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애플페이가 국내에 상륙하다
▲애플페이로 결제를 진행하는 모습
애플페이가 국내시장에 출사표를 던지면서 간편결제 시장의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현대카드는 지난 8월 애플사와 국내 애플페이 도입 독점계약을 맺고 신세계백화점 등 대형 가맹점에서 시범서비스를 진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간편결제 대중화로 전자결제 이용은 점차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가 지난 7월에 발간한 ‘지급결제시장 변화와 카드업의 미래’ 보고서에 따르면 간편결제 이용 규모는 2021년 말 기준 221조원으로 국내 민간결제 1,000조원의 20%를 넘어섰다. 간편결제 이용 규모는 지난 2016년 이후 연평균 57% 성장해왔다. 애플이 2014년 아이폰용 애플페이를 공개한 이후 전세계 70여개 국가에서 애플페이가 서비스되고 있다. 근거리무선통신(NFC) 기술을 탑재한 애플페이는 약 5년 전부터 국내 도입을 두고 협상을 진행해왔지만, 단말기 호환 문제로 국내 출시가 지연돼왔다.
비접촉으로
결제를, NFC
NFC는 양방향 통신 기술로 13.56MHz 주파수 대역을 이용하고 있다. 10cm 이하의 거리에서만 통신이 가능한데다 매 거래마다 일회성 고유번호를 만들어 강력한 보안이 장점이다. 다만 NFC 방식은 NFC 결제 기능을 별도로 탑재한 단말기에서만 사용이 가능하다. 미국과 유럽에서는 보안성과 편리함을 이유로 NFC 단말기가 널리 보급돼 애플페이 상용화가 더 빨리 이뤄질 수 있었다.
하지만 국내 카드 결제 가맹점에서는 대부분 IC칩 방식과 MST 마그네틱 보안 전송(이하 MST)방식의 단말기를 사용하고 있다. IC칩은 신용카드를 꽂아서 결제하고 MST는 신용카드를 긁어서 사용하는 방식이다. 삼성 스마트폰은 MST 결제를 위한 코일이 탑재돼 있어 MST와 NFC 방식 모두 지원이 된다. 삼성페이의 경우 지문 확인 등 카드 인증을 마치면 일회용 가상 카드 정보를 생성하고 MST 코일을 통해 결제된다.
해결 시급한
단말기 호환 문제
애플은 그간 애플페이의 국내 시장 진출에 대해 회의적이었다. 가장 큰 문제는 국내엔 애플페이를 지원하는 전용 단말기가 부족하다는 점이다. 애플페이는 근거리무선통신(NFC) 기술을 기반으로 결제를 진행한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현재 국내 NFC 단말기 보급률은 3% 미만에 그치고 있다. NFC 단말기 설치비용은 한 대당 약 15만원~20만원 정도로 최소 3,000억원의 비용이 필요한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에서는 NFC 단말기 보급 확대가 단기간에 해결되기에는 다소 힘들 것이라는 관측이다. 현행법에 따르면, 신용카드사가 연 매출이 3억원을 초과하는 대형 가맹점의 단말기 보급 비용을 지원하는 것이 위반행위가 될 소지가 있기 때문이다. 이번 시범서비스도 NFC 단말기를 사용하고 있는 가맹점에 한해서다.
한편 애플은 2020년 NFC결제 스타트업인 모비웨이브를 1억달러에 인수해 관련 기술을 개발하고 있는 것으로 전했다. 모비웨이브는 별도의 하드웨어 없이 스마트폰을 NFC 결제 단말기처럼 사용할 수 있게 해주는 기술을 가지고 있는 기업이다. 이 기술이 상용화되면 NFC 단말기가 없어도 아이폰만 있으면 자유롭게 애플페이 이용이 가능해진다.
삼성과 애플,
양자 구도의 변화는?
그런데 단말기 문제가 해결된다면 삼성전자 입장에서도 ‘호재’가 될 수 있어 애플이 마냥 안심할 수 없다. 현재 삼성페이는 국내에서 MST 방식을 사용하고 있는데, 보안 측면에서 MST가 NFC보다 취약하다는 게 단점으로 꼽혔다. 그러나 삼성페이도 국내 NFC 단말기 보급 문제 때문에 MST 방식을 우선 사용했던 것뿐, 해외에서는 이미 NFC 방식을 사용하고 있다. 갤럭시워치도 현재는 삼성페이 사용이 불가능하지만, NFC 기능 자체는 탑재돼 있다. NFC 단말기가 국내에서 빠르게 늘어난다면 삼성도 결제 방식을 더욱 확대할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그동안 삼성페이가 있으면 지갑을 들고 다니지 않아도 돼서 갤럭시폰을 선택하는 사람이 많았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애플이 애플페이를 도입하면 아이폰 선호도가 높은 젊은 층을 중심으로 갤럭시 사용층이 이탈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나왔다. 애플이 한국 시장 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한국 매장 수도 급격하게 늘리는 상황에서 애플페이까지 도입하면 아이폰 점유율이 급증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지난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애플의 한국 스마트폰 시장점유율을 보면 16.6%에서 17.9%, 그다음 해에는 24.4%로 급격하게 늘었다. 상반기까지 집계를 보면 25.7%까지 올라섰다. 하지만 삼성페이에 익숙해진 소비층이 쉽게 스마트폰 기종을 바꾸지 않을 것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네이버페이나 카카오페이 같은 다른 간편결제 수단도 보편화됐고 많은 사람이 여기 익숙해진 상황이어서 애플페이가 도입된다고 하더라도 소비자들에게 신선한 느낌은 크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