 읽어보고 엄선한 작품들이다. 인터넷에서 구매한 감정 없는 종이가 아닌, 주인의 애정의 손길이 묻어있는 책이다. 누군가는 이런 감정을 하나하나 읽는 것도 독서의 일종이라고 한다. 간단한 대화조차 직접 말하기보다는 화면을 통하는 것이 더 익숙한 디지털 시대에, 골목길의 작은 동네 책방이 선사하는 아날로그 감성은 잊고 있던 사람들 사이의 인간적인 정을 환기한다. 만약 시간이 난다면, 오랜만에 갑갑한 집에서 벗어나 동네 책방들을 돌아보며 기분전환의 시간을 가져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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