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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트로트를 주목하는 이유
장수연 ㅣ 기사 승인 2020-11-01 19  |  637호 ㅣ 조회수 : 76

우리가 트로트를 주목하는 이유





돌아온 트로트 시대



  최근 몇 년 사이, 대한민국은 트로트 열풍에 빠졌다. 특히 TV 채널을 돌릴 때면 언제나 트로트가 빠지지 않는다. TV뿐만 아니라, 유행하는 아이돌 음악이나 힙합처럼 트렌디한 노래들로 가득 메워졌던 번화가에서도 이제 트로트 음악을 심심찮게 들을 수 있다. 원래 트로트는 어른과 노인이 즐기는 문화라는 인식이 강했기에 현재 문화계를 이끄는 주역인 젊은층에게는 다소 비주류로 여겨지던 음악 장르였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일부 사람들은 트로트가 촌스럽다고 여기며, 이를 속된 표현으로 ‘뽕짝’이라는 말도 존재했다. 그렇기에 지금의 트로트 열풍은 꽤 흥미로운 현상이다.



  그러나 사실 트로트의 유행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현재 우리나라 대중가요의 주류를 차지하고 있는 K-POP 이전에는 대한민국 가요의 주류는 트로트의 차지였다. 우리나라 대중가요의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면 그 시작은 일제강점기이다. 당시 일본의 대중가요 엔카와 여러 서구 음악 장르들이 들어오면서 영향을 받아 만들어진 음악이 우리나라 대중가요의 시작이었다. 그리고 광복 이후에 이 대중음악이 왜색이 점점 옅어지면서 현재의 트로트의 초석을 다지게 된다. 유명한 현인의 「신라의 달밤」 역시 이 시기에 만들어진 노래이다. 한국 대중가요의 시작이 곧 트로트였기 때문에 트로트는 오랜 기간 한국 대중가요의 중심부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트로트는 한국 대중음악 역사의 중심에 있으며 한국 현대사와 함께 성장해왔다. 때문에 과거의 트로트는 우리나라의 가슴 아픈 역사와 당시 한국인들의 애환과 한이 고스란히 녹아있다. 특히 1950년대와 1960년대는 한국전쟁, 3·15 부정선거, 4·19 혁명 등 대한민국 현대사에서도 큰 변환점을 맞이했던 시기이다. 때문에 이 당시 트로트는 그런 역사를 살아가던 한국인들의 정서를 노래하며 수많은 명곡이 나왔다. 대표적인 노래로 전쟁의 아픔을 노래한 남인수의 「이별의 부산정거장」, 현인의 「굳세어라 금순아」, 3·15 부정선거를 비판하는 내용으로 개사되며 4·19 혁명을 이끌었던 박재홍의 「유정천리」가 있다.



  과거 트로트는 어른들만이 즐기던 음악 장르가 아닌, 모든 세대가 즐기고 향유하던 가장 ‘대중적인’ 음악이었다. 그 당시 유행했던 장르라기보다는 한국 가요가 곧 트로트였던 시대였다. 지금도 이름만 들어도 아는 남진, 나훈아, 조용필, 심수봉 등 한국 대중가요의 전설이라 불리는 가수들도 모두 트로트 가수이다.



  이렇게 잘 나갔던 트로트는 1970년대와 1980년대에 다른 장르의 음악들이 들어서면서 점차 주춤하더니 1990년대 서태지와 아이들의 등장 이후 완전히 비주류 음악으로 물러나게 된다. 이 시기 힙합과 댄스 음악이 유행하면서 한국 대중가요는 10대~20대의 젊은 층을 위주로 판도가 완전히 뒤집히게 된다. 그리고 지금까지 비주류 어른들의 음악으로 남아있던 트로트가 최근 다시 부상하게 된 것이다.



트로트에 스며든 대한민국,

이제는 거부감 없어요



  이번 트로트의 열풍이 더욱 흥미로운 점은 젊은 세대가 트로트를 듣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사실 과거 한국 대중가요계는 음악 장르들이 다양화되지 않았기 때문에 모든 세대가 트로트를 즐길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음악 장르가 매우 다양해지고 접근성도 높아진 오늘날, 젊은 사람들이 그 많은 음악 장르 중에서 트로트를 직접 찾아 듣기 시작한 것이다.





  최근 트로트의 대중화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 것은 아마 TV조선의 트로트 서바이벌 프로그램 <내일은 미스트롯>과 <내일은 미스터트롯>의 성공일 것이다. 최근 10대·20대의 젊은 층에게 인기를 끄는 서바이벌 형식의 프로그램에 트로트를 접목시킨 미스트롯 시리즈는 종편채널 예능으로써는 보기 힘든 시청률을 갱신했다. 특히 최근 방영한 <내일은 미스터트롯>은 35.7%의 시청률을 찍으며 신기록을 달성했다. 프로그램의 성공과 함께 방송에 출연한 신예 트로트 가수들도 떠오르기 시작했다. 젊은 트로트 가수들의 등장은 트로트가 어른들만을 위한 문화가 아님을 보여줬다. 또한 미스트롯 시리즈의 후속 프로그램인 <사랑의 콜센터>, <뽕숭아 학당> 등의 프로그램들 역시 그 인기를 잇고 있으며, 이외에도 미스트롯 시리즈의 성공을 시작으로 <보이스 트롯>, <트롯 신이 떴다>, <나는 트로트 가수다> 등 트로트를 테마로 한 프로그램들이 성행하며 방송가는 트로트로 물들고 있다.



  이러한 방송가의 트렌드를 반영하듯 최근 유명 연예인들 역시 트로트 관련 ‘부캐’들을 통해 화제를 모으며 트로트 열풍에 열기를 더했다. 가장 대표적인 예시로 국민 MC 유재석의 ‘유산슬’과 개그우먼 김신영의 ‘다비 이모’를 떠올릴 수 있다. 이들은 실제로 트로트 음원을 내고 음악 방송에도 출연하며 한동안 방송에서 ‘본캐’가 아닌 ‘부캐’로 등장했다. 트로트 부캐들의 인기는 트로트의 화제성을 증명했으며, 미디어에 보여진 인기 연예인들의 트로트 사랑은 10대·20대의 젊은 층이 트로트에 대한 거부감을 허무는 계기가 되며 트로트의 대중화를 이끌었다.



  트로트의 유행 초반인 작년에는 트로트는 여전히 기성세대들의 문화라는 경계가 뚜렷했지만, 최근의 경향을 보면 젊은 층 역시 트로트를 즐기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이를 가장 대표적으로 보여줬던 것이 지난 추석 나훈아의 비대면 공연이었다. 추석 연휴였던 9월 30일(수), KBS에서 나훈아의 비대면 콘서트 <2020 한가위 대기획 대한민국 어게인 나훈아>가 전국적으로 방영됐다. 이는 최고 시청률이 무려 41%에 육박하며 엄청난 화제를 모았다. 코로나-19로 인해 전 국민이 지쳐있는 현 상황 속, 나훈아가 국민들에게 전한 희망의 메시지와 혼이 담긴 공연은 폭발적인 반응을 일으켰다. 특히 세상이 왜 이럽게 힘드냐며 외치는 「테스 형」은 그 중에서도 가장 큰 화제를 모았다. 그의 위로만큼이나 뜨거웠던 노래는 곧 젊은 세대들의 마음도 흔들었고, 이러한 열기는 바로 인터넷과 SNS상으로 빠르게 퍼지며 “테스 형”이라는 유행어와 각종 짤들도 생성됐다.



“죽어도 오고 마는 또 내일이 두렵다

아! 테스형 세상이 왜 이래 왜 이렇게 힘들어

아! 테스형 소크라테스형 사랑은 또 왜 이래”

-나훈아의 「테스 형」 중-



  트로트로 물들고 있는 대한민국, 트로트는 더 이상 어른들만의 문화가 아니다. 트로트의 대중화는 기성세대와 신세대의 세대통합을 이끌었다. 위의 나훈아 콘서트의 사례와 같이 트로트가 가지는 한의 정서는 세대 상관없이 모든 이들이 지니는 보편적인 감정을 건드리며, 코로나-19 시대에서 먹고살기 힘든 N포 세대와 노인 세대를 잇는 연결고리가 되고 있다.



  ‘메이저’ 장르로 다시 거듭난 트로트, 이제는 젊은이들도 트로트를 하나의 엔터테인먼트로 향유하고 있다. 어린 나이에 트로트를 좋아하면 유별나다고 여겨지던 때가 불과 몇 년 전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나이 어린 사람의 트로트 사랑이 더 이상 대수롭지 않다. “트로트 좋아해”라고 당당히 말할 수 있는, 그리고 그것이 전혀 이상하지 않은 시대이다. 이제 우리나라도 다양한 취향과 개성들이 인정받고 있는 사회로 도모하고 있다. ‘취향 존중’ 시대가 왔다.



나훈아의 비대면 콘서트 공연(출처 : KBS)



어르신들의 ‘덕질’을

응원합니다



  이번 트로트 열풍과 함께 우리가 새롭게 주목하게 된 현상은 중장년층의 문화가 점차 주류로 인정받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의 기성세대는 과거의 기성세대와는 다르다. 그들은 인터넷, 유튜브 등의 IT 문화에 익숙하며, 문화생활과 여가생활에 관심이 많다. 이러한 시니어들의 높아진 사회·문화적 참여도와 함께 ‘오팔 세대’가 떠오르고 있다. 이는 활기찬 인생을 살아가는 신노년층(Old People with Active Lives)이라는 뜻으로 중장년층이 주된 소비층으로 떠오르고 있는 현상을 반영하는 신조어이다. 시니어들은 안정적인 경제력과 함께 높은 소비 참여도를 자랑하며, 현재 시장들은 그들을 사로잡기 위해 앞다투고 있다. 이렇듯 시니어들이 점차 주력 소비층으로 떠오르며 문화계에서도 이들을 겨냥한 상품 및 콘텐츠들이 출시되고 있다. 대한민국의 트로트 열풍 역시 이러한 세태의 현상 중 하나라고 볼 수 있다. 최근에는 송가인, 임영웅, 그리고 장민호 등 신예 트로트 가수들이 떠오르며 이들을 ‘덕질’하는 어른들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이들은 인터넷을 적극적으로 이용해 팬 커뮤니티 활동에도 열혈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아이돌 팬들이 주로 이용하는 음원 스트리밍도 적극적으로 이용하며 10대·20대 위주였던 팬덤 문화에서도 그들의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이러한 어른들의 ‘덕질’이 응원받는 이유는 단지 새로운 문화 현상이기 때문만은 아니다. 지금껏 우리의 부모로서, 또 한 가정의 가장으로서, 가족을 위해 희생해왔던 이들이 삶의 온전한 주체로서 거듭나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트로트 가수 장민호의 팬으로 활동하고 있는 한 할머니는 뉴스에서 “우리는 평생을 가족들을 위해 희생하며 살았는데 이제는 우리도 우리 재미를 보며 살고 싶다”라고 말했다. 지금껏 사회·문화에서 시니어들의 영역은 주변 변두리에 있었다. 하지만 이제 그들은 더 이상 묵인당하지 않는다. 어른들도 젊은이들의 눈치 보지 않고 자신의 취향과 목소리를 당당히 내세울 수 있는 사회가 됐다. 그리고 온전한 주인공으로서 삶을 영위하게 된 ‘시니어’들의 앞으로를 진심으로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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