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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의 얼굴을 한 거짓말
기사 승인 2020-09-14 01  |  634호 ㅣ 조회수 : 39



‘가짜뉴스’를 아시나요?



  “조류인플루엔자(AI) 인체감염이 확산되면 공기로도 전파가 될 수 있으며, 이에 따라 중국에서 날아오는 철새가 인체감염 AI균을 몰고 올 수도 있다” 지난 2017년 3월 한 인터넷 사이트는 모 일간지 이름으로 AI가 인체감염을 일으킬 수 있다는 사실, 공기로 전파된다는 사실, 그리고 철새가 인체감염 AI를 몰고 올 수 있다는 사실을 기사로 올렸다. 이 기사는 곧바로 SNS와 같은 소셜 미디어를 통해 널리 유포됐으나, 결론적으로 이는 ‘가짜뉴스’라고 밝혀졌다. 이것이 가짜뉴스로 밝혀지기 전까지는 매우 그럴싸한 사실을 토대로 기존 언론의 이름을 빌려 보도했기 때문에 전문지식이 없는 일반인들은 참인지 거짓인지 구분하기 어렵다. 이 기사를 읽고 사실로 믿어야 될지, 아니면 근거 없는 허위정보로 치부하고 넘어가야 할지 판단하기가 쉽지 않다. 과연 가짜뉴스란 무엇이고 어떻게 생겨나게 됐으며, 왜 소비되는지 이유를 알아보고자 한다.



  2017년 2월 14일(화) 한국언론학회와 한국언론진흥재단 주최로 열린 ‘가짜 뉴스 개념과 대응 방안’ 세미나에 따르면, ‘가짜뉴스’란 ‘정치·경제적 이익을 위해 의도적으로 언론 보도의 형식을 하고 유포된 거짓 정보’라고 정의된다. 이는 2016년 미국 대통령 선거를 기점으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대부분 국내 언론은 ‘fake’를 ‘가짜’라고 번역해 표기하면서 이 개념을 다루기 시작했다.



  가짜뉴스가 만들어지고 인터넷을 기반으로 퍼져나가는 과정은 진짜 뉴스기사와 비슷하다. 가짜뉴스는 특정 커뮤니티 사이트나 가짜뉴스를 위해 일부러 생성된 사이트에서 만들어지고, 이들은 곧 페이스북, 카카오톡 등의 SNS를 통해 퍼져나간다. 그리고 ‘좋아요’의 수가 많아짐에 따라 내용의 사실 여부와는 상관없이 게시물은 더 빨리, 더 많은 사람에게 퍼져간다.



  가짜뉴스, 거짓말 뉴스(Lügenpresse)라는 표현은 1920년대 독일 국가사회주의 독일 노동자당(나치당)이 자신들과 이념적으로 맞지 않는 언론을 지칭하기 위해 사용하면서 대중화됐다. 이후 21세기 들어 소셜 미디어를 통해 검증되지 않은 부정확한 뉴스나 악의적으로 왜곡된 정보를 뉴스로 가장해 퍼뜨리는 행위가 만연하면서 ‘가짜뉴스’라는 표현의 사용 역시 급격히 증가하게 됐다. 특히 미국 45대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가 언론의 일부 보도를 가짜뉴스라고 주장하면서 가짜뉴스라는 표현은 이제 일반인에게도 익숙한 용어가 됐다.



  그렇다면 사실이 아닌 ‘가짜’뉴스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가짜뉴스가 소비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정 한국외대 GBT(Global Business & Technology) 학부 교수는 소셜미디어 뉴스를 볼 때 사람들은 먼저 ‘빠른 직관’ 을 사용해 내용을 판단하고, 만약 그것이 자신의 가치관과 부합하는 경우 그 내용을 기쁘게 받아들인다고 한다. 그러나 가치관과 부합하지 않는 경우 이들은 정보를 무시하려는 경향을 보인다. 만약 뉴스의 내용이 자신의 가치관과 부합하지만, 그것이 가짜뉴스라는 정보가 입력될 경우, ‘느린 이성’ 시스템을 작동 시켜 그 혼란을 해결하게 된다. 그러나 이 ‘느린 이성’은 ‘이성적’인 사고를 하는 것이 아니라 진실이라고 믿으려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수단으로 쓰이기에 ‘가짜’라는 것을 무시한 채 내용이 진짜라고 믿는 결정을 내리게 된다. 즉, 가짜뉴스라는 정보를 무시하고 싶은데, 빠른 직관으로는 도저히 무시할 수가 없을 때 느린 이성으로 ‘노력’을 해서라도 결국은 진실을 무시하게 된다는 것이다. 동시에 페이스북 등 개인 맞춤 알고리즘을 사용하는 경우 개인의 가치관과 일치하는 뉴스가 더 많이 전달되기 때문에 소셜미디어를 통한 뉴스의 전파는 사람들의 확증 편향을 더 강화시키게 된다.



가짜뉴스가 침투한 일상



  가짜뉴스가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된 이유는 가짜뉴스가 정치적인 영역으로 악용될 뿐만 아니라 우리의 실생활에도 악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가짜뉴스는 사회적 혼란을 일으키고 국민에게 정치적인 혼선을 줄 수 있으며 사회적 갈등을 심화한다. 이것은 나라, 집단, 개인 등 대상을 가리지 않고 넓은 범위로 유포되며, 한 번 시작되면 바로잡기 어렵다는 특징이 있다. 특히 21세기형 가짜뉴스는 그 전파력이 매우 강하기 때문에 더욱 위험하다. 실제로 ‘프란치스코 교황이 도널드 트럼프 지지를 선언했다’라는 가짜뉴스는 지난 미 대선에 페이스북에서 가장 많이 공유된 소식이다. 가짜뉴스의 위력은 이제 ‘진짜’ 뉴스를 능가할 정도가 됐다. 최근 코로나-19와 관련한 엄청난 양의 정보가 쏟아져 나오고 있다. 그런데 그중 대다수는 허위사실, 즉 가짜뉴스로 밝혀졌다. 실제로 서울대 언론정보연구소 산하 ‘SNU 팩트체크센터’에 따르면, 올해 국내 언론사 30곳이 사실 여부를 따져본 총 230건의 정보(4월 16일 기준) 가운데 59%(136건)가 코로나-19 관련이었던 것으로 집계됐다. 또한 이 중 80% 이상(111건)은 거짓으로 드러났다. 우리가 일상 속에서 주목하고 진실이라 믿었던 정보 10건 중 8건이 허위사실이라는 것이다. 이 거짓 정보들은 우리의 일상 깊숙이 침투해 방역체계를 무너뜨리고 나아가 코로나-19의 2차 대유행이라는 결과까지 빚었다.





  이에 본지에서는 세간에 떠돌고 있는 코로나-19와 관련한 소문이 사실인지 판명하고 가짜뉴스를 바로 잡기 위한 팩트체크 코너를 준비했다.



  이외에도 최근 SNS를 통해 일명 ‘맛집 리스트’가 확진 환자 동선 정보 리스트로 둔갑해 돌아다니는 등 코로나-19 관련 가짜뉴스가 개인에게 피해를 준 사례도 속출하고 있다. ‘대구 확진자 동선’이라며 일부 커뮤니티 내에서 공유되던 음식점 목록이 실은 지역 맛집을 소개하는 SNS 계정의 자료를 무단가공한 것으로 밝혀진 것이다.



  이에 지난 2일(수) 대구지방경찰청은 해당 사안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고 밝혔고, 허위사실을 유포한 당사자는 피해 업체에 대한 업무방해죄로 처벌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 3월 4일(수) 경주에서 “식당이 코로나-19로  폐쇄됐다”라는 가짜뉴스를 퍼뜨려 식당 업주의 신고로 해당 소문의 최초 유포자가 불구속 입건된 사례가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경기가 수축해 불안감이 커진 상황에서 개인 영업장에 대한 코로나-19 루머는 자영업자들의 생계까지 위협하곤 한다.



  사회의 근간을 위태롭게 만들고 특정 집단, 나아가 개인에게까지 큰 손해를 끼치는 가짜뉴스는 점점 더 그 심각성이 커지고 있다. 이제는 가짜가 진실로 감쪽같이 위장한 채 사회 전반과 개개인의 일상에 큰 혼란을 가져오는 시대가 된 것이다.



가짜뉴스 대처하기



  가짜뉴스의 정도와 범위, 종류가 점점 넓어짐과 동시에 피해가 심각해지자 우리나라를 비롯한 많은 국가에서 가짜뉴스를 규제하는 법안과 대책을 세우고 있다. 실제로 현 대통령은 “다수 국민께 피해를 주는 가짜뉴스는 허용할 수 없다”라며 가짜뉴스에 대한 강경한 대응을 예고했다. 현행법상 가짜뉴스는 내용에 따라 공무집행방해죄·업무방해죄(형법)와 명예훼손죄(형법·정보통신망법) 등을 근거로 처벌할 수 있다. 앞서 언급한 코로나-19 관련 허위사실 유포와 관련해 처벌이 확정된 것은 지난 4일 기준 총 6건이다. 처벌 수위는 벌금 300만 원에서 징역 8개월, 집행유예 2년 정도이다. 또한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코로나-19 관련 허위조작정보의 신속한 삭제와 차단을 위해 심의 횟수를 주 1회에서 2~3회로 확대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해외의 경우, 싱가포르는 작년 10월 ‘온라인상의 거짓과 조작으로부터의 보호법’을 제정해 가짜뉴스를 제재하고 있다. 이 법안에 따르면 싱가포르 정부는 가짜뉴스로 판단한 기사에 대해 직접적인 삭제나 정정을 명령할 수 있다. 이를 따르지 않는 IT업체는 최대 8억 7천만 원의 벌금을, 개인은 최대 징역 10년이나 최대 8억 7천만 원의 벌금에 달하는 처벌을 받는다.



  가짜뉴스의 주요 발원지인 트위터, 유튜브 등의 기업들 역시 가짜뉴스 청산을 위해 나섰다. 트위터는 파급력이 큰 유명 공인이나 정치인들의 트윗에 한 해 ‘가짜뉴스 딱지’를 붙이는 기능을 도입하고 있다. 페이스북은 미국에서 해당 정보가 사실인지 아닌지 인공지능으로 진위를 파악한 뒤 사실로 판명된 경우 해당 글이 노출되도록 하고 있다. 최근 가짜뉴스 확산의 근원이라고 볼 수 있는 유튜브 역시 가짜뉴스에 연루된 키워드를 검색했을 때 위키백과에 있는 사전 정보를 같이 보여주거나 신뢰도가 높은 언론사의 콘텐츠를 먼저 보여주는 등의 기능을 도입했다. 이처럼 많은 국가와 기업들이 가짜뉴스 청산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물론 개인의 역할도 상당히 중요하다. 개인은 본인이 언제든 가짜뉴스의 시작점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정보 수용 능력을 길러야 한다. 허위사실과 거짓이 난무하는 세상 속에서 정보를 올바르게 이해하고, 정보에 대한 참과 거짓을 구별할 줄 아는 능력인 ‘미디어 리터러시’를 기르는 것은 개인이 수행해야 할 중요한 과제이다. 늘 자신이 수용하고 공유한 정보가 누군가에게 피해를 주는 가짜뉴스가 아니었는지 점검해야 한다.



  최근 유행하는 신조어 인포데믹(infodemic)은 정보(information)와 전염병(epidemic)의 합성어로 잘못된 정보나 악성루머 등이 미디어와 인터넷을 통해 빠르게 확산하는 현상을 말한다. 세계적인 팬데믹 사태가 닥쳐온 지금,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가짜뉴스가 빠르게 퍼져가는 인포데믹 현상이 함께 일어나고 있다. 책 「사피엔스」의 저자 ‘유발 하라리’는 “코로나 시대에 인간이 둘 수 있는 최악의 수는 서로 분열하는 것입니다”라고 말했다. 거짓을 퍼뜨리며 서로 분열하는 것은 코로나 시대의 종식을 가져올 수 없다. 우리 눈앞의 뉴스가 정체를 위장하고 있는 건 아닌지 의심하고 경계하는 자세를 갖도록 해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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