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1월 9일(월) 대한민국 대통령실 비서실에서 국민제안 홈페이지에 ‘도서정가제 적용 예외(장기 재고 도서 자율 할인판매) 허용’을 제목으로 게시물을 게재했다. 게시물은 현행 도서정가제의 도입 배경과 제도의 기능을 설명했다. 동시에 현행 도서정가제의 일괄적 규제와 문제점을 지적하는 의견에 대해 언급하며 국민 여러분의 다양한 의견을 구한다고 말했다.
이는 2023년 하반기에 있을 도서정가제 3년 주기 재검토 시한을 앞두고 정부에서 국민 여론을 확인한 것으로 보인다.
현행 도서정가제는
도서정가제는 「출판문화산업진흥법」 제22조에 따라 출판사가 판매하는 모든 간행물에 정가를 표시하고, 판매자는 출판사가 표시한 정가대로 판매하도록 하는 제도다. 다만, 독서 진흥과 소비자 보호를 위해 법률에서 정한 범위 내에서 할인 판매가 가능하다.
현행 도서정가제는 신간, 구간, 온•오프라인 서점, 서점 규모와 관계없이 모두 일괄적으로 정가에서 최대 10%의 가격을 할인하고 사은품이나 마일리지는 5% 내의 범위에서 소비자에게 제공하도록 하고 있다.
자본력을 앞세운 대형 온•오프라인 서점이 과도한 가격 할인율을 내세워 출판•도서시장을 왜곡하는 문제를 방지하고, 중•소규모 서점과 출판사들도 동일한 조건에서 경쟁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도서정가제의 취지다. 또 사람들이 많이 찾는 인기 분야의 책들에 밀려 비주류 문학이나 학술적 가치를 지닌 책들이 사라져 다양한 학문이 발전되는 것을 저해하고, 소비자 전체 효용을 감소시키는 것을 막을 수 있다. 건강한 출판 생태계에서 책이 출판•판매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지난 2003년 2월 처음 도입돼 시행 중인 제도다.
도서정가제는 가격 경쟁에 취약한 출판•서점 사업자와 신인 저자의 시장 참여를 보장하고, 독자가 보다 다양한 종류의 책과 유통경로를 선택할 수 있게 하는 긍정적 기능이 있지만, 예외 없는 일괄적 규제에 따른 문제점에 대한 지적도 있다.
특히, 장기간 팔리지 않은 재고 도서에 대해서도 동일하게 가격 할인 폭을 10% 이내로 제한해 재고 처리를 원활하게 하지 못한다. 그 결과, 영세 규모의 동네 서점들은 폐지값만 받고 재고를 처리하고 있어 정상적인 가게 운영에 차질이 생긴다는 목소리도 있다. 또 일괄적인 할인 폭을 적용한 책 가격이 오히려 사람들이 책을 멀리하고 소비자 효용이 줄었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장기 재고 도서 처리,
어떻게 해야 할까?
이번 국민제안 역시 이 부분에 가장 집중하고 있다. 대통령실에서는 위와 같은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서 일정 기간이 지난 장기 재고 도서에 한해 자율적인 할인 판매를 허용하는 개정안에 대한 의견 수렴을 시작했다.
대통령실의 국민제안 홈페이지를 통한 도서정가제 ‘국민참여토론’에서 전체 찬반투표 참여자 2,310명 중 95%(2,200명)의 국민들이 동네서점 등에 대한 탄력적인 도서정가제 예외 적용에 동의했다. 예상보다 높은 찬성률을 보이며 도서정가제 개정과 관련한 국민들의 분명한 입장이 드러났다.
이와 함께 올라온 통계에선 1,900여명의 국민들이 댓글을 통해 도서정가제를 주제로 한 자유토론 내용을 확인할 수 있었다. ▲‘도서정가제 폐지’ 46% ▲‘영세서점 등 탄력적용’ 34% ▲‘전자출판물 제외’ 10% 등으로 나타났다.
물론 국민 전체를 표본으로 한 여론 조사가 아닌, 국민제안 홈페이지에 게시된 댓글을 정리한 결과다. 해당 결과에서 ‘도서정가제 폐지’ 자체를 주장하는 비율이 높게 나타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대통령실은 국민의 다양한 의견을 바탕으로, 문화체육관광부에 올해 말 개정을 앞둔 도서정가제 정책 재검토를 권고하겠다고 말했다.
이어진 도서정가제
공개토론회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은 3월 14일(화) 서울 마포구 청년문화공간에서 도서정가제 개선 방향을 주제로 공개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번 토론회는 전문가와 일반 국민 등이 참여한 가운데 상호 간의 토론을 바탕으로 제도를 보다 깊이 이해하는 시간이었다.
토론회에서는 저자, 출판, 서점, 도서관, 웹콘텐츠 등 사안에 대해 이해관계가 얽힌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직접 토론에 참여하고 질의응답 시간을 가졌다. 이 토론회는 출판진흥원 유튜브를 통해서도 생중계돼 국민들의 뜨거운 반응이 이어졌다. 일부 댓글에선 “소비자의 입장을 대변하는 패널이 없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이렇듯, 도서정가제의 개정을 앞두고 출판업계와 소비자들 사이에 존재하는 의견 대립은 쉽게 봉합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최종호 기자
